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애독락
"무얼 그리 유심히 보십니까"
"...아. 저고리가 너무 예뻐서요."
"이게 마음에 드십니까? 사드릴까요?"
"예? 아니요, 옛부터 저고리는 정혼자에게 받는 물건이라 배웠습니다."
평소 사람많은 곳은 질색하던 남자가 여자와 시장통에 갔을 때에 일이었다. 여자의 말에 남자가 생각에 잠겼다. 그러니 사주겠다 말할까하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남자가 보름 전에 있었던 여자와의 일을 떠올렸다 제 손아귀에 저고리를 내려다보며 살풋 웃었다. 기분 좋은 미소였다.
그러다 제 아버지에게 또 한 소리 들었다. 여자와 만나는게 오랜만인지라 흥얼거리는 콧 노래를 막지 못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남자는 콧노래를 멈추지 못했다. 아니 멈추지 않았다는 게 맞겠다. 신나는 마음에 아버지의 책망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으니.
"오늘따라 더 어여뻐 보이십니다."
"그렇습니까?"
"예.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그게, 실은... 정혼자가 생겼습니다."
"아아. ...축하드립니다."
아니면 제 아버지의 벗이었던 여자의 아버지가 언약을 지키지 않고 여자의 혼기가 차자마자 남자의 집안보다 더 좋은 집안과의 혼인을 하는 것에 기분 상했기 때문일까. 아니, 그런 같잖은 이유가 아니었다. 괜한 치기도 아니었고, 모든 것은 좋아하는 여인을 다른 남자에게 떠나보내는 사내의 이유에서였다.
그런 남자의 마음을 모를 여자는 보름달같이 해사한 미소로 정혼자에게 받았다는 저고리를 내보였지만. 더 이상은 남자의 화를 돋울 뿐이어서 남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여자의 어디 가냐는 물음에도 답하지 못할 정도로남자는 울컥거리는 감정들을 애써 억누르며 자리를 떴다.
해가지고 달이 떴다.
선잠의 든 여자는 여자의 종이 아기씨, 하며 여자를 다급하게 부르는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아기씨, 큰일났습니다. 밖에"
"무슨..."
"일단 나가보시는게 좋겠습니다. 대감님이 아시면 큰일 날 수도 있습니다."
종의 재촉에 여자가 제 옷을 제대로 추스르지도 못하고 밖으로 나갔을 때 마주했던 건 술에 취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취했음에도 남자의 왼손에는 아직도 술병이 쥐어져있는 게, 그게 또 낮의 보았던 남자의 모습과 묘하게 이질감이 들어 여자가 떼지지 않는 발걸음을 주춤거리며 남자의 곁으로 다가서는데
"낮에는 갑자기 가버리셔서,
"나는 왜 안되느냐."
"나는 왜..."
"나는, 널 위해 이런, 것도"
남자가 여자의 앞에 무릎 꿇곤 여자가 신은 꽃신을 거칠게 벗겨냈다. 제가 신을 벗겨 냄에 비틀거리는 여자에게, 보란 듯이 여자의 꽃신 안에 남자는 손에 쥐고 온 술 병의 술을 모두 부어버렸다. 그리곤 개의치 않다는 듯 여자의 꽃신이 정말 술잔이라도 되는 양 꽃신 안에 담긴 술을 마셔댔다.
"...이렇게까지 너를 연모하는데"
꽃신 안에 술을 다 마시고는 남자가 한 말이었다. 여자가 남자의 말에 놀라 한 발 뒤로 물러서니 남자가 여자의 꽃신이 벗겨진 발을 부여잡았다. 곧, 여자의 발에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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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때는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려고 여자가 신던 꽃신에 술을 부어서 마시고 그랬다네요. 출처는 정확하지않으니 흘러들으셔도 좋듭니다. 솔직히 분량 넘 짧다 ;ㅅ; 죄송해요 글잡으로 오긴왔는데 다음 화는 미정이라는 불편한 진실. 만약 오게된다면 진짜 길게올게요. 제목 지어준 봉에게 고맙단 말 전하면서 그럼 이만 (총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