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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카페도 생기고 부럽네-, "
" 김셰프? "
" 응, 누군 밀려드는 오더에 손도 만신창인데. "
" 얼굴이 한 몫 했지, 그렇지 않아? "
" ... 뭐, 반박할 순 없네. "
도대체 김셰프가 근무하는 곳이 이 레스토랑인 걸 어떻게 알아낸건지, 저 얼굴이 방송을 탄 이후론 '루치아'에 근무하는 요리사들의 손이 멀쩡할 날이 없어졌다. 물론 사장님은 에헤라디야 기뻐하시겠지만, 그 아래에서 폭풍치듯 몰아치는 오더를 받고 요리하는 건 우리라고. 아 눈물나네, 큽.
교대 타임동안 주어진 잠깐의 휴식에 직원 전용 휴게실에서 쉬던 중 혼잣말을 중얼거리니 언제 왔는지 파티셰 승철이 답을 해왔다. 주방장님은 카메라 마사지 받으시는 동안 부주는 자리 때우느라 뼈가 빠질 듯이 일하고.
TV 화면으로 보이는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괜히 설움이 생긴다, 이씨. 쟤 얼굴 때문에 요즘 기사 댓글같은 거 보니까 난리도 아니던데.
" 경연은 왜 나가서 ..., "
" 왜, 막 질투나고 그래? "
" 질투나긴 누가 질투난다고 그래. "
" 양쪽 볼따구에 질.투. 라고 떡하니 적혀있네. "
" 너 나가, 왜 쉬어. "
" 우리 김부주님 왜 이러실까-, "
들러붙는 최승철(오빠)를 뒤로 하고 한창 바쁠 주방으로 다시 발을 옮겼다. 메인 셰프가 빠졌는데 내가 오더는 내려줘야지, 그래도.
§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몸도 적응을 못 하는 지, 말을 듣지 않았다, 특히 손이. 매일 잡던 팬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손이 싫어 움직임이 점점 섬세함을 잃어가고 있었다. 아, 짜증나. 팬을 다시 고쳐쥐고 시작하려던 찰나 옆에서 큰 그림자가 옅게 드리워졌다.
" 부주가 그렇게 주방 도구 함부로 다뤄도 되는거야? "
" 김셰프님은 방송 잘 하고 왔어요? 보니까 인기 되게 많으시던데. "
" 말 돌리는 거 봐라, 내가 누구냐. 김민규지, 인기 당연히 보장되있는 거 아니야? "
" ... 사람들이 이 모습을 알아야 하는데, "
" 아아-, 몰라. 이제 내가 오더 내릴게. 수고했어, 오늘. "
헐, 진짜요? 왠일이에요? 난데없는 김셰프의 호의에 당황스러웠다. 원래 이렇게 잘 빼주는 사람 아닌데. 고개를 갸웃거리자 턱 끝을 까딱거리며 어딘가를 가리키는 셰프였다.
그, 치료 좀 해. ...네? 어디를 가리키는 지 알 수 없는 셰프의 턱 끝에 시선을 고정했다. 도대체 어디를 말하는 거야. 치료할 데가 어디 있다고. 내가 계속 헤메이자 새로 요리를 하려던 승관이를 대뜸 불러오는 셰프였다.
" 너, 손. "
" ... 아? "
" 부승관, 얘 데리고 나 대신에 치료 좀 해줘. 덜렁거려서 혼자는 저얼대 못할 것 같으니까. "
" 아, 내가 왜 덜렁거려-. "
누가 덜렁거린다고 그래. 나처럼 꼼꼼한 사람이 또 어디있다고. 셰프를 흘겨보자 승관이가 '저 ..., 봉봉셰프님, 빨리 안 오시면 제가 민규셰프한테 혼나요 ..,' 라며 말 끝을 흐리면서 내 눈을 간절하게 쳐다봤다.
도대체 애를 평소에 얼마나 갈군거야, 혼난다니. 뭐 하나라도 잃어버린 듯 애처로운 표정을 하고 있는 승관이에 눈가가 시큰해(지지는 않았고)질 뻔 했다.
" 치, 김민규. 지가 치료해주면 뭐가 덧나나. "
" 그럼 셰프님 저 싫어요 ...? "
" 아니야, 아니야-. 절대. 누가 너 싫어해. 내가 혼내줄게, 데리고 와. "
" 그러면요, 있잖아요. "
사이좋게 휴게실로 걸어가고 있던 도중에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곤 내 앞을 가로막는 승관이에 머리 위로 물음표가 가득해졌다. 혹시-, 민규셰프님 좋ㅇ-, 아악! 왜요! 그럼 그렇지, 부승관 입에서 정상적인 소리가 나올 리 없지. 물어볼 게 뭔가 했는데, 저런 터무니 없는 소리라니. 확, 치료 안 받아버릴까부다.
" 아아, 죄송해요. 저는 진짜 그런 줄 알고오, "
" 치료 받지 말까, 승관아? "
" 그건 안 됩니다, 빨리 와요, 진짜. "
" 한 번 더 이런 소리 하면 김민규한테 다 말해버릴거야. "
알겠으니까 빨리 와요-, 셰프님은 아니겠지만 전 오더 밀려있을 것 같단 말이에요. 뭔가 아직도 나를 만만하게 보는 것 같은 수상쩍은 승관이의 말투가 의심스러웠지만, 사실 아까부터 조금씩 쓰라려오는 손에 휴게실의 문을 벌컥-, 열었다. 열었다, 열었다?
" 에엑, 아, 김봉봉. 나가려고 했는데. "
" 깜짝아, 오빤 왜 아직도 여기 있어. "
" 방금 누구한테 연락 해야되서 잠깐 다시 왔는데, 머리 아파. "
" 머리? 왜? 무슨 일 있어? "
니가 문 벌컥 열어서 부딪혔잖아 ..., 머리를 문지르며 무슨 일이 있었긴 하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나가는 승철에 헛웃음이 터졌다. 멀쩡하게 생겨선, 왜 저런대.
내적 웃음이 터진 나를 혼자서 끌고 와 휴게실 의자에 앉히곤 구급상자를 척척 꺼내오는 승관이에 오, 의왼데-. 감탄사를 날려주었다. 또 이런 거 좋아하지, 승관이는.
" 아아, 셰프님. 빨리 여기 앉아요, 치료해야되니까. "
" ... 그래. "
" 헤엑, 손가락 빨간 것 좀 봐. 물집 터진 것 같은데. 내일부터 팬 잡는다 해도 스칠텐데 .., "
" 그렇게 호들갑 떨 것 까진 없어, 승관아 ..., "
흔히 터지는 물집 가지고 엄청난 리액션을 해주는 승관이에 참 오늘도 정신이 없구나, 다시 한 번 느꼈다.
정말, 정신없이 지나가네.
으어 |
결국 어제까지 아무 것도 올리지 못하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다 결정한 건 ...! 새작을 내는 것이였습니다 헤헤. (이러다 폭풍으로 새작만 내는 건 아닐거에요 ... 아닙니다 ... 8ㅅ8
암호닉은 권아나와 따로 받아요!
잘 부탁 드려요 ♡
- 첫 화니 구독료는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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