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이 좋아? 上
written SOW.
01.
언제부터였지, 전정국이 내게 처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한게 ‥ 초등학교 때였을거다. 그 때 중학생이었던
언니를 좋아하게됬다며 도와달라던 전정국이 이질적으로 보였었다. 초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뛰어난 외모를 지녔던 전정국은
중학생들 사이에서도 꽤나 유명인사라고 했다. 그런 전정국이 (당시 초등학교 6학년 때 였으니 그 누나와는 2살차이였다.) 중학교 2학년인
언니를 좋아한다며 쫓아다니니까, 당연히 그 언니는 유명인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초딩이 자기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좋아할 사람은 흔치 않겠지만,
전정국은 그냥 초딩이 아니였다. '잘생긴'초딩이었지.
그런 전정국과 그 언니가 유명해지고, 두 달이었나. 그만큼 전정국이 치대다가 그 언니가 받아줬던게 기억난다.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 전정국이 초등학교 졸업식 때 나한테 미안하다며 손을 휘휘 젓고 그 언니에게 달려가던 모습이.
그 날, 사실 나는 전정국에게 고백하려 했다.
02.
그렇게 전정국이 날 매몰차게 버린(?)후에도 중학교를 같은 중학교로 진학한 나와 전정국은 여전히 붙어다녔다.
아, 그 언니랑은 한 달도 못갔다. 전정국은 이 때부터 나쁜남자의 기질이 나타났던 것 같긴 한데.
좀 사귀어보더니 질린다며 그 언니를 찼다. 그 언니는 나름대로 전정국을 좋아했었는지, 일주일동안 전화며 문자며
심지어 나한테까지도 찾아왔었다.
전정국과 계속 붙어다니는 내가 꼴보기 싫었는지, 그 언니 친구들이 우리 중학교에 찾아와서 나한테 뭐라고 하기도 했었다.
물론 (개)무시했지만.
중학교에 들어온지 얼마나 됬다고, 전정국은 그 잘난 외모를 두고 여러여자를 사귀었다.
옆에서 알짱거리는 여자들이 한 둘이 아니었지만 난 상관하지 않았다. 졸업식 날 이후로 난 마음을 접었으니까.
아, 접었다고 생각했다. 전정국이 고등학생 언니랑 사귀기 전 까진.
중3때였나, 전정국이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내게 처음으로 그 언니를 보여줬는데.
오질라게 예뻤다. 연예기획사는 이 사람 안데려가고 뭐하냐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게 생긴 얼굴이라고 해야하나.
몸매도 아주 .. 역시 고딩은 다르구나 했다. 그리고 그 언니를 보자마자 기분이 나빴다.
여태 전정국이 여자친구를 동갑이나 연하만 사겼을 때는 그저 그랬는데. 뭔가 그 언니를 좋아한다는게 진심이라는게 느껴지니까
질투 비스무리한게 피어올랐던거 같다.
그 날 이후로 난 전정국 옆에 질리도록 붙어있었다. 전정국은 날 못내쳤다. 왠진 모르지만 어렸을 때 부터 그래왔다, 앞으로도 그럴거고.
결국은 나 때문에 빡친 언니가 헤어지자고 해서 헤어졌다. 전정국은 처음에 왜 헤어지자고 하는거냐고 물었다고 했다.
만약 자기한테 감정이 식은거면 자기가 잘하겠다며 붙잡기도 했단다. 하지만 헤어지자는 이유가 나라는걸 들었을 때,
전정국은 망설임 없이 알겠다고 하고 헤어졌다고 한다. 이 새끼는 사람 헷갈리게 하는데 재주가 있다.
그걸 또 왜 나한테 직접 말해서 착각하게 만드는지. 아마 전정국의 수조에 가장 큰 물고기는 내가 아닐까 싶다.
먹이도 항상 특급으로 주는 덕에 항상 배불러 죽겠으니까.
03.
사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우리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 고등학생 때도 똑같았다. 대학생이랑 사귀었다.)
대학생이 된 이 시점부터 시작된다. 또 거지같은 레파토리의 시작이다. 이번엔 직장인이랑 사귄다.
