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를 그만 좋아해야 하나 고민을 했던 때가 있었다. 앞에서 말했듯이 너에 비해 내가 너무 보잘것 없어 보여서. 어느날은 반 친구와 함께 계단을 오르던 중 앞서가는 널 봤었다. 친구는 네가 알아채지 못하게 나를 톡톡 치면서 너를 가리켰다. 그리고는 '나는 1학년 중에 쟤가 제일 괜찮은거 같아' 라고 내게 너를 언급했다. 나는 그때 '아, 그래..?' 하며 너를 모르는것 처럼 행동했었다. 또 다른날에는 다른 친구가 내게 와서는 '진영이는?' 하고서 웃으며 박진영에 대해 물어왔었다. 진영이는 작년에 동아리활동을 하며 알게된 친구인데 나와 진영이가 복도에서 얘기를 하는 모습을 보더니 그 뒤로 다른 친구들과 진영이와 나를 엮지 못해 안달이난 아이였다. 나는 걔랑은 정말 아무사이도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고 친구는 솔직해져도 된다며 나를 재촉했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나는 웃을때 몰랑몰랑한데 덩치는 있는 남자가 좋아' 하고 말했는데 친구가 얘기를 듣더니 '영재?' 하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놀라서 잠시 멈칫하다가 '영재?' 하며 모르는척 되물었다. 그러니 친구는 영재 모르냐며 1학년에 엄청 귀여운애 있다며 연신 영재 이름을 부르면서 반으로 들어갔었다. 그 후로 내가 빨리 고백하지 않으면 너가 다른 아이에게 갈까봐 말을 걸기위해 노력을 했지만 말을 걸지 못했었다. 너에게 말을 걸기 위해 나는 버스를 타던 정류장을 옮겼다. 너의 아파트 길을 따라 걷다가 아파트를 빠져 나오면 나오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탔었다. 덕분에 집으로 가는 시간이 십분 늦춰졌지만 나는 너를 한번 더 볼 수 있기에 십분은 기분좋은 기다림으로 남겨두었다. 너가 혼자 길을 걸을때면 항상 생각했었다. 오늘은 꼭 말을 걸어야지.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할까. 하며 고민을 하다 너를 바라보면, 학교와는 다른 차분한 얼굴을 한 네가 보였다. 그러면 나는 다른 너의 모습에 거절당할 두려움이 올라와 너를 지나쳐 버스정류장에 간다. 어느새 가벼웠던 하복에서 동복으로. 그리고 그 위에 겉옷을 입는 계절이 되었다. 그동안 너는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걸 눈치챈것 처럼 보였다. 내가 너를 보지 않더라도 네가 나를 보고있다는게 느껴졌다. 하루는 급식을 먹고 반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너의 학년이 줄을 서있던 때에 오르는 계단 앞에 보이는 슬리퍼에 어느쪽으로 피할지 보기위해 고개를 들었는데 너와 눈이 마주쳤었다. 너는 나와 마주칠때면 놀란듯 항상 동그란 눈으로 나를 본다. 멍-하니 쳐다보다가 발을 돌려 계단을 마저 올랐다. 그날 석식을 먹을때 눈에 뭐가 들어갔는지 통증과 함께 한쪽 눈에서 눈물이 나왔었다. 이물질을 빼기 위해서 눈물은 계속 나오는데 빠지지가 않아서 밥을 먹고 나서 한참이 지나도 계속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하드렌즈를 끼는 탓에 아픔은 배가되고 빠지지도 않은채 계속 그렇게 있으니까 눈은 어느새 빨갛게 변했고 도저히 참을수 없던 나는 너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집에서 렌즈 빼는 걸 가지러 가기위해 외출증을 손에 쥔채 계단를 내려갔었다. 다소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여러 남학생의 형체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그 사이엔 너도 있었다. 빨개진 눈을 한채 눈물을 흘리는 나를 본 너는 내 착각 일지도 모르지만 걱정되는 눈과 함께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었다. 예쁜 모습만 보여줘도 모자란판에 너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는 생각에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는것만 같아서 얼른 내려갔다. 렌즈를 씻고 나서는 그 시간동안 흘린게 눈물은 눈물이었는지 조금 부은 눈을 가라앉히기 위해 텀블러에 차가운 물을 담그고 눈에 가져다댔다. 중식 시간에 봤던 너. 석식 시간에 봤던 너. 야자시간 동안 오늘은 꼭 끝내리라 다짐하며 펴둔 물리를 보며 네 생각만을 했었다. 10시. 하굣길 신호등에는 언제나 처럼 네가 서있었다. 그날은 석식시간에 있던 일 때문에 너의 얼굴을 힐끔힐끔이라도 쳐다보지 못하겠어서 말거는건 다음으로 미룬채 너보다 두 세걸음 앞서 걸었고, 오늘따라 유독 가방에 걸린 인형이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어딘가 들뜬듯이 달랑달랑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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