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 겨 울 0 3
小星 ; 소성
별 중에 가장 작은 별 이라는 뜻이에요 :3
* 여 주인공은 당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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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동안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까만 꿈에서 헤매던 내가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건 어제의 우중충한 날씨가 아닌 반짝이는 아침햇살이였다. 스륵 일어나니 얼마나 잔건지 머리가 찌르르 아파왔다. 덮고있던 갈색 코트는 곱게 접어져있고 난 하늘색의 깨끗한 이불을 덮고있었다. 언제 해줬데? 하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한참 자고나니 힘들고 지쳤던 마음도 꽤나 괜찮아졌다. 어제 엄청 많은 일이 있었지, 하면서도 삼일밖에 안됬다는것이 새삼 생각났다. 이불을 개고 방 밖으로 나오자 달그락 하는 소리가 나며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침 해요?"
"어? 일어났네?"
내가 머릴 긁적이며 묻자 그가 놀란듯 고개만 살짝 돌려 말했다. 아마 요리에 집중하느라 발자국 소리를 못들은듯 싶었다. 그는 하얀색으로 FIRE 이라고 적혀있는 검은색 긴팔 라운드 티와 어제와 같은 회색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있었다. 따뜻하게 입은 나도 아침이라 한기를 느꼇음에도 그는 춥지않은지 요리에 분주했다.
"언제 이불 덮어줬어요?"
"아… 그냥 추워보이길래."
그가 살짝 당황스러워 하는 표정이 귀여웠다. 어제의 그 진지한 모습과는 다른 매력이였다. 그의 당혹스러운 표정은.
"밥 될려면 얼마나 됬어요?"
"그게 납치범한테 할소리냐."
"나 납치해온 첫날부터 된장찌개 먹인사람이 누군데?"
"…할말없게 하지마라."
크크, 역시 아저씨는 놀리는 맛이야. 하고 말하니 그가 잔뜩 얼굴을 찌푸리며 "아저씨 소리좀 안하면 안되냐?" 하고 말했다. 혀를 살짝 내밀며 "영원히 할껀데~" 하고 놀리자 그가 두손두발 들었는지 고갤 돌리더니 요리에 집중했다.
"그럼 저 씻을께요, 밥 차리는 동안."
"어…어?!"
"뭘 놀라요, 저도 찝찝한데."
"어……어…."
내가 씻는다고 하니 볼이 살짝 빨게져선 두눈을 토끼눈을 뜨고는 얼어붙었다. 귀여운 아저씨네.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저씨 혹시 저 입을 옷 있어요? 못 입는 작은옷 같은거."
"몇년전에 입던옷 있는데 그거라도 입을래?"
"네. 다음에는 제 옷 사러가요."
그가 요리를 잠깐 멈추고는 방안으로 들어가 장롱을 뒤지더니 옷가지를 들고왔다. 그가 한아름 가지고온 옷은 대부분 트레이닝복과 맨투맨티 그리고 후드티였다. 작아도 원래 덩치가 큰 그이기에 옷도 대부분 나에게 커보였다.
"엑, 다 큰데."
"걍 입어. 이게 제일 작은거야."
"우씨, 다음엔 옷 꼭 사줘요!"
"아이고 내 팔자야, 인질이 나한테 옷을 요구하네."
"아 예~"
엉키어져 있는 옷가지들중 그나마 제일 작은 맨투맨티와 트레이닝 바지를 골라 욕실로 들어갔다. 그의 욕실은 생각외로 매우 깨끗했다. 불쾌한 냄새나 욕실 타일 사이에 검은 때 같은것도 없었고 하얀 선반위에는 샴푸 린스 등 깔끔히 정리되어있었다. 작은 욕실이었지만 깨끗히 정리되어있는 탓에 꽤 크게 느껴졌다. 그와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핑크색 투명 플라스틱 컵에는 그의 칫솔과 치약이 덩그러니 담겨있었다. 들고온 옷가지를 수건넣는 칸에 잠시 넣어둔뒤 문을 살짝 열고 그에게 말했다.
"아저씨― 칫솔은 암거나 꺼내서 쓸께요!"
