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준형은 거의 하루 만에 잠에서 깼다. 눈을 떠서 눈알을 이리저리 돌리던 준형은 옆에 앉아 있던 현승의 모습에 놀라 자리에서 벌덕 일어났다.
"..."
"..."
둘은 아무말 없었다. 사실, 오래전부터 둘은 그렇게 말이 많은 관계가 아니었다. 그래도 불편하지는 않은 관계. 서로가 제법 편하여 둘이 파트너여도 나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파트너. 보통 팀이라고 하나, 2인 1조로 행동하는 게 원칙이다. 키메라에 대적하는 능력 종류에 따라 분류된 다섯 가지에 따라 본인과 다른 형태의 능력을 지닌 파트너와 합을 맞추는 것. 그것이 보통의 원칙이었다.
"...별일이네. 너가 간호를 해주고."
"..."
공격형, 위험 상황시 맨 앞에 서서 키메라나 위험 인자들에게 타격을 입히는 역할.
방어형, 공격형과 반대로 위험 상황시 맨뒤에서 모든 것들을 지켜야 하는 역할.
교란형, 물리적, 정신적 힘으로 적을 교란 시켜, 공격형과 방어형을 보조해 주는 역할.
분석형, 전투의 장소, 상태의 유형을 분석하여 전투를 보다 쉽게 이끌어 나가게 도와주는 다른 의미의 보조 역할.
준형은 방어형, 현승은 교란형이니 제법 나쁘지 않은 조합이었다. 하지만 현승은 방어형 조합이 아닌 공격형인 요섭과 파트너를 이루었다. 그리고 독하게 노력해서 공격형과 유사한 방향으로 자신의 능력을 성장 시켰다. 준형은 자신의 목표에 미쳐버린 현승에 자연스레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리고, 현승이 미쳤다고 확신을 한 순간, 선을 그어버렸다. 현승 역시 그들의 인연을 이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랬는데...
"무슨 바람이야? 너에게 난 별로 관심 범주가 아니잖아."
"..."
이질감이 느껴졌다. 모든 상황이 이제와 다른 것 같은 이질감. 그 숨막히는 공기 안에서 먼저 말을 꺼낸건 현승이었다.
"넌 만약 지금 너의 모습이 본모습이 아니라면 어떨거 같아?"
"뭐?"
"지금 내 모습이 가짜고, 진짜 내 모습이 괴물이라면... 가짜로 사는 것이 나을까? 괴물로 돌아가는게 나을까?"
준형은 현승의 말에 조금 비웃었다. 강해지기 위해, 살생에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된 그가 그런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지 않는가?
"지금 보다 더 괴물일 수 있을까? 너가 키메라가 되지 않는 이상?"
"...그런가."
현승은 너무 쉽게 수긍해 버렸다. 그리고 그때, 문이 벌컥 열리고 멤버들이 들어왔다.
"여! 깼으면 빨리 준비하자고. 안으로 들어가야지?"
"어? 며칠뒤 아니었어?"
"개최식은 며칠뒤. 하지만 준비 회의에도 참석 하란다."
"...아 ㅅㅂ..."
무거웠던 공기가 한순간에 밝아졌다. 그리고 현승의 의미모를 말도 공기중으로 흩어졌다.
***
상부의 호출로 준형과 요섭은 간만에 옷을 제대로 갖춰 입었다. 외부 방어 지대에서는 갖춰 입기 보다는 전투형으로 입는 것을 선호한 지라 형식과는 거리가 먼 옷을 주로 입었는데, 어째서 인지 상부는 그들이 안으로 들어올때마다 정갈한 옷을 입고 올 것을 요구 했고, 때문에 수비 소속 멤버들은 안에 들어가는 것을 상당히 거북해 했다고.
"하아. 내집, 내가족, 내돈이 있는 재단인데 왜이래 들어가기 싫냐?"
"...중간에 돈이 신경쓰이는 건 착각인가?"
"내 돈 맞지! 내가 여기 시티 건물 하나는 지었을껄?"
"여러의미로 대단합니다. 요섭이형."
기광의 되물음에 요섭은 당당하게 말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만 저렇게 당당할 줄이야. 세삼 거침없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팔목 단추를 체우고 있던 준형은 순간 시야가 흐릿해 지자 행동을 멈추고 양손으로 두눈을 집었다. 두 눈을 꾹꾹 누르자 조금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았다. 잠시 그렇게 재자리에 한 3초정도 서 있었을까? 준형의 앞에 누가 발걸음을 멈췄다. 준형은 고개를 들어 그가 누구인지 확인했다. 그는 피식 웃었다.
"그 체력 어따쓸려고 그러냐?"
"...신경꺼라."
두준의 한마디에, 준형은 단칼에 대답했다. 용준! 다 됬으면 가자! 요섭의 목소리에 준형은 단추를 마져 채우고 군모를 집어 들었다. 그때 현승이 준형의 손목을 잡았다. 준형은 솔직히 놀랐다. 그가 먼저 타인에게 다가온 것은 거의 3년 만이었으니까.
"...병문안. 갈꺼야?"
"아. 홍보스?"
현승이 고개를 끄덕이자, 준형은 간김에 가봐야지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잠시 생각에 잠겼던 현승은 알았다고 말하곤 몸을 돌렸다. 그것을 물어보려고 잡은 것일까? 준형은 고개를 갸웃했다.
"야 용준형! 안가냐?!"
"아, 잠시만."
요섭의 부름에 준형은 서둘러 뛰어갔다. 멤버들은 가볍게 다녀오라는 인사를 했고, 요섭과 준형은 가볍게 발 걸음을 옮겼다.
"간만에 대화 좀 했어?"
"뭐?"
"아까 현승이가 좀 잡고 있는거 같더만."
요섭이 준형에게 아까의 장면에 대해 물었다. 준형은 어깨를 으슥하며 대답했다.
"아, 별말 안했어. 그냥 보스 병문안 갈거냐 물어보더라."
"아 그거였어? 난 또... 간만에 너랑 붙어 있어서 무슨 엄청난 말이라도 하나 했네."
"에이, 할말이 있으면 파트너인 너랑 말하지. 나랑 하겠냐?"
오랜 시간 동안 같이 해와서 파트너의 개념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과거 파트너는 현승과 요섭이었다. 실제로 방어형에 주축이 준형이라면, 공격에 주축은 요섭이었고, 그 요섭과 거의 대등할 정도로 공격이 가능한 교란형이었던 현승은 싸움에 제법 잘 맞는 파트너였다. 하지만 팀이 되고, 정해진 파트너 없이 임의로 뭉쳐 행동하게 된 뒤로 부터는 요섭과 현승은 거의 붙어 있는 날이 사라졌다.
"예전이라면...에이, 예전에는 솔직히 나보다 둘이 대화 좀 하는거 같더니만."
요섭은 말하다 아차 싶은 마음에 어색하게 웃어 넘겼다. 아무리 요섭이 자기 잘난 맛에 산다고 하지만, 잘못 건드리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않좋게 헤어진 관계인 둘을 건드리는것이, 절대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이에 준형은 괜찮다며 웃어 넘겼다. 않좋은 일이었다고 하나 벌써 3년전 일이었다.
"많이 희미해 졌으니까 괜찮아."
그렇게 대화를 하는 사이, 시티안으로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들 15시간 만에 뵙네요."
이번에 그를 맞이 하는 것은 은광 혼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