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물과 백두산이~'
오늘도 상쾌한 애국가와 함께 아침을 맞은 순영이였다.
눈을 부스스 뜨고 일어나자 벌써 국민체조를 시작한 석민이 눈에 보였다.
서로의 맘을 확인하고 어쩌다보니 더 큰 순영의 집에 석민이 들어가서 살게되자 둘은 같은집에서 같은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다.
순영도 아직 덜 풀린 몸을 들고 일어나자 석민이 순영의 팔을잡고 앞뒤로 열심히 저으며 국민체조를 시켰다.
석민이 순영의 집으로 처음 온날엔 아침의 기상곡이 애국가인것에 순영이 큰 불만을 제기했었다.
"아니 미친놈아 왜 아침마다 애국심을 만들어야되는데!!!"
"좋잖아!!!!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아!!!"
"미친놈이 여기 내집이거든??!!"
"어찌됐든 이젠 몇십년을 같이 살건데 그냥 참아!!!"
결국 몇십년이라는말에 나도모르게 심쿵한 순영이 지고 들어가자 아침 기상곡부터 알람이란 알람은 모두 애국가로 맞춰지고 끝내 순영은 처음으로 정신적 포기라는 겪었다.
그렇게 준비를 끝마치고 순영의 차를 타고 학교에 도착한 순영과 석민은 바쁜 수업일정때문에 학교에선 점심시간말곤 볼 시간이 없었다.
그렇기에 점심시간엔 석민이 식판을 들고 8반에서 1반까지 걸어가 같이 먹었다.
처음엔 친해서 그런가보다 했던 학생들은 5개월이 지나자 혹여나 둘이 사귀나 하는 진실아닌 소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일찌감찌 석민과 순영의 이름을 따서 석순이라는 별명으로 둘을 부르던 여학생들은 쾌재를 부르며 둘의 백년해로를 응원했지만 그 누구도 알아주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2학기 중간고사 시즌이 다가왔다.
석민은 물론 순영또한 집이건 학교이건 시험문제를 내느라 바빠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조차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의미없이 보내던 찰나.
바쁜 중간고사 일정에서 석민에 꿀같은 쉬는시간이 찾아왔다.
바로 3교시 수업이 빠져버린탓에 쉬는시간이 생겨버린것이었다.
속으로 애국가를 연신 부르던 석민이 문득 오늘 2교시부터 5교시까지 수업이 풀로 있다던 순영의 말이 기억나 곧장 3-5반 교실로 향했다.
급하게 빈 자리를 찾아 앞자리 학생에게 빌린 후리스를 걸쳐입으니 그저 보기에는 덩치가 큰 중학교 3학년 학생같았다.
어쩌다보니 학생들과 짜고 속이는 몰래카메라 처럼 되어버렸지만 생각이 없는 석민과 아이들은 마냥 신나기만 했다.
"자 다들 앉아라!!!"
종이 치고, 순영이 교실로 들어왔다.
이렇게 순영이 수업하는걸 처음 보는 석민은 내심 설래는 마음과 기대되는 마음이 한껏 차 있었다.
덩치가 큰 남학생 뒤에 숨어 고개만 빼꼼 내미는 꼴이였지만 그래도 어떠하리, 예쁜 순영이 수업하는걸 볼수만 있다면 천장에 매달려서라도 볼 자신이 있는 석민이였다.
그렇게 순영의 수업이 시작되고 20분이 지났을까.
눈치없는 순영이 아무런 이상한 점을 모르자 눈치만 슬금슬금보고있던 한 여학생이 손을 번쩍 들었다.
"권쌤!!!!!"
"왜?"
"한국사쌤 어떻게 생각해요???!"
뜬금없는 학생의 질문에 순영은 잠깐 당황하는듯 싶더니만 다시 페이스를 찾고는 '그냥 친한동생이지 뭐ㅋㅋㅋㅋ' 라며 말을 얼버무렸다.
여학생의 질문에 나름 기대하던 석민의 얼굴에선 명백한 실망감이 이만치나 피어오르고 있음을 캐치한 여학생이 다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손을 들었다.
"쌤!!!!!!!"
"왜 뭐"
"선생님과 한국사쌤이 같이 산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음....그렇지?"
