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ye Sivan - BLUE
셤실
그가 없는 2일 째 아침이 되었다. 밖은 우중충하고 비가 마치 폭포수처럼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나는 비가 들어오지 않게 조금만 창문을 열어 빈틈을 만든 뒤에 자연의 공기를 마셔보았다.
비가 오기 전의 냄새와 비슷했다. 축축하고, 너무 습하지는 않고. 그냥 딱 지금 분위기에 적절했다.
하늘을 바라보았다. 밝은 하늘빛깔을 띄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옅은 청록색을 띄고 있는 하늘이 조금 으시시하기도 했다. 나는 잠을 깰겸 세수를 하러 나갔다.
세수를 하는 동안 내 핸드폰에서 계속 카톡카톡거리는 소리가 났다. 신경쓰이는 나머지 핸드폰을 키고 카톡의 내용을 보았다. 첫번째는 아직 남아있던 반톡이었다.
나는 그곳의 가짜 의리를 저버리고 방을 나갔다.
이미 끝난 곳에서 머물고 있어봐야 패배자밖에 안된다는 생각을 한 나는 잠시 생각했다.
'나도 이미 떠난 그에게 계속 머물러있는데. 그럼 나도 패배자가 되는 거네?'
나는 모난 마음을 가다듬고 두번째 카톡을 보았다. 저장하지 않은 번호로 연락이 와 있었다. 내가 확인하는 순간, 그 사람은 계속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 메세지 봤어요? 답장해주세요!
- 누구세요?
- 저 그 빵집 알바생이요!^^
아. 답장 괜히했다. 원래 이때쯤이면 나는 카톡을 차단시켜야 했는데 나는 무슨 이유인지 계속 연락했다.
- 아, 그렇구나^^
- 저기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 네 물어보세요.
-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저는 한상혁이라고 해요!
음....알려줘야하나 스팸으로 돌려버려야하나 생각하다가 이름을 적어 메세지를 보냈다. 한상혁이라.....
내가 알고있는 애들 중에서 한상혁이라는 아이는 없는 걸로 알고있었다.
- 별빛이에요.
- 이름이 그냥 '별빛'이라고요? 이름 예쁘다.
- 네.
-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뭔가 제가 더 나이가 많아보여서...ㅎ 저는 21살이에요!
무슨 만남톡이라도 갖는 줄 알겠다. 나는 나이를 말해주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말했다. 아, 화제를 돌렸다고 해야 맞는 건가.
또한 그렇다고 그에게 내 나이를 속이면서까지 대화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다른 문장을 적어보냈다.
- ^^ 빵집에서 주로 뭐하세요?
그는 잠시동안 내 메세지를 보지 않다가 보았다. 그는 바로 답장했다.
- 저는 주로 빵을 반죽하는 일이랑 계산 도와드리고 서빙해요! 우리 지금 만날래요?
이건 뭘까 하고 잠시나마 생각했다. 지루하고 심심하게 시간을 보내며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생각 안나는 공부를 하는 것 보단 나을거라는
나의 야매적 생각에 나는 긍정적 답장을 보내고야 말았다.
- 네, 몇시에 어디에서 만날래요?
- 음.... 1시간 뒤에 형상기억합금 공장에서 볼래요?
집 주변에 공장이라는 게 있기는 했나? 나는 살짝 그가 의심갔지만 한번 믿어보기로 하고 알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준비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질끈 묶고 난 다음, 온몸을 검은색 코트로 감싼 다음 모든 준비를 끝낸 채 의자에 걸터앉아 휴대폰을 하였다.
나는 김원식, 그를 생각하지 않게 될 날을 오늘로 꼽고 싶었다.
핸드폰을 하며 55분을 잡아먹고, 나는 5분의 여유를 남긴 채 공장에 도착했다. 그는 더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왔어요? 나 별로 안 기다렸으니까 걱정안해도 돼요!"
걱정할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미안해요. 근데 오늘 만난 이유가 뭐에요?"
"어.....우리 우선은 조금 걸어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요."
"그게 뭐에요?"
"우선 첫번째. 몇 살이에요? 온라인 상에서는 아무래도 기록이 남으니까. 얼른 물어보고 끝내는 게 낫겠죠?"
나는 그의 로봇같은 웃음에 잠시 멈칫했다가 말해주었다. "17살이요."
"어? 그러면 여기 나오면 안 되지 않아? 뭐, 어차피 내가 자초한 일이니까 일단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게. 우리 가게에 잠시 해볼 생각 없는거야?"
갑자기 말을 놓은 그에게로부터 조금 당황했다.
"예? 어떤 의미로요? 그곳에서 구경을 하고 간다는 건가요 아니면 제가 그곳에 함께 속하게 되는 건가요?"
"두가지 다. 처음 걸 하다가 나중에는 일하게 되는 거지. 거기 알바비도 꽤 쏠쏠해. 같이 일하자."
나는 승낙을 하려다가 갑자기 행동을 멈췄다. 예전에 김원식이 나에게 말해주었는데.
"되도록이면 초콜릿 상점에 가지도 말고 거기 종업원들이랑 이야기 하지도 마. 너 위험할 수도 있거든. 봐봐. 저기 상점이름이...."
아, 생각났다. 초콜릿 가게, 그러니까 상점의 이름.
죽음과 달콤함의 사이.
뭐지. 이게 왜 무섭다는 거지. 잠시 생각했다. 아, 대답. 대답해야지.
"아니에요. 학생이니까 공부해야죠." 대충 얼버무렸다.
"잠시만 별빛아. 학생은 공부해야한다. 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말한거야? 학생은 공부뿐만 아니라 나중의 사회로 진출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해.
커리어도 쌓아야하고. 많은 청소년들이 알바를 하는 이유도 그거야.
공부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도 있어 우리 그런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에서 초콜릿가게에서 알바를 하는 건 어때? 새로운 사회경험을 하는거지!"
그의 인위적인 미소와 함께 날린 멘트는 그의 뜻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나는 장문의 대화에 말이 막힐 뻔했다. 글의 핵심을 찾아야 한다. 말의 핵심은. 알바하자. 였다. 그래, 아예 단호하게 말하자.
"하고 싶지 않아요."
"아 그래? 그럼..." 나는 그 다음 말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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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스쳐지나가는 하나의 글이라구 생각해주세여...8ㅅ8..// 읽어주셔서 언제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