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Jerry
Cinderella 09
기분이 색다른 날. 아침에 오니 거의 사람들은 없었다. 안 가고 버티는 오기가 참 희한했다. 우현은 끝내 후회하냐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안 탈 거면 갑니다. 라는 말 밖에 남겨놓지 않았다. 그 날 비를 맞으며 버스를 탔다. 집에 들어와서 목욕을 하는데 괜히 눈물이 났다. 언젠가는 깨달아야 할 현실이지만 너무 차가웠다. 업무 시작하죠. 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는 기분이 밍숭맹숭해서 그냥 컴퓨터를 부팅시켰다. 3차 기획안도 다음주부터 시작이니 할 일도 없었다. 달려가서 이 모든게 다 무효라고 나는 여기서 빠져나가기 싫다고, 나를 밀어내지 말라고 매달리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살아야 했다. 돈 많이 벌어서 성공하는 것. 그게 모든 종착이었고 내가 원하는 거였기 때문에. 나는 여기 남았다.
오늘은 우현의 결혼식이었다.
그렇다고 다 남우현 결혼식 갈 필요는 없잖아, 성규가 투덜거렸다. 초대를 받았으나 일이 먼저라는 비서가 같이 남아있긴 했지만. 비서는 오늘은 지시할 명령도 없는데 집에가서 쉬시죠. 하고 휴식을 권해봐도 도저히 집에가서 쉴 수가 없었다. 이거 직업병인가봐, 성규는 웃으며 답했다. 비서는 같이 동요하며 웃어주었다. 뭐 할까, 간만에 게임이나 할까. 격식차릴 사람들도 없는데. 성규가 제안을 하자 비서는 일이 있다며 본사로 내려가봐야 한다고 답했다. 치사하게… 성규는 투덜거리면서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건넸다. 비서는 서류를 잔뜩 챙겨 사무실을 벗어났다. 그제야 사무실에 성규 혼자 남았다. 진짜 아무도 안 올 줄이야. 다 결근으로 체크해버려야지, 괜한 심술을 부리며 성규는 투덜거렸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우현의 자리로 향했다. 앉아보니 의자가 꽤나 딱딱했다. 이런 자리에서 하루종일 웹툰을 본단 말이야?
서랍을 열어보니 공책 하나와 펜 두개, 결제 받아야 할 서류 몇개 빼고는 없었다. 도저히 회사에서 개인적인 일을 하지 않는 듯 싶었다. 구경할 것도 없네, 시시하게. 성규는 서랍을 닫으려는데 웬 핸드폰 하나가 구석에서 발견되었다. 뭐야, 얼마전에 핸드폰 바꿨나? 처음 들어왔을때 쓰던 핸드폰이랑 똑같았다. 열어보니 개통을 하라는 메세지가 떴다. 결혼 기념으로 상대방이 핸드폰 하나 해줬나보지. 성규는 투덜거리며 이리저리 핸드폰을 돌아다녔다. 메세지를 들어가니 온 메세지는 거의 다 약혼녀 뿐이었다. 이 여자 말고는 연락할 사람이 없나? 그정도로 인간관계가 좁아보이진 않는데.
임시 보관함. 성규는 여러 군데를 구경하다가 임시 보관함을 터치했다. 뭐야, 25개? 왜 이렇게 많아. 성규는 핸드폰을 유연하게 터치하며 스크롤을 내렸다. 써있는 이름이 익숙했다. '성댕씨' 하나같이 다 제 이름이 써져있었다. 성규한테 보내려다 만 문자만 20개가 있었다. 성규는 호기심에 처음부터 천천히 터치했다.
' 오늘 저녁 먹었어요? ' ' 뭐해요? ' ' 그 문자 보고 싶어서 본 게 아니라 ' . . . ' 나는 성규씨가 게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
마지막에 본 보관함 문자는 3일 전 문자였다. 다시 온 세상이 밝아졌다. 12시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 조금 더 남아있고 싶다는 말들이 떠돌아다녔다. 게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왜? 도대체 왜 이런말을 나한테 쓰려고 한걸까. 손이 떨려 핸드폰을 닫고 서랍에 밀어 넣었다. 나도 다행이라고 생각해.
