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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브 전체글ll조회 1824l 1

 

 

 

 

 

 

Mabelle

 

 

 

 

 

끝없는 황야였다. 그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는 호텔은 몹시 낡았다. 외관은 온통 모래 먼지로 뒤덮여 있었지만 내부는 고급스러웠다. 1층 넓기만 했고 사람은 없었다. 샹들리에가 빛났고 하얀 수염을 가진 늙은 주인이 신문을 읽고 있었다. 왜 이런 장소를 선택했는지 의문감이 들다가도 상대를 생각하곤 금방 수긍했다. 무거운 짐 가방을 이고 2층으로 발을 옮겼다. 복도 끝 202호. 낡은 문짝은 긁혀 성한 곳을 찾기 힘들었다. 이 문이 제대로 달려 있을 수 있을까,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어두운 방 안엔 테이블과 침대, 한 남자만이 존재했다.

 

 


"Ont cherche a trouver pendant une longue periode. (오랫동안 찾아 헤맸습니다.)"

 

"그쪽한테 맞추지, 본래의 언어로 해도 좋아."

 

 


동양적인 외모의 남자는 줄곧 프랑스에서 살았다고 했다. 그를 만나려 만반의 준비를 했던 창섭은 자연스레 나오는 한국어에 힘이 빠졌다. 짐가방을 테이블 위로 올렸다.

 


"급할 것 없네, 천천히 하지."

 


창섭은 극도의 긴장 상태였다. 오금이 저려 왔고, 흐르는 땀은 티셔츠를 적신 지 오래였다. 코를 자극하는 쉰내에 남자가 인상을 썼다. 예민한 창섭이 눈치채고는 급히 욕실로 향했다. 방을 울리는 물소리는 예상외로 금방 작아졌다. 가운을 걸친 창섭이 밖으로 나왔다.

 


"남들이 보면 오해하겠군."

 

"네?"

 

"자네 말야. 그런 모습으로 떨고 있으면 내가 잡아먹기라도 하는 줄 알겠어."

 


웃는 남자의 이가 눈에 들어왔다. 보는 것만으로 날카로운 송곳니가 제 목에 들어오는 것 같았다. 잠시 상상을 했다. 부드러운 살결을 뚫고 들어 와 안을 헤집으며 피를 빠는 모습을. 숨이 거칠어 졌다. 제대로 남자를 마주하지 못했다. 실수했다간 정말 그렇게 될 것이다. 오기 전부터 물어뜯은 손톱에서 피가 맺혔다. 욱신거림에 인상을 쓰곤 습관적으로 입으로 가져갔다.

 


"피가 빨리길 원하는 건가?"

 


다급하게 손을 내 저었다. 창섭은 화제를 돌리기 위해 올려둔 가방을 열었다. 큰 가방엔 짐이 몇 개 되지 않았다. 창섭의 집과 흰 원피스. 남자는 빠른 몸짓으로 그것을 빼앗아 들었다. 흰 원피스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누렇게 변질 된 옷이었다. 약간은 불쾌할 법하거늘 남자는 신경 쓰지 않고 옷에 얼굴을 묻었다. 숨을 들이켰다. 창섭은 의아해했다. 코를 자극하는 신향을 제외하곤 아무런 향이 없었다.

 


"그 아이가 마지막으로 내게 웃었을 때였어. …자네 바쁘지 않으면 잠깐 듣지 않겠나."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의 눈빛은 간절했다. 누구도 만나지 못했고 말할 수도 없었다. 남자는 창섭의 눈을 마주했다. 말할 때가 된 것 같았다. 그래야 자신이 편히 잠이 들 수 있었고 무엇보다 물건을 가지고 있는 창섭에겐 말을 해야만 했다.

 


"그리 오래되진 않았네, 불과 몇백 년? 그래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

 

"잠시 질문이 있는데요."

 

"말해보게."

 

"원래부터 뱀파이어셨나요? 아니면…."

 

"그건 얘기하면서 답하지, 불편한 것 같군. 자리에 편히 앉게.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였을 거다. 난 그때도 뱀파이어였고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지 어린 시절은 기억나지 않아, 내 이름조차도 몰랐어. 다 그 아이가 지어준 거야."

 

 

 

 

 

 

 

 

처음 봤을 땐 참 작았어, 그 아인 아직 10살도 채 되지 않았거든. 남들과 다를 것 없는 하얀 피부였지만 이상하게도 아이의 눈동자는 검은색을 띠고 있었지. 나와 비슷한 처지였어 난 빨간 눈을 가져 늘 공격당했고 아이도 마찬가지였지. 열흘 넘게 피를 마시지 못한 상태였어 매우 굶주렸고 흡혈에 대한 욕망이 끓어 올랐었지. 굶주림에 죽어가는 나를 집에 데려와 빵 한 조각을 내밀었어, 난 그것을 먹을 수 없는데 말야. 지금 생각해보니 아이의 집은 꽤 부유했던 것 같군. 어쨌든 난 받아 들었지 빨리 그곳에서 나가고 싶었거든. 열린 창으로 나가려는데 아이가 나를 잡았어.

 


'나도 같이 데려가 줘요.'

