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풉. 그래서 망에서 혼자 온거야?"
"에고... 쪽박 났습니다. 똥쌌어..."
...똥 쌌다는 말을 여기 쓰는 건 맞지만 여기서 이렇게 들으니 기분이 묘하네. 요섭은 화를 내야 되는 상황인지, 웃어야 하는 상황인지 애매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럼 다른 애들은 놀고 있는 거야? 아니, 제단 일만 나한테 몰빵하고 밖에 일하러 갔어. 요새들어 유입되는 시민분들이 많아져서 숨쉬는 만큼 일이 생기는 것 같아.
"시민들이 유입되는 건 좋은 일인데, 그에 대한 제단의 대처가 느려서 일단 우리가 급하게 일차적으로 해결하고 있어. 요새 좀 정신 없잖아. 우리 제단."
은광은 안에 제단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최초 제단의 설립자인 홍보스가 몸이 않좋아 병원에 입원한후, 잠시 임시직을 맞았던 버그라는 인물이 홍보스의 주변 인물을 내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다. 더불어 불경기인 상황에서 세금을 올린다는 소문까지 들려, 민혁과 은광은 그것을 막기 위해 발벗고 뛰고 있다고. 때문에 사실 복지부도 제단과 사이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바쁜 와중에 제단에 관한 일 하기 싫다고 도망간거 보시게. 애들이 아직 어려. 큐분들 아니시면 저희 진짜 죽을 뻔 했어."
그나마, 복지부에는 용역이 많다. 수비부도 몇번 용역에 대한 신청이 들어오지만 너무 위험한 일이라 거절하는 반면, 복지부는 능력자가 아닌 일반인이라고 도울 수 있는 일이 많기 때문에 다 같이 시티를 지키고 싶은 누구라도 복지부의 용역으로 지원할 수 있고, 그들은 제법 많은 일을 해내가고 있었다.
"...솔직히 나도 도망갈 수 있다면 도망가고 싶다만."
"하하! 형님이 그러면 안되지! 우리 공격력의 중심!"
요섭의 말에 은광은 여전히 솔직하시네 하고 웃어버렸다. 솔직히 요섭 역시 지금 상황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처음 이 시티가 세워질 때부터 쭉 같이 해왔던 입장에서, 차라리 인원이 작아도 행복했던 옛날이 좋은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 무엇보다 권력이라는 것이 생긴 지금이 마냥 거북했다. 요섭의 속을 알고 있는 은광이 어깨를 으슥하며 말했다.
"뭐, 어떻게든 해결되겠죠. 요새 주변 기운이 제법 좋아요. 그러니까 걱정하기 마세요."
"...갑자기 존댓말 쓰는게 이상하다만 네가 그렇다면 맞는 거겠지."
은광은 능력자 중에 기타형에 속하는 기운을 조종하는 남자 였다. 생물이 살아 움직이는 힘,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오관(五官)으로 느껴지는 현상, 몸에 존재 하지 않으면 이상을 일으키는 것들. 그 모든 것들을 조종하는 은광은 하늘의 안좋은 기운을 다른 곳으로 옮겨 다른 곳에 태풍이 치도록 할 수도 있고, 타인의 기운을 빼앗아 다른 이에게 그 기운을 줄 수 있으며, 그걸로 인해 상대방의 몸상태를 최악으로 만들 수도 있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게 해주는 좋은 기운을 줄수도 있다. 모두의 기운을 볼 수 있고 조종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그가 복지부 대장으로 앉아 있는 이유였다.
"그나저나 창섭인 어디갔어?"
"아마 성재랑 새로 들어오는 이민자들에게 갔을 거예요."
"아고 아쉽네. 오랜만에 한판하고 싶었는데."
"하하. 참아줘요. 연습실 복구 하는 것도 우리 몫이니까요."
"근데 아까부터 왜 존댓말이냐?"
"저기 버그께서 오고 계시 거든요."
"아 젠장."
은광의 한마디에 요섭의 인상이 찡그렸다.
***
제단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는 난민촌. 오늘 집을 짓기로 하여 잠시 아이들을 봐주던 창섭은, 잠시 제단 건물을 뚤어져라 쳐다보더니 말했다.
"뭔가 좀 불안하지 않아?"
"뭐가요?"
성재가 되묻자, 그는 가볍게 고개를 으슥했다.