현재 9시, 3시간 후면 우현은 한 여자와 평생가약을 맺는다.
If Your Cinderella
일어난 곳은 휴게실 쇼파였다. 예전에 잤을때도 편안하더니 지금도 편안하네,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였다. 할 일도 없고 사람도 없어 텅 빈 사무실에 있느니 집에서 한 숨 푹 자고 싶었지만 오늘은 그냥 사무실을 벗어나기 싫었다. 커피나 탈까, 하고 씽크대로 발을 옮기는데, 휴게실의 문이 열렸다. 올 사람이 없는데, 성규가 당황하며 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문 쪽에 서있는 사람은 명수였다. 어? 웬일이야, 우현씨 결혼식 안 갔어요? 첫 인사가 참 듣기 싫네. 성규는 아, 뭐야. 하고 고개를 떨구고 안 갔어요. 하고 의기소침하게 대답했다. 가서 아주 난리를 치고 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소심하네요. 명수는 웃으며 성규 옆으로 다가갔다. 사원들 다 결혼식 갔을텐데 회사 나오지 말지 그랬어요. 명수는 끊임없이 성규에게 말을 걸었다.
" 그냥… 여기 있으면 좋을거 같아서 " " 직업병 이네요 "
그러게요. 성규는 주전자에 물을 반쯤 담아 불에 올렸다. 명수는 마침 케이크 받아서 커피 끓이려고 왔는데, 케이크 같이 먹을래요? 하고 손에 달린 상자를 보여주었다. 성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쇼파에 먼저 앉은 명수가 성규를 불렀다. 커피만 다 끓이고 갈게요. 보채는 명수에게 성규가 귀찮다는 듯 답했다. 케이크 상자를 연 명수가 연신 감탄사를 뱉었다. 맛있겠다. 성규는 뒤를 돌아 케이크를 슬쩍 눈요기로 보았다. 초코 코팅과 고구마 가루가 뿌려진 두개의 케이크는 입맛을 돋구기에 충분했다. 주전자가 소리를 내며 끓고, 성규는 컵에 뜨거운 물을 능숙히 채워냈다. 곧 성규는 커피 잔을 두개 들고 쇼파로 향했다. 명수가 잘 끓이네요, 맨날 사 먹을 줄만 알았더니. 하고 웃었다. 성규는 전혀 아닌데요. 하고 투덜거렸다. 명수는 성규에게 포크를 건넸다. 조그마한 포크였다.
" 성규씨 오늘 왜 이렇게 우울해요? " " 하나도 안 우울 한데요 "
성규씨는 거짓말을 너무 못해, 얼굴에 이렇게 다- 써있는데. 명수는 손짓을 하며 베시시 웃었다. 성규는 그러는 명수씨는 사람을 너무 잘 놀리네요. 하고 투덜거렸다. 제가 한 놀림하죠. 명수는 케이크를 한입 더 떠먹으며 답했다. 이렇게 우울할땐 옛날 이야기 듣는게 딱인데, 명수는 먹으면서도 중얼거렸다. 성규는 누가 요즘 옛날 이야기를 들어요, 제가 애도 아니고 둘다 서른 두 살인데. 하며 투덜거렸다. 명수는 태연히 답했다.
