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용소에서 태어났고, 수용소에서 함께 자라왔다.
우리에게 수용소 밖의 세상은 존재하지 않았고 그저 창문 밖으로 보이는 빛이 우리에게는 유일한 하늘이었다.
어느날, 우리는 더이상 수용소에서 살아갈 수 없어졌다.
모든게 망가지고 사라졌다. 그저우리 밖에 없었다.
우리가 밖으로 걸어나가 본 세상은
모든 것이 사라진 세계, 무너진 도시와 황폐해진 땅, 그안에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은 우리를 받아들여 주지 않았다. 밖에 나가서 조차 우리는, 우리밖에 없었다.
그제서야 멈칫한 한빈은 잠시 약 3초간 멍해져 있다, 시체 위에서 내려 왔다. 그리고는 피묻은 손을 대충 시체의 옷에 닦아 냈다. 그 모든 모습을 보고 있던 진환은 그저 조용히 기절해 있는 동혁을 꼬옥 안아들 뿐이었다. 이곳에 살아있는 사람은 세명이나 있는데,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할수 없었다.
"한빈형! 환형!!!"
순간 저멀리서 뛰어 오는 준회의 모습이 보였다. 그역시도 사색이 된 표정이었다. 하긴 그런 일을 듣고 사색이 되지 않는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괜찮아?! 동혁이는?!"
"여기. 크게 다친곳은 없어. 미리 처리했거든. 하지만 자잘하게 긁힌 상처들이 많으니까 데리고 가서 치료해야 할거야."
창백해져 숨조차 쉬지 못할것 같은 그의 표정에 진정시키려는 듯 진환은 자신이 꼬옥 안고 있던 동혁을 건내주었다. 준회는 그제서야 한숨을 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의 형들, 특히나 한빈은 여기저기 피가 튀어 가려져 있을뿐, 그의 상처도 만만치 않았다.
"형도 빨리 가서 치료하자. 형 상처도..."
"내피 아니야. 난 강물에 좀 씻고 갈게. 먼저 가있어."
준회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말을 자르고 자리를 뜨는 한빈. 그는 어느새 자신의 손아래고 흐르는 피가 자신의 피인지 그 시체의 피인지 분간하기도 힘들었다. 진환도 말없이 그를 따라 걸었다. 지금 그는 많이 불안해 보였다. 그가 도착한 곳은 녹물이 섞여 흐르지만 그나마 깨끗한 강가. 그곳에 한빈은 조용히 두손을 담갔다. 진환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윽,"
돌맹이를 너무 꽉 움켜 쥐었는지 손에도 자잘한 상처들이 꽤나 많았다. 왠지 몸에 묻은 피보다 자신이 흘린 피가 더 많을 것 같다는 착각도 들었다. 그는 강물에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피가 튀어 범벅이된체 무표정한 얼굴이 마치 괴물이 된것 같아 그는 미친듯이 자기 얼굴을 씻었다. 빡빡 문질러 얼굴이 얼얼해 지도록 계속 문질렀다.
"흐윽..."
내잘못이 아니다. 나는 그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것이다. 그 새끼는 죽어도 싸다. 오히려 잘한 짓이다. 몇번이나 최면을 걸었다. 그렇게 미친듯이 떨려오는 손을 진정하려 계속 얼굴을 씻었다. 어느새 다시 강가에 비춰본 그의 얼굴에는 코부분과 눈가가 붉어져 울음을 억지로 참는 아이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아까보다 더 보기 싫다. 더 얼굴을 문지르려 했다.
"...흡."
입을 틀어막아도 소리가 비집고 나왔다. 안되는데...
"으윽..."
아무도 들으면 안되는데...
"!!!"
순간 누군가 자신의 옆에 앉아 그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했다. 아까부터 따라왔던, 하지만 인지하지 못했던 진환이였다.
"...울어. 울자."
"...으아아앙~읍으...으아앙!"
하지만 결국 그 강해 보였던 아이는 고작 자신보다 두살 많은 형의 품에 안겨, 강가에 혼자 쭈그려 앉은 몸을 최대한 웅크린체 울부짓고 말았다. 그것이 그 아이의 첫 살인 이었다.
-지구가 황폐해 지면서 생존력이 약한 여자들은 소수만 살아남아, 그존재 자체가 귀해 졌다. 하지만 이 나라는 아직도 일부 일처제 였고, 같은 마을에 사는 이상 임자있는 여자를 건드릴 간큰 놈들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대신해서 성욕을 풀어줄 무언가가 필요했고 가장 쉽게 구할 수 있고, 입막음 조차 할 필요 없는 존재들이 마을에 정작하지 못하고 떠돌아 다니는 힘없는 아이들이었다.ㅡ
"꼭 어른이 될 필요가 있을까? 우리가 본 어른들 처럼 서로 잡고, 잡아먹히고, 뺏고, 죽이는 것이 어른이라면 나는 어린아이로 남으려고! 그러다 죽으면.. 어쩔수 없지뭐."
