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
w.1억
"왜, 죽는다더니."
"…네?"
"개가 말할 줄도 알고.. 들어갈 필요 없어요. 퇴근해요. 그리고."
"……."
"내일부터 출근하지 마요."
저 말을 하고선 담배꽁초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려 발로 비벼 끈 부장님은 날 지나쳐 회사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벙쪄서 아까부터 같은 자세다.
아니..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
"뭐야.. 저게 무슨 소리야? 인턴 부장님한테 잘못한 거 있어?"
"아, 아뇨..! 그런 거 전혀 없었는데.. 심지어 부장님은 오늘 처음 뵙는..."
순간 어제 퇴근하고 친구와 통화하던 게 떠올랐다. 설마 그 내용을 들으신 건가? 아니면 누가 듣고 부장님한테 말한 거야? 아니 설마!!!
왜 그러냐면서 옆에서 괜히 더 호들갑을 떠는 최대리님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걸 어떻게 말해... 어제 통화하면서 회사 가면 죽는다! 회사 가면 개다! 이랬는데...
"아닙니다.."
"왜왜! 뭐 있는데? 분명 뭐 있는데???"
"아닙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뭐야 뭐야!!! 있잖아! 뭐 있잖아!!!!!"
아니라고요 좀!!!!!!!!!!!!!!!!!!!!!!!!!!
결국엔 회사에 들어와서는 부장실 안을 보려고 노력하는데 블라인드가 쳐져있어서 보이지도않는다.
부장님 있으신 거겠지...? 어떡하지..? 가서 말이라도 좀 해봐야될 것 같은데.. 이유라도 좀 들어보고! 오해라고 좀 말도하고 그래야되는데!!!
"이재 씨 나 커피 좀~"
'나도~'하고 내 옆을 지나가 자리에 앉는 여자 직원분들에 나는 '네..'하고선 휴게실로 향하는데..
가면서도 힐끔 힐끔 부장실을 보는데 전혀! 전혀 안 보인다.. 이게 무슨 일이야 진짜? 사람들한테는 아무말도 안 하신 것 같은데.. 커피 얘기하는 거 보니까....
"하아..."
들어오자마자 그 어디도 보지않고 부장님만 생각하며 커피를 타는데 '왜 이렇게 저기압이야 인턴~?'하고 지나가는 팀장님에 나는 '아닙니다 하하..'하고 어색하게 웃고선 다시 커피릍 탄다.
"하..아.................ㅎㅏ...................."
"…땅 꺼지겠네."
"…깜..짝......"
"……."
"여기..언제부터..."
"그쪽 들어오기 전부터."
"…아, 그러시구나.. 하하..하...하아.............."
"부장님한테 뭐 잘못했어요?"
"네? 아니요..! 그런 건 아닌데.."
"……."
"제가 어제.. 친구랑 통화하면서.. 뭔 소리를 좀 했는데.. 듣고 오해를 하신 것 같아서요.. 아니면 누가 듣고 부장님한테 알려준 건가..싶기도하고.. 잘 모르겠어요.."
"무슨 얘기했길래."
"…그건..ㅎ하하.."
"싹퉁바가지보다 더 심한 얘기라도 했나봐요."
"네!??!?!?!?!?!?!"
"부장님 얄짤 없으시니까 얼른 가서 오해라고 말씀드려요. 웬만하면 신경 건들지 말고."
저러고 나가버리는 과장님에 나는 또 죄인이 되었다. 그래.. 그때 그걸 못 들었을 리가 없잖아.. 강이재..
안 그래도 아직도 서먹서먹하고 무서운 과장님이 저런 얘기를 했으니.. 난 이제 또 어떡하냐..
부장님이 나오지 말라고 했으니까 이 기회에 그냥 짤려버려? 어????????????????????????????????????????
똑똑똑-
짤려버려는 개뿔.. 어떻게든 돈 벌겠다고 부장실에 노크하는 나다.
커피를 다 타고선 두리번 거리다가 방금 막 부장실로 들어간 부장님에 이때가 기회다싶어 후다닥 노크를 해버렸다지....
아니 신경 건들지 말라는 건 또 뭐야.. 겁주는 거야 뭐야...하...
- 네
안에서 들리는 소리에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 부장님 다름이 아니라.."
"다름 아니면 나가요."
"네?"
"나가라고."
저게 말이 돼? 초면에 저렇게 말하는 부장님이 있을 수가 있나? 벙쪄서 한참 부장님을 보다가 괜히 억울하고 어이가 없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서요."
"……."
"어제 회사 앞에서 통화하는 거 들으신 거 맞죠..?"
곧 뒤돌아 나를 본 부장님은 진짜 쓸데없이 잘생겼고 쓸데없이 무서웠다.
