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빈의 뒤로 준회와 진환, 그리고 바비가 따른다. 아니 한빈이 가는 길을 따라 갈려고 다른 아이들이 한빈에게 속도를 마추고 있다. 수용소에서 탈출 할때 처럼, 한빈의 귀는 그들이 가야하는 방향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다. 미로 같은 공간에서 그들을 이끈다. 그들중 한빈이 달리기가 가장 느리다는 점이 조금 아쉬운 점이 되었지만 그 생각은 길찾기에 집중한 순간 사라졌다. "...소리가 두개야." 한빈이 말했다. 한빈을 제외한 아이들은 그게 무슨 말이냐 물어 볼려고 했지만, 한빈이 본인이 말해 놓고도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을 지으니 차마 물어 볼 수가 없었다. 그들은 모르는 단어가 많았고, 때문에 종종 원하는 말을 하기 위해 오랜시간 동안 생각해야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생각할 시간이 없다. 한빈은 그저 발을 움직여 빠르게 앞으로 나가 갔다. 방 하나를 치나치고, 사람들을 지나치니 마을에서 벗어났다. 그럼에도 소리가 들린다. "..." 아니 오히려 점점 선명하게 들린다. 한빈은 다리가 점점 무거워 짐을 느꼈다. 다행히 다리에 큰 돌이 붙은 것처럼 단단해 지기 전에 소리가 나는 곳에 도착했다. 마을에서 많이 떨어진 판자집이었다. 한빈의 달리는 다리가 자꾸 틀어졌다. 한빈은 다리가 계속 접히는 것을 신경쓰지 못하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한빈은 굳었고, 다른 아이들이 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한빈은 돌로 변한 다리가 온몸을 돌로 만들어 자신이 차갑게 굳는 모습을 느꼈다. 돌로 변한 자신이 작게 부서져 사라지는 것 같다. 때문에 자신의 귀가 제일 잘 들리는 데도, 그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착각이 들었다. "형 뭐야?! 괜찮아?!" "윤형아! 야 정신차려봐 인마!" 그가 두손으로 입을 막고 있음에도 두 손 틈사이로 많은 피가 흘러 손이 붉게 물들었다. 피가 얼굴에 붙어 마른 곳도 있어, 윤형의 얼굴은 붉은 반점이 가득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윤형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한빈을 노려보듯 바라보고 있다. 그 눈빛이 마치 말을 할 수 없는 아이가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때 엉엉 우는 것과 같아 한빈은 윤형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윤형은 두손 중 하나를 내려 어느곳을 가리켰다. 판자집이 아닌 밖이었다. 한빈은 그 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지금 여기에는 윤형 밖에 없다. "동혁이..." 한빈은 다시 달려 갔고 진환도 한빈의 뒤를 따라 뛰어 갔다. 윤형은 준회에게 소리를 질렀다. "음!" 입을 다물고 소리쳤기에, 그것은 그저 아무 뜻이 없는 비명같다. 그게 더 소름이 돋았다. "하... 하지만" 준회는 윤형의 옆에 있으려 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는 겁에 질려 있다. 준회는 수용소에서 입에서 피가 나오는 사람을 본적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이 피를 많이 뱉어내고 죽어버리는 것도 같이 보았다. 준회는 윤형의 시체를 보게 될까바 겁에 질렸다. 윤형은 가리고 있던 입을 벌려 소리쳤다. "빨리가!" 윤형의 입에서 나온 피가 준회의 얼굴에 튀었다. 소리치는 그의 말이 어색했다. 준회의 얼굴도 붉은 반점이 생긴 것 같은 모양세가 되었고, 준회는 윤형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그가 더 크게 소리치며 피를 내뱉을꺼 같았다. "아... 