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요."
은광을 따라 회의실로 들어온, 요섭과 준형. 그들이 들어오자마자, 왼편에 앉아있던 민혁이 손을 흔들었다. 요섭은 밝게 웃으며 민혁에게 뛰어오다가 가볍게 그의 명치를 내리쳤다.
"컥."
"너가 최근에 순위 앞질렀다매? 조만간 다시 붙자?"
"헤헤.. 언제든지요."
최근 체력랭킹 1위를 빼앗긴 요섭의 소심한 복수랄까? 이제 슬슬 그런거에 해탈할 시기이기도 한데, 아직도 1위를 좋아하는 요섭에 준형은 작게 한숨을 쉬며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준비해온 두통약 한알을 먹고 근처에 놓여 있던 물로 그 알약을 넘겼다. 그런 준형의 행동을 알아챈 민혁은 준혁의 어깨를 잡고 자신의 에너지를 일부 넘겨 주었다.
"고마워. 덕분에 한결 낫다."
"너무 무리한거 아니예요? 방금 형한테 넣은 에너지, 거의 일반인 4명 분이예요."
민혁은 거의 장난처럼 보조 배터리라고 불리고 있다. 은광이 타인의 기운을 빼앗을 수 있다면, 민혁은 자신의 에너지를 타인에게 줄 수 있다. 준형은 가볍게 어깨를 으슥하며 말했다.
"요새 조금 많이 피곤한거 같네."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뒤에 복지부 방어형 멤버들도 있으니까."
"알았어."
준형의 건강은 그의 방어막과 직결된다. 시티의 거대 방어막은 거의 준형의 일부였다. 방어막에 상처가 생기면, 준형의 몸에도 상처가 생기고, 준형의 몸이 약해지면, 방어막도 약해진다. 그리고 그 방어막이 복구되려면 역시 준형의 에너지를 가져가야 된다. 최근 방어막의 일부를 복지부 방어형 능력자들이 막기 시작하면서 좀 여유가 생겼다고 하나, 아직도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진해 최근 급격하게 몸이 않좋아진 준형이었다. 그것에 인상을 찡그린 요섭이 준형의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뭐, 힘들게 하는게 방어막 뿐이겠냐 만은..."
"그거 아니니까 바람 잡지마."
요섭의 걱정이 섞인, 뼈 있는 비아냥에 준형은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아니라 부정하기엔 제단 안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일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제단 이사들이 줄지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은광과 민혁은 자리에 앉았고, 회의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회의를 주최하는 정 가운데 앉은 사람은, 홍보스가 아닌 버그였다.
"안녕하세요. 이번 치안부총시험 감독관을 담당하게 된, 시티 총 책임자 버그입니다.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
제단에 소속되어 있는 병원. 그곳 1등급 병실, 그곳에 외롭게 누워서 산소 호흡기에 의지하고 있는 사람 한명. 제법 한적한 배경에, 두명이 그 고요함을 부수고 들어왔다.
"보스! 우리 왔어요!"
요섭과 준형은 각자 꽃과 방향제를 사왔다. 그는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지만, 요섭과 준형은 딱히 게이치 않았다. 그들은 그가 무의식 상태라는 것을 모르는 마냥, 옆에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병실로 들어온 뒤부터 계속 쉬지 않고 떠들었다.
"자주 못보러 와서 죄송해요. 아시잖아요. 저희는 안의 허락없이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는 거요."
"정말 진짜 억울하다니까요. 우리가 만든 제단인데, 우리가 허락 없이 못들어 온다니요? 진짜 거북해."
준형은 꽃을 근처 물병에 꽂았고, 조금 위쪽에 방향제를 두었다. 벌레 퇴치 향으로 들고왔는데 잘 먹혔으면 좋겠네.
"방금 진짜 어이없는 말을 들었어요. 치안부를 뽑으면서, 총 책임자를 임시로 두지 말고 아예 확정하자네요. 진짜 그 자리에서 의자를 안던진 내가 장하다니까?"
"대신 테이블을 들어올렸잖아."
"아, 그건 민혁이랑 같이 들어올린거야!"
