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선생님 박찬열 짝사랑 한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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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인절미빙수
수학여행 후 스승의 날이 찾아왔어. 애들 전부 담임쌤 선물 챙기랴 좋아하는 쌤 선물 챙기랴 정신이 없었어. 나도 쌤한테 선물해주고 싶어서 쌤자리에 조용히 놔두고 올려했지. 내가 엄청 선물 고민하다가 넥타이를 선물해주기로 했어. 매장에 넥타이를 사러갔는데 난 넥타이가 그렇게 비싼지 몰랐어. 심지어 조금 더 예쁜건 훨씬 비쌌고. 싼거는 아저씨 느낌나서 쌤한테 주기 싫었어. 결국 내 전재산을 탈탈 털어서 엄청 예쁜 넥타이를 샀지!
우리학교가 스승의날에는 오전수업만 하고 집에 가. 쌤들도 일찍 퇴근하고. 내가 쌤한테 선물 줄 타이밍을 못 잡고 있었어. 여자애들이 전부 쌤한테 몰려가니까 중간에 뚫을 수가 없었거든. 우리반쌤 좋아하는 내 친구 말로는 쌤 자리가 선물로 가득찼대. 아이돌 조공 수준이라더라. 나는 결국 오전수업이 끝날 때까지 쌤한테 선물을 주지 못했어. 편지도 쓰고 예쁘게 포장했었는데. 애들 다 집에 가고 나 혼자서 교무실 앞에 서성이는데 아직 쌤이 퇴근을 안했던거야.
"집에 안가고 뭐해? 너네 담임쌤 아까 퇴근하셨는데."
"아니... 우리반쌤 말고... 쌤보러 왔는데요..."
"나?"
"쌤 이거 선물이에요!!"
나는 쌤한테 선물을 거의 던지듯 주고 순식간에 학교 밖으로 뛰어갔어. 난 내가 그렇게 달리기가 빠른지 몰랐어ㅋㅋㅋㅋㅋㅋ 밤에 집에서 내 방을 정리하는데 편지 하나가 나왔어. 내가 쌤한테 준 편지였어. 내가 편지를 두 번 썼거든? 한 개는 그냥 쌤 수학 가르쳐주셔서 감사하고.. 뭐 이런 내용이고 한 개는 쌤 제가 진짜 진짜 많이 좋아해요 이런 내용이였는데.... 왜 집에 수학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다는게 있었을까... 내가 쌤한테 좋아한다고 적힌 편지를 줬다는거잖아. 난 이제 어떻게 된거냐고? 망한거지 뭐.
그 다음 날 부터 나는 쌤을 계속 피해다녔어. 복도에서 마주치면 반대쪽으로 도망치고 수업 때 쌤이랑 눈 마주치면 얼굴이 괜히 빨개지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내가 쌤을 진짜 많이 좋아했긴 했나봐. 내가 철판깔고 아무 일 아닌 것 처럼 행동하면 되는데 내가 또 엄청 소심해. 그런데 며칠 뒤 쌤이 내가 준 넥타이 하고 왔다? 수업시간에 눈이 마주쳐도 내가 넥타이에 너무 놀래서 계속 쌤을 쳐다봤어. 그러더니 쌤이 살짝 미소지어줘서 나는 또 심장 터질 뻔 하고. 뭐에 홀렸는 듯 나는 수업 끝나고 교무실로 갔어.
"에리 왜?"
"네? 아... 수학 프린트 받을려고요..."
"예전에 열심히 하더니 왜 요즘은 안 와?"
"그게..."
"아, 오늘 이거 하고 왔어."
쌤이 넥타이를 흔드는데 갑자기 얼굴 또 빨개지고... 옆에 있던 담임이 내 얼굴 왜 그렇게 홍당무냐고 놀리고... 쌤은 또 왜 그렇게 잘생긴건지.... 쌤을 알기 전에는 차갑고 잘 안웃고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쌤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갈 때 마다 생각보다 잘 웃고 다정하고... 열살 차이 정도는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망붕도 하고.... 내가 조금만 빨리 태어났어도 쌤같은 남자 바로 꼬시는거였는데.
사실 그 이후 별로 달라진건 없어. 쌤도 수학 프린트 제출하러 갈 때만 개인적으로 봤고. 다른 애들처럼 내가 막 살갑게 대하는 걸 잘하는게 아니라 쌤 보고싶었어요!!!! 잘생겼어요!!! 이런 말을 잘 못해. 소심한 성격 가진 내가 죄지.... 기말고사 때는 중간고사보다 성적 올라서 쌤한테 칭찬 받고. 아 그때 이런 얘기 했다.
"쌤 나 성적 올랐어요!!!"
"진짜? 수학 1등급까지 올리면 쌤이 소원들어줄게."
"진짜요? 나중에가서 모른 척 하지마요. 근데 1등급말고 2등급하면 안될까요..."
"안돼. 1등급."
내가 무슨 소원 빌려고 했게? 다들 알면서.
내가 소원때문에 수학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어. 수학 공부하니까 좋은 것도 있더라고. 모르는 문제가 많이 생기니까 쌤을 더 많이 찾아가게 된다는 점? 너무 많이 찾아가니까 담임이 너는 우리반이면서 왜 옆반쌤을 더 많이 찾냐고 하기도 했어. 내가 수학 문제 질문하러 쌤을 자주 찾아가는게 다른 여자애들한테는 좀 아니꼽게 보였나봐. 내가 화장실에서 어쩌다가 몇몇 애들이 내 얘기를 하는 걸 들었어.
"야 김에리 걔 진짜 여우 같지 않아?"
"아 진짜 인정.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면서 할 건 다해."
"찬열쌤한테 친한 척 쩔어. 은근 재수없다니까."
내가 중학생 때 잠시 왕따 당한 적이 있어서 저런거에 좀 민감해. 다행히 좋은 친구들을 다시 만났지만 그래도 남이 내 얘기하면 괜히 신경쓰이곤 했어. 애들이 나를 좋게 안보니깐 나도 기가 죽어서 한동안은 교무실도 안가고 반에 가만히 있었어. 얼마 뒤에 걔네가 하는 얘기를 한 번 더 듣게 되어서 내 멘탈은 박살났지. 그게 너무 서러워서 화장실 가서 문 잠궈놓고 눈물 펑펑 쏟았어. 좀 진정하고 나서 반에 가니까 한 친구가 담임이 나 6교시 쉬는시간에 교무실로 오라고 했대. 지금이 6교시 쉬는시간이라서 교무실에 갔더니 담임은 없고. 근데 우리반쌤 옆이 쌤 자리잖아. 인사 안하기도 좀 그래서 고개만 까닥했지.
"안녕하세요.."
"..."
"...?"
"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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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메리 추석♪(*´θ`)ノ
늦어서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