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만발했다. 햇빛이 따사로웠다. 새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그리고,
[영대] UTOPIA
좁은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면 어르신들이 살고 계신 마을이 하나 있다. 가끔 뵈는 할머니들께서는 항상 오랜만이구만, 하며 말을 걸어오신다. 그분들께는 굉장히 죄송한 생각이지만 나는 그게 정말로 불편하다. 그분들께서는 손자 보는 마음으로 대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내겐 그것이 오히려 더 불편할 따름이었다. 그걸 어르신들은 아실 리가 없으셨다. 그저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고 싶은 마음에 보듬어주시고 귀여워해주시는데 나는 그게 싫어 잘 내려오지 않는다. 그날 마을로 내려온 이유도 읍내로 갈 일이 있어서였다. 마을에는 보이지 않던 외제차 한 대가 정류장 가운데에 세워져 있었고, 내 얼굴은 절로 찌푸려졌다. 외부인이 이곳에 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싫었다. 마을 어르신들도 불편한데, 외부인이 자꾸 드나든다면 마을로 내려오기가 더욱 꺼려질 거다. 지금 읍내에 가긴 하지만, 일만 끝난다면 바로 내려올 생각일 정도였으니까. 정류장 근처에 있는 요 근래에 지은 듯한 집에는 오래 전부터 뵌 어르신들과 처음 보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아마도 새로 이사온 듯 했었다. 관심을 겨우 돌리고 정류장 앞으로 가자, 왠 낯선 사람이 쪼그려 앉고 있었다.
"……."
"……."
"…."
"…안녕?"
정류장 한 쪽에 앉아서 멍하게 있었다. 사실 그 전에 그 사람을 잠시 쳐다보긴 했다. 순간 눈이 마주쳐 내가 먼저 돌리긴 했지만. 그 사람이 계속 나를 쳐다보고 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던 건, 저 한 마디 때문이었다. '안녕?' 처음 보는 사람에게 저렇게 대하는게 솔직하게 내 입장에선 굉장히 당황스러우며 황당했고 한편으론 신기했다. 딱 봐도 십대 후반은 넘을 것 같은데, 그 나이대 쯤은 내 기억에선 충분히 예의도 없고 성격도 좋지는 않았던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 사람은 확실히 달랐다. 예의고 성격이고 뭐고를 떠나서 이 사람은 눈빛부터 달랐다. 어린 아이의 눈 같았다. 순수함이 가득 서려있는 눈. 삶에 지치고 초점을 확실하게 찾을 수 없는 일반인들의 눈과는 달랐다. 살짝 돌아본 그는 그 큰 눈을 찡그리며 다시 말을 꺼냈다.
"…인사 하면 같이 해야 하는게 맞는거야."
"…?"
"엄마가 그랬어."
한 3초 정도를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게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응? 이라며 재차 강조했다. 그 사람에 대한 첫인상은 이게 끝이었다. 그가 한 말은 정말 별로 없었고 나는 말을 아예 하지 않았지만, 그 사이에도 많은 것을 그에게서 나는 볼 수 있었다. 아마 그도 내게서 많은 것을 볼 수 있었을거다. 크고 동그란 눈으로 나를 정말 자세하게도 지켜봤으니까.
*
그 후로 마을에 잘 내려가지 않았던 것 같다. 한번은 그 사람을 또 봤다. 하지만 그 사람의 성격은 예전과 꽤 달랐었다. 성격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변하냐 하지만 정말 그랬다. 그는 나를 봐도 그냥 힐끔힐끔 쳐다볼 뿐이었지, 그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그 뒤로 마을 귀퉁이에 있는 팔각정에서 그를 멀리서 보았다. 그는 나를 보지 못했다. 그냥, 조금 심심해보였다. 정자에 걸터앉아 발을 휘적거리거나, 정자 위로 털썩 눕거나, 구름을 멍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당연하게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얼마 후, 마을로 내려가니 뵌 적이 없는 아주머니 한 분이 내게 다가왔다. 어쩔 줄 몰라하는 티를 내니 아주머니께서 부탁을 하나 한다고 했다. 솔직히, 그 부탁을 들어줄 생각은 조금도 있지 않았다. 그래도 그걸 대놓고 티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주머니는 내 눈을 보시면서 말을 꺼냈다. 그 눈이 익숙해서, 나도 모르게 그분의 말에 집중하게 되었다.
"제 아들이, 정신지체장애인이예요. 정신연령이 7살이 채 되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일을 나갈 때엔 걱정되어서… 아들이랑 나이대가 비슷해 보이는 분이 그쪽밖에 없어서 그래요. 영재? 이름이 영재라고 하셨던 거 같은데…."