미X놈.
04.
" 야, 넌 생각이 없냐? 너 군대 갔다올 때 까지 그 여자가 널 기다려 줄거 같냐?"
"그 여자라니, 내가 말 예쁘게 하랬지."
여주의 흘러내린 머리를 뒤로 넘겨주며 말을 예쁘게 하라는 정국에 여주가 헛웃음을 쳤다. 지금 그게 중요하냐?
여주의 속은 부글부글 끓다 못해 증발해 버릴 기세였다. 대학교 입학하고 나서는 좀 나아지겠지 싶었건만,
그놈의 연상바라기는 죽지 않고 다시 되살아 났다. 제발 전정국 몸에 연상바라기 세포가 다 뒤지면 좋으련만
대체 어떻게 만났는지 이번엔 직장인이랑 사귄다. 자그마치 7살차이다.
"아 7살이나 차이나는 아줌마가 뭐가 좋다고 이 지랄이냐고!"
여주가 자신에게 닿아있던 정국의 손을 내치며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런 여주에 행동에 놀란 정국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주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듯, 어색한 미소를 지은 정국이 다시 여주를 달래는 투로
말했다. 착한 우리여주~! 자꾸 오빠 여친한테 아줌마니 뭐니 할꺼야? 이러면 오빠 섭섭한데!
X발, 누가 오빠야. 여주가 속으로 욕을 짓이기며 정국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근육돼지새끼, 내 발가락이 더 아프네.
"아! 야 너 뭐가 문젠데. 아 말로 하라고."
"됐어. 내가 너랑 무슨 말을 하냐. 오늘 니 여친이랑 재밌게 노세요."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정국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여주가 현관문을 나섰다. 질리도록 와본 정국의 집이지만
오늘만큼 짜증나게 정국의 집을 나섰던 적은 없었다. 집을 나서자마자 한숨을 푹-, 쉬던 여주가 호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어디야. 술 먹을래?
05.
호석은 죽을맛이었다. 술이 쓸데없이 쎈 여주는 언제나 기피상대 1호였다. 술내기를 하면 언제나 지는 쪽은 자신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자신이 오기 전 부터 소주병들이 테이블에서 굴러다니는 걸로 봐선, 오늘 술내기의 승자는 자신이 아닐까 싶다.
"야, 김여주. 너 미쳤냐? 해 진지 얼마나 됬다고 이 만큼이나 마셨어."
"씨-발. 닥쳐. 오늘 누나 기분 레알 별로야. 아니, 너도 연상 좋아하냐?"
"갑자기 무슨소리래. 난 연상보단 연하임."
"그치! 남자는 자고로 동갑이지!"
"너 귀 안좋냐? 난 연하라고."
계속 동갑이 좋지 않냐며 땡깡을 피우는 여주에 호석은 느꼈다. 아, 이 새끼 취했구나.
김여주가 취하면 언제나 정국의 폰에선 불이 났다. 전정국은 김여주 일이라면 언제나 달려오니까 호석은 이 둘이 사귀는 사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사귀는 사이는 무슨, 일방적으로 김여주가 전정국을 짝사랑 하는 중 이었다. 그리고 전정국이 연상을 사귀는 날엔
여주가 취하는 날이다. 아, 전정국 여자친구 생겼구나. 눈치 빠르게 여주가 취한 원인을 잡아챈 호석이 여주에게 물었다.
"왜, 전정국 여자친구 생겼냐?"
여주가 쳐박았던 고개를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처롭게 울리는 여주의 전화는 보나마나 정국이 발신자일터.
지금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는 여주가 걱정되어 전화한거겠지. 호석이 전화를 받으려 손을 뻗자, 여주가 그를 저지했다.
"씨발, 나 오늘 집에 안들어갈꺼야. 야 사우나 콜?"
사우나는 무슨 사우나야. 얘가 미쳤나. 여주의 제의를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 친 호석이 여주의 이마를 툭, 아프지 않게 밀치며 말했다.
