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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내 기분이 최악 이였다 해도 난 출근을 해야만 했다.
진환씨는 오늘 기분이 괜찮냐고 물었는데,
좋을리가 없었다.
'당장 이라도 때려치고 싶은걸요?'
라고 말할 뻔 했다.
그냥 웃으며 괜찮다고 대답 하고 팀장 자리를 흘긋 봤다.
블라인드가 쳐져 있어서 김팀장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 차라리 눈 앞에 보이지 마...! 제발..!
"코닉씨, 5분 뒤에 회의 있어요."
아
.......
5분 뒤면 그 엿같은 팀장의 얼굴을 마주봐야 한다니
상상 만으로 머리가 지끈거렸다.
과연 오늘은 무슨 일로 나를 들들 볶을까?
벌써부터 진절머리가 나서
관자놀이를 손으로 꾹꾹 문질렀다.
"왜 그래요, 머리 아파요?"
"네? 아.. 그.. 커피를 못 마셔서.."
"다행이네. 내가 커피 내려줄게요. 들고 회의 들어가요."
사회 생활을 하면서 거짓말 하나는 기가 막히게
늘어난 것 같다. 여기서 그나마 버틸 수 있는건
진환씨 덕이 컸다.
처음엔 진환씨가 너무 살갑게 잘 챙겨줘서
날 좋아하는 거 아닐까!
싶은 마음에 들뜬 적도 있지만 진환씨가 여자친구가
있다는 소문을 들어서 나 혼자 또 이불 킥을 해야했다.
근데 진환씨는 잘생겼고, 다정하고, 패션 센스도 좋고...
여전히 지금도 진환씨랑 연애 하는 상상을 하긴 한다.
상상은 죄가 아니잖아요...
꿈은 크게 가지랬는데...
또르르..☆
9
"기획안 검토 해서 제출 해주시고 오늘 회의는 그만 끝내죠."
왠일로 악마 같은 김팀장이 오늘은 잠잠하게
회의를 끝냈다. 끝나고 늘 덧붙이던
'김코닉씨는 따라오세요."
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입꼬리도 슬슬 올라가기 시작했다.
짜식, 니가 드디어 인간 답게 살기로 마음 먹었구나?
그래. 그 마음을 죽을 때 까지 유지해라.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쓸데없이 이것저것 검색 하고 있었다.
어? 이 카페 예쁘다.
요샌 카페들이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 이상의
목적을 가져서 아예 설계 부터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다.
아무래도 직업이 직업인 만큼 카페 창업 디자인 쪽
일을 회사가 맡을 때가 있어서 자주 봤는데
요즘 정말 그렇다. 대세는 sns에 올리기 예쁜
인테리어가 괜찮은 좋은 분위기의 카페.
나는 갈 여유도 없고 갈 친구도 없었지만,
한번쯤 가보고 싶기도 했다. sns는 하지 않았다.
연락을 주고 받을 친구도 없을 뿐더러, 남의 행복에 좋아요를
눌러줄 마음도 없었다. 괜히 자격지심만 생길 것 같아서.
한참 블로그에 올라온 카페의 포스팅을 보다가
창을 닫았다. 어제 급한 프로젝트를 끝내서 회사는 한가했다.
으으, 오늘 칼퇴 시킬 것 같은데 집 들어갈 때
치킨이나 사갈까.
동생이 치킨이면 사족을 못 쓴다. 나도 좋아하는 편이고.
안 먹은지 오래 됐는데 사가면 동생이 호들갑을 떨며
분명 좋아할 게 뻔했다. 귀여워!
핸드폰 잠금을 풀어 메모장에 '치킨 사가기' 를 적고,
동생한테 카톡으로 무슨 치킨이 먹고 싶냐고 물었다.
아, 수업 중 이려나?
"코닉씨. 오늘 뭐해요?"
"오늘요? 딱히.. 퇴근하고 집가죠!"
"오늘 날씨 되게 좋아요."
"그러네요? 더위 끝났나 봐요."
"오늘 할 거 없으면 커피 마시러 갈래요?"
네?
????