"그냥 좀 그래. 기분이."
성재는 싱겁다고 웃었지만, 창섭은 왠지 대꾸할 기운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멍하니 고개를 돌리는 사이, 근처에 돌아다니던 청소년과 부딧혔다. 창섭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
"아, 미안. 미안해."
"아 뭐야. 재수없어!"
멍한 창섭이 만만하다 생각했는지, 막말을 뱉고 가는 남자에 성재는 살작 인상을 찡그렸다. 정작 당사자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린듯 하였으나.(사실 그것을 신경 쓰지도 못할 정도로 피곤해 보였다.) 멍하니 다시 근처에 아이를 안아들고 놀이터로 데려가는 창섭. 성재는 그런 창섭에게 먼저 가 있으라고 말했다.
"할일 많으니까 빨리와."
"뉘엡!"
성재는 창섭이 보이지 않을 만큼 제법 걸어가, 그 남자 아이를 벽으로 밀쳤다. 약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얼굴에 성재는 피식 웃음을 날렸다.
"너도 소문 듣고 그러나 보네. 복지부 사람들이 만만하다는 소문."
수비부에 비해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았고, 복지부 소속 능력자는 공격형이나 방어형같은 전투 형식이 주가 아니고, 어느 쪽에도 소속되지 않는 기타형이 주가 되어 있다. 때문에 그것을 잘못해석한 젊은 이들은 소속중에 복지부가 가장 나약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고, 종종 제단의 화를 복지부를 욕하면서 푸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형이 왠만하면 다 미안해 해서 정말 우리가 가마니로 보이나 본데... 난 저렇게 형처럼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형처럼 참을성 있지도 않아. 시민의 권리를 이렇게 악용하면 곤란하지.
우리가 실력이 없어서 복지부에 소속되어 있다는 괴상한 생각을 하는건 아니지 설마?"
공격형 방어형 교란형 분석형 기타형. 그들은 대부분 7명중 5명이 기타형에 속했고 2명은 공격형과 방어형 두개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괴물로 통했다. 능력이 따로 분류되지 않은 기타형.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공격형이 될수도, 방어형이 될 수 도 있는, 때문에 한계가 없는 상위 1%이거나 다양한 능력을 가진 천재들. 그들이 이렇게 뭉친것만으로 말도 된다는 말을 들을 만큼. 하지만 그들은 치열한 전쟁터의 싸움보다, 시민 한명한명과 같이 생활하는 이 시간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성재는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라...
"그럼 그것에 대한 벌은 하루치의 악몽으로 줄게."
육성재 기타형 능력자 꿈을 지배하는 자. 대충 그 남자 아이를 재운 성재는 아이들이 원하는 형상으로 놀이터를 만들고 있는 창섭을 발견했다. 창섭은 서둘러 성재를 불렀다.
"야! 빨리와!"
"네네 알았어. 무슨 나 없으면 못사나?"
이창섭 가상의 공간 현상 능력자로 임이로 24시간 동안 원하는 대로 가상 현실을 만들 수 있다. 오감을 모두 만족 시키는 가상 현실이라 그것은 실로 현실이라 해도 무방하다는 말이 들릴 정도. 꿈을 통하여 악몽을 볼수도, 원하는 것을 볼 수 도 있는 성재와, 악몽을 재현 할 수도 원하는 것을 이루어 줄 수도 있는 창섭. 둘의 시너지는 제법 무서울 정도다. 아이들의 꿈을 가상 현실 속에 넣어주기도 하고, 지독한 사람의 악몽을 실제처럼 구현하여 가상 지옥으로 빠트리는 것도 가능하다. 맨날 싸우긴 해도, 그들은 제법 괜찮은 콤비였다.
"하아... 졸려."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터를 만들어 준뒤, 그 옆에 앉아 하품을 하는 창섭. 그것을 보고 성재는 피식 웃으며 놀리기 시작했다.
"잠에 관한 능력은 난데, 잠은 형이 더 자는 거 같아. 얼굴 부은거 봐!"
"시끄러...요 능력이 말이다... 체력 소모가 엄청나여... 난 잠으로 체우는 것 밖에 답이 없어여..."
"존댓말이야 반말이야?"
"몰라 임마..."
비몽사몽하던 창섭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성재의 등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성재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잘자요. 창섭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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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핳 육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