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본 그 날 난 김치볶음밥 두 공기를 먹고 변기통을 부여잡으며 쓸데없는 짓에 대한 벌이라 생각했다 그 일이 있고 정확히 5일 10시간이 지났다 밥 먹을때 샤워할때 심지어는 게임을 하는 도중에도 그 남자의 얼굴이 스쳐올랐다 이 사실을 박정수에게 얘기 했다가는 각종 술자리의 안주삼아 오르락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해 답답한 명치를 풀어보자며 쳐대다 헉 하고 숨을 들이킬 틈도 없이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진것이 불과 이틀 전이다 생각만 5일째 점점 상상 속 그의 모습은 현실과 멀어져가고 있었다 그가 나를 보고 웃었던가? 이젠 망상까지 하니, 다시 그를 보지 않으면 정신과 치료는 물론 빨간 벽을 흰색으로 도배해버릴 것 같다 인터넷을 켜 흰색 도배용 페인트를 알아보고 있을 생각을 하니 발끝부터 소름이 끼쳐왔다 쾅 이번에는 무거운 것을 던지는지 침대 옆 벽이 부르르 하고 떨린다 기회일지도 모른다 소음을 빌미로 남자의 얼굴을 한 번 더 볼 수 있는 기회. 휴대폰 액정을 이리저리 비춰보며 얼굴을 정돈하고는 한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괜스레 민망해지는 다른 손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옆 집 사는 사람인데요 잠깐 나오실 수 있을까요?" 안나오려나, 문에 귀를 대려고 할때 문이 열렸다 부스스하게 헝크러진 머리를 쓸어 올리며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그의 손은 붉게 달아올라있었으며 군데군데 생채기가 가시지 않은채 있었다 슬쩍 문 뒤를 엿보니 아침 9시가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커튼을 쳐놓았는지 빛 이라고는 찾아볼래야 찾을 수 없었다 "아침부터 시끄러워서 말이죠" 생각보다 날이 서 나간 말에 흠칫 놀라 그의 표정을 살폈지만 내 말에도 미안한 기색없이 슬리퍼를 신은 발로 바닥을 툭 툭 치고 있을 뿐이다 "미안.. 미안해요" 띄엄띄엄 5살난 아이가 잘못했다 말하기 싫어 이를 악물고 하는 말 처럼 한 글자씩 입술을 떨며 말한다 이제보니 입술 선이 예쁜것 같기도 하다 쓸데없는 생각이다 5일 전처럼 벌 받을지도 모른다는 유치한 생각을 했다 "싸우자고 하는게 아니라, 이웃끼리 조심 좀 하자는거에요" 내 말에 수긍이 가는건지, 억지로 쥐어 짜는 것인지 모를 고개짓을 문고리를 당겨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 손잡이 위의 그의 손을 겹쳐 잡으며 말했다 "이웃끼리 이름 정도 알면 좋잖아요 난 김희철이에요" 긴 시간 아무말도 오가지 않는 상황이 불편하다 아쉬운 사람이 지고 들어간다는 말을 들은게 근3년은 되는 듯 하는데 지금에서야 이 말을 써먹을 날이 온 것 같다 "이름 말해줘요 궁금해" 광대를 쓱 올려 웃으며 말하자 가늘어진 눈을 내리며 한 손으로 티셔츠 끝자락을 쥐었다 폈다 하며 하얗게 질린듯한 입술을 떼었다 "김종운.." 이름만 짦게 말한 그가 목례를 하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어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돌려 잡아보며 뒤를 돌았을땐 반가울리 없는 녀석이 손을 흔들며 건들 건들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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