"엉."
그는 아랑곳 않고 여전히 요리책 한번 들어다봤다 당근을 썰었다 하며 요리에 집중해있었다. 냄새를 보니 카레임에 틀림없었다. 내가 좋아하는건 또 어찌 알고, 작게 미소짓고는 문을 닫고 옷을 하나하나 벗었다. 알몸이 된 내 몸을 거울로 보니 참 뚱뚱하다. 살 빼야할텐데… 하면서 한숨을 푹 쉰뒤 샤워기의 물을 틀었다. 아직까진 차가운 물이 쏴 하고 나왔다. 옷을 벗고있어서 그런지 온몸이 으슬으슬 떨려왔다. 샤워기의 물을 한참 튼뒤 따뜻한 물이 나와 샤워기를 고정해놓고는 멍하니 물을 맞았다.
"아르르르…."
입을 벌려 아르르르 하며 물을 뱉었다. 따뜻한 물을 맞으니 온몸의 불쾌한 기분과 지친 기분이 물에 씻겨 내려갔다. 눈이 풀리며 한참동안 물을 맞고있었다. 씻어야 하는것도 잊은채로. 머리를 감으려 했는데 갑자기 물이 차가운물로 바뀌었다. 깜짝 놀란 나는 앗 차거! 하며 샤워기의 물을 끄곤 문을 살짝 연채로 소리질렀다.
"아저씨!! 물 차가워요!!"
"야!! 미쳤냐?!"
그는 내 모습을 보더니 깜짝 놀라선 확 뒤돌아버렸다. 어버버 하면서 목이 새빨게졌다. 어차피 얼굴만 내밀었는데 왜 저런데?
"왜요?"
"야…야… 빨리 안들어가? 지금 남자앞에서 그렇게 다 보여줘도 되는거냐?"
"어차피 얼굴만 내밀었는데…."
"에헤이! 남자는 상상한다는거 몰라?! 얼른 들어가!"
"예―예―."
문을 닫고 쏴아 나오는 물줄기를 쳐다봤다. 상상? 풋, 웃긴다. 그의 목까지 새빨게져선 등을 돌리고 당황스러워 하던 그의 모습을 상상하자 큭큭 하고 웃음이 나왔다. 샤워기의 물에서 하얀 김이 나왔다. 이제 따뜻해졌나보네. 물의 온도를 적당하게 조절한 후 말라버린 머리카락에 물을 적시고는 손에 샴푸를 짯다. 머리에 문지르는데 새삼 그를 만나고 웃음이 많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3일밖에 안됬는데도, 벌써 그에게 정이 들어버린걸까? 왠만해선 정같은거 주지않는 나인데도, 그의 매력 때문일까? 한참동안 머리를 문질렀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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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그가 카레를 먹다말고 고갤 들어 앙? 하고 대답했다. 거참 대답 웃기게 하시네, 속으로만 생각한뒤 그에게 말했다. "카레 다 씹고 말해요, 더러우니까." 내 대답에 민망한듯 그가 우적우적 씹더니 꿀꺽 삼켰다.
"왜?"
그가 다시한번 물었다. 나는 이미 다 먹고 비어버린 그릇에 숟가락을 달그락 거리며 (그는 두그릇째다.) 머뭇거리며 말했다.
"왜 전파도 안통하는 산속에 혼자 살아요?"
"궁금해? 궁금하면 500원."
"개드립치지 말고."
그가 대답을 회피하려는 듯 접시에 머리를 쳐박곤 다시 노란 카레를 먹기 시작했다. "아 참, 대답 좀 해줘요!" 내가 회피하려는 그에게 버럭 소리지르자 그가 먹던걸 멈추더니 거북이가 걷는 속도로 말했다.
"사람이랑 부대끼는게 싫어서."
"아…."
내가 작은 탄성만 지르자 그는 다시 카레를 먹기 시작했다. 왠지 그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음을 느꼈다. 그가 카레를 먹다 3분의 1쯤 남기고는 기분이 상한 사람처럼 밥을 버려버렸다.
"혹시 기분상했다면 미안해요…."
