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
w.1억
"진짜 회사 가기싫다........."
진짜 회사는 왜 다녀야할까.. 돈은 왜 벌어야할까? 나이가 먹으면 먹을 수록 드는 생각이다.
대학 졸업하고 몇년간 알바만 하면서 놀기만했으니.. 처음으로 어제 어렵게 막 취직을 해서 인턴이 됐다만..
열심히 업무를 보고있는 과장님 옆에 쭈뼛하게 서서 '과장님...'하면 과장님이 무심하게 내게 대답한다.
아니 근데 날 보지도않고 보는 듯하면서도.. 허공 보는 거 너무 무섭네. 사람이 말을하면 쳐다봐야되지않냐구요.
"……."
"과장님 아침이 시키신 거 바로 메일로 보내면 될까요?"
"그럼 카톡으로 보낼래요?"
"아, 아니요.."
아 저런...싹퉁바가지...어디로 보내라고 말도 안 했잖아!! 이메일은 또 어디있는데!!!
"뭐 더 할 말 있어요?"
"네? 어.. 그..죄송한데.. 이메일이 어디 있을까요?"
"회사 단톡방 확인해보세요. 거기에 이메일 보내놨잖아요."
"아,네. 죄송합니다."
그렇게 과장님 말고도 모두가 나한테 잡일을 시키는데 회사 단톡방 볼 일이 있겠냐구요. 바빠 죽겠구만.. 우리 부서에는 사람이 한 10명 정도가 있는데 아직 말을 제대로 섞어본 사람도 없다.
나만 보면 자기가 하기 귀찮은 것만 시키기 바쁘기만한데 뭐. 그리고 우리 부서는 왜 부장님이 없으신 거야?
부장님이 왜 없는지 아무도 얘기 안 해주고.. 참 이 부서는 삭막하구나.. 조용해도 너~무 조용해 친구 회사랑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거기는 뭐 커피도 돌리고 부장님이 맨날 아재 개그하고 그런다던데 여기는 뭐... 풀이 죽어서 자리에 앉아 할 일을 하는데.. 옆자리에 있던 최대리님이 나를 보고 조용히 말했다.
"회사 단톡방은 자주 확인해야 돼요. 여기 회사 사람들은 말을 하면 몸에 두드러기라도 올라오나봐. 대화를 일절 안 한다니까?"
"아...넵.."
"과장님에 부장님까지.. 도망간 인턴만 여러명이라니까요. 쌀쌀맞아도 너무 쌀쌀맞아. 저 둘뿐만이 아니라 여기 부서 사람들 모두가 그래."
"아, 그렇구나..ㅎ하하하."
어제까지만 해도 무심하게 안녕하세요-하고 말았는데. 오늘은 말이라도 걸어주는 최대리 덕분에 괜찮기는한데. 여기에서 기침 한 번 하기도 눈치가 보여서 기침을 참아야될 정도다.
눈 굴리는 소리까지 다 들릴 것 같은 그런 정적이야.
"이재 씨? 이거 내가 뒷페이지는 건들지 말라고 했는데. 건드려 놓으면 어떡해요."
"아, 죄송합니다..."
"시킨 일만 좀 하지.. 이것도 못하면 어떡해.. 일만 더 생겼네."
진짜 최악이었다. 시킨 일이 너무 많다보니까 실수를 했더니 여자 주임님이 내게 와서 신경질을 내고 갔는데 모두가 다 나를 보았다. 그래.. 내가 잘못했는데 어쩌겠어.
"괜찮아요?"
"네? 아, 네..ㅠ.."
"혼났대요~"
좋은 분인 줄 알았더니 아니네요.. 저를 약올리시는군요...? 하.... 부장님 자리에 없으시다고 대놓고 웹툰을 보고있는 최대리님에 나는 괜히 입을 벌리고 감탄을 한다. 이야.....
점심시간이 되었고, 오늘은 왠지 먼저 살갑게 말을 걸어도 될 것 같은 자신감이 붙어서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일어서는 최대리님을 한참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점심 맛있게 드세요..."