남자랑 함부로 사우나 가는거 아니다.
그리고 여주의 전화를 받았다. 예상대로 정국이었다.
-? 누구세요.
호석의 목소리를 알아채지 못한 듯, 정국이 누구냐고 물었다. 호석은 당황했지만, 이내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씨익 웃었다.
오랜만에 전정국 빡치는 것 좀 보겠네.
"그쪽은 누구신데 우리 여주한테 전화질 입니까."
호석이 감기에 걸려 목소리가 낮아진게 이렇게 쓰일 줄이야. 통화내용을 듣던 여주가 호석의 의도를 알아차렸다는 듯,
이 몰카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아, 오빠! 누구야! 전화끊어 빨리! 나랑 술먹기로 했으면서 왜 전화해애!"
상황을 모른 채 듣는다면 꽤나 위험한 말이었다. 정국의 귀에 '오빠'와 '술먹기로 했다.'는 말은 제대로 오해의 요소가 되어
질투라는 작용이 펼쳐질 것 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라스트는 호석이 장식했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앞으로 우리 여주한테 전화걸지 마세요."
끊긴 전화를 바라보며 깔깔, 웃는 호석과 여주가 하이파이브를 했다. 역시, 넌 이쪽에는 탁월한 뇌가 있는거 같아 호석아.
호석이 대꾸했다. 넌 역시 내 친구야. 오랜만에 전정국 빡치는 것 좀 보겠다?
상상만으로 즐거운지 여주가 호프집 테이블을 쾅쾅 치며 웃었다. 전정국이 자신에게 화가 나는 이유는 거의 3가지로 추릴 수 있었다.
하나는 자신에게 말도 안하고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 두 번째는 여주가 아픈 것, 마지막은 바로 정국이 없을 때 취하는 것 이었다.
지금 여주가 어긴건 2가지로 볼 수도 있겠다. 정국은 언제나 그랬다. 자신이 갖기는 싫고 남주긴 아까운 건지는 몰라도
여주에게 남자가 생기면 혼자서 삐져있다던지, 자기가 없을 때 여주가 취해서 전화하면 그 다음날은 싸우는 날이었다.
지금 여주가 취한 채로 남자랑 같이 있다면 ‥ 아주 재밌는(호석과 여주에겐) 구경거리가 탄생할 것 이다.
"야, 전정국 이 새끼 빡쳤다. 지금 페북 난리남."
"알 바야? 야, 사우나 각. 이렇게 된 이상 우린 같은 배를 탄거야."
"아, 근데 갑자기 무서워지는데. 나 전정국한테 쳐맞는거 아님?"
"너만 맞겠냐. 나도 맞을 껄."
여주는 애써 괜찮을 거라며 호석을 이끌고 사우나로 갔다. 사우나에서 둘이 라면을 먹고 있을 때,
정국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태형이었다.
-야, 김여주! 너 어디냐!
"왜."
-야, 너 상황 몰라? 전정국 지금 개 빡쳤..야!
-너 어디야.
가라앉은 목소리. 지금이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태형과 같이 있었는지 태형의 전화를 가로챈 정국에
여주가 태연스럽게 대꾸했다. 니가 그걸 왜 궁금해 하는데.
-씨발, 사람 빡치게 하지 말고 빨리 불어. 지금 누구랑 있어.
평소 자신에게 욕은 커녕 다정하거나 능글맞기만 했던 정국이 이렇게나 변하다니, 묘한 포인트에서 쾌감을 느낀 여주가
말하면, 니가 아냐? 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아 재밌네 이거.
"야, 전정국 많이 화났냐? 아, 이제 솔직하게 불어야하는거 아님?"
아까 장난기 넘치던 표정은 어디로가고, 안절부절 못하는 호석에 여주가 여유롭게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걱정하지마,
죽이기야 하겠냐.
"죽일거 같은데."
그렇게 다음 날 아침, 여주의 전화기가 꺼질 때 까지 정국에게선 계속 전화가 왔다.
06.
끊긴 전화를 바라보던 정국이 제 머리를 쓸며 옆에 있던 태형에게 전화를 넘겼다.