회의는 전반적으로 치안부 인원과, 선발 시험에 관한 내용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런 회의에 왜 굳이 수비부가 필요했나 의문이 들정도였다. 하지만 후반부, 그럼 일을 확실히 진행 시키기위해 현재 사실상 공석인 총책임자 자리를 임시직을 맏고 있는 버그가 본 책임자로 확실하게 앉아야 된다는 의견이 나왔고, 그것을 듣는 순간 민혁과 요섭은 약속이라도 한듯 회의를 엎어버렸다고. 총책임자가 되기 위해서는 수비부와 복지부의 승인이 필요했다. 복지부의 대장 은광과 부대장 민혁, 수비부 대장 윤두준의 왼팔과 오른팔인 준형과 요섭. 그들이 반대를 한다면, 절대 될 수 없는 자리일 테니까.
"준형이는 이제 정말 방어형에서 최고예요. 시티가 준형이 보호아래 살고 있어요. 저도 완전 강해요. 두준이에겐 좀 미안하지만, 우리 시티에서 저를 이길 사람은 없을 걸요? 자신있게 주장할 수 있어요."
"..."
"보스가 떨어트릴려던 우린데, 우리가 지금 시티에서 없어서 안되는 사람이 됬어요. 장하지 않아요?"
과거 그들이 견습생일때, 마음이 여렸던 요섭과 체력이 약했던 준형에게 그는 냉정했다. 때문에 더 독해졌고, 강해졌고, 서로 뭉쳐서 살아남았다.
"깨어나서 칭찬을 해주든, 미안하다 말하든가 해요. 다들 기다리고 있으니까. 억울하지 않아요 보스? 보스가 키운 제단을 억울하게 뺏길지 모른다고요."
여전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
쿵. 징그럽던 키메라가 한번에 아작이 났다. 큰 돌덩이에 깔려, 제 형체를 찾기도 힘들 정도가 된 키메라. 두준은 여유롭게 땀을 딱으며 말했다.
"오늘은 접근하는 것들이 더 많네."
"그리고 형은 오늘따라 더 과격하고요."
"힘내는 거지. 요섭이 역할 까지 하고 있으니까."
쾅. 그때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키메라의 머리 하나였다. 기광은 놀라 뒤로 넘어갔다. 기광은 하늘에 있는 현승에게 소리쳤다.
"야야! 말좀 하고 던져!"
"..."
가볍게 콧바람을 뿜은 현승은 다시 위로 올라갔다. 아무래도 만족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모양이었다.
"...저건 사냥이야."
"꽤나 예전부터, 재는 지키기 위해 죽이는 게 아니였어."
두준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현승이 아닌 시티 내부로 향해 있었다. 무언가 심히 걱정하는 눈빛. 기광은 두준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너가 걱정하는 건, 과거 너랑 조금 깊은 사이였던 요섭이야? 아님 최근에 걱정하기 시작한 준형이야?"
"..."
두준은 순간 고개를 돌려 기광을 노려보았다. 기광은 가볍게 어깨를 으슥했고, 두준은 한참이나 그를 노려보다가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동운은 기광을 보며 말했다.
"아, 형 너무 돌직수를 날렸네요."
"내가 답답해서 그러지. 지금, 우리 너무 답답하니까."
현승이는 뭔가 막혀 있고,
두준이랑 요섭이는 뭔가 속 시원하게 해결 된게 별로 없는거 같은 상황에서,
준형은 본인 하나 감당하기 벅찮데 주변에 일이 계속 생기는 것 같아.
"가만히 보면 내가 아니라 형이 분석형 같아요."
기광은 제법 많은 것을 지켜본다. 조용히 많은 것을 지켜보고 알아차린다. 그래서, 손동운은 기광이 제법 무서웠다. 하지만 요즘은 기광보다 더 많은 것이 무서웠다.
"요즘 뭐랄까... 소름이 돋는다 할까요?"
"뭐가?"
"전체적으로요. 안에서든, 밖에서든. 우리는 분명 키메라로 부터 안에 시민을들 지키기 위해 여기 있는 건데, 그 사이에 있는 제단은 분명 우리와 시민 편일텐데... 요즘 왜 이렇게 불안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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