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찬과 용국이 일차로, 젤로와 준홍이 2차로 올라가고 영재와 대현 만이 남았다. '넌 왜 안가냐?', '난 할 일이 없는 백수라서 말이야.' 그렇게 의미없는 대화들이 이어졌다. 대현의 부모님은 일찍부터 일을 하러 나가셨고, 형도 노래방에 나갔다. 텅빈 집에서 영재와 대현만이 뒹굴거리고 있었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대현과 영재는 말이 없었다. 그냥 업드리거나 누워서 핸드폰만 멍하니 띠닥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대현의 핸드폰에 알람이 울렸고, 대현은 피식 웃었다.
"야, 힘찬이형 sns 올렸다."
"응?"
영재는 SNS 알람을 해놓지 않았다. 자기가 필요할 때만 sns를 하고 연락을 하는 스타일. 은근히 어떻게 보면 종업보다 마이웨이가 강한 성격이기도 했다. 영재는 트위터에 들어가 힘찬의 트윗을 보았다. 그리고 빵터졌다.
"풉. 이거 언제 찍은거야?"
"너희보다 먼저 용국이 형이랑 힘찬이 형이랑 도착했을때 찍은 사진. 큭큭큭"
'만나달라고 애원하길래, 한번 만나준다 짜식.' 힘찬 특유의 허세가 가득한 사진 설명에 영재와 대현은 한참이나 땅을 굴렀다. 그러다 문득 대현은 인상을 살작 찡그렸다. 내가 언제 만나달라고 했데? 지들이 내려온거지?
"아, 이거 생각하니까 기분나쁘네. 어떻게 답글을 달아주지? 브레인 영재씨, 골때리는 답을 생각해봐."
"풉. 그래. 어디보자~"
참으로 어린아이다. 그렇게 사소한 것을 싸울때는 언제고, 친한 형 한명을 골려먹는 것에는 단번에 머리를 맞대고 끙끙되고 있다. 힘찬이 올린 사진 하나와 글 하나에 대현과 영재는 완전히 단합되어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한참의 머리를 굴리면서, 힘찬을 약올릴 만한 답글 멘트를 적었다.
내가 언제요
거짓말쟁이
살찐형ㅎ
"풉!! 마지막 정말 대박이다!"
"완전 부글거리겠는데?"
머리를 맞댄 결론 끝에 나온 세개의 문장에 그들은 깔깔깔 웃으며 넘어갔다. 그때, 영재의 배에서 '꼬르륵'소리가 났다. 순간, 그들은 웃는 것을 멈추었다. 그러고 보니 형들이랑 동생들을 보내면서 정작 자신들은 밥을 안먹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디 먹을게 있나..."
대현은 자리에서 부시럭 일어났다. 영재는 장난스레 물었다.
"올ㅋ 니가 요리해줌?"
"미쳤어 돌았어 총맞았냐? 내가 하는게 라면 밖에 없다는 건 알텐데?"
세번이나 되는 거절에 영재는 서운한 표정을 지을려고 하다가, 대현의 뒷말에 조용히 손을 들어 말했다.
"...그건 인정."
라면 하나만 기똥차게 잘 끌이는 정대현이었다. 대현은 부엌으로가 이것저것을 뒤적거렸다. 하필 오늘 라면도 다 떨어졌다. 있는 거라고 과자 몇봉지? 대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한탄했다.
"와, 어무니는 아들내미 친구가 같이 있는데 국 하나 안 남겨 놓고 가셨데?"
'천사같은 너~'
그때, 대현의 핸드폰이 울렸다. '차느니 형'이라는 발신자가 떠서 또 한 찡찡하겠구나라 생각하며 웃었다. 대현은 어깨와 얼굴로만 핸드폰을 받힌체, 전화를 받았다. 두손은 여전히 먹을 것을 찾고 있었다.
"이것들아. 나를 모는 것으로 단합해서 친해지는 건 좀 아니지 않냐?"
"헤에이. 뭐 그런거 가지고 그래요."
여기 숨겨 놓은 라면이 있었는데... 대현은 힘찬의 찡찡을 흘려 들으면서, 몰래 꿍쳐 놓았던 라면을 찾고 있었다.
"...영재랑은 그래, 화해 한거 같네?"
"..."
그 말 한마디에 대현은 라면을 찾는 것을 멈추고, 핸드폰을 한손으로 잡았다. 힘찬의 말에 대현은 장난스레 말했다.
"왜 갑자기 형인척이요?"
"원래 형이었거든 미친넘아. 암튼 다용도실에 부대찌게 만들어 놓은 냄비 놔났으니까 늦지 않게 끓여 묵으라."
참으로 어색한 사투리다. 용국이형은 사투리도 잘쓰더만 힘찬이형은 어째 늘지가 않아. 대현은 그렇게 말하며 올라가는 입꼬리를 잡으려 노력했다. 다용도실에 나가니, 꽤나 많은 양이 찌게가 있었다. 맛은 확실히 보장한다. 알아요 형, 내가 형 솜씨를 왜 몰라. 찾아보니 그 옆에 자신이 그렇게 찾아다니던 라면까지 있었다. 아주 철저리 준비 해놓고 갔네 이형. 대현은 끝내 빵하고 터져버렸다. 이에 전화기 뒷편으로 만족스러운 웃음 소리가 들렸다.