"아, 인턴도 맛점하쎄용~"
"네에..."
헿헤...그래도... 착하신 분이야..이 부서에서 제일 착해..(나한테 말 걸어주면 착한 사람).. 기분이 좋네. 유일하게 내게 착하게 말을 걸어주시는 분.. 저분은 천사일까?
최대리님과 저 김과장님은 또 다른 우리 부서 사람과 함께 셋이서 밥을 먹으러 나가는 듯 했고, 나는 잠시 앉아서 주위를 둘러봤다. 나 빼고 모두가 무리 지어서 밥을 먹으러 가는구나..
나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나가버리는 여자 직원분들에 기분이 좀 이상했다...
왜 이렇게 왕따가 된 느낌이지.. 뭐 그렇다고해서 슬픈 건 아니고..
"……."
슬픈 건 아니고 마음이 존나 아플 뿐이야!!!!!! 오늘 꼽을 두 번이나 먹었는데.. 이게 이렇게 슬플 일이야....? 허흡..
우리 엄마가 이 모습을 본다면 엄청 슬퍼하겠지.. 식당에 가면 회사 사람들 마주칠 것 같아서 식당 옆에 있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샌드위치,햄버거,핫바를 사서 쓸쓸히 먹고있는데.
나 이러다가 계속 혼자 밥 먹고 왕따 당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괜히 슬픔이 몰려와서 한숨을 내쉬었다.
내 인생은 왜 이런 걸까.. 분명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나름 친구가 많았는데. 다들 자리를 잡고 어른이 되어가니까 혼자가 되는 기분이네...
"뭐야 인턴? 왜 혼자 먹어?"
"푸흡..컥켁..켁..켉!!!!"
"어 뭐야 괜찮아??"
"…여..여긴 무슨 일로...오셨어요?"
"인턴 여기 편의점 주인이야? 뭘 무슨 일로 와. 편의점에 뭐 사러왔지ㅋㅋㅋㅋㅋㅋ."
"앗...헣.."
"와 인턴 이거 다 먹어???????????"
이거 다 먹어???하고 테이블 위에 있는 음식들을 보고 감탄하는 최대리님에 어색하게 허허- 웃다가도 뒤에 따라 들어온 김과장님과 뒤에 다른분을 보았다.
"……."
"……!"
와 저분은 뭐야? 왜 저렇게 잘생겼어?????????????? 저런 존잘을 내가 왜 이제서야 본 거지???????????????????
너무 당황스럽고 신기해서 존잘남을 보고있는데....김과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
"……."
미친 개무서워 진짜... 난 저 김과장님이 왜 이렇게 무서운 거야...
바로 눈을 내리깔고 아무일도 없다는 듯 있으면 김과장님은 담배를 사고있고, 최대리님이 괜히 내 옆에 서서 말을 걸었다. 아니 가요..가라구요.....
"왜 혼자 먹냐니까?"
"아.. 아직.. 밥 같이 먹을 분들이 없어서...하하하..."
"하긴.. 다들 무리지어서 먹기도 하고... 일도 많아서 인턴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나보다. 그래도 그렇지 왜 편의점 음식을 먹고 그래."
"괜찮아요! 맛있는데..."
"그러지 말고 같이 먹으러 가자. 이제 먹으러 가려고 하는데. 옆에 제육덮밥 진짜 기가 막히게 맛있거든. 제육덮밥 좋아하나?"
"에? 아, 아닙니다! 괜찮아요! 혼자.."
"이러지 말자. 너무 왕따같잖아."
"…이렇게..넷..이서요...?"
내 말에 모두가 다 나를 보았고, 최대리님이 '응. 왜? 싫어?'하고 장난치듯이 물어보는데....
"……."
"……."
여기서 싫다고 대답할 수가 있는 사람 있냐구요. 차라리 혼자 먹게해줘요 제발!!!!!!!!!!!!!!!!!!!!!!눈치 더럽게 없어 진짜.
"좋..좋아요.."