난 진환씨가 할 말을 다시 생각 했다.
내가 잘못 들은건가? 커피를 마시자고?
회사 끝나고 밖에서? 둘이서?
왜지?! 이거.. 지금... 데이트 신청? 맞나?
아닌데? 여자친구 있다며??
아니지, 그냥 커피 한잔 정도는
회사 동료 끼리 마실 수 있는거 잖아..?
맞아. 진환씨는 그냥 가볍게 커피 마시자는 거야.
근데 왜 지랄 맞게 내 심장은 콩콩콩 뛰는거냐고......
"아.. 바쁘면 괜찮구요."
내가 대답이 없으니까 진환씨는 거절 이라고 생각 했는지
괜찮다며 덧붙이곤 씩 웃었다.
진짜.. 심장폭행..
진환씨.. 웃지마요.. 진환씨가 위험해요..
"아뇨? 저 완전 한가 해요. 정말로요."
"가요. 언제 가요? 언제 갈까요?"
내가 급하게 말을 하자 진환씨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회사 끝나고 가요.
했다. 그리고 나는 틈틈히 화장실로 가서
화장 하고 고치고 하고 고치고 를
반복 했다.
10
"진짜 예뻐요, 여기"
"그래요? 커피는 어때요?"
"진짜 맛있어요! 근데 제가 계산 하면 되는데.."
"괜찮아요."
"여기까지 태워다 주시기 까지 했는데 죄송해서..."
"내가 오자고 했잖아요."
"다음..에 혹시 다음에 카페 가면 제가 살게요!"
"알았어요, 진짜 사줘요. 나 기억 하고 있을게요?"
회사가 끝나자 마자 주차장 으로 가서
진환씨 차를 타고 카페로 왔다.
아까 블로그에서 본 거기 였다. 사진 보다 더 예뻐.
커피도 맛있어. 근데 진환씨랑 왔다는 게 더 설레.
내가 계산 하겠다는 걸 굳이 진환씨가 계산 했다.
다음이 있을리 없지만(...) 다음엔 내가
사겠다고 했더니 기억 하고 있겠단다.
너무 예쁘고 분위기도 좋아서
사진 잘 안찍는데 찍었다.
나중에 한번 더 와야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이런 여유, 이런 행복, 이런 감정 그리고
이런 경험 까지. 날 데려와준 진환씨 한테 고마웠다.
"진환씨, 고마워요. 진짜루.."
"사실 아까 회사에서 봤던 곳 이예요, 여기."
"꼭 와 보고 싶었는데 진환씨 덕분에 왔네요!"
진환씨는 그냥 웃었다. 나 방금...
촌스러워 보였나..?
하지만 고마운건 고마운거지! 진환씨 아니면
올 사람도 없었는데.
진환씨는 늦었다며 들어가자고 했다.
나는 또 한사코 사양 했지만 진환씨 차로
집 앞 까지 왔다.
"아, 진짜 괜찮은데.. 오늘 너무 감사해요."
"그만 고마워 해요. 엄청 잘해준 것도 없는데, 나?"
"아니예요! 피곤 하실텐데 빨리 가세요. 저 내릴게요."
"코닉씨, 잠깐만"
"네?"
진환씨가 내리려는 날 불렀다.
그리고 한참을 쳐다봤다.
뭐..지...?....
얼굴이 화끈 거렸다. 부끄러웠다.
뭐가 묻었나.. 왜 계속 쳐다보는 거야..
부끄러워서 눈동자를 요리조리 굴렸다.
가까이서 본 진환씨는 더 잘생겼다.
흡!
숨을 참았다.
혹시나 숨 쉬는데 콧구멍이 벌렁 거리면 어떡해.
못생겨 보이잖아...
진환씨는 한참을 보다가 푸스스 웃었다.
뭐야. 뭐냐고. 왜 웃지?
내가 웃기게 생겼나?
도통 알 수가 없어서 슬쩍 진환씨를 봤다.
다시 날 보고 있었다.
난 다시 눈을 돌렸다.
"코닉씨"
"네? 네.."
"얼굴 빨개졌어요."