"먹어보고 맛있으면 말해. 나중에 둘이 같이 서울에 오면 내가 부대찌게는 서비스 해준다."
"서비스는 무슨. 남은거 다 집어넣어서 잡탕으로 만들어 주면서..."
"싫으면 니네 돈으로 맛난거 사먹던가~우리집와서 부대찌게 먹을래 용국이랑 영화보러 갈래?"
"...왜 선택이 살자 죽자 밖에 없는 건가요?"
대현은 냄비에 불을 붙였다. 용국이형의 영화 취향을 거의 정확히 알고 있는 대현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보나마나 '올가미, 납치, 실종'이런 것들이겠지. 그에 반해 힘찬이형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나 '원스'같은 은은한 영화를 좋아하고. 그렇지만 정작 성격은 용국이 은은하고, 힘찬이 다혈질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다른 둘이다. 대현의 생각이 읽힌 걸까? 힘찬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우정이 밥먹여 주냐?!"
"아 씨 깜작이야. 뭐예요 갑자기?"
대현은 순간 욕이 튀어나올려고 했지만 애써 입을 다물었다. 그 모든 것이 예상이 갔던 힘찬은 입꼬리를 올린체 계속 말했다.
"내가 한때, 그런 취급을 받았거든. 용국이쪽 랩하는 친구들이 나보고 그런 말을 하더라고. 국악하는 애를 친구로 만나서 뭔 이득이냐? 듣자하니 걔네랑 아이돌을 한다며? 걔네들이랑 어울려서 돈들어 오는 것도 없는데 왜 굳이 그렇게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느냐 그런 말들. 용국이 실력이 워낙 출중하잖냐? 더 잘하는 팀에 들어가서 잘 될 수 있는데 왜 굳이 우리랑 같이 팀을 하냐 이런 소리였지."
"헐... 미친 놈들."
용국이 아직 팀을 정하지 않은 연습생이었을때 부터, 계속해서 스카웃 제의가 왔었다. 실제 대기획사도 제법 많았다. 그런데 거절한 이유가 고작 우리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때, 같은 연습생은 나밖에 없었어."
"..."
"그런 말에 용국이 항상 하던 말이 있지. 돈보다 우리들이 더 행복하게 해준다고."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형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용국의 입이 아닌 힘찬의 입을 통해서 전해 듣는 것은 엄현히 다른 느낌이었다. 적어도 대현은 지금 힘찬이 왜 그런 말을 꺼내는 지 모를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
"영재가 버스킹을 반대한거, BAP의 입장 때문만은 아닐꺼야. 잘 이야기 해봐."
"..."
힘찬의 전화가 끈겼다. 전화기 넘어로 '김힘찬 씻어!'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아직도 도망다니는 중인것 같았다. 그 사이 부대찌게가 끓고 있었다. 대현은 라면을 넣고, 간단하게 상을 차렸다. 영재는 오올!이라는 소리를 내며 밥상을 반겼다. '찬이형이 만들어 놓고 갔어?' '귀신이네.' 단번에 알아차린 영재는 밥을 한숫갈 퍼먹더니 특유의 입을 벌리고 입김을 내뱉는 표정으로 진짜 뜨겁다고 웅얼거렸다. 대현은 그제야 옆에 앉아 밥을 들었다. 밥을 몇숫갈 먹으며, 영재가 너지시 물었다.
"용국이형이 허락했지?"
"...응"
대현도 편하게 대답했다. 용국의 응원을 들어서 일까? 아니면 아까 힘찬의 말을 들어서 일까? 앞에서 처럼 움츠려 들거나 화가 나지는 않았다. 차분한 대현에 영재는 웅얼거리며 말했다.
"혼자 활동하는 거. 너 많이 힘들거야."
"..."
"상처 받을 지도 몰라. BAP랑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니까. 화려한 무대가 아닐지도 몰라. 너를 보고 환호하는 사람들이 얼마 없을 거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어. 니가 그렇게 좋아했던 베이비라는 사람들이 단번에 뒤돌아 서는 것을 네 눈으로 볼 수도 있고, 얼마나 잔인할지 아무도 몰라."
"..."
영재는 BAP에 대한 생각만 한게 아니었다. 노래를 부르면, 사람들과 노래로 소통하면 소통할 수록 더욱 괴로워 질 대현을 걱정한 것이었다.
"지금 BAP활동을 하는 것도, 멤버로서 활동하는 것도, 음악을 부르는 것도 금지 당했어. 그건 당연히 같은 멤버들끼리 활동하는 것도 금지됬다는 것. 적어도 우리 멤버들끼리는 노래를 할 수 없다는 그런 상황에서 다른 팀 아이들이랑 이라도 노래를 하고 싶다고 니가 말하는 걸 섭섭해 하는 건, 아마 우리보다 팬들이 더 섭섭해 할거야."
"..."
"그걸 다 감당할 자신있는 거야?"
