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3층. 치안부 견습생이라 해서 지식이 부족해도 되는건 아니니까. 매월 마다 시험을 쳐, 거기서 100점 만점에 50점 이하를 3번 이상 받으면 제적될거야. 10층이 우리 견습생들이 묵는 곳이야. 100번 부터 250번대의 방 번호가 있으니까. 알아서 잘 들어가길 바래."
"..."
진호는 제법 잘 설명을 해 나갔고, 홍석은 눈알을 굴리며 그의 말을 흘려듣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역시 말을 하지 못하는 건 조금 답답했다. 혼자 떠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달까?
"입주는 내일하는 거지? 그럼 아마 내일 방배정을 알려줄거야. 아, 연습실은 아까 봤지? 거기에 너의 손등에 찍힌 바코드를 대면 너에게 맞는 연습실 환경이 조성될거야."
"..."
안 쓸려고 해도, 자꾸 시선이 그의 목에 걸린 족쇄로 갔다. 언어규제용, 의미가 담긴 말을 내용을 사용했을시 전기가 흐르는 목걸이. 저런 걸 해야될 만큼, 큰 잘못을 한건가.
"난 공격형이 주지만, 방어형도 가능한 능력자. 너는 무슨 능력이야?"
"..."
홍석은 진호의 손을 잡고 끄적거렸다. 진호는 홍석이 써준 글씨를 따라 읽었다.
"분... 석형?"
홍석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진호는 피식 웃었다.
"안겹치네. 그럼 나중에 파트너가 될 수도 있겠다."
홍석은 대답 대신 씁쓸하게 웃어버렸다.마치 그럴리가라고 되묻는 표정이었다.
최근 견습생들 사이에서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소리소문 없이 사방에 퍼진 소문이 그들 몸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곳에는 최근 치안 기구 팀을 뽑으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는 소문. 모두 그 한팀에 들기 위해 모인 견습생들이니까. 모두 본능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팀에 들지 못하면 다음 기회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이런 상황에도 신원이형이랑 우석이는 한결 같네요."
"걔네 마저 긴장하면 정말 큰일이 일어난 거지."
배급을 받던 여원이 피식 웃으며 진호에게 말했다. 진호는 베시 웃으며 장난스레 받아졌다. 그런 그들에게 고개를 돌리고 있던 후이는 문득 생각난 듯 이던에게 고개를 돌렸다.
"근데 오늘은 왠일로 너가 빠졌어?"
"아, 오늘은 딱히 땡기지가 않아서..."
"너가 장난 치기 싫은 날도 있어?"
후이의 장난 스런 질문에 이던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 칭얼거렸다.
"아 뭐야, 난 뭐 항상 장난만 생각하면 힘이 나는 줄 알아?"
"뭐, 아니었나?"
한편 옆에서 키노는 유토가 먹기 곤란한 음식들을 골라주고 있었다.
"유토. 그거 매운거야. "
"아 혼또?"
그때, 후이가 무언가 생각난듯 여원을 불렀다.
"아, 여원아. 나 소개 시켜주고 싶은 애가 있는데 어제 새로 들어왔어."
"누군데요?"
"응, 옌안이라는 앤데, 한국어를 못하고 한어를 사용하더라구. 한어라면 나보다 네가 더 능숙하잖아."
"네. 알겠어요. 근데 지금 어디있어요?"
"아직 소속 검사중이래. 오늘로 정식 입학 심사가 끝나고 공표되니까. 나중에 강당에서 볼 수 있을거야."
나름 견습생들의 평화로운 식사시간, 오늘도 어김없이 그들의 식사 중 소란을 일으킨 것은 그들의 소식통이자 비글콤비로 불리는 우석과 신원이었다.
"야야야야! 빅뉴스야 빅뉴스!"
"야, 진정하고. 왜 이렇게 사색이 되서 돌아와?"
그들을 기다리며 먼저 음식을 배급 받고 있던 다른 아이들 중, 후이는 그들의 좋지 않은 얼굴에 걱정하며 물었다. 여원이 유토랑 같이 그들 분량의 식사를 챙겨주며 그들을 옆자리로 안내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견습생 이름이 뭔줄 알아?!"
그들은 자리에 앉으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다들 누구냐고 묻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완전 흥분해서 숨도 고르지 못하는 거 같았다.
"양홍석이야 양홍석."
"...예?"
반응이 참 다양했다. 숫가락을 놓아버리는 유토부터, 잠깐의 정적 후 되물어 보는 키노, 작게 휫바람을 부는 이던, 눈을 꿈벅꿈벅 거리는 후이, 말없이 스프를 섭취하고 있는 여원까지. 그중 가장 놀라운 것은
"누군데?"
