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오면서 안 사실인데 나는 학생증을 매고 있었다. 더워서 더위 먹었나.. 창피해.. 어떻게 집에 온건지도 모를만큼 짜증나고 부끄러운 마음에 울그락붉그락한 얼굴로 마트를 다녀온 거 같다. 두번 말하면 입 아프지만 그 이유는 물론 문구점에서 만난 그 싸가지 때문이다. 도대체 왜 문구점에 들러서 내 용돈만 축내는 이런 볼펜이나 사온거냐고.. 아 짜증나 .. 라면이나 먹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주방에서 큰 목소리가 귀가 찢어질 정도로 외쳐왔다. " 박지민! 누가 이런것들만 사오래! 너 당장 이쪽으로 뛰어와! " 그냥 자는 척 해야겠다. ... 진짜 자는 척 하다가 자는 사람은 나 말고 없을거다. 아 오늘 너무 허무하잖아.. 아무것도 한 것도 없이 토요일이 끝나다니.. 침대맡에 허리를 기대고 찌뿌등한 몸을 조금이라도 피려 기지개를 피는데 내 책상 위에 해맑게 웃고 있는 한쌍의 애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 태형이 보고싶다.... ' 아 맞다.. 태형이가 준 공책이나 봐볼까. 하고 책상 밑 상자에서 노랑 공책 하나가 눈에 뛴다. 휴우.. 아까워서 쓰지도 못하는 공책을 준 넌 뭘 하고 있을까.. 물론 잘생겼겠지.. 당연한 소리인가..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했으니까. 나는 왜 이 모양 이 꼴일까. 이런 생각하면서 접히는 내 뱃살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진짜 이참에 다이어트나 해볼까..? 이 모습으로 나중에 태형이를 볼 자격이 없다. 물론 언제 만날지도 모르는 태형이지만 말이다. " 다이어트는... 70%가 식단이고..또... 음.. 30%가 운동이다... 그리고.. 또 .... " 좋아! 이렇게 지식을 쌓다보면 다이어트 잘 할 수 있을것만 같아! 이 참에 내 인생을 바꿔줄 다이어트니까 태형이가 준 노트를 예쁘게 꾸미면서 일기를 한번 적어보자고! 우선 네임펜으로 앞면에 크게 글씨를 써야겠군.. 투박한 글씨체로 조금씩 꾸며나간다. ' 내일부터 진짜 제대로 다이어트 하는거다! 아자아자 파이팅! ' 이때까지는 몰랐다. 그 공책에 끄적이는 아령볼펜이 내 인생을 바꿔 줄 히든찬스 였단것을.. --------- 나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옛 친구 지민이를 찾으러 이 먼 곳을 다시오게 되었다. 지민이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갑자기 가슴 한켠이 뜨거워진다. " 뭐...뭐야 이건 " 태형이를 반기는 건 볼살 가득한 지민도, 인자하신(?) 지민이의 어머니도 아니였다. 그 곳은 이미 주택이었던 지민이의 집이 아파트로 변해 있는게 아닌가.. 아무리 둘러봐도 옛 지민이의 집이 보이지 않아 식은땀이 절로 나온다. " 어이 학생 거기서 뭐해 " " 혹시 여기 예전에 살던 분들 아시나요? " " 아 그 볼살 통통한 애기 있는 집? " " 네 맞아요 그 애요! " 나는 모르지~ 라고 태평하게 말하는 아저씨의 수염을 뽑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 참자 나는 지민이한테는 착하고 순진했던 태형이니까 지금은 입에 걸래를 물고 항상 친구들과 오토바이를 타며 싸우러 다니는 일진이란걸 안다면 지민이는 나를 매몰차게 모른 척 하겠지.. " 아 맞아 그 애라면 아마 아직도 이 지역에 살고 있을거야 그렇게 나는 들은 거 같거든~ " 수염 뽑는다는 말 취소! 완전 취소! 여긴 고등학교도 딱 10개 밖에 없으니까 꼭 찾을 수 있을거야! 기달려라! 내 사랑 지민아! 그렇게 마냥 신나는 기분으로 문방구에 들른다. 