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마침 출입증 허가서가 나왔네."
민혁은 연락을 보고 옌안과 홍석을 견습생 등록소로 끌고 갔다. 그곳에는 과거 제봉틀 같이 생긴 특이한 물체가 있었는데, 제봉틀보다는 간격이 조금 넓었다.
"여기 손목을 대고 있어봐. 저기서 바코드가 만들어질거야."
홍석이 먼저 나와서 손목을 그 사이에 넣었다. 순간, 그 기계 끝에서 레이져가 나와 홍석의 살을 지지기 시작했다.
"아!"
파지직.
그런데 조금 특이한 일이 일어났다. 홍석이 그 고통에 놀라 약간의 비명을 지르자, 그의 목에 채워진 물체에서 작게 스파크가 튀었다. 저것이 말로만 듣던 언어규제장치인가... 민혁은 그것을 보고 중얼거렸다.
"조금 큰 죄를 졌나 보구나."
"..."
홍석은 부정하지 않았다. 민혁은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의 죄는 씻겨 지지 않아. 없었던게 될 수 없어. 시간이 지나 흐려지긴 하겠지. 하지만 잊어지진 않을거야. 영원히 너를 따라다닐 주황글씨니까."
"..."
"너가 할 수 있는 건, 그걸 다 안고 갈 수 있는 동료를 만나는 것과 그것을 같이 안고가면서 너를 좋아해 줄 수 있는 시티 사람들을 만나는 거야. 결국 너가 여기 남아 있을 수 있도록 선택해 주는 사람도 이곳 사람들 이니까. 이것도 명심해. 너는 그 사람들에게도 너를 좋아한 죄를 씌우는 거야. 너는 평생 그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살아야되."
똑,똑
그때 등록소에 문이 열렸다. 민혁은 그들을 보며 밝게 인사했다.
"오랜만이네 진호야! "
"그러게요. 요새 형이 좀 바빴잖아요. 그런데 무슨 일이예요?"
민혁은 진호에게 등록을 마친 홍석을 밀면서 말했다.
"이번에 새로운 견습생들. 네가 안내좀 해줘. 옌안이는 등록 될때까지 기다려. 너랑 말이 통하는 애를 불렀거든."
옌안은 통역기를 통해 민혁의 말을 알아듣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파트너라는 게 있다. 보통 팀이라고 하나, 2인 1조로 행동하는 게 원칙이다. 본인과 다른 형태의 능력을 지닌 파트너와 합을 맞추는 것. 그게 보통인데, 여기 그 법칙을 어긴 팀이 있었다.
이던은 집중해서 주먹보다 더 작은 눈송이를 만들었다. 그것을 공중에 띄운뒤, 그 눈송이를 넓게 펼쳤다. 작았던 눈송이가 넓고 얇게 펴지면서 투명한 막이 만들어졌다.
"공격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후이가 자신이 만든 얼음 조각을 던지며 소리쳤다. 이던은 처음 얼음 조각은 가볍게 막았다. 하지만 후이가 쉴틈 없이 얼음조각을 던져오자, 이던은 본능적으로 막는 것대신 피하는 것을 선택했다.
"피하기만 하지 말고 막아야지."
"말이 쉽지!"
스피트 면에서는 거의 막상 막하였다. 둘다 풍파를 이용해서 날아다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비슷한 시기에 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후이는 공격형에서, 이던은 교란형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던은 후이가 예상 못한 방향으로 몸을 틀어 도망갈 여유를 벌었다. 조금이라도 빈틈이 생기면 후이의 살벌한 얼음 조각이 날아왔다. 실전이 아님에도 실전 같은 살벌한 훈련이었다.
"하아...하... 여기 까지."
그렇게 약 2시간동안 훈련을 한뒤, 후이가 상층부에 연락을 받은 후에야 훈련이 끝이 났다. 이리저리 도망 다니느라 진이 다빠진 이던은 자리에 털석 들어누워 버렸다.
"으아!"
후이는 그런 던을 보고 피식 웃더니 근처에 있던 물병을 집어 들고 이던의 옆에 와 앉았다. 이던은 한 팔로 두눈을 가리고 있었다.
"힘들다..."
"그러게."
후이의 능력은 공격형과 교란형이다. 좀처럼 보기 힘들게 두 형태의 능력이 모두 능한 사람. 두개의 능력을 가졌다 해도, 두개의 능력이 모두 능한 사람은 견습생 사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다. 이던 자신도 두개의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교란형이 방어형 보다 능하니까.
"도데체 형은 왜 날 선택 한거야?"
이런 사람의 파트너라면 방어형이나 분석형이 전문인 파트너를 가지는게 당연하다. 그런데 후이는 자신과 똑같은 능력을 가진 교란형이 주종목인 이던을 파트너로 선택했다. 물론 이던은 방어형 능력도 있었다.
"너가 뭐가 어때서? 방어형 랭킹1위가 말이 많네."
"풉. 조만간 내려갈 1위를?"
견습생 사이 랭킹이라는 게 있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이던은 교란형과 방어형 모두 랭킹1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방어형 능력을 가진 우석과의 시합에서 져버린 것이다. 그 한번의 시합으로 랭킹이 변하지는 않았지만 이던은 그뒤로 자신이 슬럼프를 격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천천히 멈춰버린 것이다. 교란형 랭킹 1위는 키노가 차지 했다. 우석도 자신과 업치락 뒤치락 하며 1위를 다투고 있는데, 점점 밀리는게 몸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이런게 재능이라는 건가...
"뭔가 재능이란 먹구름에 막혀 버린 느낌이야. 노력해도 다다를 수 없는 한계점에 다다른것 같아."
"..."
던이의 한탄에 후이는 조용히 그의 머리를 쓰다듬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에서 시킨 일을 하러 가야 할거 같았다.
"신입 좀 데리러 갔다 올게. 그리고 너무 우울해 하지마. 난 너가 가진 색깔이 좋아. 틀림없이 대단한 애가 될거라 믿어."
그렇게 말하고 나가버린 후이는 곧 걱정스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내 파트너가 너 밖에 더 있겠냐..."
이던-교란형 풍파, 방어형 공기 냉각
후이-공격형 수분 냉각 능력, 교란형 풍파.
놀라울 정도로 닮은 그둘의 능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