" 서른 두 살이라고 얘기 들으면 안된다는 법도 있어요?, 그런 법은 없는데 " " 그런 법이 없어도 상식으론 그렇죠 "
전 항상 상식을 뛰어넘는 사람이라. 명수는 베시시 웃었다. 어휴, 얄미워 뭐 한마디도 안 져요? 성규는 끝내 소리를 내며 투덜거렸다. 명수는 그럼 내가 이겼으니 옛날 얘기 해도 되죠? 하고 능글히 웃었다. 성규는 맘대로 하세요. 재미 없으면 확 커피 부어버릴거야. 하고 장난을 쳤다. 명수는 화상입으면 책임지게요? 그럼 10번이고 부어도 되는데. 하고 웃음을 지었다. 성규는 안 붓고 말죠. 하고 커피를 한 입 들이켰다. 명수는 크흠, 하고 헛기침 소리를 내더니 얘기 시작할게요. 하고 나름 분위기를 잡았다. 주인공은 저에요. 여자 주인공은 어떤 둔한 사람. 명수는 포크로 케이크를 한 입 떠 입 안에 넣으며 말했다.
" 제가 고등학교때 엄청 인기가 많았거든요, 보시다시피 잘생겨서 " " 이런 얘기면 안 들을래요 "
에이, 그러지말고 들어봐요. 명수가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여자애들이 하루에도 10번은 고백하고, 발렌타인 데이나 빼빼로 데이가 되면 책상에 수도없이 쌓이고 학급 신문에는 얼짱이라고 실리고, 길거리 캐스팅도 20번은 당해본거 같은데, 이정도면 말 다했죠? 명수는 다시 커피를 들이켰다. 성규는 그러면 그 기세로 연예인이라도 하시지 그러셨어요. 하고 비꼬듯 답했다. 저도 하고 싶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애가 엄청 소심해서, 만약 저 연예인 되면 제가 고백 못 할까봐. 씁쓸한 웃음을 지은 명수가 답했다. 성규가 좋아하는 사람 때문에 인생도 포기해요? 진짜 바보같다. 하며 커피를 들이켰다. 아이, 들어봐요. 명수는 추임새를 넣으며 말을 이었다. 근데 그 애가 엄청 바보 같아요. 애들이 괴롭혀도 신경 안 쓰는 척, 쿨한 척 하면서 상처 엄청 입고, 공부밖에 몰라서 공부만 엄청 열심히 하고, 반장이었는데 리더쉽 따위는 갖다 팔고 제 멋대로 한다고 욕도 엄청 먹었죠. 성규는 진짜 그 애도 멍청하네요. 하고 중간에 끼어들듯이 말했다. 명수도 그쵸? 하면서 맞장구를 쳤다.
" 근데 그 애가 어느날에, 길 가던 할머니를 도와주는 거에요. " " 착하긴 한가 보네요 "
네, 엄청 착했어요. 은근 까칠한 척 했는데 진짜 속으로는 엄청 착했거든요. 명수는 신나서 얘기를 이어갔다. 성규는 도대체 그런 멍청한 애를 왜 좋아했어요? 하고 비웃듯 미소를 지었다. 들어봐요, 명수는 성규를 보채듯 말하며 여전히 긴 얘기를 이었다. 제가 그때부터 그 애가 좋아지기 시작한 거에요. 아침에 먹을 것도 사다주고, 처음에는 친구로 지냈어요. 근데 제가 또 한 시크함 하잖아요? 제 별명이 얼음왕자 였거든요. 그러다보니 그 애에게 잘해주니까 이상한 소문이 나기 시작했죠. 성규는 저런, 그러면 이어지기 힘든데. 하며 같지 않은 위로를 했다. 명수는 맞장구를 쳤다. 그쵸, 그러니까요. 아 정말 그게 너무 실수였어요. 제가 시크한 척을 그만 했어야 했는데. 후회하듯 명수는 읊조렸다. 성규는 조금 강한 목소리로 명수의 말에 반발했다.
