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이 내 손을 잡았다.
종인이에게 잡힌 내 손몬을 바라보며 내가 해야할 행동들을 머릿속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손목을 뿌리치고 이젠 너와 나는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말해주고 그리고 너는 내 형부가 될 거라고 나는 너 아이의 이모가 될거라고 말해줘야지. 입안에서만 맴도는 말. 부들부들 떨리는 내 몸을 종인이가 조심스레 안았다. 너는 내 형부가 될거면서 6년전의 종인이로 돌아가서 어쩌자는 건데. 너를 밀어낸게 이렇게 큰 죗값을 치뤄야 할 만큼 잘못한 일이었니?
"이거놔" "지금은 못놔" "언니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너 이제 애아빠야 6년전 내 남자친구였던 김종인이 아니라 내언니의 남편이고 내 조카의 아빠고 나의 형부라고" 종인아 넌 이제 내 형부야. 나에게도 아픈 이말이 너에게도 아팠나보다. 조심스레 날 품에서 떼어놓고 나를 내려다 본다. 세상의 모든 상처를 가담은것 같은 눈빛으로. 생각해보면 내가 너를 미뤄낼동안 난 이 눈빛을 외면하려 부단히도 애썼었구나. 이렇게 마주할 줄 알았다면 조금이라도 너의 눈을 바라봐줄걸 그랬다. "남자친구 앞에 와 있어. 나 먼저 가볼게"
너를 바라볼 자신이 없는 나는 바닥을 보며 걸었다. 나쁜새끼. 김종인 끝까지 나쁘구나.
빵빵
클락션이 울리는 방향을 바라보니 준면씨가 서있었다. 나를 보며 웃고있는 준면씨를 보며 서러운 마음이 북받쳐 올랐다, "준면씨 나 좀 데리고 어디좀 가줘요" "왜그래요 어디 아파요?" 처음 보는 나의 눈물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준면씨를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해요 이런 모습보여서" "아니에요 고마워요. 이런 모습 보여줘서 답답해서 그런거에요?" 준면씨는 대답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나를 보더니 내 손목을 잡고 자신의 조수석에 태웠다.
준면씨가 손목을 잡을때 .... 내 손목을 잡고 상처받은 눈빛으로 바라보던 종인이가....떠올랐다. 안전벨트까지 손수메준 준면씨는 조수석에 앉은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지금 왜그러는지 물어봐도 대답안해줄거죠? 나중에 괜찮아지면 말해줘요" "고마워요" "어디갈래요? 바다보러갈래요?" "그냥 여기서 멀리멀리 가고싶어요 멀리" "그렇게 안봤는데 꽤 도발적인 면이 있네요? 저 남자인거 안잊었죠?" 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농담을 하는 준면씨에게 고마워졌다. "됐거든요" 내가 정색을 하고 말하자 준면씨는 당황한 기색으로 나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뭐가 미안해요 장난친거거든요? 진짜 소심하다니까" 나의 말에 웃음을 터트린 준면씨는 차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그럼 제가 같이 가고싶었던 곳 갈게요" "어딘데요?" "비밀" 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손가락을 입에다가 댄 준면씨가 소년처럼 웃기시작했다. 김종인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백미러를 바라보니 담배를 피며 차를 바라보고 있는 김종인과 눈이 마주쳤다.
"가려면 멀었으니까 눈 좀 붙쳐요" "미안해요 준면씨 피곤할텐데" "그 놈의 미안하다는 말 좀 그만하면 안되나?" "미안해요" 무심코 나온 미안해요 라는 단어에 내가 헉 하고 입을 막으니 준면씨는 이런 내가 귀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낮게 웃었다 "또또 눈 좀 붙쳐요 힘들어 보여, 도착하면 알려줄게요" "그래도" "쯧! 눈 안붙치면 운전안해요" 말도 안되는 억지까지 쓰며 나를 쉬게해주려고 하는 준면씨에게 고마워졌다. 이런 사람을 두고 내가 도대체 왜 흔들리는걸까. "알았어요" "잘자요" "운전똑바로해요!" "네네" 건성으로 대답하는 준면씨를 한대때렸다 " 아! 이젠 막 때려! 도발적이야" "저 자요" "네 잘자요"
꿈속에 종인이가 나왔다.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던 종인이가 갑자기 울기시작한다. 왜 울어 종인아 물어보니 종인이는 더 서럽게 울기시작한다. '종인아 내가 미안해 미안해 종인아' 이유조차 알지못하고 무작정 종인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종인이의 어깨가 점점 작아진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종인이의 얼굴을 들어 키스를 한다. 종인이가 활짝웃는다 그러곤 나한테 "나 버리지만 난 너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야 나 사랑하지?" 애처로운 말투로 나에게 묻는다. 그럼 종인아 내가 널 너무 사랑해
"일어나요! 다 왔어요!" 애처롭던 종인이는 사라지고 눈 앞엔 넓은 바다가 펼쳐져있었다. 종인이와 함께 왔던 정동진이다. "제가 꼭 한번 같이 와보고 싶은 곳이었어요" 어둑어둑했던 바다에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해가 나에게 말하는것 같다. 그 정도면 됐다고, 과거에 대한 연민과 사랑은 잊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라고.
" 아름답죠?" "준면씨" 일출을 바라보던 준면씨가 나의 물음에 고개를 돌리고 나를 바라봤다. "준면씨 나 준면씨 사랑해요 준면씨는 저 사랑해요?" 갑작스런 고백과 물음에 당황한건지 준면씨의 얼굴에는 붉은빛이 띈다. "네 사랑해요 너무나 사랑해요 제 인생 다 바쳐도 아깝지 않을만큼 사랑해요" "그럼 준면씨 저 좀 안아줘요 나를 다 준면씨에게 주고싶어"
내 옷을 벗기는 준면씨의 손길이 분주하다. 이 순간에도 종인이가 떠오른다. 서툴은 솜씨로 내 옷을 벗기는 종인이를 보며 터져나온 웃음을 참지못했었다. "괜찮겠어요?" "네 괜찮아요 저 신경쓰지 말아요" "사랑해요" "저도 사랑해요 준면씨" 침대에 조심스럽게 나를 눕힌 준면씨가 얼굴에다가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종인이를 비워내려고 하는 이런 행위가 준면씨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자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준면씨 미안해요" "다음에 해요 다음에 저를 다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오면 그때해요"
그렇게 다시 준면씨의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 동안 우리는 한마디도 나누지 못했다.
준면씨는 착잡한 표정으로 운전만 했고 난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밖 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새 차는 우리집 앞에 와있었고 준면씨는 차에서 내리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아직 저에게 마음 다 주지 못한거 알고 있어요. 근데 기다릴게요."
준면씨에게 어떻게 대답했는지도 모른체 집으로 돌아왔다. 방에 들어가 침대에 털썩 앉았다. 무릎에 고개를 묻고 혼란스러운 마음에 눈을 감았다.
그순간 달칵 하는 소리가 들렸고 김종인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게 들어와" "왜 안갔어?" "너희 어머니가 자고 가라고 그래서" "이제 장모님이라 불러야지" 우린 알았다. 더 이상은 서로에게 다가갈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래야 한다는 것을. "종인아" 종인이가 아무말없이 날 바라봤다. "미안해 그렇게 떠나서"
종인이가 나에게 다가오는게 느껴졌다. "오지마! 더 이상 오지마." 그자리에 우뚝 선 너를 바라보며 말했다.
"형부 언니랑 행복해요. 전 형부 예전에 잊었어요. 우린 여기까지에요"
종인이가 꿈속에서 봤던 그 애처로운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미안해 소년아 미안해.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