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 더러워진 엉덩이를 털며 화장실에 들어왔다. 씨발, 넘어뜨리진 말랬더니 기어코 교복이 더러워졌다.
엉덩이를 털어내자 손에 묻은 흙이 보였다. 손을 씻으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지 않으려 애썼다.
헝크러진 머리와 발자국이 찍혀 더러워진 교복. 항상 우울한 듯 축 처진 입꼬리. 누가 봐도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겉도는 아이의 모습이었다.
그래, 그게 나였다. 있는 듯 없는 듯 살기를 바랐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저는 원하지 않았던 예쁘장한 얼굴 덕에 내게 맞지 않는 사람들이 꼬였다. 벌을 꼬여내는 꿀을 잔뜩 흘리도록 태어난 꽃의 기분을 잠시나마 느꼈던 것 같다.
덕분에 내 곁에 있어선 안 될 사람까지 생겨버렸고, 후의 일은 간단했다. 내 존재를 모두가 인식하고 있었다.
내가 원한 건 존재감 없이 느긋한 학교 생활을 보내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모두가 날 알면서도 피했다.
'쟤가 걔라며?'
'괜히 건드렸다가 일 커진다, 너. 가까이 할 생각을 하지 마.'
모든 사람이 나를 무시했다.
모든 사람이 날 경멸하는 눈빛을 느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왔던 나였다.
그래, 그 날부터 난 거울을 보는 게 정말 싫었다. 이 얼굴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졌다.
그래서 난 화장실이 싫었다. 눈치를 보는 것도 힘들었다. 거울이 싫었다.
그러다 문득, 거울 안의 '나'에게 눈길이 갔다. 누가 봐도 나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난 알 수 있었다.
[그 녀석은 내가 아니었다. 이상할 만큼 거대하게 느껴지는 공포였다.]
그 괴리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랬다.
화장실에 들어오는 같은 반 아이들이 나를 비웃고 내 몸을 치고 지나가도, 똑같이 휘청거리는 거울 속의 '그 녀석'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ㅡ 거울 속의 나는 죽은 눈을 한 채로 가슴 한 가운데가 비어있었다.
그래, 말 그대로 '비어'있었고 '뚫려'있었다.
넓은 무언가가 관통한 자욱인가? 아니. 그렇다고 하기엔 누가 깔끔하게 도려내기라도 한 듯 완벽한 원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 상처... 아니, 공간은 내게 깨질 듯한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아이들에게 처음 무시당할 때도, 마구잡이로 채일 때도 느끼지 못했던 공포였다.
눈을 들어 '그 녀석'을 보기가 무서워졌다. 오늘 밤에 온전한 정신으로 잘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저 아이는 뭐지? 아니 그 전에, 사람이긴 한걸까.
"야, 뭘 그렇게 서 있어. 나갈거면 나가던가, 더럽게."
낄낄대며 제 친구들과 함께 저를 비꼬는 아이가 그 때의 내겐 구세주였다.
땅에 붙어서 움직이지 않는 발을 겨우 돌려 도망쳐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ㅡ그 아이는 누구였을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내가 화장실을 뛰쳐나가는 그 짧은 순간에 마주친 눈이 명백하게 저를 비웃고 있었다는 것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