깨갱- 쫄아서 눈을 피했다가도 내 말을 듣겠다는 듯 책상에 걸터 앉아서 나를 보는 부장님에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건.. 그냥 힘들어서 친구한테 장난으로 한 소리였어요. 절대로 진심으로 한 말 아니었습니다."
"장난으로도 그렇게 죽고싶다는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하는데 이 회사에 다닐 필요가 있나 싶어서요."
"…죄송합니다. 정말 진심 아니었습니다."
"진심이었든 아니었든 궁금하지않아요."
"…말만 그렇게 했지 저 엄청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할 거고요. 계속 일하게 해주세요."
"고민 좀 해보죠."
"…네?"
"그쪽 오늘 자를지 말지 고민 해보겠다고요. 기다려요."
기회인가 싶었다. 저 말에 또 단순하게
"감사합니다 ㅠㅠㅠㅠ."
감사하다고 허리까지 90도로 숙여 인사를 하고선 부장실에 나왔는데..
왜 이렇게 찝찝한 거야.. 내가 저렇게까지 빌면서 이 회사에 다녀야했었냐고... 하.. 요즘 취직도 하기 힘든데 버텨야지 그래!
"자를지 말지 고민....? 그거 그냥 자른다는 거잖아."
"…아니죠! 기회를 주시는 거 아닐까요?"
부장님이 오고 이 삭막한 공간은 더 삭막해졌고 사람들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이번엔 또 다른 여자 직원분이 커피를 타달라기에 휴게실에서 커피를 타면서
커피를 마시러 온 최대리님한테 얘기를 해줬더니 심각해져서는 나를 본다.
긍정적이게 생각하면 좋잖아요! 아하하하하하ㅏ!!
"그리고 사실은..."
김과장님 얘기까지 해줬더니 푸하하하하하하ㅏㅎ!!ㄹㅋㄹㅋㄹ켘ㅋㅋㅋ! 하고 배까지 잡고 웃는 최대리님에 멋대로 인상이 써졌다.
아니 그렇게 웃겨요...? 모든 게 고의가 아니잖아!!!!!!!!!공감하라고!!!
"아니 무슨 회사 3일 출근해서 그런 일들이 다 일어나지? 내 욕은 안 했어? 김과장님이 싹퉁바가지면 나는 뭐야? 촐싹이??"
"안 했거든요... 오 근데.."
"엉?"
"촐싹이인 거.. 아세요 본인이?"
"자주 듣는데 뭐."
"……"
"뭐야 근데? 나 촐싹이라고 생각했어????????????????????????????싹퉁바가지보다 심하잖아."
"에..? 무슨..."
하아..하고 한숨을 내쉬는데 '인생은 그런 거야'하며 내 등을 토닥여주는 최대리님.....
그리고 휴게실로 들어오는 송주임님에..
"송주임 글쎄 인턴이 어제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야근하면서 혼잣말로 과장님을 싹퉁바가지라고 했는데 그걸 과장님이 들은 거 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저래 진짜 왜 말해 저걸 ㅡㅡ
"아 말하지 마세요!!!!"
"그리고 그리고 ㅋㅋㅋㅋㅋㅋㅋㅋ아까 부장님이 화내신 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진짜..."
"아 표정봐 ㅋㅋㅋㅋㅋ어쭈 어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발.. 진짜 왜 그러시는 거예요 ㅠㅠ하"
"……."
"아니 저..!"
최대리님이 나가고.. 송주임님과 둘이 남았는데....
"최대리님 때문에 도망간 인턴도 있어요."
"아.. 그럴 것.. 같아요...하..."
"…커피 타달래요?"
"아, 네.. 송주임님도 드릴까요..?"
"제가 할게요. 다들 손이 없나.."
저 말을 하고선 커피를 타는 송주임님 뒤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 정했다!! 송주임님이 제일 천사야! 그래!!!
"부장님은 뭐라고 하세요?"
"네?"
"아까 들어가는 거 봐서."
"아!.. 오늘 자를 지 말지.. 고민 해본다고 기다리라고 하셔서.. 기다리고 있어요. 실은.. 제가 어제 야근하고 친구랑 통화하면서 죽고싶다 어쩐다.. 장난을 좀 쳤는데.. 들으신 것 같더라구요."
"고민..?"
"네."
"자른다는 거잖아요 그럼."
"네!?!?!??!!"
"아닌가."
"……."
저러고 커피를 타서 나가는 송주임님에 송주임님 뒤에 빛이 꺼졌다..........
못된 사람........다들 공감능력제로............ 이것이 회사인가...
6시가 되었다.. 부장님도 퇴근을 안 했는데 모두가 퇴근을 한다..
"오늘이 마지막 인사인가?.. 잘리면 말해. 밥 사줄게~"
저 깐죽이 진짜... 저렇게 말하고 헤헿ㅎ-하고 먼저 퇴근하는 최대리님에 주먹을 꽉 쥐고선 '수고하셨어요^^'웃어주는데...