알았어." 준회는 그제서야 올라가지 않는 무릎을 펴 일어났다. 그리고 어색하게 몸을 돌려 한빈과 진환이 뛰어간 곳으로 달려 나갔다. 어느세 윤형과 바비만 남았다. 윤형은 바비마저 내쫓지는 않았다. 다행이 피가 점점 덜 나는 것 같아 윤형은 마음을 진정 할 수 있었다. "야, 괜찮아? 입 엄청 크게 다친거..." 바비는 윤형의 옆으로 가서 그를 부축해 줄려고 했다. 그런데 바비가 일어나 윤형에게 걸어가는 순간, 그는 무언가를 밟고 말았다. 바비는 뾰족한 돌맹이니 싶어 발을 들었다. 자신의 발에 박힌 돌맹이를 빼내기 위해 서였다. 돌맹이 치고는 뭔가 하얀것 이었다. 마치 이빨처럼... "흐윽..." 순간, 윤형은 삼킬 수 없던 울음을 뱉었다. 동생이 아니기 때문일까, 너무 참아왔기 때문일까 윤형은 무너졌다. 자신의 앞에 있는 바비를 잡고 서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입을 열며 신음을 토해내기 시작해, 그것은 삽시간에 울음이 되었고, 윤형의 얼굴선을 타고 피와 섞인 눈물과 침이 떨어졌다. 바비가 밟은 것은, 무참히 뽑힌 윤형의 치아였다. "으윽, 흐.... 아아아아아!" 윤형은 소리를 낸게 아니었다. 치아가 뽑힌 뻥뚤린 공간 사이로 소리가 난 것이었다. 그는 잡혀 오면서 로키의 팔을 꽉 깨물어 버렸다. 로키의 팔에는 깊은 상처가 났고, 그에 화가난 로키 윤형의 치아 강제로 뽑아 버렸다. 그래서 윤형의 입에서 피가 나고 있었던 것이다. "아아아!" 윤형은 울기 싫어 비명을 질렀다. 그러면서 바비의 팔을 잡고 떨고 있었다. 타인에게 온몸이 속박 당하여 움직일 수 없게되고 강제로 벌어진 입에서 자비없이 집게를 들고와 자신에게 웃으면서 다가오는 그들을 윤형은 두눈으로 보았다. 무서웠다고, 아팠다고, 울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동생들 앞에서 자신이 약해지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그러면 안됬다. 그렇게 그는 바비의 어깨를 붙잡고 결코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울음을 터트려 버렸다. *** 마을의 주변을 가득 매운 작은 알맹이 들은 모래라는 것, 그리고 그 모래라는 게 널려 있는 모습이 사막이라는 것을 한빈은 로키에게 배웠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로키에게 한빈은 제법 많은 것을 배웠다. 먹을 것도 주고 그들을 치료해 주었으며 한번도 써보지 못한 푹신한 침대라는 것도 제공해 주었다. 적어도 잠시 동안은 로키가 우리를 키워준 어른들과 비슷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눈 앞에 그는, 날카로운 무언가를 들고 동혁이에게 다가갈려고 했다. "뭐야..." 한빈과 진환이 어느 정도 뛰어 갔을때, 로키와 같이 있었던 남자들이 한빈과 진환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단숨에 한빈을 제압했고, 요리조리 피해다니는 진환에게 한빈을 데리고 협박해 거의 그들에게 꼼작없이 잡혔을때, 준회가 뒤따라왔다. 그리고 그들을 저멀리 던져 버렸다. 준회는 힘이 쌔다. 그건 수용소,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는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그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하게 될 줄은 몰랐다. "도데체 왜 그런건데?!왜!" 그렇게 준회의 도움으로 일단 손쉽게 로키를 제압했다. 준회는 아직 마을에 남아 있는 찬우를 데리러 돌아 갔고, 동혁은 진환의 품에 안겨 겁에 질린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오직 한빈만이 로키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왜..." "풉. 