" 그게 문제가 아니죠, 그 좋아하는 애가 멍청이네, 그 정도로 호감을 표현했는데도 안 넘어왔다고요? 멍청해라 " " 아, 그런가? 여튼 그랬는데, 그 애가 엄청 공부에 관해서 독했어요. 전교 1등을 절대 안 놓쳤거든요 "
이상한 애네. 성규는 중얼거렸다. 명수는 성규의 중얼거림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 애가 대학도 안가고 엄청 유명한 그룹에 스카우트를 받은거에요. 그것도 정 사원으로. 저는 너무 부러웠죠, 그리고 고 3, 2학기 때부터 그 애가 학교에 안 나왔어요. 근데 너무 서운한거에요. 보고싶고.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요? 처음과는 다르게 흥미가 생긴듯 성규가 명수에게 보채듯 물었다. 명수는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저도 엄청 열심히 공부했죠, 그 애 가고 나서 전교 1등은 항상 제가 했어요. 그리고 겨울방학 2차 스카우트 때 겨우겨우 잡혀서 그 기업에 들어가게 됬어요. 성규는 여전히 흥미가 생긴 듯 물었다, 그래서 그 멍청한 애는 만났어요? 명수는 웃으며 망설이듯이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빨리 말해봐요, 성규는 명수를 재촉했다. 명수는 갑자기 손을 올려 성규의 머리로 올렸다. 쓰다듬는 느낌이 이상했다.
" 여기 있네요, 멍청한 그 애 "
성규는 예? 하고 재차 물었다. 명수는 여전히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항상 쉬는시간마다 빵 주면 이렇게 머리 쓰다듬었는데. 추억에 젖은 듯한 말투가 이상했다. 성규야. 명수가 반말로 성규를 불렀다. 나 에요? 그 애가? 성규는 말도 안된다는 듯 답했다.
" 기억 하나도 안나죠, 알아요. 성규씨가 고 3때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 항상 기억하기 싫어했잖아요 " " ………. "
이제 이 얘기를 들어줬으니까, 억지로 기억 안 해도 좋아요. 평소처럼 잊고 살아가세요. 나도, 고 3때 성규씨도.
명수는 그 말만을 남긴 채 휴게실에서 빠져나갔다. 앞에는 반쯤 먹힌 고구마 케이크와 조금밖에 먹히지 않은 초코케이크가 보였다. 거짓말. 성규는 중얼거렸다. 어렴풋 옛날을 기억해보니 조금씩 누군가 눈에 띄었다. 그냥, 옆에 있어 줬던 애. 항상 공부만 해서 재미 없다고 친구가 한 명도 없을때, 그냥 가끔씩 나랑 놀아줬던 아이.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었던 아이. 성규의 기억 속 조금씩 그 아이가 살아나고 있었다. 그리고 곧 해맑게 웃던, 성규야. 하고 편하게 불러주던 친구 한 명이 떨어지는 꽃잎 마냥 바람 속에서 흩어졌다. 12시 종이 울렸다. 아름다웠던 또 다른 하나의 환상에서 성규는 깨어났다.
If Your Cinderella
어둑어둑 해지는 밤. 성규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명수와 대화를 나눈 이후로 여러 생각을 하다가, 그냥 명수 말대로 모두 잊자, 라는 마음으로 컴퓨터를 키고 우현이 항상 보던 웹툰을 따라 구독하고 있었다. 저녁 6시. 결혼식은 끝나고도 남았을 시간이었다. 이제 나도 집으로 돌아가서 씻고 자야지, 내일 아침에 사람들을 반겨주고 일하고. 곧 있으면 본사로 가서 바쁜 생활을 해야 할 텐데. 괜한 감정에 휩쓸려 살아갈 필요가 없어. 옛 일을 추억하고, 사랑하고, 기억할 시간이 없었다. 바쁜 현대인. 성규를 수식해주는 다섯개의 단어는 너무 초라했고 또는 불안했다. 가방을 챙기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아무도 없는 텅 빈 사무실에 인사를 건넸다. 오늘도 수고했습니다. 오늘도 참아내느라 수고했어요, 김성규 씨. 문 단속을 하고, 마지막으로 불 꺼진 어두운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밖은 비가 내리지도 않았고, 차가운 바람이 불지도 않았다. 그냥 조용했다. 무언가를 눌러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탔다. 시동을 걸고, 기아를 넣고 출발을 하는 그 순간에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고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이 우현의 결혼식이라는 것도, 명수가 저를 예전부터 알았고 좋아했다는 것도. 그래.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부질 없는 얘기들이었다. 사랑으로 돈을 벌 수 없고, 사랑으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없다. 그건 현실이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그렇다. 하루에도 수 십번 돈 때문에 우는 사람들이 있고 웃는 사람들이 있다. 가난한 생활에서 부자 남자를 만나는 환상을 가진 사람들도 있고 반대로 부자들끼리만 경계선을 그어놓고 사랑을 하는 순간도 있다. 그건, 전부 그들만의 환상이다.
