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오전 12시까지 도서관에서 만나는거 맞지? 꼭 나와야된다?"
" 아 맞다.. 어떡하지 나 오늘 남자친구랑 약속있어서 안될 것 같아. 진짜 미안해!"
" 야! 안되! 우리 조별숙제 이틀남았잖아!"
" 친구 좋을게뭐냐, 응? 제발 한번만. 내가 하루전에 다 마무리 지을께 진짜 미안해. 끊는다?"
급하게 통화가 끊긴 휴대폰 검은색화면을 멍하니 쳐다보다 허탈해지는 기분이 마음속으로 스멀스멀 퍼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라도 해야지 어쩌겠어. 급격히 추락한 마음을 다시 추스리고는 식탁의자에 걸쳐놓은 외투를 집어들었다.
어제 새로산 신발에 발도 구겨넣고 현관문을 열어 밝은 빛을 마주헀다. 오늘따라 날씨가 좋네·····
희마하게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뜨겁다기보다는 포근한 햇빛, 잔잔한 자연소리
모든 것이 어우러진 고요한 아침은 나의 허탈한 마음을 진정시키기엔 충분했다.
기분좋은 아침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빨리했던 것인지 예상보다 일찍 도서관에 도착했다.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많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여유롭게 책 찾아볼 수 있겠다.
"심리에 관련된 책이 어디있지····· 무슨 교수님은 이런 과제를 내 진짜."
입을 삐죽이며 작은불만을 털어놓은 것과는 달리 눈을 위아래로 열심히 굴리며 '심리'에 관련된 책을 찾아다녔다.
책을 꽁꽁 숨겨뒀나? 뭐 이렇게 안 보여. 시간이 지날수록 추가되는 불만들을 막으려는 것인지 한참만에야 '심리'와 관련된 서적을 찾을 수가 있었다.
발 뒤꿈치를 들어올리고 손도 쭉 뻗은상태로 닿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손끝에도 닿지않는 책을 한참을 째려보았다.
3번을 도전해봤지만 조금의 희망도 보이지않았다. 이게 진짜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하며 4번째로 도전하려는 순간
머리 위로 긴팔이 지나가더니 너무나도 쉽게 책을 꺼내 나에게 건넸다. 키가 작은 것도 진짜 죄라니까·····
" 여기요, 아까부터 이거 빼시느라고 진 빼셨죠? "
" 아····· 네 감사합니다. "
손을 뻗어 책을 건네받으려는 찰나, 그사람은 다시 책을 자기쪽으로 가져가더니 나를 약올리듯이 말했다. 그냥은 안되는데·····
뭐 이런사람이 다 있나 싶어서 황당하다는 듯이 올려다보자 그사람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 주세요- 하면 드릴께요. "
" 뭐라구요? "
" 아하하. 농담이고 배고프시지 않으세요? 지금 점심시간인데"
" 조금이요··가 아니라 저기요 빨리 책 주세요. 저 바빠요."
" 같이 밥먹으로 갈래요? 제가 사드릴 수 있는데 이런 기회 흔치않은데"
" 됬거든요?"
차라리 책을 포기하고 말지. 저 책말고도 책은 많으니까···
결국은 어렵게 찾은 책을 버리고서 도서관에 맡아놓은 자리에 앉았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다시 책 찾아야겠다.
창문 밖에서 볼 수 있는 여러사람들의 모습에 마음이 고요히 가라앉으려는 순간, 누군가가 나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 책 안가져가요? 난 다시 돌아올 줄 알았는데?"
" 됬거든요. 필요없어요. 책은 많고도 많으니까"
" 설마 삐진거예요?"
" 네 저 삐졌어요. 말 걸지마세요"
" 여자들은 잘 삐진다더니 진짜네- 어떻게 하면 풀래요?"
나를 약올려오는 듯한 말투에 점점 짜증이나려는데 그때 마침, 그 사람이 들고있는 전공서적이 눈에 띄었다.
전공서적이라기보다는 전공서적위에 적혀있는 그사람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름이 눈에 띄었다.
'김준면' 정말 생긴대로 반듯한 글짜네····· 그나저나 빨리 이상황을 끝맺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그사람, 아니 김준면씨한테 말을 걸었다.
" 저기요 김준면씨. 저 지금 바쁘니까 말시키지마세요. 책도 필요없으니까 김준면씨가 가지시든가요"
" 어?! 내이름 어떻게 알았어요?"
" 그쪽 전공서적위에 적혀져있던데요."
" 눈도 좋으셔라. 근데 우리 지금 좀 친해진 것 같지 않아요?"
" 별로. 저 바쁘니까 빨리 가주세요. 과제해야되서"
" 밥 먹고해요! 같이 밥먹으로 갈래요? 지금 두번째로 데이트 신청 하는중인데."
내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를 끌고 가버리는 그남자에 갑자기 화가난다는 감정보다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뭐 이런 황당한 사람이 다있어. 추정하건대 또 그사람은 아니 김준면씨는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인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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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푸린님 캔디님 도갱수님 뀨뀨님 모기알님 구래서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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