"그럼 제육덮밥 먹즈아~ 이건 내가 먹는다? 이야...전주비빔! 뭘 좀 아네 인턴이."
"앗..그건...!"
"왜 인턴 거야?"
"…아닙니다. 최대리님 드세요.."
자기가 먹는다면서 테이블 위에 삼각김밥이랑 샌드위치를 야무지게 챙겨 주머니에 넣는 최대리님에 어색하게 웃었다. 저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데.... 아니 그나저나 저 최대리님은 언제 말을 깐 거야...?
"인턴 왜 이렇게 못 먹어?"
"……."
최대리님과 저..송주임님을 앞에 두고 어떻게 먹냐구요.. 다행이도 김과장님은 볼 일이 있다고 빠져서 다행이기는한데..
"안 먹으면 내가 먹는돠~"
저 최대리님은 백퍼 자기가 많이 먹고싶어서 뺏어먹으려고 같이 먹자고 한 걸 거야;;;; ㅡㅡ
"김과장님도 같이 먹을까봐 솔직히 쫄렸지."
"네? 에이..잇..아니요...?"
"솔직히 말해봐. 내가 아까 말했잖아. 다들 과장님 보고 도망가."
"…좀 무섭기는 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람이 나쁘지는 않은데.. 그냥 좀 차가울 뿐이야."
"핳핳...하...아..근데 그.."
"앙?"
"부장..님은.. 어디가신 거예요?"
"아~ 부장님은 출장가셨어. 이제 곧 오실 텐데.. 벌써부터 막 온몸에 소름이 돋아..."
"헉...근데.. 왜 부장님 보고 다들..도망간다는 거예요?"
"뭐랄까.. 생긴 건 호랑이처럼 생겨가지고.. 별명도 미친호랑이야... 또 성격도 얼마나 불같은지.. 아, 심지어 막말도 엄청 한다니까. 나는 부장님 볼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아. 여봐 여봐 나 닭살 돋은 거!!!"
"네????????????????????????????????"
"그래도 괜찮아 ^^ 어차피 부장실 따로 있어서 가끔 무서우면 되니까. 그렇게 버티는 중. 블라인드 안 쳐져있었으면 나 이미 퇴사했어."
"……."
"왜 이렇게 못 먹어. 내가 먹는다?"
"아니... 저는 그럼... 뭘 먹..."
"왜왜 할 말 있어?"
"아니에요.. 많이 드세요..."
내가 회사에서 왕따 당하는 것보다 더 충격인 건 존재했다. 그게 뭐냐면....
"허업...???"
퇴근 한시간 전.. 과장님이 시킨 파일이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날아가 버렸고 입을 틀어막고 있으면 뒤에서 지켜보던 여자 직원분이 내게 말하길..
"어 그 자리 원래 저장 버튼 눌리면 튕겨서 다른 이름으로 저장 눌러야되는데."
"…네?"
"어머.. 미안해요. 말해준 줄 알았는데.. 어떡해?"
왜 말을하지 않았지? 왜 그 중요한 문제를 지금에서야 얘기하는 거냐고!!!!!!!!!!!!!!!!!!!!!!!!!!!!!!!!!분명 어제 알려줄 때 이런 건 안 알려줬잖아!!
"저기.. 과장님.."
"……."
화난 건가? 화났어! 화난 것 같아! 어떡해 어떡해 진짜 어떡해. 왜 하필 과장님 파일이 날아가냐고...!
"파일이 날아가 버려서.."
"……."
"죄송합니다. 금방 하겠습니다.. 조금만 시간 주시면.."
"오늘까지 다 할 수 있어요?"
"…네? 한시간..정도 남았는데.. 좀 힘들 것 같은데.. 조금만 더 시간 주시면... 안 될까요? 야근을 해서라도 다 하겠습니다."
"그러세요. 그럼."
인턴한테 야근 시키는 사람 어딨어요? 여기있어요~~~ 진짜 이게 거짓말이 아니라는 게 더 소름이야. 아니면 이거 몰카야? 인턴 왔으니까 몰카하자! 뭐 이런 거 아니냐고...