순영의 말에 반은 이상한 호응으로 가득찼고 아까의 실망이 만연한 표정은 어디가고 연신 방실방실 웃는 석민이였다.
이번에는 그 여학생이 아닌 다른 남학생이 꺄르르 웃다가 손을 들었다.
"쌤 그럼 한국사쌤이랑 본인중에 누가 더 나아요?"
남학생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는가 싶던 순영은 이내 코웃음을 치고는
"야 석민쌤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지 뭐"
라며 석민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순영의 말에 다들 당황한 반 아이들이 석민을 돌아봤고, 순영도 뭔거 싶어 시선이 몰리는 쪽을 향하니 이글이글거리는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석민이 보였다.
순영이 당황해서 아무말도 못하자 석민은 상처받은 표정으로 뒷문을 뛰쳐나갔다.
그때 반에서 석순을 지지하던 한 여학생이 자그맣게 '아...부부싸운 시작한다' 라고 말했다.
그 여학생의 말처럼 거의 부부싸움 수준의 냉전이 석민과 순영사이에 흘렀다.
순영은 처음엔 석민에게 미안한 기생을 내비치며 설설 기어들어가더니 점점 서로의 목소리가 커지자 결국은
"그러게 왜 남의 수업에 멋대로 들어오는데!!!!!"
라고 소리를 쳤고 그에 석민은 마음이 단단히 상한듯 했다.
그렇게 중간고사가 시작할때까지 서로 아무말도 안하고 시험문제만 검토하며 지냈다.
어느날부터 석민이 식판을 들고 1반을 찾아가지 않자 8반과 1반에 있는 석순러들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러다 나의사랑 너의사랑 석순이 영영 이별을 하는게 아닐까 하던 걱정이 끝에 달한 아이들은 석민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물었다.
"근데...왜 요즘은 순영쌤하고 안드셔요...?"
"권순영의 권자도 꺼내지마...짜증나는놈"
"네에...."
차가운 석민의 반응에 결국 석순러들은 이러다 헤어질 기세인 석민과 순영을 진심으로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석순의 장을 주도하던 여학생인 칠봉이 결국 석순팬클럽의 명예를 걸고 둘을 화해시키기로 마음을 먹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곧있으면 있을 중간고사 기간에 일본어와 한국사 점수를 좋게받아 서로의 기를 올려주면 단순한 선생님들이니 저들끼리 기분이 좋아져 화해할거라는 방법아닌 방법이였다.
평소에 공부에 관심이라곤 없던 여학생들이 갑자기 공부에 전념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일본어과목과 한국사 과목에서 평균점수 75점이라는 쾌거를 불러일으켰다.
평소 둘의 과목 평균이 65~60사이를 웃돌던것에 비하면 아주 대단한 성적이였던것이다.
선생님들의 성격을 아주 잘 파악하고 있던 학생들덕에 순영과 석민은 본인도 모르게 자신의 애인을 자랑스러워 하면서도 본인들이 뿌듯해하고있었다.
"야...뭐...이번엔 잘봤더라?"
"너도...뭐 그럭저럭 괜찮던데..?"
서로의 눈치를 보던 순영과 석민은 결국 답답함을 토해낸 순영에 의해 길고 긴 냉전이 끝났다.
다시 예전처럼 석민은 하루 세번 밥먹을때마다 순영에게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게 시켰고 맨날 욕이나 하면서 시키는건 하는 순영으로 돌아와있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앞날이였다.
예전과 같이 관계가 회복되고나니 석민이 식판을들고 순영의 반으로가서 먹는일은 다반사였고, 시험도 끝나 시간이 널널하여 그런지 태극기를 양선에 든 석민이 순영이 수업하는 곳곳에서 출현을 해대니 수업 흐름이 깨지는게 한두번이 아니였다.
하다하다 안되겠다고 생각한 순영은 퇴근길에 자기만 차에 쏙 타고는 고개만 빼꼼 내밀어 석민을 쳐다봤다.
"너 요즘 짜증나는거 알아 몰라"
"응??뭐가 짜증나는데"
"너때문에 요즘 자꾸 수업 끊기잖아. 자꾸 이럴래?"
