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갱어 이지훈 X 평범한 너(My Wonderwall,)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분홍 머리가 가까이 와 있었다.
예쁘다니, 처음 들어본 말이었다.
아니, 정신 차리자.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저 사람이 누구냐이다.
나갈 때 문을 제대로 안 닫았었나.
아닌데.
분명히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
저 사람이 한 말도 이상하다.
'역시' 예쁘다.
역시.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인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
충동적으로 바나나우유 사 먹은 게 문제인가.
아니면 가지도 않을 학교 가볼까 하고 나온 게 문제인가.
그것도 아니면 애초에 어제 교복을 입고 거실에서 잠든 게 문제일까?
방을 확인 안 해서?
"저기, 안녕?"
"…."
"칠봉아, 안녕. 나 세 번째 인사하는 건데. 혹시 안 들리나."
"네? 아, 안녕하세…요?"
얼떨결에 인사를 해버리니 분홍 머리가 웃는다.
웃는 거 진짜 예쁘다.
내 웃는 얼굴을 거울로 봤을 때는 진짜 별로였는데.
나랑 닮은, 아니 똑같이 생긴 사람인데도 이렇게 달라 보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냥 나라서 못생겨 보이는 거였던 걸까.
"사람 앞에 두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죄송해요."
"죄송할 건 없고. 나도 그러니까."
"…."
"근데 나한테 궁금한 건 없어?"
존ㄴ, 아니 진짜 많은데요.
존나,를 뱉으려다 욕하지 말라던 권순영이 생각나 말을 고쳤다.
그런 나를 보더니 웃는 분홍 머리.
이 사람 생각보다 잘 웃는다.
나나 권순영이나 잘 웃지 않아서 뭔가 신기했다.
"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직설적이네."
사실 나도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몰라.
그냥 짐작할 뿐이야.
일단 평행 우주에 대한 설명부터 해야겠다.
전에 책에서 본 적 있어.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따라 수많은 평행 우주들이 생긴다고.
그리고 간절히 바라면 다른 세계의 것을 가져올 수 있다고.
원래대로라면 네가 오는 게 맞긴 하지만 정말 가끔 일어나는 이 현상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거라.
아, 내가 뭘 원했냐고?
나, 또 다른 나.
남들에게 미친놈으로 보이는 것도 이제 지긋지긋해서 매일 밤 기도를 했어.
믿는 신도 없는데 온갖 신들을 불러가며 제발 내 소원을 이뤄주세요,하고.
오늘, 아니 어제지.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집에 오자마자 기도하는 것도 잊고 잠들었어.
분명 방은 똑같은데 뭔가 분위기가 다르더라.
그래서 방을 좀 둘러보다가 거실로 나왔는데 그때 딱 네가 들어왔어.
그 이후부터는 너도 알 거고.
그러니까 분홍 머리의 말에 따르면 이거였다.
분홍 머리는 내 평행 우주의 사람, 우리는 동일 인물이라는 거.
꿈인가 싶어 생긴 지 얼마 안 된 손목의 상처를 눌러봤다.
미약한 통증이 느껴진다.
꿈이 아니다.
현실임을 자각하고 보니 궁금한 것이 또 생겼다.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어요?"
"명찰. 잘 달고 다니네."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설마 저 사람이 초능력자 비슷한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아닐 것이 분명한데 말이다.
이제 분홍 머리에 대한 건 거의 다 알았다.
근데, 이 사람 이름이 뭐지?
"그쪽 이름이…?"
"아, 깜빡했네. 이지훈."
"지훈. 이지훈."
"그리고 우리 나이 같아. 반말해. 불편하다."
이지훈, 이지훈, 이지훈.
지훈의 이름을 잊지 않게 곱씹었다.
'이'지훈.
지훈은 엄마의 성을 따랐나 보다.
나는 아빠의 성인데.
뭐, 크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두 분은 이제 기억나지도 않으니까.
또 지훈은 나와 같은 사람일 뿐 형제가 아니니까.
"학교 안 가?"
"어차피 찾는 사람도 없는데."
"하긴."
지훈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는 나와 많이 닮아있었다.
다른 건 성별과 이름, 그리고 자기애 정도?
지훈은 지훈 자신을 굉장히 사랑한다.
그 증명을 이렇게 직접 해주고 있지만 나는 나 자신을 그렇게 사랑하지 않는다.
그 증명은 손목은 흉터들이 해주고 있다.
그래도 그것들이 더 생겨날 거 같지는 않다.
지훈이 있기에.
사람이란 게 참 간사하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지훈을 경계하더니 지훈에 대해 알게 되니 지훈이 그 누구보다도 편해졌다.
심지어 순영이보다도 더.
미안한 말이지만 솔직히 순영이따위 보지 않아도 될 거 같았다.
그 짧은 시간에 지훈은 온전히 내 사람이 되었다.
나의 평행 우주에서 나를 찾아온 사람이라는 이유로.
"어, 칠봉아. 전화."
순영의 전화였다.
우지워더 |
여러분, 안녕! 저를 매우 치세요. 너무 늦었죠8ㅁ8 제가 메모장에 소재만 쌓아두고 글은 안쓰는 이유가 이렇게 드러나 버렸네요ㅋㅋ 별다른 이유는 없고 귀찮아서... 나태해서... 욕을 하셔도 좋습니다... 달게 받을게요. 지훈이의 세계에서 지훈이는 미친놈 소리를 듣고 살았어요. 왜냐하면 미친 아이니까요. 물론 여주도 미친 아이입니다. 더이상은 스포이기에 쉿! 오늘 여주가 '순영이따위'라고 했어요. 세상에 어떻게 그럴 수가... 복에 겨운 우리 여주... 아, 저번편처럼 글씨 뒤에 하얀 거 있는 게 나아요? 없는 게 나아요? |
우워의 우아한 내 님들 |
(필명을 이렇게 지은 이유가 이것떄문이죠. 우워의 우아한. 크 라임.) ♥뚜루뚜♥0526♥영희♥사랑둥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