이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진호였다. 그의 반응에 신원과 우석은 놀라면서 되물었다.
"에! 진짜 몰라요?!"
"헐 대박! 형 진짜요!"
"응. 알아야 되는 일이야?"
아 니 그건 아니지만... 진호의 너무 순수한 물음에 오히려 당황한 것은 신원과 우석이었다지. 견습생을 오래하다보면 불규칙하게 들어오는 다양한 견습생들을 만나게 된다. 처음부터 이 큐브 시티에 들어온 아이들도 있고, 다른 시티를 거쳐서 이곳에 온 아이들도 있다. 다양한 사정이 있고,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오니 다양한 소문이 있는 건 당연지사. 오랫동안 견습생을 했던 진호 입장에서는 소문 따위 그렇게 호들갑 떨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형, 그건 그런 소문 같은 게 아니여."
그때, 우석이 당황하면 튀어 나오는 사투리를 구사하며 진호에게 말했다. 신원 역시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좀 유명한 일화잖아요. 그걸로 본인이 사과를 하기도 했고."
"뭐?"
그들의 말을 요약해 주면 그렇다. 어느 대형시티에 소속되어 있던 그는 치안기구 팀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그곳 견습생으로써 훈련을 받던 도중 뇌물수수 혐의와 시민폭행 혐의 의심을 받았다고 한다. 그때 시티에서 나온거라고.
"아, 그럼 걘가..."
진호는 어제 잠깐 만난, 언어 규제용 목걸이를 하고 있던 애를 떠올렸다. 그런일이 있어 그런 벌을 받는 거라면 설명이 되지만... 너무 심한거 아닌가 싶은 생각은 여전했다.
"야야. 말로는 뇌물수수 혐의는 인정했는데, 시민 폭행 혐의는 흔히 떠드는 말이잖아. 단정 짓지마."
그때, 후이가 그들을 말리며 말을 정정 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여원도 한마디 거들었다.
"맞아. 사실 뇌물수수 혐의라는 게 거창하지만, 우리도 간혹 조공이라고 시민들에게 받는 게 있잖아. 소문 만으로 나쁘게 보는 건 아니라고봐."
"그게 문제가 아니지. 중요한건 그것을 받아서 남에게 줬다는 거지."
견습생 신분으로 마을 일을 도와주는 것은 익히 있는 일이다. 그런 일을 하면, 마을 사람들은 대게 감사의 표시로 조공이라는 이름아래 선물을 주는데, 그것 자체는 문제를 삼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타인에게 넘겨준 것이 들어났을 경우, 그것을 뇌물수수 혐의로 보게 되는 것이다.
"뭐 뇌물은 사과했으니 됬다고 쳐도, 가장 큰 문제는 비하발언으로 몰고 온 정신적 폭력 혐의지. 사실 그 소문이 루머라면 해명을 하면 되는데 아무말도 안하니까."
가장 큰 논란은 그것에 대해 아무런 해명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라는 것. 그게 가장 문제 였다.
"일단 그것에 대해 본인이 아무런 말이 없으니 더 미궁 속인거야. 소문으로는 그 일에 대해 절대 말할 수 없는 저주에 걸렸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
"결국 모든게 미궁 속이라는 거네."
"그러게."
"아무튼, 지금 걔를 팀으로 받아들일 애들은 지금 아무도 없을 껄?"
견 습생도 본인들 스스로 암묵적으로 같이할 팀을 만든다. 정확하게는 정해지지 않지만 그냥 두루뭉실하게 이 녀석과 같은 팀을 해야지 정도. 그런데 갑자기 들어온 견습생은 그런 팀들 중에 합류하거나 새로운 팀을 만들어야 살아남는다. 하지만 지금 그런 소문이 난 상황에서 그를 받아드릴 사람이 있을까? 당장이라고 선발전을 치를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편으로는 좋은 작용을 할 수도 있어요. 그 사람을 싫어하는 시민들이 많은 만큼, 그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문제는 지금 상황에서 그런 도박을 할 팀이 없다는 거죠."
키노는 이 팀에서 나이가 어린 막내라인에 속했음에도 불구하고 핵심을 찌르는 능력이 있었다. 그만큼 어른스럽기도 했으며 속도 깊었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그 사람의 룸메가 누가 되냐는 인거 같은데요. 지금 현재 룸메 없는 사람이 한명 밖에 없지 않아요?"
"...아 망했다."
키노의 팩트에, 이던은 숫가락을 떨어 트리며 작게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