아니면 인턴 퇴사시키기 프로젝트 뭐 그런 건가...
벌써 7시인데.. 출근 이틀했는데 이렇게 야근 시키는 사람이 어딨냐구요. 나 혼자만 남아서 야근이라니.. 상사 하나 없는 게 말이나 돼요?
한시간 동안 흥얼 흥얼 아이돌 노래를 부르다말고 좀 쉬어볼까해서 이어폰을 빼고선 기지개를 쭉 피며 혼잣말을 했다.
"생각해보니까 다들 하기 귀찮은 거 다 나 시키는 거... 너무 킹받네... 인턴이 아니라 심부름꾼이야 무슨.. 이걸 견뎌야 일할 수 있다면..이까짓 거 견뎌주지! 다 드루와.
아니 근데 이게 맞나? 일이 너무 많아. 옮겨 적으라니.. 진짜 킹받네???????? 그래그래..손글씨 아닌 게 어디야 ㅋ헿.. 아니 근데 그 싹퉁바가지는 이걸 어떻게 오늘까지 하라는 거야...이 정도면 나 싫어하는 거 아니야?
흠흠~ 라이프 이스~아름다운 갤럭시~ 음흥흥 장르로는 판타지~ 아 요즘 장원영 진짜 예쁘네.. 킁..ㅎ..아 여신이다.. 흠흥응으~빅빅 스테이지~~ 아 이거 또 날아갈까봐 쫄리네..."
화장실 좀 다녀와야겠다~하면서 의자를 뒤로 돌렸을까...
"……."
"ㅁ라마러밂저ㅐㄻ점ㅇ자아맞애ㅔㅁㅈㅇ!!!"
"……."
"죄....죄송합니다..저는.. 아무도 없는 줄 알고......."
"……."
"과장님..죄송..합니다...전 진짜...아무도....없는..줄..알고...."
진짜 미친 거야? 제발 에어팟 끼고있다고 해줘.. 입을 틀어막은 채로 얼굴은 다 붉어져서 김과장님의 귀를 확인하는데. 너무 완벽하게도 안 끼고있다. 어떡해? 어떡해????????? 쪽팔려서 사망할 것 같아......
"정말 죄송합니다....."
"난 지금 그쪽 덕분에 퇴근도 못하고 있는데. 너무 여유 부리는 거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먼저 퇴근하시면 제가 혼자서..."
"확인은 해야죠. 그쪽이 잘했는지."
"…아, 그렇구나..최대한 빨리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같기는 한데... 화장실까지 갔다오면 너무 여유 부리는 것 같아보일까봐 다리 베베 꼬면서 참으면서 일을 다시 하고있기는한데....
"(미쳤어 진짜 미쳤어!!!!돌았어! 나를 죽여! 날 죽여!!!!!!!!!!!!)"
너무 쪽팔려!!!!!!!!!!!!!!!!!!!!!!!!!!!!!!!! 그렇게 한시간 동안 열심히 과장님이 시킨 일을 먼저 하고있었을까.
"얼마나 걸릴 것 같아요?"
"어... 30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근데 혹시.. 삼각김밥..드실래요? 저녁 시간인데.. 저 때문에 퇴근도 못하시고.."
그 동시에 꼬르륵- 소리가 진짜 드라마에서나 볼 듯한 타이밍에 크게 소리가 나고 난리다.... 그럼 과장님이 내게 말한다.
"전 됐으니까 그쪽 먹어요."
"…아, 네.."
쭈글...쭈글....이걸 어떻게 먹겠어요 또... 괜히 앞에 삼각김밥을 둔 채로 하염없이 바라만 보는데..
"저녁 먹고 하죠."
"네? 정말..요...?"
아니 잠깐만.. 이게 좋아하는 게 맞아? 배고픈 건 배고픈 건데.. 둘째치고 나..
저 싹퉁바가지 무서운 과장님이랑 둘이서 밥 먹어야 돼?무서운데..무서운데!!!!!!!!!!!!!
