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알고 있었다. 언제나 허망하게 끝나버릴 꿈. 나는 이 모든게 내 생활방식에 의해 초래되어진 결과라는걸 알고 있었다. 부정할 생각도 없다. 그렇다고 비난할 생각도 없었다. 그저 난 꿈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노력도 없이. 잊혀지지 않을거라고, 내가 언젠가 기회가되면-. 시간이 주어진다면-. 돈만 있으면-. 하고 위안했다. 하지만 마음 속 깊은 어딘가에선 알고 있었을거다. 난 이렇게 꿈이라는 핑계만으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을거라는걸. 시간이 흐르고 기회가 주어지고 돈이 생겨도. 또 다른 무언가에 의해 아무것도 하지 않을거란걸. 두려운거다. 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산 중턱에 올라와버렸는데. 산중턱에 걸려버린 구름한조각에, 가리워져버린 시야에 두려운거다. 무서운거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 어찌어찌 구름 속으로 한발을 내딛을지라도.
난-.
아마 그 구름을 안개로 착각해 움직이지 못 할거다. 아마도 안개에 몸을 숨기고, 그 구름에 흐릿해진 내 몸을 보지 못할거다. 안개에 둘러쌓여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꿈은 저 멀리 아득히 산봉우리마냥 솟아있지만, 난 안개를 타하며 걸음을 옮기지 못 하고, 안개는 더욱 짙어지고, 꿈의 끝자락. 산봉우리는 안개에 몸을 숨긴다. 난 안개를 해매일터다. 한발도 내딛지 못하고.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있는 이 곳이 안개의 한복판이 아니라, 산 중턱에 걸린 구름 한조각, 그 안에 있는 것임을 알수도 있는데. 딱 열바자욱만, 혹은 다섯발자욱, 또 혹은 한발자국만 내딛어도 안개인줄 알았던 구름조각은 내 뒤로 스쳐지나가고, 흐리어져 빛을 쬘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리고 지금도 구름조각의 안개에 갇혀 발을 내뻗지 못하고 있다. 꿈은 꿈일 뿐이라고. 산봉우리 끝에 걸린 꿈 한조각을 향해 나아가지 못하고. 숨 쉬는 모든것들의 한숨마냥, 탄식으로 이어지고 만다.
언젠가-.
저 산봉우리 끝에 올라 커다란 소리로 야호-하고 외칠 수 있었어야 했는데. 난 그러지 못 한다. 아니-.
정확히는 또 꿈이라는 핑계를 대고 저 안개속에 숨어 핑계를 대고 있다.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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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삼사일 전에 써 놓았던 이야기.
쓸 것도 없고
쓰고싶은 것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