이름이 이렇게 거리감이 있어 본 적도 처음이다. 들은 지 오래 되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주머니의 말에 나는 정말로 무의식적으로,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고 아주머니는 정말 감사하다며 몇번이고 말씀하셨다. 그 아들이라는 사람이 이 마을에 한 사람밖에 더 있겠나 싶었지만, 그래도 조금 걱정되었다. 인간관계는 정말로 힘들어하는 터라 그 사람이라 해도 내가 잘 대할 수 있을지 나도 잘 몰랐으니까. 아주머니는 그런 나를 보며 말을 더 하셨다. 그 아들에 대한 말들이었다.
"이름은 대현이예요. 정대현. 나이는 아직 열여덟이예요. 과일이랑 과자 좋아하고, 당근이랑 시금치 싫어하니까 잘게 썰어서 어떻게든 먹여야 하니까 그건 제가 준비해 드릴게요. 저희집이 불편하시면 영재씨 집에서 지내셔도 돼요. 나가는 건 좋아하는데 뛰노는 걸 싫어해서 애가 허약해요. 가끔 놀아주세요. 만약에 돈이 필요하시면 꼭 저한테 말해주시고요, 그 외에 대현이랑 관련 없어도 필요하시면 연락 해 주세요. 번호 드릴게요."
마지막에 관련 없어도 필요하시면 연락 달라는 그 말에 왜 기분이 울컥하면서도 기뻤던 건지. 나 자신이 알고 있었지만 스스로에게 숨기고 싶었다. 아주머니는 제 아들을 데리고 내게 손을 쥐어주었다. 역시, 그 사람이 맞았다. 그사람은 나를 약간 경계했고, 아주머니는 일 하러 간다며 그에게 엄마 갔다올게? 하며 시무룩한 그를 달랬다. 그 모습을 멍하게 보다가 아주머니가 가시자 정신을 차렸다. 그는 어색한건지 나를 보지 않았고, 나 또한 그를 계속 볼 수가 없었다. 크게 본다면, 그게 두번째 만남과 세번째 만남이였다. 첫번째 만남과는 꽤나 다른, 서로가 몹시 어색해하는 만남.
*
"…영재야."
"……?!"
"나 이것좀 해 줘…."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는 풀린 제 운동화를 벗고 내 앞으로 들고 와서는 건내 주었다. 신발끈이 이미 많이 더럽혀 진 게, 아까 전에 풀렸는데 이제서야 말하는 듯 싶었다. 나와 그는 내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마을로 내려가면 어른들을 꽤나 많이 뵈게 될 것이고, 그 외에도 꽤 많은것들이 내게 불편할 것이다. 그가 마을에서 꽤 올라와야 하는 내 집으로 귀찮게 오는 것은 미안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일종의 변명이었다. 나한테만 해당하는, 그런 변명.
"…영재야."
"…."
"너는 몇 살이야?"
신발끈에 묻은 흙을 털어주고 신겨 주고 나서야 신발끈을 묶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그가 내게 물어왔다. 적어도 네가 나한테 영재라고 할 정도의 나이는 아닌데. 새는 웃음을 내곤 다 묶은 신발끈을 놓았다. 그는 나를 계속 쳐다보았다. 대답할 때 까지 저럴 모양이었다. '스무살.' 내 대답에 그의 눈이 더 커졌다. 그 모습에 또 괜히 웃음이 나와 웃었다. 그가 왜 웃냐고 물어도 그건 대답할 수 없었다. 그냥 웃음이 나오는 걸, 어떻게 대답하란 말인지. 그는 입술을 비죽이더니 묻지도 않았던 이야기를 줄줄줄 나열하기 시작했다. 어린 아이의 생각처럼 말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한 톨의 거짓도 없이 솔직하게 다 말했다. 자신의 이야기, 자신 가족의 이야기. 일반인이라면 쉽게 말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들.
"나는…부산에서 왔어. 엄마랑 아빠가 귀농? 그거 한다고 온 거래. 엄마 매일 화장하고 이쁜 옷 입었는데 이제는 막 이상한 옷 입어. 난 그래도 우리 엄마가 좋아. 아빠도. 까만 옷 입고 맨날 그랬는데 지금은 엄마처럼 이상한 거 입어. 나는 그래도 아빠 좋아. 근데 영재는 왜 그런 거 안 입어?"
"…나?"
"응. 영재는 맨~날 이런거만 입잖아. 왜?"
"…난 일 안 해."
"…왜?"
"하기 싫어서."
"하기 싫다고 안하는건 어린 애들이나 하는 짓이랬어."
"…못해서."
"…못해?"
"…응. 못해."
"…못하는 게 어딨어."
"못해."