어색하고 어색하고 무섭다. 점심에 왔던 제육덮밥 가게에 와서 제육덮밥을 시키고나서 뻘쭘하게 메뉴판을 또 살펴보았다.
어색해서 그래요 어색해서... 무슨 말이라도 해야될 것 같은 느낌에 속으로 울며 입을 열었다.
"여기 진짜 맛있더라구요 제육덮밥!"
"…먹어봤어요?"
"어.. 네! 점심 먹었습니다!"
"다른 걸 시키지 그럼."
"아...괜찮습니다.. 아까 최대리님이 제 거를 다 먹으셔가지구... 또 먹고싶었어요."
"……."
"오와.. 맛있겠다.. 감사합니다....."
음식을 받고선 먹으려고하는데...... 그래도 뭔가...사람이 차가워보여도...착한 사람인 것 같기도하고... 내 꼬르륵 소리 듣고 저녁 같이 먹어주는 거잖아.. 그리고 나 때문에 같이 야근인데 화도 안 내..
"…크흠.."
"……."
아까 그렇게 혼잣말로 혼자 화냈다가... 노래까지했는데 아무말도 없어... 아니 심지어!! 본인을 싹퉁바가지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꼽도 안 줘.. 아니면.. 못..들었나....?
"저기 과장님...."
"……?"
"아까.....요..."
"……?"
"그.. 아까.."
"……."
"…아, 아닙니다."
그래.. 자기 욕한 건 못 들었으니까 저런 반응이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그래.. 표정 봐! 누가봐도 못 들었어.
"근데..말 편하게 해주셔도 되는데요....."
"그럴게요."
"네.."
그렇게 나랑 과장님은 말 한마디 없이 밥을 먹고 바로 회사에 와서 또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밥 좀 먹으면서 좀 친해지려나..싶었는데 여전하다. 어떻게 밥 먹는데 한마디도 안 해? 사람 민망하게 정말...
모든 일을 해결하니 8시가 되었다. 오늘은 내가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야. 여덟시에 나오니 내가 있는 부서 빼고는 다 불이 꺼져있기에 나 혼자만 불태웠다는 생각에 또 분했지만..
뭐 어쩌겠냐는 생각에 풀이 죽어서 회사에서 나왔다. 회사 앞에있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커플이 너무 꽁냥대길래 정류장 뒤에 서서 버스를 기다린다.
으으.. 누가 옆에서 담배 피는 거야.. 인상을 쓰며 코를 막다가도 친구에게서 전화가 오기에 전화를 받았다.
- 야 뭐해! 일 끝났어? 카페나 가자.
"흐아아아음... 나 지금 끝났다.."
- 뭐? 너 야근한 거야 설마?
"그렇게 됐어.. 다들 자기가 하기 싫거나 귀찮은 건 다 나한테 시키는 거 있지. 심지어 중간에 파일까지 날아가서 지금까지 일했다.."
- 미친 거 아니야? 겨우 이틀 출근한 인턴한테 야근을 시킨다고?
"말도 마.. 우리 부서 과장이랑 부장 때문에 도망가는 인턴 한둘이 아니래. 과장이라는 사람은 말도 없고 싹퉁바가지에다가.. 부장은 출장가서 곧 온다고해서 못 보기는 했는데. 더 심하대. 나보고 죽으라는 거 아니야?"
- 왜 어떻길래 도망을 간대?
"몰라 나도.. 오늘 엄청 스트레스 받았어.. 죽고싶따..하아...오늘 확 그냥 죽어버리려고! 확 죽어버려서 회사 안 나가고말지.. 내일 회사 나가면 내가 개다.
- 강이재 내일 짖으면서 출근하겠네ㅋ 아, 야 잠깐만 다시 전화할게! 일단 너네집으로 간다.
"어엉."
어 버스다.. 으 담배 냄새.. 코를 막으며 버스에 올라타 '안녕하세요'하면 괜히 인사를 받아주시는 버스 기사 아저씨에 기분이 좋하지는 단순한 강이재다.