 


한참을 웃었어, 비웃음을 흘리곤 이빨을 보였지. 아이는 겁을 먹은 듯해 보였어. 그럼에도 뜻은 굽히지 않더군. 아이를 상대할 시간도 없었고 무엇보다 그 하얀 목을 물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상당했어. 웃기지 않는가? 처음 본 낯선 이를 집에 데려온 것도 모자라 데려가 달라니.

 


'당신 뱀파이어죠? 나를 뱀파이어로 만들어줘요.'

 


망설이지 않았지. 송곳니를 쇄골로 가져갔어. 아이는 떨었고 바지에 오줌을 쌌지. 충분히 겁을 준 것 같아 그대로 집을 나왔고 그 뒤론 아이를 본 적이 없어 왜냐면 난 바로 벨기에로 갔기 때문이지. 내가 프랑스로 다시 돌아왔을 땐 15년이 흘러 있었고 난 생각했지 아마 건장한 사내가 되어 가정을 꾸리고 있었을 거라고 근데 아니더군.

 


"잠시만요, 원피스는 여자아이 것이지 않습니까"

 

"쓸데없는 질문이군."

 

"…죄송합니다."

 


다시 만난 아이는 어릴 때와 똑같더군. 하얀 피부 하며 처진 눈까지…그래! 생각해보니 자네와 굉장히 닮았었네. 난 흡혈 중이었고 아이는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지.

 


'당신을 기다렸어요, 나를 뱀파이어로 만들어줘요. 당신과 함께 있게 해줘요. 루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이름이 없었어, 아이 마음대로 내 이름을 짓고 그렇게 불러왔더군.

 


'난 마벨이에요.'

 

 

망설이지 않았어. 바로 아이에게 돌진했고 목을 물었지. 예전과 다르게 아이는 울지 않더군 떨지도 않았어. 달콤한 피가 목을 타고 들어왔어 그때의 쾌감은 아직도 잊히질 않는군! 요즘은 무엇에서 가장 큰 쾌감을 느끼나, 섹스? 마리화나? 자네가 이해되기 쉽게 설명해주겠네. 절정에 다른 섹스를 하면서 마리화나를 하는 아니 그보다는 더 큰 쾌감이야. 자네도 한 번 느껴 봤으면 좋겠군.

 


"…차라리 구더기를 한 움큼 씹어 먹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아이는 발작했고 바로 쓰러졌어. 사실 난 어떻게 뱀파이어로 만드는지 몰라. 왠지 그렇게 하면 될 것 같더군, 본능이랄까. 아이는 며칠 앓아누웠어 열이 심했지 말도 잘 못했어. 다만 행복해는 보이더군.

 


'루이, 사랑해요. 당신이 좋아요. 차가운 피부와 빨간 입술, 날카로운 송곳니까지 모두.'

 


곧 죽을 것 같더군, 그런 거 있지 않나 아무리 좋은 약이라고 해도 부작용이 있는 것처럼. 아이는 견디질 못했어 뱀파이어의 피가 아이를 점령했지만 아이는 그 피를 감당할 수 없던 거지. 너무 어렸어 그리고 난 그 고백을 받을 수 없었어. 왜냐면 난 남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거든. 죄책감 따윈 없었어, 아이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난 도움을 줬을 뿐.

 


'다시 태어나도 당신을 사랑할 거에요.'

 


자기가 죽을 것이란 걸 알고 있더군. 유언처럼 몇 마디를 남겼지. 한참을 몸부림치다 죽었어. 꿈적도 하지 않더군 맘에 들었지 이제야 귀찮았던 것이 사라진 기분이랄까. 지금도 생각하는 거지만 진작 그랬어야 내가 빨리 편해졌을 텐데.

 


"잔인해…. 그 아인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했어요. 그런데 당신은…."

 

"이봐, 고작 몇 마디뿐이었네. 아이는 나와 오래 보지도 않았고. 그런데도 아이가 날 사랑했다고 확신할 수 있나?"

 

"…."

 

"옷은 내 작은 선물이었네. 아이와 함께 묻었지."

 

"….."

 

"자네는 그 옷을 어디서 받았나. 자네 기억의 시작은 어딘가?"

 

"현식…."

 

 

무표정을 유지했던 현식의 얼굴이 밝아졌다. 멍하니 눈을 굴리는 창섭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창섭은 모든 회로가 엉킨 기분이었다. 복잡했고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를 알지 못했다. 현식이 손을 잡았다. 맞잡은 손은 아무런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늘 내 이름은 자네가 짓는 군. 손등 위로 짧게 입을 맞췄다. 아이의 소원이었어 여자로 태어나 나와 혼약을 맺고 싶다더군. 혹시 몰라 넣어뒀는데 그건 무리였나 보군, 그래도 나쁜 결과는 아니지 않나. 마벨.

 


"다시 태어나진 않았지만 아직 나를 사랑하는가, 창섭."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독자1
끌림이예요!! ㅠㅠㅠㅠㅠㅠ퍼브님 진짜 제가 좀 많이 사랑한다구요..이런 분위기 좋아요ㅠㅠ그런데 퍼브님 글은 다 좋아한다는게 함정..오ㅑ 늘 내이름은 자네가 짓는군에서 설레죠..?ㅠㅠㅠ 이번글도 잘보고가요 하트뿅뿅..♡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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