내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그는 물컵에 주전자로 물을 따르곤 꿀꺽 꿀꺽 마시더니 말했다.
"됬어."
삐졌네. 내가 작게 말하자 그가 자존심이 상한 아이처럼 미간을 찌푸리며 쳐다봤다. "아니에요." 내가 두손을 들어 부정의 표시로 흔들며 말하자 그는 흥 하며 쇼파에 앉아 티비를 틀었다. 티비에선 아침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곧 찾아올 빼빼로 데이 때문에 빼빼로가 엄청나게 팔리고 있다는 내용이였다. 아나운서는 슈퍼에서 빼빼로가 진열되있는 칸 앞에서 ~데이를 비판하는 말을 하고있었다. 그리곤 여러 쓸때없는 내용이 지나간후 날씨로 넘어갔다. 예쁘게 화장을 한 아나운서가 우리나라 지도가 확대되어있는 화면을 하나 하나 가르키며 정성스럽게 설명했다. 뉴스가 끝이날때까지 '18살 여자아이가 납치되었다.' 라는 내용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띡
그가 나의 눈치를 살피며 티비를 띡 껐다. 정적이 그와 나의 사이를 막아버리는 투명한 벽 같았다. 마음속으로 '괜찮아.' 라는 말을 수백번, 수천번 되새김질 한 후 그에게 말했다.
"나, 난… 괜찮아요."
떨림없는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하려 했는데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해버렸다. 역시 난 감정에 약하다. 그리고 난 이런 내가 싫다.
"응, 괜찮아."
그가 쇼파에 여전히 앉아 내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시선이 등으로 느껴졌다. 그의 말은 무슨뜻일까, 한참 생각에 빠졌다. 내 말에 동의하는뜻일까, 혹은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해도 괜찮다는 뜻일까. 알수는 없었지만 그 따뜻한 마음은 느낄수 있었다.
"이제 안울꺼에요."
내가 다짐하는 듯 한자 한자 정성을 담아 말했다. 정말 마지막이야. 속으로 난 열심히 나에게 주문을 걸었다. 꼭 그 주문에 걸리길 기대하며.
"그래, 안울꺼야."
그도 말했다. 그의 말은 구름위를 뜨고있는것처럼 그리 느껴졌다. 이게 마지막 눈물이야.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바보, 약해빠진 바보. 아직 덜마른 머리에서 그의 머리에서 나는 향기와 똑같은 향이 났다. 좋다.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닦지 않았다. 마지막일 눈물이니까. 그래서 닦지 않는다. 저절로 마르길 기대한다. 아마 이 눈물은 사랑 받지 못한 아이의 자신을 위한 위로의 눈물일테니….
"아저씨, 오늘은 뭐 할까요?"
여전히 눈물이 흘러내렸고 내 목소리는 떨림이 가득했고 울먹거림이 가득찾지만 내용은 그 떨림과 전혀 다른 내용이였다. 그는 내 평소의 말에 대답하는 것 처럼 말했다. "너가 하고 싶은거 말해봐." 쓰읍, 하고 애써 울음을 멈추려했다. 그리곤 말했다. "나 웃게해줘요." , "그것뿐이야?" 그가 말했다. 난 고갤 끄덕였다. 그가 쇼파에서 일어나 아까 앉았던 자리로 가 앉았다. 그리곤 한참동안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갑자기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울면 엉덩이에 뿔난대요~" 하고 말했다. 평소같았으면 재미없어요. 하고 넘어갈 나인데, 웃음이 나왔다.
"푸하하…."
"웃기지? 웃기지? 그러게 더 좋은걸 바라지."
그가 놀리는 듯 말했다. 나의 애처로운 웃음에도 그는 어떻게든 날 웃기려고 애썼다. 이젠 그만 울어야지. 서서히 눈물이 볼에서 말랐다.
"괜찮아요. 이거면 충분해요."
나의 말에 그도 따뜻한 웃음을 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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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쓰고싶은데 좀 있다가 스완지 경기보러 미리 공부해두러 가요~ :D 그럼 안녕~ 오타 지적 환영입니다! 너무 고마워요! 전 오타가 너무 많아...요...ㅎ..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