히익!
얼마나 빨개진거야!
나는 당황스러워서 고개를 푹 숙였다.
주책이야, 진짜.
그런 나를 보던 진환씨는 더 크게 웃었다.
속상 해졌다.
좋아하는거 들키는거 아냐...?
"코닉씨 왜 그렇게 귀여워요?"
"네?"
"나 오늘 코닉씨 한테 데이트 신청 한거예요."
"천천히 다가가려고 했는데 도무지 진전이 없더라고."
"계속 기다리다간 내가 못 참겠더라구요."
"부담스러운 거 아니죠?"
"지금 사귀자는 거 아니예요. 알아가자는 거예요."
"근데 내가 좋아한다는건 알고 있었으면 해서."
"네...?...네......"
"싫어요?"
이게 지금 무슨 소리야.
진환씨가 날 좋아한다고?
정말? 진짜?
멍해졌다. 가슴께가 간질간질 했다.
좋았다. 그냥 이 기분을 나도 잘 모르겠고 그냥..
그냥 간질간질 거렸다.
얼굴이 더 빨개지는 느낌 이였다.
"...안 부담스러워요."
"진짜로? 다행이다. 나 차일까 봐 좀 떨렸어요."
"차다니..!.. 저 지금.. 어.. 무슨 느낌인지 잘 모르겠는데.."
"차인거예요, 나?"
"아니, 아니요!!! 저, 지금 좋아요. 아니, 진환씨 좋아요!"
"벌써 고백 하는 거예요? 나는 완전 좋긴 하지만"
"..."
"장난 이예요. 고마워요. 안 부담스럽다고 해줘서"
"들어가요, 진짜 늦었다."
"연락할게"
10
무슨 정신으로 내리고 무슨 정신으로
집까지 들어왔더라.
붕 뜬 느낌 이였다. 믿기지가 않았다.
진환씨가 날 좋아하다니!
완전 좋아!
옷도 안갈아입고 침대에 누워서 심장에 손을 올렸다.
두근두근 거려.
카톡!
하는 소리에 핸드폰을 확인 했다.
'잘 들어갔어요?'
누군지 안봐도 뻔했다.
웃음이 났다. 얼마만이지, 나?
이렇게 설레 본 적이..
열심히 살아서 하늘이 준 상 같았다.
그것도 엄청 큰 상.
눈을 감고 아까 차 안에서 진환씨가 한 말을 곱씹었다.
쾅
"야!!!!!!!! 치킨 사온다며!!!!!!!"
"기다렸잖아!!!!!!!!!!!!!!!!"
동생이 소리 지르면서 베개를 던졌다.
아무렴 어때,
나 오늘 최고로 행복해.
동생한테 웃으면서 말했다.
"세상은 아름다워. 좋은 곳이야."
"뭐래, 놀려? 지금?"
"동생아, 사랑해."
동생은 날 미친사람 보듯이 보더니 방문을 닫고 나갔다.
상관 없어.
난 지금 김팀장이 나한테 이유 없이 뺨을 때리고
욕을 해도 웃을 수 있는 기분 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짜 내 뺨을 때리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핸드폰을 들어서 진환씨 한테 답장을 했다.
'내일 저녁 같이 먹을래요?'
'안 바쁘면!'
답장을 보내고 바로 씻으러 갔다.
씻고 나와서 팩을 했다.
팩 붙이고 잠들어 버렸지만...
다음날 아침에 핸드폰을 확인 했다.
진환씨 : 안 바빠요.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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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서 미안해요. 그리고 댓글 달아주는 거 너무 고마워요!!! 너무 고마운데 부끄러워서 답글은 못달겠는 거 있죠 ㅠ_ㅠ 전개 느려요, 빨라요? 고작 3편 썼는데 제 성격이 급해서 벌써... 진환이의 마음을... ☆open☆ 했어요.. ㅎ 아무튼 부족한 글 읽어줘서 고마워요. 댓글 달아주는 콘들 진짜로 고마워요!!!!x100 계속 말하고 싶다..진짜 고마워서.. 다음 편 되도록 빨리 들고 올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