아, 얘 진짜 어떡하지.
왜 불안한지, 왜 이렇게 자신이 화가 나는지는 정국 자신도 몰랐다. 다만 여주와 관련된 일이라면 이성을 잃는 자신이 이제는 익숙해졌다는 것?
차라리 여자친구가 남자랑 술을 먹는다면 그저 욕 몇 번 하고 친구들과 술을 먹으러 갔을 것 이다. 아니면 여주에게 하소연 하거나.
하지만 여주가 그런다면 상황자체부터 달라진다. 정국 제 눈 앞에 여주가 보이기 전 까진 제 정신이 아니게 된다.
정말 짜증나는 건, 왜 자신이 이렇게도 화가 났냐는 거다.
"야, 너 표정 지금 존나 살벌한거 아냐?"
애써 분위기를 풀어보려 정국의 등을 내리치며 장난스레 말을 거는 태형을 눈빛으로 제압한 정국이
동기 전체, 선배들, 심지어는 고등학교 동창들에게 까지 연락했다. 하지만 다들 여주를 못봤다고만 할 뿐,
얻어지는 단서는 없었다. 대부분 여주의 행동반경은 언제나 정국에 한해있었다. 가끔 이렇게 제 속을 뒤집는 일만 아니면
정국은 언제나 제 곁에 여주를 두었고, 대했다.
"아, 진짜 미치겠네. 뭐 또 연락할 애 없냐?"
호석,태형,정국,지민,여주. 중학교 때 부터 알아주는 패거리였다. 태형과 정국, 여주가 불X친구에 가까웠고,
호석과 지민은 고등학교 때 알게된 친구들이었다. 하지만 두루두루 서로 잘 지냈고 가장 친한 친구들이기도 했다.
그리고 여주의 행방을 제일 잘 아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아,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야, 박지민이랑 정호석한테 연락해봐."
07.
흔들흔들, 자신을 깨우는 누군가의 손길에 여주가 손을 휘휘 저으며 거부했다.
아, 왜 깨워 정호석 시바라...
"넌, 아직도 내가 정호석으로 보이냐?"
...? 뭐지. 내가 아는 정호석 목소리랑 좀 많이 다른데. 전정국이라면 믿겠...
"전정국?"
"야, 너 미쳤냐? 씨발 진짜 ‥."
어딜둘러봐도 주위에 호석은 없었다, 이 새끼. 날 팔았어.
부들부들 떠는 것도 잠시, 여주는 제 앞에 있는 정국에게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아, 장난이지 임마! 우리 정꾸, 누나가 다른 남자랑 술 먹어서 많이 화나쪄여?"
"어."
"그래, 어? 뭐라고?"
이렇게 순종적으로 답할 줄이야. 지나치게 순종적인 정국에 여주가 베고 있던 나무베게를 끌어안았다.
너 이 새끼, 전정국 아니지. 전정국을 입고 있는 곤약인간이냐?
"뭐래, 진짜 …. 내가 너 때문에 잠을 못잤다 진짜."
잠을 못잤다면서 다리로 여주의 허리를 휘감아 눕는 정국에 여주가 발버둥 쳤다. 아, 너 미쳤냐? 떨어져!
달아오른 제 얼굴을 숨기려 고개를 숙인 여주가 반응 없는 정국을 바라보려 고개를 들었을까,
"제발, 어디로 가지 좀 마라. 나 불안해서 죽는 줄 알았어."
따뜻하게 제 손을 잡는 정국과, 정국의 떨리는 말에 여주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손을 잡는다니, 마치 연인같은 스킨십에 여주는 그저 정국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스치면 닿을 거리, 그 거리가 바로 여주와 정국의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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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마보대신에 이거 가져와서 미안해여... 아 지금 과거편 쓰는데 미치겠어요 아주,
빨리 달달한거 쓰고 싶은데 디마보에도 ㄱ위기가 필요하잖아여...? 일단 저지르긴 했는데 그냥 ㅈㅐ미로 봐줘요... 좀 노잼이네여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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