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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뷔슈] 단편집 : 채널 (channel) | 인스티즈

 

 

 

 

 

 

 

Channel

 

 

   귓구멍이 가렵네. 계속 귀를 파대서 피를 봤던 참이야. 이 하얀 방에서 나는 혼자 티브이를 본다. 내가 시선 두는 곳은 온통 티브이야. 눈을 깜빡, 깜빡이면 채널이 돌아가. 어때, 신기하지? 그래서 나는 매일 티브이를 볼 수 있어. 티브이 채널은 3개 뿐이야. 1번, 2번, 3번. 내가 제일 즐겨보는 채널은 3번이야. 3번이 제일 재밌더라고. 그래서 난 눈을 깜빡이지 않아. 절대, 절대 눈을 깜빡이지 않을거야.

 

 

 

 

            1             

 

내가 지금 있는 곳은 교실.

보이는 사람은 피부가 하얀 소년.

소년이 입은 교복 왼쪽 가슴으로 클로즈 업하면 이름이 보인다.

어라, 이름이 참 예쁘네.

 

 

"민윤기."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고개를 드는 소년, 아니 윤기는 예쁜 눈으로 나를 바라보지.

나는 교복이 잘 안 어울리는데 너는 왜 이렇게 잘 어울리지?

그건 피부가 하얗기 때문일거야.

순간적으로 널 만지고 싶은 충동에 손 끝이 찌릿거린다.

윤기는 웃는 듯, 마는 듯 입꼬리를 씰룩거린다.

그러지 마.

참기가 힘들어.

 

 

 

/

 

 

정신을 차리고 보면 윤기는 내 옆에 누워있다.

여긴 내 침대, 그러니까 전에 살던 집에 침대.

윤기는 온전하게 하얀 얼굴로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다.

그런데 왜 술 냄새가 나지.

아무래도 윤기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나봐.

그것마저 귀여워 보여.

나는 조심스럽게 윤기를 어루만진다.

 

 

 

/

 

 

흘러가는 구름, 새파란 하늘 밑에 서있는 우리.

어느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아까운 이 시간.

윤기는 나를, 나는 윤기를 바라보며 잘근잘근 하굣길을 먹어 치우면 작별의 시간이 다가오지.

심장이 두근거리고, 계속 두근거리는데 너는 왜.

왜 낯선 여자 어깨에 손을 두르는 거야.

왜, 여자인 거야?

 

 

 

/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너에게 소개시켜 주고 싶어.'

우리가 잤던 시간은 뭐지?

'이름은 주아. 사귀기로 했어.'

내 옆에서 잤던 너는 누구였어.

'우리 친구잖아. 예쁘게 봐줄거지?'

넌 나를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나한테 말도 안하고 언제 이런 여자애를"

꿰차서 놀아난거야.

"둘이 진짜 잘 어울"

릴리가 없잖아.

"언제부터 둘이 이렇게"

날 배신하려 했어.

"행복"

하지마.

 

 

 

/

 

 

 

흘러가는 구름, 새파란 하늘 밑에 서있는 나.

어느 누군가 제발 가져가줬으면 하는 이 시간.

나는 발을, 손을 바라보며 잘근잘근 하굣길을 먹어 치우지.

 

나?

 

 

 

 

 

 

 

            2             

 

대가리에 아무것도 안 들어찬 년 다루는 법은 생각보다 쉬웠어.

(태형이 주아의 허벅지를 쓰다듬는다. 주아, 작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너무 쉬워서 문제였지.

(주아, 태형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 댄다.)

 

"나 처음이야."

 

난 여자가 처음인데.

(태형, 주아를 침대에 스르륵 눕힌다.)

 

"내가 좋아?"

"응."

 

난 윤기가 좋아.

 

 

 

/

/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윤기가 나를 떠났다.

하늘은 어느새 구름 한 점 볼 수 없게 되었다.

윤기가 어디로 간 건지 도저히 모르겠다.

계절은 언제나 새로운 법이다.

신주아 씨발년이.

겨울 옷들을 꺼냈다.

윤기를 데리고 도망가야 하는데.

스웨터에 일어난 보푸라기들도 새삼 반가워진다.

윤기야, 보고싶어.

이제 창문을 열 일이 없으니, 새 커튼을 사야겠다.

네가 없는 이곳은 너무도 추워.

이참에 낡은 물건들도 다 버려야겠지.

너와 함께 잤던 침대에서 내려올 수가 없어.

왜 이리 포근해지는 걸까.

날 잊어버리지마.

겨울이 왔다.

사랑해.

 

 

 

 

 

 

            3             

 

오늘은 윤기에게 청혼을 했어요. 윤기는 내가 건넨 반지를 보고, 보고, 또 보다가 결국 눈물 한 방울을 흘렸지요. 연신 고맙다는 말만 했어요. 없는 살림이지만 누구보다 행복하게 해줄 수 있어. 윤기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신혼집은 윤기가 좋아하는 색으로만 채워 넣었고, 잠옷도 맞춰 입었어요. 윤기는 피부가 하얘서 뭐든 잘 어울리지만, 유독 남색이 잘 어울려요. 천사같아서 나도 보고, 보고, 또 보다가 눈물을 흘렸어요. 윤기는 내 눈물을 엄지 손가락으로 스윽 닦아주었죠. 행복해지자. 윤기가 말했어요. 나는 윤기의 말에 고개를 계속 끄덕였지요.

 

이런 해피엔딩이 또 어디있어,

우린 평생 행복할 거예요.

 

 

 

 

 

 

 

            -             

 

채널이 멈춰있다. 태형은 빈 허공을 바라보며 눈물을 연신 흘려대고 있다. 잔뜩 충혈된 눈. 태형의 입이 환하게 웃고있다.

꿈을 꾸고 있는 걸까.

 

 

 

 

 

 

 

 

 

 

 

 

 

 



 
비회원57.118
민사재판님!! 글잡에서 처음으로 댓글을 남겨봐요. 민사재판님 글 진짜 잘 쓰시는 것 같아요!!
몰입도가 장난아닌데.. 앞으로도 재밌는 글 많이 써주세요!!^ㅁ^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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