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보디 체크 (2) 눈을 감았다. 빨간색의 레이저가 온 몸을 훑고 지나갔다. 보디 체크의 시간은 고작 60초. 기계가 나의 모든 정보를 분석하고 기록했다.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내가 살면서 18 년을 살면서 내가 모르는 나의 모든 것이 1분도 안 되어 기계가 기록하고 알게된다. 수도의 모든 것은 이래서 내가 무섭다. 기록된 것들이 모두 인쇄되어 나왔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능력란. 유, 무에는 유에 빨간색 동그라미가 쳐있었다. 나도 모르는 내 능력? 18 년 인생 동안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던 내 능력은 과연 무엇일까. 보디 체크를 마치며 연구소를 나왔다. 나오자 앞에서 기다리던 다른 인물이 나에게 웃으며 다가왔다. 누구인지 몰라 영문 모른채 쳐다 보고 있으면 "ESP 마스터 착용 부탁드립니다. 올해 첫 시즌 최신형입니다. 크라운 게임용으로 새롭게 재 탄생된 ESP 입니다. 좀 더 원활한 크라운 게임을 위해 만들었으니 많은 사용 부탁드립니다." 왼쪽 팔을 모두 감싼 금속 덩어리는 차가웠지만 가벼웠고 단조로웠다. ESP 마스터. 현재 기술의 발달로 크라운 게임 제17 회 전부터 나왔던 것이었다. 매년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삭제하며 나오는 ESP 마스터는 게임에 독이 되기도. 약이 되기도 하더랬다. ※ESP 마스터_ 보디 체크를 끝난 참가자들이 모두 착용하여 원활한 게임을 돕는다. 총 28 가지의 기능들이 있다. 기본적으로 참가자의 심장박동과 뇌파를 분석하고 기록하여 저장하는 기능과 각 참가자들의 능력을 증폭 시키기도. 일반인들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도 한다. ESP 마스터의 끝 촉을 건드리면 올해 참가자들의 정보가 뜬다. 참가자들의 정보는 보디체크에서 이루어진 것들인데 여기서 비공개 되는 정보들은 한 가지도 없다. 모든 것이 공개되는 동시에 서로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있는 것이되었다. 무력으로는 절대로 떼어낼 수 없으며 참가자가 죽었을 때만 제 기능을 상실해 스스로 떨어진다. ESP 마스터를 착용한 채 건물에서 멀어졌다. 주변을 둘러 보니 나와 같은 ESP를 착용한 참가자들이 보였다. 숙소로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서로를 흘끔 거리며 ESP 마스터를 만지작 거리는 꼴이 '단점을 분석하는 짐승' 같았다. 짧은 다리를 빨리했다. 식은땀이 날 것만 같았다. 저 눈에는 그저 살려고 하는 두려움만 잠식한다. 숙소 거실 바닥에 앉아 마스터를 조작했다. 문준휘는 어딜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ESP의 작은 화면에서 확대를 하면 허공으로 홀로그램이 떴고 허공을 향해 클릭하면 세부 사항이 나왔다. 다섯 가지의 선택지. '참가자 정보.', '게임 소개.', '크라운 게임 영상 다시보기.', '통화 시스템.', '능력 증폭 및 생존 방법.'. 가장 구미가 당기던 것은 역시 참가자 정보였다. 참가자 정보에 들어가면 사망한 참가들의 사진과 정보 그리고 현재 생존한 참가자들의 정보들이 나열 되어있었다. 가장 먼저 문준휘의 정보를 찾았다. 하지만 어딜 찾아 보아도 M 에서 그를 찾아 볼 수는 없었다. 그의 풀 네임드. 아, 에드윈. 그를 E 에서 찾았다. '에드윈 문준휘' 가문의 이름인 그의 이름을 고민하다 눌렀다. 그 곳에는 그의 정보들이 빽빽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일렉트릭 마스터.' 그의 능력은 전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있는 능력자였다. 마지막에는 번호가 쓰여 있었는데 이것이 무엇인지 한참을 생각하다 눌러 보았다. 커다란 화면이 갑자기 사라지고 문준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000? 너도 ESP 마스터를 공급 받았나 보군. 곧 숙소로 들어가니 밥 먹으러 갈 채비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뚝 하는 소리와 문준휘의 목소리가 끊겼다. 아마 마지막 번호는 ESP의 일련 번호인 듯 싶다. ESP 에서 불이 반짝였다. 누군가가 접근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문이 철컥 열리면 큰 키를 가진 문준휘가 나오라는 뜻을 해보였다. ※일련 번호_ 크라운 게임 참가자들에게 각 주어지는 번호로 전화 및 센터 내의 시설을 즐길 수 있다. ESP 마스터에 탑재 되어있으며 번호의 주인이 죽으면 일련 번호 또한 초기화 처리가 된다. 보디 체크를 하는 날이면 보디 체크를 끝내고 각 ESP 마스터로 크라운 게임 센터에서 체력과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문준휘를 따라 신발을 구겨 신고 복도로 나왔다. 긴 복도를 걸었다. 전보다는 편해진 그의 태도에 나 또한 조금 더 편하게 걸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어떠한 감정도 쌓아서는 안 된다. 동료의식도. 무엇이든지. 결국에는 먼지처럼 흩어지는 게 서로의 인생이 되기 때문이겠지. 조금은 씁쓸해진 마음을 억누르고 그의 걸음에 따라 다리를 좀 더 빨리했다. 딱딱하게 식어있는 차가운 쇳덩어리 'ESP 마스터'를 만지작 거리며 카페테리아 내부로 들어왔다. 문준휘를 따라 접시를 집어들었고 접시에는 따뜻한 것들을 담았다. 차가운 금속이 팔을 시렵게 만들었다. 내 생각과 마음 또한. 따뜻한 것들이 나를 따뜻하게 만들어 주길 원했다. 입 안으로 꾸역꾸역 집어 넣었다. 나는 살기 위해 먹는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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