서른 두 살. 환상을 뛰어넘을 나이가 왔다. 실제와 현실을 깨닫고 살아가는데 주력해야할 나이. 더 이상 감정과 사랑을 애타게 기다리며 원할 나이가 지났다는 것을.
차는 도로를 빠르게 달려 금세 동네에 도착했다. 저녁 시간이라 다들 퇴근하고 주차를 해놓은 터라 차를 대기 쉽지 않았다. 성규는 한참을 동네 골목을 돌아다니며 주차 자리를 찾았다. 곧 조그마한 자리가 발견되었고, 성규는 유연히 차를 움직여 주차했다. 곧 차를 멈춰놓고 가방을 맨 후 차 안에서 빠져나왔다. 나온 골목은 춥고 어두웠다. 이제 겨울이구나. 조금 멀리 와서 주차한 덕에 집 까지는 조금 걸어야 했다. 걷는 도중 전화기가 강하게 울렸다. 성규는 주머니에 있는 전화기를 꺼내 수신자를 확인했다. 엄마?
" 여보세요? " - " 어찌 연락 한번이 없냐, 성규야. "
아, 바빴어요. 요즘 일 많아서. 성규가 변명을 이었다. 반대편 엄마는 다정히 말을 꺼냈다. 밥은 잘 먹고 다녀? 일은 어때, 맨날 우리쪽에서는 보내는 돈 만 받으니까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모르겠네. 성규는 그냥 그렇지…. 이번에 본사로 진급해서 그 쪽 방면으로 집을 하나 더 구해야 할 거 같아서… 그거 빼곤 별일 없어요. 반대편 엄마는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어머, 웬일이야. 본사로 옮겨? 월급은 오르고? 성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했다. 월급이야 조금 오르겠죠, 왜 돈 필요해? 너네 누나가 음악 한다고 돈 다 빼돌려갖고 월세 3달이나 밀렸잖아. 하여튼 진짜 도움이 안되. 엄마는 투덜거리듯 답했다. 성규는 그럼 보내드릴게요, 진작 말하지. 누나 음악하게 냅둬, 자기 하고 싶은거 하겠다는데. 하며 엄마의 투덜거림에 반박하듯 답했다. 엄마는 미안하다, 맨날 도움도 못 되고. 하고 주눅들 듯 답했다. 자식 하는 일이 다 이렇지 뭐. 성규는 엄마의 미안함에도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엄마는 그래, 하고 말을 이었다.
- " 만나는 여자는 없어?, 아주 애가 타 죽겠다. 누나는 결혼도 안한다고 뻐기는데 손주는 언제 보고 죽어. " " 무슨 벌써 손주야, 나는 없어…. 아직은 일이 더 좋아 "
무슨 사내놈이 여자를 보고 끌리는게 없냐, 아주 손주 생각에 애가 탄다 애가. 엄마는 답답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성규는 아이, 나중에 때 되면 결혼 하겠지. 하고 투덜거리며 답했다. 그럼 선 볼래? 건넛집 여자애가 아주 남편감 찾느라 난리던데. 하고 엄마가 때를 발견했다는 듯 기대감에 차 성규에게 말을 건넸다. 성규는 됐어, 나는 그렇게 결혼 안 해, 하고 딱 잘라 거절했다. 엄마는 아주 엄마를 말려 죽여라, 죽여. 하고 투덜거렸다. 성규는 집 다왔다. 끊어, 언제 한번 내려갈게요. 하고 마무리를 지었다. 얼른 내려와라, 아들이랑 좀 놀아보자. 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 그리고 성규의 발도 어느덧 빌라 앞에 다다라 있었다.