지민이한테 뭘 주면 그때 그 어렸을때처럼 기뻐할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둘러보는데 어디서 덩치큰 돼지가 내옆에서 히죽히죽 대는 게 아닌가. 물론 나는 그거에 짜증이 나 평상복에 학생증을 한 그 돼지에게 심한 말을 하고 난 후 그 돼지가 가고 나서 다시 물건을 고르는데 그 돼지가 다니는 다일고등학교로 전학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돼지가 내 빵셔틀로 적당할 거 같거든. -------- 인터넷을 찾는 중 하루는 금식을 해야 다이어트에 수월하다는 말을 듣고 일요일에 금식을 하고 간헐적 다이어트라는 아침을 굶은 다이어트 방법을 발견해 월요일 아침을 먹지 않은 것 때문에 지금 죽을 것 같다. 아 어지러워. 물이나 마셔야지.. 가방에서 일요일 날 그 문구점이 아닌 다른 문구점에 들러 물병을 하나 장만했다. 무지 귀여운! " 야! 돼지 빨리 들어와 담임선생님 오신다! " 아 내가 돼지라 하지 말라고 했지! 라고 말은 했지만 그 애는 들어가고 없었다. 반쯤 물을 뜨고 반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는다. 아 되는일이 없냐, 되는일이 " 전학생이 왔다. 들어와." 나는 그 얼굴에 눈이 휘둥그래 질수밖에 없었다. 아 망했다 진짜. 그는 분명 나에게 문구점에서 땀냄새난다고 뭐라고 하는 녀석이다. 이제와서 드는 생각인데 저 녀석은 아마도 냄새페티쉬 일거다. 그렇지 않고서는 처음 본 사람한테 그렇게 말할 수 없었을 테니까..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하며 피식피식 웃고 있는데 그 녀석과 눈이 마주친다. 나를 죽이겠다는 얼굴로 말이다. "이름은 김태형이고 왠만하면 학교 조용히 다니고 싶다. " ??? 내가 들은 게 사실이라면 저녀석은 내가 그토록 보고싶어하던 태형이와 이름이 같다. 어떻게 저렇게 다를 수가 있지. 그리고 학교를 조용히 다니고 싶다니; 관종인가?! 진짜 관종인건가? 우리반 애들은 뭐가 좋다고 그렇게 소리를 질러? 익룡이야 뭐야! 나 참 겉멋만 들어서는.. " 어 태형이 너는 저기 살집있고 안경 쓴 박지민이 옆에 앉아라 " 네. 하며 나에게로 걸어오는 저 녀석은 진짜 포스가 장난아니다. 그냥 무섭다. 네 무서워요. 살려주세요. " 니 이름 박지민이냐? " " 어...어? " 갑자기 자리에 앉아서는 내 이름을 묻는데 그렇게 차갑고 무섭게 내 이름을 물으면 너무 당황스럽잖아.. " 참나 너는 이름이 너무 과분해 알아? 돼지야? 너같은 게 왜 지민이란 이름인지 모르겠다 괜히 짜증나고 역해 " 난생 살면서 이름으로 욕먹이는 애는 처음이다. 진짜 너무한다. 울거같아..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저런말을 서슴없이 하는걸까.. 태형이 보고싶다.. 물론 앞에있는 냄새페티쉬가 아니라 내 친구 태형이 말이다.. 아.. 오늘 이 이야기는 꼭 일기에 써야겠다.. 자극이 되는것 같기도 하고.. 일기를 다 쓰면 후에 태형이를 만나면 주려고 했는데 공책은 주지 못하겠다.. 이렇게 욕이 쓰인 공책을 줄 순 없으니.. 태형이라는 애는 그 말을 하고는 계속 나를 째려보는 거 같다. 나 잘못 걸린건가..? 그래 곧 방학이니까 내가 참자.. " 야 돼지새끼야 매점가서 빵이나 사와라 " " 우..우리 학교는 매점 없는데.. " 뭐? 하며 당황한 냄새페티쉬다. 왜 내가 이렇게 부르냐고? 귀한 태형이 이름을 함부러 이런 놈한테 쓰면 안될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왜 빵을 사오라는데 거절하지 않고? 아 나도 진짜 바보다. " 존나 되는 일 하나도 없네 왜 내가 니 짝꿍인건지 한숨만 나온다 돼지년아. " 진짜 울거같아 태형아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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