친구랑 마신 맥주... 참 맛있었는데.. 이거 꿈이냐? 왜 정신 차리니까 나는 회사에 출근을 했는가.
"인턴 오늘 기분이 왜 이렇게 안 좋아보이나~?"
"네? 아닌데요!... 좋은 아침입니다.."
"인턴은 아침이 좋아..? 진짜 이상하다니까.."
"…하하하.."
"근데 인턴 이름 되게 독특하다 강이재.. 자 이제 시작이야~ 내 꾸믈~~ 엄청 놀렸겠다 친구들이 헼ㅋㅋㅎ"
"…^^하ㅏ하핳.. 그렇죠.."
부장님 없다고 아주 대놓고 화면에 애니를 켜놓고 있길래 힐끔 봤는데.. 헐!
"엇.. 주술회전!"
"어?? 인턴 이거 봐??"
"당연하죠! 저 이거 금요일마다 챙겨봐요. 진짜 재밌는데."
"와 진짜 뭘 좀 아네! 이 다음 부분 어떻게 돼? 아! 아니야! 스포 금지야! 안 돼!"
"아 근데 저 저번주에는 못 봤어요!..."
"진짜? 이 앞부분 어떻게 됐는지 알려줄까? 여기서..."
"아.. 안 돼요.. 아닛...!"
"여기서…."
"아, 제발요...ㅠㅠㅠㅠ"
"켘ㅋㅋㅋㅋ"
입을 벌린 채로 최대리님이랑 같이 애니를 보는데... 김과장님 출근에 화들짝 놀라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김과장님...!"
"보던 거 마저 봐요."
"네? 아, 아니.. 이건...그게...죄송합니다.."
"나한테 왜 죄송해."
"…하하..하..어제는 집에 잘 들어가셨죠!? 야근하셔서 피곤하셨을 텐데..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됐어요."
"하하..죄송..합니다...^^.."
아니 최대리님이 틀어놓은 거 잠시 같이 봤는데 이렇게 눈치가 보일 일인가.. 심지어 어제와 다름없이 싹퉁바가지야...
"아침부터 뭘 그렇게 봐요?"
"어 송주임 같이 봐."〈- 최대리님
"그런 거 안 봐요 ㄱ-.. 오타쿠야 뭐야.."
"오타쿠라니 ^^?"
진짜 정확히 ㄱ- 〈- 이 표정으로 우리를 한심하게 보고선 사라지는.. 아 송주임님이시구나... 아무튼.. 이거 재밌는데.. 저 표정이랑 오타쿠는 너무 상처인데.
그래도 재밌으면 장땡이지 뭐 에헤헤 회사에서 보는 애니라.. 이거이거 새롭네?
점심이다.. 오늘도 잡일을 다 하고선 사람들 다 빠질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을까..
"안 가?"
옆에서 자연스럽게 안 가냐며 나를 내려다보는 최대리님에 살짝 감동은 했는데....
"네?"
"점심 안 먹게? 먹으러 가자."
"같이.. 먹어도 돼요 계속..?"
"그럼 계속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먹을래?"
나 이렇게 남자 상사들이랑 밥 먹어도 되는 거야?
"오 고기를 왜 이렇게 안 먹어? 내가 먹어줄게."
"아니 앗.."
"아 인턴이 밥을 잘 못 먹으니까 좋다.. 내가 이렇게 많이 먹을 수 있고..."
"……."
진짜 이 사람이 미쳤나 싶을 정도로 킹받았다. 왜 자꾸 내 고기 가져가냐고!!!!
"뭐야 그 표정 완전 킹받아. 헐 설마 이거 인턴 먹으려고 했던 거야? 어머 어떡해.. 나는 모르고..."
"…괜찮습니다^^"
"근데 고기는 제일 먼저 먹어야 맛있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먹어줄게."
"아니이..."
"얼레? 표정? 표정!!??"
"…제 표정이 왜요. 드세요 ㅠㅠ.."