"저기.. 김과장님..."
김과장님한테는 마지막 인사를 해야될 것 같았다.. 마지막 인사가 아니라 사실은 사과..를 하고싶었던 거지...
"저기..어제.. 싹퉁..바가지라고 한 거.. 죄송했습니다. 너무.. 차가우셔서 괜히..그냥 혼자.."
"……."
"정말 죄송합니다... 내일은 출근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사과는 꼭 해야될 것 같고 그래서.."
"됐어요."
"…네?"
"노래 때문에 그건 신경도 안 쓰였어요."
"아.. 노래.. 노래...하...노래요...."
"……."
"ㅎㅎ...못 부르긴 했죠...?"
"네."
"…ㅠㅠ..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
"잘 말씀드려봐요."
그럼- 하며 목례를 하고선 가버리는 김과장님에 풀이 죽었다. 그래... 저 사람 저렇게 나쁜 거 아니라니까.. 일하면서 예민한 건 당연하지..
그나저나....
"고민을 언제까지 하신다는 거야..."
부장님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래도 내 돈줄이 걸렸는데! 어떻게 그냥 관두겠어.
라고 해놓고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시계만 바라보고 있는 내가 한심했다.
벌써 8시가 넘어갔는데 2시간이 넘도록 퇴근도 안 하고 뭐하는 거야 저 부장님은?? 다리 달달 떨면서 나오기만을 기다리는데.. 아침에 샀던 삼각김밥이 가방 안에 있던 게 떠올라 괜히 허겁지겁 먹었다.
(부장님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근데... 왜 이렇게 안 나와? 설마 쓰러진 거 아니야?
쓰러진 건 나였다.
살짝 존다는 게 잠들어버렸다!!!!!!!!문 열리는 소리에 놀라서 깼는데..
"부장님!..?"
뭐야 저 표정?
"……."
왜 아직도 여기 있냐는 듯한 무심한 듯 하면서도 어이없는 표정으로 날 잠깐 보더니 그대로 나가버린다.
아니?? 저기요??? 헐레벌떡 짐을 챙겨서 부장님을 따라 나왔다. 아니 불러도 대답도 안 해!
"부장님!"
"……."
"엇 죄송합니다..!"
너무 급하게 달려나가서 손목을 잡았다가 나도 모르게 엇!하고 사과하며 놓아버렸다.
"고민 해본다고 하셨잖아요.."
"그 대답 듣겠다고 지금까지 퇴근도 안 하고 있었어요?"
"…네."
"멍청한 거야 미련한 거야.. 눈치가 그렇게 없어서 어디가서 일 할래요? 그쪽 잘렸어요. 내일부터 나오지 마요."
"…아니 그게 무슨.. 그럼 기다리라고 하지 말으셨어야죠..!"
"귀찮게 하지 말고 가세요."
"뭐가 귀찮으신데요. 저 진짜 억울해서 그래요! 제가 회사 욕하고 죽고싶다고 한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요? 저는!"
"좀 가라고. 귀찮아 죽겠네 진짜."
"그러니까 인턴들이 다 도망가는 거예요!"
"그쪽도 도망가면 되겠네."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제가!!!!!"
"……."
"도망가요....."
"……"
"엇...으으억...으엇...?"
갑자기 앞이 핑핑 돌고- 속이 너무 울렁거려서 쭈그리고 앉아서 머리와 배를 움켜쥐고있으니 당황한 듯 부장님이 날 보았다.
몸이 오드드드드드드 떨렸다. 웬 오한이람.. 심지어 속도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고.. 배가 따끔거리는 것 같기도하고... 눈앞이 핑 도는 것 같고..
심지어 난 부장님 차에 타있다.... 내가 갑자기 쭈그리고 앉아서 아프다고 난리를 치니까 얼결에 같이 응급실로 향한다.
"……."
어떤 정신으로 응급실에 왔는지 모르겠다...
"……."
누워서 링겔 맞으며 저 멀리 통화하는 부장님을 보았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호다닥 피해버렸다. 그나저나.. 나는 왜 아픈 것이야.....이유라도 알려줘.. 죽을병이야....?
그러다.. 자고 일어나야지 괜찮아질 것 같아서 눈을 감았다 떴더니 두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그럼 옆에 부장님이 날 보더니만 곧 발걸음 옮겨 본인이 돈을 낸다... 아니 근데...
"……."
왜 안 가고 계속 여기 있으신 거...지....??? 어.. 온다..온다...
"인턴."
"네?"
"괜찮아 이제?"
"아.. 네..!"
"일어나 그럼. 몇시간을 자는 거야."
"…저 근데.. 왜 이런 거래요...? 설마.. 심각한.."
"심각하긴.."
"……."
"뭘 그렇게 먹었길래 급체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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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이 와떠염 뿌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