영재도 노래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었다. 아니 가수 인데 왜 없겠는가? 그런 것을 자신은 참으며 견디고 있는데 대현은 다른팀을 꾸린단다. 그것에 BAP를 기다리고 있는 모든 사람이 뾰루퉁해 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한가지만 확실히 하자."
영재는 숫가락을 놓으며 말했다.
"너는 우리 팀이라는 걸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냥 단순히 음악을 하고 싶어서 이용한 수단?"
영재의 말에 대현은 순간 사색이 되었다. 입에 가득 집어 넣은 밥알이 튀어 나오도록 소리쳤다.
"야!!!미쳤어!? 씹새끼 니가 아무리 화나도 못할 말이 있고 할말이 있지! 이 씨발놈이 쳐 돌았나!"
"아씨 밥풀..."
대현이 분출한 밥풀이 영재의 얼굴에 다 들러 붙었다. 하지만 대현은 그것은 안중에 없는 듯 소리쳤다.
"밥풀이고 뭐고 지금 무슨말을 한거냐고! 똑바로 말해 이새끼야! 지금 무슨 의도로 그렇게 물은 건데!"
"야야, 울겠다?"
화내는 정대현이, 영재는 왜그리 반가울까 싶었다. 대현은 대답하지 못하는 진실은 침묵한다, 본체 거짓말을 못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정대현이 화를 낸다는 것은 너무도 확실한 부정이었다. 용국이 올라가기전 자신에게 했던 말이 생각했다. 직접 이야기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 네, 그말이 맞는 거 같네요. 직접 이야기 하면 이리도 간단히 풀리는 것을, 서로 오해만 한 상태에서 끝날 뻔 했다. 영재는 대현의 머리에 손을 턱하니 언졌다.
"됐어. 아니면..."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미리 싸놓은 짐을 들고 현관으로 나갔다. 대현은 인상을 풀지 않은체 따라 나갔다.
"뭐야? 할 이야기는 마저 하고 가야지!"
영재는 신발을 다 신고 발끝을 가볍게 툭툭 쳤다. 그리고 가볍게 중얼거렸다.
"너 다해라."
"...뭐?"
영재는 되묻는 대현을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너 다 해먹어라. 버스킹도 하고 노래도 올리고 다해. 다만 니 몸은 메이드 인 BAP니까, 다 쓰고 온전히 BAP 보컬로 돌려 놓아라."
"...야."
"응원한다고 새끼야."
그 외마디를 끝으로 영재는 대현의 집에서 나와 버렸다. 밖으로 나와 뛰어서 기차역으로 갔다. 다행히 바로 가는 표가 있어 망설임 없이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탔다. 그렇게 쉼없이 움직이는 내내 영재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영재는 살작 울고 있었다.
"잘했어. 잘한거야. 울지마. 괜찮아."
사실, 영재가 버스킹을 반대했던 가장 큰 이유가 있었다. 그가 시작하면, 자신도 미치도록 하고 싶을 거니까. 하지만, 그가 시작함으로써 자신은 하지 못하니까. 영재는 머리가 좋았다. 대현이 음악을 하는 것을 시작하는 것으로 단독행동을 하는 대현을 안좋게 보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그런 와중에 영재마저 시작하면, BAP를 사실상 해체로 보는 인식이 늘어 날 것이라는 것을 안다. 차라리 한명이 노래를 하고, 그런 그 한명을 응원하는 모양새가 훨신 나을 것이다. 한명은 되지만 두명은 안된다. 그건 팀의 와해로 믿게 만들어 버리니까.
"괜찮아."
영재는 포기한 것이다. 자신보다 조금더 노래 하고 싶어 하는 친구를 위해서. 자신이 조금 더 참을 수 있으니까. 영재는 눈물을 삼켰다.
"서운해 하지마."
힘들다. 그리고 영원히 노래를 못하게 될까봐 두려웠다. 그래도 영재는 이 두려움 속에서 그들과 같이하고 싶었다. 그들과 같이 있고 싶다는 핑계로, 같은 자리에 서서 같이 걸어가고 싶었다. 그러니까 두려워도 참고, 힘들어도 견디며 계속 달릴 것이다.
"..."
대현은 한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몸을 돌려 아직 체 식지 않은 부대찌게를 바라보았다.
"양 많은데 다 먹고 가지 새키..."
대현은 자리에 앉아 밥을 마저 입안에 쑤셔 넣었다.
"씨... 멋진척은 혼자 다해."
대현은 밥을 입안에 가득 쳐 넣은 체 웅얼거리며 작게 울었다고 한다. 제발, 이것이 시간이 지나 추억의 단면에 되길 작게 바라면서.
***
한가한 영재는 오늘도 힘찬의 집에 둥가 둥가 놀고 있었다.
"대현이는 요새 버스킹한다더라."
"응. 소식들었어요"
"조만간 서울로 올라온데."
"응."
"안만날거야?"
영재는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
"생각해보고요. 하는 짓 봐서."
(컴백 영상중에 부대찌게라고 말하자 영재랑 대현이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웃던 장면이 있었던거 같은데 기억이 안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