어리다... 어려..." 로키는 자꾸 왜를 반복하는 한빈을 보며 비웃었다. 한빈은 몸이 딱딱하게 굳는 느낌이 들었다. "넌 어리니까 모르지. 여자가 얼마 없다는 게 얼마나 큰 문제인지 말이야." "무슨 소리야?!" 한빈은 로키에게 소리쳤다. 그제야 자신이 화가 난 것을 알았다. 그것은 자신의 말에, 감정에, 전혀 동요되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는 로키 때문이니라. "지구가 황폐해 지면서 생존력이 약한 여자들은 소수만 살아남아, 그존재 자체가 귀해 졌거든. 하지만 이 나라는 아직도 일부 일처제 였고, 같은 마을에 사는 이상 임자있는 여자를 건드릴 간큰 놈들은 없어. 하지만 그들은 대신해서 욕구를 풀어줄 무언가가 필요했지." 한빈은 욕구라는 단어를 몰랐다. 그것은 배운적이 없다. 수용소에서도, 밖에서도 배운적이 없었다. 그런 단어 때문에 자신들이 죽을 뻔 했다.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인데?!" 한빈은 목이 매는 것을 참으며 소리를 질렀다. "모르겠어? 가장 쉽게 구할 수 있고, 입막음 조차 할 필요 없는 놈들. 그게 너희들이라고!" 순간, 그는 갑자기 한빈을 밀쳐내고 진환과 동혁에게 뛰어 갔다. 더 이상 한빈은 생각하지 못했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나갔다. 뛰어올라 그 남자의 목을 잡았다. 로키는 매달린 한빈은 다시 던져냈다. 한빈은 바닥에 나뒹굴었다. 다시 일어나는 순간, 한빈의 손에 커다란 돌이 잡혔다. 그리고 한빈의 눈에는 다시 진환에게 다가가는 로키가 보였다. 한빈은 더이상 생각하지 많았다. 돌맹이를 쥐고 그의 뒤로 달려갔다. 퍽. 그 소리 한번에 남자는 무릎을 꿇고 앉았다. 퍽. 그 소리 두번에 남자는 쓰러졌다. 한빈은 그 남자에게 올라 타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 남자는 눈을 뜨고 한빈을 비웃는 표정으로 죽어 있었다. "아아악!" 한빈은 비명을 질렀다. 퍽. 또다시 울린 소리에 피가 튀었다. 퍽. 그 소리에 피가 입안으로 들어왔다. 먹기 싫은 맛이다. 그런데 뭐라 표현하는 지 모르겠다. 퍽. 부들거리는 손마저 잠잠해 졌다. 그런데도 눈은 여전히 한빈을 비웃고 있었다. "그만..." 진환은 동혁의 눈을 가렸다. 동혁은 그저 소리만 들어야 했다. 퍽.퍽.퍽. 이제 진환과 동혁에게도 피가 묻었다. 진환은 소리질렀다. "그만해!!" "...!" 그제서야 멈칫한 한빈은 다시 멍해져 있다, 그리고 시체 위에서 내려 왔다. 그리고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피묻은 손을 대충 시체의 옷에 닦아 냈다. 그 모든 모습을 보고 있던 진환은 그저 조용히 동혁을 꼬옥 안아들 뿐이었다. "..." "..." 이곳에 살아있는 사람은 세명이나 있는데,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할수 없었다. "한빈형! 진환형!!!" 순간 저 멀리서 뛰어 오는 준회의 모습이 보였다. 그 역시도 사색이 된 표정이었다. 하긴 그런 일을 듣고 사색이 되지 않는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괜찮아?! 동혁이는?!" "여기. 크게 다친곳은 없어. 미리 처리했거든. 하지만 자잘하게 긁힌 상처들이 많으니까 데리고 가서 치료해야 할거야." 창백해져 숨조차 쉬지 못할것 같은 그의 표정에 진정시키려는 듯 진환은 자신이 꼬옥 안고 있던 동혁을 건내주었다. 준회는 그제서야 한숨을 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의 형들, 특히나 한빈은 여기저기 피가 튀어 가려져 있을뿐, 그의 상처도 만만치 않았다. "형도 빨리 가서 치료하자. 형 상처도..." "내피 아니야. 난 강물에 좀 씻고 갈게. 먼저 가있어." 준회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말을 자르고 자리를 뜨는 한빈. 