아마 저 어린 아이의 머리로는 절대로 생각도 못 할 거다. 그는 미간을 찡그리더니 나를 보았다. 나도 여섯살 때 쯤엔 그랬었겠지. 못하는 게 어딨냐고. 어른들은 끝없는 한계에 항상 부딪히고, 그 한계는 어린 아이들이 보기에는 몹시 보잘 것 없는 걸 거다. 조금, 아주 조금은 그가 부러웠다. 아니, 좀 많이 부러웠다. 생각에 한계가 없는 그가 부러웠다. 투정부릴 부모가 있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그냥 내가 아니라서, 그래서 많이 부러웠다.
"…나는."
"응?"
"대현이한텐 있는 엄마랑 아빠가 없어."
"…진짜로?"
"응. 없어."
"…왜?"
왜냐니. 생각해 보면 그는 항상 모든 것에 의구심을 품었던 것 같다. 쓸데없는 대답외엔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걸 알면서도 그러는 듯 했다. 단지 궁금할 뿐이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그 쓸데없는 대답마저 해 줄수가 없었다. 이유가 없어서가 아니라서 이유를 알기 싫어서. 혹시 내가 만약 알 수 있게 된다면, 나는 그 순간을 회피할 것이다. 멍하게 하늘을 주시했다. 나도 모르게 그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튀어나왔다.
"엄마랑 아빠가… 영재를 싫어해서."
결국 해 준 대답은 내가 생각해도 비참한 것이었다. 그는 또다시 왜? 하고 답할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어린 애들도 배려심이 있는 건가? 하고 고개를 휙 돌리니 그 눈가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나는 그것에 당연히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대현아 왜 울어? 그의 눈물을 닦아 주면서 물어도 그는 없는 소리까지 낼 뿐이었고 나는 더 당황해 버렸다.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를 몰랐다. 그의 몸을 안고 등을 토닥여주니 그가 꺽꺽 울면서 말했다. '영재 불쌍해….' 그의 고개를 내 어깨 위로 숙이게 한 다음, 그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순간 제어하지 못한 감정을 추스렸다. 나도 이런 내가 불쌍했다.
*
나는 열살 때 버려졌다. 지금의 정대현보다 어리지만, 생각은 더 성숙했었던 그 나이때. 이 마을로 버려졌었다. 이젠 어머니, 아버지의 얼굴도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하기가 싫은 것도 있지만 정말로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어쨌든, 내가 이 마을 구석에서 울고 있었을 때 왠 할머니 한 분께서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 나를 키우셨다. 지금 내가 사는 집으로.
할머니께서는 원래 몸이 조금 안 좋으셨다. 병이 있으셨지만 그것때문에 죽은 것은 아니었다. 마을 정류장으로 가시다가 외부 차에 의해 치이셔서 즉사하셨다. 내가 가장 소름이 끼쳤던 건, 할머니를 치고도 그냥 지나간 그 차와, 그 모습을 보고도 외면했던 마을 사람들과, 외부인이라서 용서했던 할머니의 원래 가족들이였다. 그 가족들이란 사람들은 원래 이곳에 잘 오지도 않았고, 나는 그런 할머니가 나만큼 불쌍했다. 불쌍하다는 말마저 하기 꺼려질 정도로. 할머니는 그래서인지 항상 내게 '내 죽으면 내 돈 니한테 다 준다.' 라고 말하셨고 나는 그말을 그냥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할머니가 가지신 돈이 꽤 많았었던 모양이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단 사실을 들은 건지 할머니의 가족들이 마을로 몰려들었고, 그들은 딱 보아도 잘 산다는 티를 내고 있었다. 그들은 다짜고짜 우리 집으로 쳐들어와선 내게 나가라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나는 안된다며 바락바락 우겼지만 그들은 나를 무시하고는 집안 곳곳을 뒤졌다. 나는 그들을 제지했으나 그것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이 할머니의 통장을 확인했을때 돈이 다 없어진것을 알자 그들은 할머니를 욕하면서 어지러운 집을 두고 그냥 나갔다. 한동안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집을 정리하면서 서랍 깊숙한 곳에 봉투가 있는 것을 보았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거액의 돈과 편지를. '영재야, 니가 내 손자다.' 삐뚤빼뚤하고 모난 글자에 설움과 그리움이 터져 얼마동안 울었는지 모른다. 그때 내 나이가 열다섯이였다.
"영재야, 내가 영재 아빠 해 줄게. 엄마 하는것도 아빠가 다 해 줄게. 나는 영재 안 싫어해. 응?"
지금은 울고 싶어도 참아야 했다. 그때보다 더 생각이 깊어져야했고, 나이는 이미 스무 살이었다. 성인이었다. 나는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하고 쉽지 않게 살아왔지만 어른이었다.
