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열아 오늘 퇴근하자마자 들어와
아침일찍 보낸 문자에 답이 없어 하루종일 우울했던 준면은 시계가 아홉시를 가리켜도 오지않는 찬열에 고개를 무릎에 파묻었다. 애써 준비해두었던 케이크와 요리들이 말짱도루묵이 되어버렸다. 오늘은 준면이와 찬열이가 만난지 오년이 되는 날이 었다.
만난지 삼년정도 까지는 깨가 떨어지는 커플이었지만 시간앞에서는 장사없다는 말이 사실이라는 듯 이 둘사이에도 권태기는 왔고 몇번 헤어질 뻔한 상황에서는 준면이 찬열에게 이제는 정말 잘한다면서 빌고 빌어서 이어진 오년이었다. 준면은 이제 자신과 찬열의 사이는 더이상은 무리라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도 일방적으로 자신만 바라보는 사랑에 힘이 빠졌다.
마음의 결정을 내린 준면은 흘렀던 눈물을 닦아내고는 창고에 넣어두었던 캐리어를 꺼내 자신의 짐을 하나하나 챙겼다. 집안에 남아있는 둘의 추억에 준면은 멈칫했지만 곧 고개를 흔들고서는 캐리어를 챙겼다. 가득찬 캐리어였지만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제 짐에 준면은 그냥 이정도만 챙겨가자면서 신발을 신고 집을 나왔다.
막상 집을 나왔지만 갈 곳이 만무한 준면은 집앞 카페에 앉아서 잠깐 고민했던 번호를 눌렀다. 연결음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사랑노래가 나왔는데 저와 찬열의 사이와는 정반대의 노래여서 마음이 아팠다. 곧이어 전화가 연결되고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렸다.
"준면이형,무슨일이예요!"
세훈이었다. 준면과 대학교때 만난 세훈은 대학생활내내 준면이를 잘 따라서 찬열이도 질투를 했던 후배였다. 머뭇거리며 오늘 하루만 재워줄 수 있냐고 조심스래 이야기하자 바로 당연히 된다며 세훈의 목소리가 커졌다. 준면은 그런 세훈에게 재차 고맙다고 말을 했다. 세훈은 우리사이에 뭘 그러냐고 얼른오라고 말했다.
택시를 타고 간 세훈의 집앞에 세훈이 서있었다. 준면이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세훈은 달려와서 준면이가 들고있던 캐리어를 뺏듯이 가져갔다.
"형 이짐 뭐예요?"
세훈이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지만 준면은 선뜻 이야기 할 수 없었다. 그런 준면을 보자 세훈은 고개를 젓고서는 얼른 들어오라며 문을 잡아 주었다. 세훈이 안내해준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저번에 찬열이랑 싸웠을때 와본적이 있었는데 그때와는 다른 느낌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다음날 눈을 뜬 준면은 시간을 확인하려 핸드폰을보자 시간은 보이지 않고 뜬 알림창에 놀란기색이 역력했다
-부재중57통 문자24통
전부 발신자는 찬열이었다. 준면은 떨리는 손으로 온 문자를 확인했다. 처음에는 어디냐는 딱딱한 문자였지만 곧이어 준면의 짐이 사라진 것을 알아차린건지 당장 안오면 끝이라는 문자도 와있었다. 준면은 끝이라는 말에 멈칫하고 답장을 할까 고민했지만 자신이 먼저 끝내기로 마음먹은 일이었다. 준면은 남은 문자가 있었지만 괜히 마음만 약해지는 것같아 핸드폰을 껐다.
방을 나가자 부엌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고 세훈이의 비명소리도 들렸다. 비명소리에 놀란 준면이 얼른 부엌으로 달려가 왜그러냐고 물었다. 세훈이 피가 나는 손을 잡고서는 발을 동동 굴리고 있었다.
"형!피!!!!"
그런 세훈을 거실로 데리고 와서 구급상자의 위치를 물어 세훈을 치료해주었다. 꽤나 깊히 베인 상처에 준면이 호 하고 불어주자 세훈이 부끄러운듯이 준면의 등을 퍽 쳤다.
"세훈아 뭐하다가 다친거야"
준면이 걱정스래 묻자 세훈의 얼굴이 빨개졌다. 고개를 푹숙이고서는 아무말도 안하고 있자 재차 준면이 물었다.
"형 어제 기분 안좋은것 같아서 맛있는거 해주려고.."
세훈의 말을 듣자 준면은 애틋한 마음을 느꼈다. 저의 기분때문에 그랬다는 말에 준면이는 감동했지만 겉으로는 으이그 다치지나마 하고 밴드를 붙여주었다. 밴드를 붙여주자 웃으면서 다시 부엌으로 세훈이 달려갔다.
삼십분후, 세훈이 준면을 부르자 준면은 보고있던 티비를 끄고서는 부엌으로 갔다. 식탁에 앉으라며 의자를 빼준 세훈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식탁을 보자 다 준면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자 학교에서 흘리면서 말한것을 기억하고 있었다고 했다. 준면은 지금의 찬열과 다른 세훈의 모습에 씁쓸함을 느낄수 밖에 없었다. 밥을 먹으려고 숟가락을 들었다
쾅쾅-
세훈의 집문을 부술듯이 두드리는 소리에 준면이가 내가 나가보겠다면서 현관으로 갔다. 누구세요-라고 묻자 잠시 잠잠해지더니 다시 세게 문을 두드렸다. 준면이 인상을 쓰며 문을 열자 문밖에는 화난 표정의 찬열이 서있었다. 준면을 보자마자 덥썩 팔목을 잡더니 끌고가는 찬열에게 준면이 하지말라고 소리쳤지만, 조용해 라는 한마디만 할뿐 찬열의 손은 강압적이었다.
준면의 소리를 들은 세훈이 급하게 현관으로 나와서 준면을 끌고가는 찬열을 보았다. 세훈이 그런 찬열앞에 달려가서 섰다.
ㅋㅋㅋㅋㅋㅋㅋ이것도 엑독방에서 쓴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