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잔소리에 못이겨 회사를 그만둔지 3개월째 나는 원룸으로 이사를 했다 20층짜리 건물, 한 층마다 족히 20개는 넘어보이는 현관문들, 한 달 전만해도 방이 두 개나 있는 집에 살았었지만 돈 한 푼 벌지 않는 백수 주제에 방이 두 개나 있는 집은 사치라고 생각하던쯤 보증금500만원에 월세 40만원이라는 좋은 조건에 눈이 돌아가 금방 계약을 해버렸다 다들 월세 40만원이 좋은 조건이냐라고 묻겠지만 서울 중심부에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계약할만한 좋은 조건이었다 월세가 저렴할때 알아봤어야 한다고 이 집은 아니 이 집들은 방음이 전혀 안되는 집이었다 방음이 안된다는건 옆 집 여자를 통해 예를 들 수 있는데 1106호에 사는 나에게 이웃이라고는 옆 집 1107호와 1105호 둘 뿐이였는데 1107호에 사는 여자는 이 근방 대학교 학생인지 항상 두꺼운 전공서적을 옆구리에 끼고는 점심때쯤이 되서야 집을 나서곤 한다 저녁 늦게까지 드라마를 보는것 같은데 본인이 좋아하는 드라마인지 볼륨을 높게 틀고 볼때면 적나라하게 들려오는 드라마 속 대사들이 내 신경을 건드렀다 가끔 남자를 불러 들이는지 듣기 민망한 소리가 나기도 했다 티비 소리가 들릴만큼 방음이 안된다는것은 분명한데 1105호에서는 물건이 벽에 부딪히는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려온적이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벽에 물건을 던지는지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었다 그러고보니 이사온지 한 달이나 지났건만 1105호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쓸데없는 궁금증에 못이겨 난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문 앞에 붙여있던 전단지를 모아 버려둔 휴지통을 뒤져 야식집 전단지를 찾았다 망설임없이 김치볶음밥 두 개를 1105호로 주문 했다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했으니 올때가 다 된 것 같다 현관문에 얼굴을 바짝 붙여 귀를 기울이니 얼마 안있어서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 뒤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배달원이 주문할때 말한 집주소가 맞는지 확인해 달라는 전화였다 난 현관문을 벌컥 열고는 배달원에게 가 고개를 숙이며 이사온지 얼마 되지않아 주소가 헷갈렸다며 미안하다고 말한 뒤 계산을 했다 계산을 하고 보니 남자가 이상한 사람보듯 날 쳐다보고 있었다 배달원에게 사과를 하고 계산을 하느라 자세히 보지못했지만 지금 보니 꽤 마른것 같다 반팔과 반바지 사이로 보이는 피부가 꽤 하얗다 한 달동안 한 번도 못본걸 보니 밖에는 잘 나가지 않는 모양인데 그러니 살이 타지 않을 수 밖에 그의 머리는 생각보다 잘 정돈되어있는 검은색이였고 눈매는 하얀피부와 대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날카로웠다 어색한 미소를 띄며 주문한 김치볶음밥 두 공기를 그의 눈높이에 맞춰 한 손에 들고 잘 열리지 않는 입술을 지긋이 누르며 말했다 "김치볶음밥 같이 먹을래요?" 나와 김치볶음밥을 번갈아 보기를 반복한다 알 수없는 긴장감, 침묵이 지속된다 "잘못해서 2공기를 시켜서요.. 혼자 먹기는 많으니까..!" 그는 내 머리부터 천천히 밑으로 훑어보더니 문고리를 잡고 그대로 그의 집으로 들어갔다 현관문이 닫히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난 덩그러니 남겨졌다. 마지막 말은 하지말걸 그랬나보다 그나저나 김치볶음밥 두 공기를 혼자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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