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김태형]야한이야기
야한이야기 : 야쿠자 김태형과 한 여자의 이야기
새하얗고 맑다 못해 투명한 피부에 커다랗고 동그란 눈매, 그리고 붉은 입술. 다다미(일본식 주택에서 짚으로 만든 판에 왕골이나 부들로 만든 돗자리를 붙인, 방바닥에 까는 재료.)가 깔려 있는 커다란 방에는 기모노(일본의 전통 의상을 통틀어 이르는 말. 흔히 여성의 옷을 가리킨다.)를 입고 화장대 앞에 조용히 앉아있는 여인이 있었다. 그 여인의 칠흑 같은 머리칼을 빗어주던 또 다른 여자는 여자의 머리칼을 단정히 정리 후 인사를 하며 방을 벗어났다. 여자가 밖으로 나간 후 얼마 되지 않아 또 다시 문이 열리며 이번에는 젊은 남자가 방 안으로 들어와 방안에 홀로 남은 여인을 불렀다.
“다 됐으면 빨리 나오시죠, 형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남자의 말에도 여자는 아무런 대답 없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의 뒤를 따라 걸었다. 한참을 걷다보니 어느덧 현관 앞까지 다다르자 남자가 먼저 문을 열고 여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여자가 현관문 밖으로 발을 내딛자 저택의 사람들이 양 옆으로 쭉 서있었고 그녀가 발을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고개를 숙이며 그녀를 배웅했다. 어느덧 사람들의 행렬이 끝났고 그 행렬의 끝에는 세단 한 대가 정차해 있었고 그녀가 차량에 가까이 다가가자 차량 주변에 서 있던 남자들이 문을 열어주며 그녀는 열린 문을 통해 차량에 탑승했다. 차량 안에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손목에 채워진 시계를 보며 여자에게 말을 건넸다.
“조금 늦었네, 무슨 일 있었나?”
그의 물음에 여자는 아무런 대답 없이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남자는 답답한지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말없이 여자의 손을 어루만졌다. 그러다 여자의 손에 붙은 반창고를 보고 놀라 여자에게 다시 물음을 건넸다.
“어쩌다가 다친 거야? 내가 그 집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했잖아.”
“그냥 살짝 베인 것뿐이에요, 그러니까 걱정 안하셔도 괜찮아요.”
“어떻게 내가 걱정을 안 해, 네 손에 물도 안 묻히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렇게 네가 다치면 내가 한 약속이 뭐가 돼.”
“그 약속 어차피 태형씨 혼자 한 약속이니까 저하고는 상관없어요.”
“내가 너를 좋아하는데 그게 왜 너랑 상관이 없어?”
“왜 하필 저에요, 태형씨 주변에 당신 좋다고 달려든 여자들 많은데 왜 하필 나에요, 왜!”
여자의 악 받친 목소리에 태형은 눈을 지그시 감고 큰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큰 손을 주먹 쥐며 참는 남자의 모습을 보고 여자가 경멸스럽다는 듯이 태형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차라리 그냥 나 때려요, 죽을 때까지 때려서 그냥 죽여줘요.”
여자의 말에 태형은 꽉 쥔 주먹으로 창문을 내려쳤다. 쾅 하는 소리와 다르게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누구의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창밖의 거리를 멍하게 응시할 뿐이었다. 태형의 손바닥에는 손톱자국이 깊게 남아있었고 곧 차량이 어느 곳에 도착을 한 듯 보였다. 병원 입구 앞에 차량이 정차되자 입구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 중 하나가 차량 가까이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차에서 내린 태형이 자연스럽게 이름이의 손을 잡고 이름이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의 손을 꽉 쥐었다. 저택에서 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건물의 입구로 들어서자 로비부터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은 태형과 이름을 볼 때마다 허리를 깊이 숙여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했고 태형은 익숙하다는 듯 그들 사이를 활보했다.
「1203호 김석진 환자」
병원의 높은 층에 위치한 1인실에는 김석진이라는 세 글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병실 앞에 정장을 입은 사내 두 명이 서 있었고 태형이 병실 앞에 다가가자 그 앞에서 대기하던 사내들이 미닫이문을 열어 태형과 이름이 들어갈 수 있게 했다. 병실 안에는 침대 위에 누워있는 석진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누워있는 석진에게 다가간 태형은 석진의 뺨을 가볍게 두어 번 쳤고 누워있는 석진의 주변에는 의료기기가 복잡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남의 것을 뺏으려고 하면 쓰나….”
태형이 입을 열며 담배를 물었고 담배 끝에 불을 붙이며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남도 아니라 동생 것을 뺏으려고 하면 이렇게 된다는 걸 몰랐을까…?”
태형이 깊게 들이 마신 담배연기를 석진의 얼굴위로 내뿜었고 이름이는 태형을 밀치며 태형에게 역정을 냈다.
“당신 지금 뭐하는 짓이야, 미쳤어?”
“미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여기 누워있는 우리 형이지.”
“… ….”
“동생의 소중한 보물을 빼앗아가려고 하는데 내가 그걸 그냥 눈 감아줘야 해?”
태형은 자신의 손가락 사이에 끼어있던 담배를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 안주머니에 있던 휴대용 재떨이에 비벼 끄고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이름에게 물었다. 이름이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어린아이가 품안에 가지고 있던 장난감을 빼앗고 싶지 않아하는 표정을 지으며 이름을 끌어안으며 이름이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 그런 태형을 거부하는 이름에 태형은 전혀 개의치 않다는 듯 이름에게서 한 발 물러나며 이름에게 말했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 형 죽여도 아무도 몰라.”
“… ….”
“왜 그런지 알아?"
태형은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이름에게 되물으며 누워있는 석진의 목에 손을 가져다 대어 천천히 힘을 주기 시작했다.
“미쳤어? 빨리 손 안 떼?"
“미쳤다니, 하나뿐인 남편한테 그렇게 얘기하면 쓰나.”
이름이 입술을 깨물며 태형을 노려보며 석진의 목에서 태형의 손을 떼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힘으로 태형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우리 형은 우리 아버지가 밖에서 낳아온 자식이거든, 그러니까 내가 죽여도 아무도 모른다고.”
“빨리 그 손부터 떼, 안 그러면 네가 먼저 죽게 될 거야.”
이름이의 손에는 과도가 들려있었고 이름이는 잡고 있던 과도를 다시 한 번 꽉 쥐었고 태형은 이름이의 반응이 흥미롭다는 듯 석진의 목을 더욱 세게 쥐었고 이름이 잡고 있던 칼 끝은 심하게 떨렸다.
“우리 형, 호적에 올라와있지도 않아.”
“… ….”
“집안에서도 이미 형은 없는 사람이라는 거야, 그리고 난 하나밖에 없는 우리 아버지 아들이고.”
“빨리 손부터 떼…!”
“그렇게 욕심이 많은 걸 알면서 왜 내 걸 건드려, 근데 내가 왜 아직까지 형을 죽이지 않는지 알아?”
“그 까짓 거 알게 뭐야.”
“너랑 놀아난 모든 것들은 내가 없앴는데, 아무리 봐도 이건 웃기잖아.”
태형이 입가에 조소를 띄우며 계속 말을 이어가다 어느 순간 갑자기 표정을 굳혔다.
“미혼의 이복형과 내 아내의 불륜이라니, 네가 생각하기엔 어때? 재미있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