그는 어느새 자신의 손아래고 흐르는 피가 자신의 피인지 그 시체의 피인지 분간하기도 힘들었다. 진환도 말없이 그를 따라 걸었다. 지금 그는 많이 불안해 보였다. 그가 도착한 곳은 녹물이 섞여 흐르지만 그나마 깨끗한 강가. 그곳에 한빈은 조용히 두손을 담갔다. 진환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윽," 돌맹이를 너무 꽉 움켜 쥐었는지 손에도 자잘한 상처들이 꽤나 많았다. 왠지 몸에 묻은 피보다 자신이 흘린 피가 더 많을 것 같다는 착각도 들었다. 그는 강물에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피가 튀어 범벅이된체 무표정한 얼굴이 마치 괴물이 된것 같아 그는 미친듯이 자기 얼굴을 씻었다. 빡빡 문질러 얼굴이 얼얼해 지도록 계속 문질렀다. "흐윽..." 내잘못이 아니다. 나는 그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것이다. 그 새끼는 죽어도 싸다. 오히려 잘한 짓이다. 몇번이나 최면을 걸었다. 그렇게 미친듯이 떨려오는 손을 진정하려 계속 얼굴을 씻었다. 어느새 다시 강가에 비춰본 그의 얼굴에는 코부분과 눈가가 붉어져 울음을 억지로 참는 아이상이 되어 있었다. 아까보다 더 보기 싫다. 더 얼굴을 문지르려 했다. "...흡." 입을 틀어막아도 소리가 비집고 나왔다. 안되는데... "으윽..." 아무도 들으면 안되는데... "!!!" 순간 누군가 자신의 옆에 앉아 그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했다. 아까부터 따라왔던, 하지만 인지하지 못했던 진환이였다. "...울어. 울자." "...으아아앙~읍으...으아앙!" 하지만 결국 그 강해 보였던 아이는 고작 자신보다 두살 많은 형의 품에 안겨, 강가에 혼자 쭈그려 앉은 몸을 최대한 웅크린체 울부짓고 말았다. 그것이 그 아이의 첫 살인 이었다. *** 동혁은 준회에게 업혀 있었다. 동현은 그 자세가 업힌다라는 단어를 가지는 지 몰랐지만 어른들과 진환이 자신을 키우면서 수업히 생했던 자세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것이 약한 사람들을 위한 자세라는 것도 알고 있다. "아파..." "왜 어디가..." 동혁은 준회의 어깨를 잡으며 중얼거렸다. 준회는 어디가 안좋냐 되물었다. 그리곤 작게 어금니를 깨물었다. 동혁은 지금의 감정의 이름을 몰랐다. 그냥 좋지 않고 가슴이 아파와 그것을 아픔이라 칭했다. 시간이 지나서야 그것이 비참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파... 싫어... 내가 싫어..." 동혁은 언제나 약자였다. 육체의 나약함은 동혁을 끈질기게 괴롭혔고 동혁은 언제나 형들에게 짐만 되어야 했다. 오늘도 자신 때문에 윤형이 다쳤다. 끔직한 일을 당해야 했다. 조금만 아프지 않았으면, 조금만 더 강하고 조금만 더 빨랐으면, 적어도 같이 도망칠 힘만 있었다면... 준회만큼은 바라지도 않는데, 그냥 조금만... "싫어... 싫다고!" "어이! 야 울어 지금?!" 동혁은 가슴을 차오르는 답답함에, 준회를 잡고 그자리에서 펑펑 울어버린다. 준회는 그런 그를 당황해서 지켜보고 있을 뿐이고. *** 바비와 윤형은 마을 앞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늦게 나온 찬우는 마을에 있는 드럼통을 모아 불을 질렀다고 했다. 그의 말에 그들은 아무말도 할 수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첫번째 마을을 떠났다. 너무도 편안한 마을, 나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한빈은 문득 로키가 자신을 마음에 들어했다는 것을 생각했다. 만약 동혁과 윤형이 그들에게 잡혀 간것을 모르고, 그렇게 마을에서 살았다면 행복했을 지도 모른다.
소수의 악행으로 행복하게 돌아가고 있는 마을에 다수가 되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