"영재야…그러니까… 응? 울지 마. 나도 안 울게…."
그의 손이 내 얼굴을 만졌다. 나는 성인이다. 아직 어른은 아니다.
"…대현아…."
나보다도 어린 그의 앞에서 나를 완전하게 보였다. 그의 앞에서 무너졌다. 열다섯 살의 그때처럼, 눈물을 끝없이 쏟아냈다. 나도, 그도.
*
그가 책 한권을 들고 와서는 읽어달라 했다. 소나기였다. 이름은 들어 봤지만 아직 읽어보진 못한 책이었다. 그는 '엄마가 동화 읽지 말고 이거도 읽으래.' 하며 페이지까지 찾아서 내게 건내주었다. 나는 집 바닥에 편하게 앉았고 그는 그런 내 다리를 베곤 누웠다. 딱 보니 까딱하면 잘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그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그는 내용 하나하나에 집중했고, 가끔은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그 단어들을 설명하는데 더 오래 걸린 것 같다. 책의 거의 끝 부분때에 그는 아예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나 혼자 책 한권을 그냥 정독한 것 같았다. 다 읽고 나니 그가 잔 것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했다. 감수성이 꽤나 풍부한 그는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는 감정에 정말로 솔직한 사람이었으니까. 아마 결론을 듣고 '왜 죽었어?'하며 눈꼬리에 눈물을 달고는 계속 물었을지도 모른다.
"…대현아."
"…으음…."
"대현아, 일어나."
"으으응…."
그는 얼굴을 찌푸리고는 눈을 슬며시 떴다. 그 모습에 환하게 웃으니 그 역시 따라 웃었다. 그가 '어떻게 됐어?'하고 물어왔다. 아무말도 않고 그냥 지그시 그를 쳐다보니 응? 하고 또 물었다. 버릇인 듯 했다.
"…둘 다 행복하게 잘 돼."
"진짜?"
"응. 둘이서 행복하게 잘 지내."
"나도 영재랑…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깜짝 놀라 그를 다시 보았다. 그는 그 말을 하고 부끄러운건지 벌떡 일어나서는 제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귀여웠다. 마을 꼬맹이를 봐도 귀엽다고 느낀 적이 없는데 그는 너무 귀엽다. 괜히 내 얼굴이 달아올라 그를 쓰다듬었다. 그가 강아지처럼 웃었다. 강아지보단 고양이에 가까운것 같긴 한데. 아무튼. 그에게 거짓말을 한 건 잘못이지만 기분은 좋았다. 아마 이 책은 버려야 할 것 같았다. 그가 책을 읽을 수 있을 진 몰라도.
*
"영재야."
"응?"
"나 영재 좋아하는거같아."
"…어?"
"이거 엄마한텐 비밀인데, 나 엄마보다 영재가 더 좋아."
"…그러면 안 돼."
"왜?"
"엄마는 영재보다 훨씬 더 대현이 좋아하는데?"
"…진짜?"
"그럼."
그런가…. 그가 갑자기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 귀여워. 누굴 더 좋아해야하는지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그냥 너무 귀여웠다. 그는 이젠 얼굴까지 찡그리며 고민했다. 올라가는 입꼬리를 내릴 생각따위가 없었다. 그가 본다면 왜 웃어? 라면서 재차 물어본다고 응? 하고 말할지도 몰랐지만, 귀여운 걸 어떡하란 말인지. 그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괜히 미안해졌다.
"…근데."
"응?"
"영재는 대현이 더 좋아해."
"……."
그는 잠시 나를 멍하게 보더니 일순간 눈이 커졌다. 그 모습에 참을 생각도 없었지만 안에서부터 참고 있던 웃음이 터져나왔다. 비웃는 게 아니라, 진짜로 좋아서 나오는 그런 웃음이. 그는 응? 진짜야? 하고 다시 물었지만 대답할 생각은 없었다.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다시 멍하니 나를 보더니 환하게 웃고는 나를 껴안았다. 그는 아까부터 앉아있었고 나는 서 있어서 넘어질 뻔 했지만, 지금 그게 중요할 리는 없었다.
"영재야, 나 엄마만큼 영재 좋아해."
그렇게 고민해서 나온 결론이었다. 그에게서 이정도 결론이면 대견한거지. 나는 만족스러웠다. 그가 지금 어떤 결론을 내리든 사실 난 크게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냥 그 고민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그랬을 뿐이다.
*
이때까지 쓴 글 모두 삭제했습니다
연중은 맞지만 아예 쓰지 않는건 아니고 팬픽은 여전히 쓸 예정입니다
이런 소식으로 찾아뵙게되서 정말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