"꼭... 저렇게 살아야하는 걸까요?
그냥 이렇게 우리끼리 살아가면 안돼요?"
일단 바비의 말을 100% 신뢰할 수 없었음으로 한빈은 윤형과 찬우에게 바비와 함께 갔다와 달라고 부탁했다. 때는 밤이라 다행히 어른들은 없었고, 그들도 이곳은 발견하지 못한 건지 꽤나 풍족한 먹거리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바비는 이에 자랑스럽게 말했지만 윤형은 살면서 처음보는 음식에 이런곳 자체가 처음이라 일단 경계를 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여기봐 여기! 정말 먹을것 천지라니까!"
"그런데 여기 몰래 들어와도 되는 거야? 다 처음보는 것들인데?"
"뭐 어때?!"
"일단 하나씩 싸가자. 각자 포대 하나씩은 있지?"
"오케!"
"알았어요."
일단 딱히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그들은 주변에 있는 것을 쓸어 담아 내기 시작했다. 과자 칸과 일상 용품을 담아내는 찬우과, 즉석 식품칸을 담아내는 윤형, 그리고 바비는 냉장고칸을 쓸어 담았다.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었는데, 찬우는 일단 가볍고 바로 먹을수 있는 음식과 실생활용품을 담는 것이었고, 윤형은 음식을 살펴본 결과 뒷 사용설명서에 대부분 끓이면 먹을 수 있는 것들이라 애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바로바로 먹일 수 있다는 엄마 마음이었다. 바비는...
"윤형아! 찬우! 이거봐!"
"??"
그는 삼각형의 음식을 세모 모양으로 잡으며 흥얼거리고 있었다.
"삼각깁밥이래~! 삼각삼각! 김밥,김밥,김바비~!"
"..."
그냥 아무생각 없는 것일지도...
"...하아"
"응?"
평소라면 같이 받아쳐줬을 테지만, 오늘은 왠지 상태가 좋지 않은 찬우인지라 그저 머리를 잡고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이에 잠시 그를 쳐다보던 윤형이 주변을 둘러보더니 구석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손이 닿지 않아 발끝을 들어 올려 하나를 꺼내온 윤형은 밝게 웃으며 찬우에게 하나를 입에 물려주었다. 두개의 동그란 사탕..
"형??"
"이거 먹고 힘내서 하자. 우리 동생들 먹여 살려야지."
작게 파이팅을 해주는 윤형에 찬우는 밝게 웃으며 사탕을 굴렸다. 사탕이 참 달았다.
"애애~ 형 나 쫌만 더 주라~"
"안돼. 똑같이 1인분이야."
"난 사냥해 왔잖아."
"너랑 한빈이는 사냥해 왔고, 준회랑 동혁이, 찬우는 한창 키클때고, 나랑 윤형이는 열심히 요리헸어. 너만 이유가 있는게 아니랍니다."
흡사 엄마처럼 조근조근 반박하는 진환의 말에 바비는 힘없이 1인분 배식을 받아와야 했다. 그런 그의 축처진 어깨가 조금 안쓰러운 동혁은 잠시 자신의 밥그릇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키가 커야 한다며 언제나 자신이 먹는 양에 비해서 많은 양을 퍼주는 진환이었다.
"난... 덜먹어도 되는데..."
결국 다같이 식사가 시작한 사이 바비 몰래 바비의 밥그릇에 밥을 옮겨 담아 버린다. 그렇게 또 식사를 하던중 바비는 문득 줄어들지 않는 밥에 밝게 웃었다.
"오! 오늘은 밥이 많아! 준회야! 더먹을래?!"
"오오오! 감사합니다."
"풉!"
순간 동혁은 아까운 밥을 뿜을뻔 했다. 이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는 바비.
"왜? 너도주까?"
"아,아니요... 괜찮습니다."
표정은 물론 상당히 바비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표정이었지만, 바비는 개의치 않고 밝게 준회에게 밥을 덜어 주었다. 그 모습이 너무 어이 없어 한참이나 준회를 관찰하던 동혁은 조금 어이 없는 장면을 또 보고 말았다. 이번에는 준회가 자기가 죽어라 사수하던 비둘기 고기를 한빈형에게 몰래 전해주고. 한빈은 또 빵한쪽을 뜯어 진환형 모르게 식판에 올려 놓았다. 진환형은 정수된 물을 조금 덜어 목이 자주 막히는 윤형형에게 조금더 얹어 주었고, 윤형형은 또 몰래 국을 찬우에게 따라주었다. 어느새 자신의 식판에도 무언가 하나가 늘어간것 같았다.
"... 뭔가 정말 바보 같아. 우리."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피식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세상은 여전히 잔인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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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했스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