"우헤헤헤ㅔ헤헤헤ㅔ"
"진짜.."
"진짜 뭐."
"왜 그러시는 거예요...?"
진짜 킹받아.
"……."
"와.. 그럴 거면 하나를 더 시켜요. 어제부터 다 뺏어먹네."
"내가 언제 뺏어 먹었어?"〈- 최대리님
"어제부터 밥만 먹는구만."
그러니까 그러니까!!! 잘생긴 사람이 맞는 소리도하네!! 당장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그러니까요..."
"그러니까요??????내가 여태동안 뺏어먹는다고 생각했던 거야?"
"아니.. 오늘은 좀.. 심하시니까.."
"이모! 여기 뚝불 하나 더 주세요옵!!!!!!!!!!! 인턴 너는 나오면 새 거 먹어. 이거 나 줘 그럼."
"아니이... 최대리님...."
"왜?"
"아니......아니..."
결국엔 뒤늦게 나온 뚝불을 먹는데 왜 다들 먼저 안 가고 나를 기다리는지.. 눈치 보느라 죽는 줄 알았다. 송주임님은 핸드폰이라도 보고있지.. 김과장님은 눈을 굴려 식당을 둘러보고있고..
최대리님은 턱을 괸 채로 나 먹는 걸 막 지켜보는 것이다. 일부러 저러는 거야 뭐야.. 완전 밉상이야... 어
제까지만 해도 착한 사람인 줄 알았더니만..
밥을 다 먹고 회사로 걸어가는데 대화 진짜 안 하는구나 싶어서 괜히 주위를 둘러보면서 걷는데.. 최대리님이 내게 말을 건넸다.
"요즘 mz 유행어 뭐야?"
"글쎄요.. 저는 mz가 아니라서.. 잘.. ㅎ..ㅎ"
"아 맞네.. 너 스물아홉살이라고 했었나? 야 너도 이제 한물 갔네.. 아무리 얼굴 예쁘장하면 뭐하냐.. 나이가 많은데."
"헿.. 저 예쁘장해요...?"
"못봐줄 얼굴은 아니지."
"아니..."
"왜."
"아닙니다."
"말을 하다 말아??"
"아닙니다!"
"말해!! 말해!!!"
"아닙니다...!!!"
"말하란 말이야!!!!"
진짜 이상한 사람이야.. 하면서도 너무 웃겨서 웃어버렸는데..김과장님이랑 눈이 마주쳐서 바로 정색을 해버렸다. 난 왜 저분한테 죄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냐고..
갑자기 멈춰선 최대리님 덕분에 나도 따라서 멈췄고, 최대리님이 말하길...
"부장님 오셨네.... 오늘 오시는 날이었구나...."
"부장님이요..? 어디..."
최대리님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을 땐 나는 이미 죽었다.
"……."
아주 아주 섹시하고 잘생긴 사람이 차에서 담배를 피면서 차에서 내리는데.. 왜 호랑이라 불렸는지 바로 알 수가 있었다. 담배라면 질색하는 내가 담배피는 남자를 보고 넋이 나갔다.
나이가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은데.. 부장이라고 저 사람이..?
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오늘 처음 뵙는데 인사라도..
"안녕하세요..! 저는.."
"왜, 죽는다더니."
"…네?"
"개가 말할 줄도 알고.. 들어갈 필요 없어요. 퇴근해요. 그리고."
"……."
"내일부터 출근하지 마요."
개요...? 왈왈 그 개요..? 아니 그건 둘째치고 출근하지 말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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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욱 씨가 마지막 등장을 하다보니 분량이 저러네요 ㅋ 헤헼 머쓱...하지만.. 강렬했잖아! 그렇잖아!!!!!!!
진욱 씨 글 좀 쓰려고했더니 짤이 별로 없더라구요... 움짤 좀 만들어볼게오... 킁카킁카...
암튼!!!!!!새글도 싸랑해줄 거냐면쓰어~~~!!! 뿅
+
(수정 알림은! 오류로 인해 브금 다시 넣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