"에이 그정도도 감당못해서는 교사하겠냐"
"어 못하겠으니까 하지말라고"
"야...장난인데 왜그러냐"
"지금당장 안하겠다고 약속해"
"엥? 뭔 약속까지야...."
"싫음 혼자 집에 오시던가"
내밀었던 고개를 차 안으로 다시 집어넣고 창문까지 다 올려버린 순영이 석민을 한번 노려보고는 그대로 출발해버렸다.
당황할대로 당황해버린 석민은 처음 20분은 에이 곧 돌아오겠지 하는심정으로 아무것도 안하다가 시계가 8시를 넘기자 미친듯이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진짜로 자신을 두고 집으로 가버린 순영이 야속하면서도 자신이 한 짓이 있기에 택시를 타고 집에 가야할 상황이였다.
학교 바로 앞에서 택시를 타고 한숨을 푹 내쉰 석민은 중요한 사실 하나를 간과하고 있었다.
일단 지금 근무중인 학교와 집의 거리였다.
대중교통으로는 왕복4시간, 택시비만해도 30000원은 훌쩍넘는 그런 거리였다.
중요한 사실을 떠올린 석민은 급하게 지갑을 뒤졌다.
너덜너덜한 석민의 지갑속에는 세종대왕님이 한분, 퇴계이황님이 9분, 학이 1마리 뿐이였다.
집을 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 덕분에 석민은 가다가 차를 멈춰야하는 예상에서 빗나간 일을 해야하는 것이였다.
이미 택시는 탄지 30분을 넘겨 10000원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급하게 순영에게 연락한 석민은
[사랑아ㅠㅠㅠㅠ나 집에 갈돈이없다ㅠㅠㅠㅠ]
[내가 진정으로 보고싶다면 내 계좌로 20000원만 ㅠㅠㅠㅠ]
이라는 문자도 보내보았지만 결국 19000원이 다 나올때까지 계좌에 돈을 넣었다는 문자는 오지 않았다.
왜 하필 이런날에 카드를 들거나오지 않은것인지 본인 스스로를 자책하던 석민이 결국 길 한복판에 주저앉았다.
"권순영 이자식....결국 이런다 이거지?"
석민은 굳은 결심과 함께 여러 사람에게 묻고물어 어느 한 경찰서에 도착했다.
경찰서에 도착한 석민은 한껏 불쌍한척과 아련한척을 해대며 친동생이 돈을 다 빼앗고 멀리 내쫓아버렸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결국 경찰은 석민의 이야기만을 듣고 순영을 호출했다.
"이런 이석민 미친....! 야!!!!"
경찰서로 소환된 순영은 석민을 보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상상치도 못한 행동을 한 석민이 경이로우면서도 굳이 한시간이나 걸리는 이곳에 자신을 이딴 방식으로 불러 짜증이 난 순영은 경찰에게 자초지종을 말하고는 20분만에 경찰서에서 나왔다.
그렇게 약 3시간만에 재회한 석민과 순영은 집으로 가는 내내 아무말도 없었다.
집에 도착해서도 아무말 안하던 순영이 냉장고에서 맥주 두캔을 꺼내 식탁으로 석민을 불렀다.
쭈뼛쭈볏 다가온 석민은 다소 진지하고 무서운 표정의 순영과 눈도 못 마주치다가 순영이 건네는 캔맥주 하나를 받았다.
"석민아"
"응...?"
순영이 부르자 몸을 움찔거리며 놀라 석민이 아무러하 않은듯이 순영을 바라보았다.
순영은 눈을 치켜뜨고는 석민에게 말했다.
"앞으로 진짜 너 태극기들고 나 수업할때 한번만 더 오면 헤어질거야"
"...알았어 미안"
"어휴.....그래"
"근데 순영아..."
"뭐 임마"
"애국가는 불러도 되지?"
순영은 진심으로 짜증을 낼려다가 결국 화를 거두었다.
그래 저런놈이랑 사귀는 내가 미친놈이지...하며 오늘도 마음을 가라앉히는 순영이였다.
주절주절 |
아휴...또 이런글에 고귀하신 분들이 암호닉도 신청해주시구....♥ 근데 제가 온지 몇일이나 됐죠...? 하하 왜이렇게 오랜만인거같은 느낌...^^ [새벽]님 [주나]님 [권수장]님 [쏘요]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