금방이였다 이 넓은 모래사장에서 그의 손을 놓쳐버린것은. 어렸을때 부터 10번간 길은 10번 다 모르는 타고난 길치인 나는 학교를 다니는 12년 동안 절반이 넘는 시간을 친구 조규현과 함께 다녀야 했으며 처음 혼자서 학교에 가는 날이면 백이면 백 길을 잃어 지각을 했었다 8월 초의 해운대는 그야말로 개미소굴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오갔다 그리고 난 그 인파들 속에 이러지도 못한채 한여름 얼음이 된채 서있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평소에는 잘 마시지도 않는 칵테일을 마시자며 해수욕장 근처 루프탑바에서 테킬라 선라이즈를 한 잔씩 마시고는 꽤 알딸딸한 상태로 몸의 열기를 식히자며 모래사장을 걷던게 화근 이였다 김종운의 손 끝을 잡고 걷고 있던 도중 조규현에게 전화가 걸려와 손을 놓고 전화를 받으며 걸어가다 오랜만에 둘 만의 시간인데 너무 무심한가 싶어 전화를 황급히 끊고 옆을 봤을때는 파라솔과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하필이면 김종운은 휴대폰 배터리가 없다며 호텔에 충전을 해놓고 나온 상태였다 여기서 나 혼자 움직여봤자 상황이 더 악화 될것이 분명하다 호텔로 돌아간다고 마음을 먹고 움직인다면 분명 호텔 반대편으로 갈것을 알기에 내가 할 수 있는건 이 자리에서 하염없이 김종운을 기다리는것 밖에 없었다 밤이 되어도 꺼지지 않는 후끈한 열기 때문인지 얼굴이 더워진다 바에서 나올때 슬쩍 거울을 봤을때도 평소보다는 얼굴이 븕어져 있었는데 분명 지금은 훨씬 더 붉어졌을 것이다 이 자리에서 30분은 넘게 기다렸는데 김종운은 머리카락 한올도 보이지 않고 취기는 더해가고 심지어 머리까지 어지러워 금방이라도 다리에 힘이 풀릴것 같다 안그래도 오랜만에 바다라고 안쓰던 체력까지 모두 써버린터라 피곤함은 두배로 몰려왔다 피곤함, 어지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 앉았을때 그제서야 김종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처음엔 꿈인줄 알았다 두 번째 목소리가 들려왔을때 많이 기다렸다고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눈물이 차올랐다 "어디갔었어! 너 진짜..!" "화내지마.." 김종운의 허리를 잡아 끌어 안으며 그의 셔츠에 얼굴을 뭍어버리며 울먹거렸다 "내가 미안해 울지마"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는 그에게 한 손으로 아직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웃기지마 안울어.." "안울기는.. 이제 다울었어?" 무릎을 궆혀 내 눈높이를 맞추더니 내 볼을 만지며 말한다 "안울었다니까.." 붉어진 눈으로 말하면 누가 믿을까 1초도 안되서 들통날 거짓말이지만 울었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알겠어 알겠어" 다 안다는 듯 미소를 띄며 말하는 김종운의 팔을 내리 끌며 말했다 "나 근데 다리 아파 업어줘" "너 요즘 살 찌지 않았어?" 정말로 걱정스러운듯 말하는 김종운의 등을 주먹으로 치며 뺵 소리질렀다 "아니거든! 업어주기 싫으면 말아라, 오늘은 들어가서 씻고 바로 자야겠네" 거들먹 거리며 말하자 그제서야 당황한듯 김종운은 나를 그대로 안아 냅다 호텔로 달렸다 걸어서는 10분 걸리는 호텔을 5분이 조금 넘어 도착하게끔 달려준 김종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조급하긴 했나보네? 오늘 밤 자기는 글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