골목으로 좀 더 걸어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빌라 골목 담벼락에 누군가 기대 서 있었다. 괜히 무서운 마음에 성규는 모른 척 하고 빌라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뒤에서 그 남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 본사 간다면서요 "
성규는 고개를 돌렸다. 익숙한 목소리. 우현이 그냥 평범했던 자신의 미소를 지으며 성규에게로 다가왔다. 무슨 부서를 맡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그쪽 사원들 고생하겠네요, 성규는 우현의 말에 그냥, 화도 나지 않고 그렇지도 않고. 그냥 익숙히 대답했다. 누가 할 소리ㅡ 이번에 홍보부 누가 맡을지 모르지만 참 고생하겠네요. 하고 반박했다. 우현은 제가 할 소리죠, 맨날 잔소리에, 서류 받아라 일 해라, 꽤나 고생하겠어요 아주. 하며 역시 성규의 말에 반박했다. 성규는 맨날 일 해라 해도 안하는데 뭘, 하고 투덜거렸다. 맨날 웹툰이나 보는 주제에. 아주 만화 광 다 되셨어요 남우현씨. 비꼬듯 말하자 우현이 보면 재밌거든요? 하고 답했다.
" 결혼식은 잘 끝났어요? " " 아뇨, 잘 못 끝났어요 "
왜요? 신부분이 숨겨둔 남자라도 계셨나? 성규는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우현은 그 말에 베시시 웃었다. 웃음을 끝으로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말은 끊겼고 우현도 무언가 망설이는 듯 싶었다. 날씨가 추워 성규는 그냥 대충 인사를 건네고, 아무렇지 않게 올라가려는데. 아뇨, 하는 짧은 대답이 들렸다. 예? 성규는 뭐가 아니냐는 듯이 물었다. 우현은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 신부 말고 신랑이 숨겨둔 남자가 있었어요 "
여기에, 우현이 성규를 안았다. 몸이 맞 닿아, 체온이 느껴졌다. 우현의 몸은 매우 차가웠다. 몇 시간을 기다렸는지, 얼굴이 어깨에 닿았을 땐 한기가 느껴졌다. 내가 결혼식 깽판치고 만나러 왔으니까 재워줘야 되요. 귀 근처에서 우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 결혼식 다 망치고 핸드폰도 꺼놨다고 집에 들어가면 뒤지게 맞아요. 성규는 우현의 말에 그냥 웃음을 지었다. 하여튼 우현씨 멍청한 건 알아줘야 된다니까. 우현이 누가 멍청해요? 일부러 보러 와줬더니. 하고 투덜거렸다. 본사 가면 못 찾아갈 줄 알아요? 아주 끝까지 따라가서 거기서 웹툰 봐줄거야. 우현의 목소리가 울렸다. 조그맣던 유리구두가, 딱 맞는 발에 끼워지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12시, 환상은 이어졌고. 왕자는 나타났다.
BGM. Melo Breeze - 안녕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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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드디어 9편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으앙 이거 쓰는데 너무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계속 날라가고 계속 고치고......원래 한 3시쯤 보낼라 그랬는데 너무 늦어서 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만약 되면 오늘 새벽에도 완결을 올리고 아마도 제 생각에는 내일 밤 완결이 올라올 거 같네요ㅠㅠㅠㅠㅠ아 너무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저 대사 너무 오글거려요......하지만.........현성을 위해서라면....흑.......☆★.........현성행쇼s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