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는...절 사랑하긴해요?"
처음사귄여자한테 들었던 소리였다. 당연하지 기계적인 소리를 내뱉으며 빙그레 웃어보이자.
여자의 표정은 더욱 구겨지더니 결국 그렁그렁 눈물방울을 달았다. 서러운것이라도 있는듯 울어버리는데
나는 그저 멍하니 그여자아이가 우는걸 보며 휴지한장을 건낼 생각 조차 하질못하였다.
여자는 한참을 울더니 발개진 눈가로 나를 바라보며 훌쩍대었다.
"봐요 오빠는 내가 울면서 머리한번 쓰다듬어줄줄도 모르고 휴지한장 건내줄줄모르잖아요"
난 그냥 단지 내가 서툴어서 그런거라생각했다. 내성격이 이런걸 어떡해? 그런질문을 던지기엔 그 여자의 눈빛이
너무 애달프고 슬퍼보여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미안해 결국 내가 내뱉은 한마디였다.
그뒤부터 난 사랑같은거 하지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야!!우지호!!"
나와같은 복학생인 표지훈이 등을 거칠게 때렸다. 닿이지않는곳에서 찌릿하게 아려오는 고통에 결국 주저앉아 아픔이 가라앉을때까지 기다렸다.
표지훈은 그런 나를 보고 아파? 아팠어?? 물으며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며칠전부터 내가 좋다고하던녀석
녀석을 안건 고작 몇개월 밖에 안되었다. 복학생이라며 저와 좀 놀아주면 안되겠냐고 장난스레 말을 걸어오는 녀석을 뿌리칠순없었다.
사람을 대할줄몰랐다. 숫기도없고 일단 낯선사람을 보면 입부터 다물어졌었다. 친해질려고 노력하지않아도 사람들은 몰려들었다.
내 재능을 보고 다들 다가왔다. 나는 다가오는사람은 다가오는대로 받아들였다. 지훈이는 그런 나를 답답해 했었고
"야 미안 아팠냐?"
"응?아니"
짧게 단답을 하는 나에게 그저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마는 녀석이였다. 녀석의 고백에 거절했음에도 녀석은 그래도 좋다며 웃었다.
이상한녀석이라 생각하며 옆에두었다. 심심하진않았다. 표지훈이 평범한 녀석은 아니였으니까.
걔중 몇몇은 표지훈을 개새끼처럼 달고다니는 나에게 사람 그만 갖고놀라며 충고를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흘려들었다.
"오늘은 나랑 사귈맘이 생기냐?"
"아니"
안타깝네 킥킥대며 그저 내옆에 붙어 길을 나란히 걷는게 다였다. 표지훈은 정말 나밖에 모르는듯 하였다.
지훈이가 내게 개입하면서 복잡하고 번거롭던 인간관계가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하이에나같이 내 주변에 어슬렁거리던 녀석들은
표지훈의 기에 눌려 어느새 내게 연락은 하지않았고 정말 지훈과 어느정도 친했던 몇몇이들만 내주변에 남아있었다.
어느새 표지훈은 저가 없으면 살수없는 우지호로 차츰 만들어가고있었다.
나는 그걸 알면서도 그냥 가만히 있었다. 늪에 걸렸음에도 발버둥치지않았다. 어차피 가라앉을게 뻔한 나이기에 발버둥칠만한 용기도 나지않았다.
"너네 또 붙어있냐?"
장난스레 말을 걸어오는 권이에게 살짝 웃어보이며 항상 그렇지 라고 대답해주었다. 표지훈은 내가 권이에게 미소를 보여준것만으로도 질투했다.
"야 너 가 빨리가 우지호랑 나랑 놀거야"
"네~네~ 지호야 담에 작업할때 콜해라!! 도와줄게!!"
"고마워"
지훈이는 질투가 많았다. 권이에게 흔들어준손을 부숴버릴것같이 노려보다가도 내가 지훈아 한번 부르면 싱긋 웃어보였다.
난 영원히 표지훈이 나를 좋아해줄줄 알았다.
"야 우지호 너 왠일로 혼자냐?"
동아리방에서 남은 작사를 하고있는데 안재효가 찬공기를 온몸에 머금으며 들어왔다.
"나라고 맨날 표지훈이랑 붙어있으라는 법도 없으니까"
말을 걸어오는 안재효에게 장난스레 말을 받아치니까 녀석이 가볍게 웃더니 다시 말을 걸어왔다.
"표지훈 소개팅가서 여자랑 잘된거 알아?"
숙이고있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려 안재효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안재효는 이럴줄알았다며 혀를 끌끌차는데 그모습이 할아버지같아 잠시 넋을놓았다.
손에 힘이 슬슬 풀리는것같이 느껴졌다. 표지훈이 나 말고 다른사람? 그것도 여자?? 속에서 알수없는 뜨거움이 솟구치는것같았다.
무엇보다 표지훈의 소식을 다른사람에게 들었다는것이 제일 실망스럽고 화가났다. 화가 왜 났는지 모르지만 화가났다.
안재효는 한참을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다가 전화를 받고 어디론가 쌩하니 가버렸다.
그리고 꾹 쥐고있던 연필을 놓았다. 손바닥에는 제법 길어진 손톱때문에 자국이 생겼다. 화가나고 짜증이났다.
폰을꺼내 표지훈 이름 세글자를 찾았다.
"여보세요"
저음의 소리가 귓가를 쿵쿵 울렸다. 평소와 다른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어디야?"
"나? 나...지금......일이생겨서"
일? 무슨일? 이 말이 목끝까지 차올랐다. 꾹 넘겨 버렸다.
"아..그래?"
"응 왜?"
"아냐 볼일봐"
내말이 끝나자마자 빠르게 전화를 끊어버리는 표지훈때문에 속에서 퍼졌던 화가 눈가를 자극했다.
서럽게 울던여자가 멍청하다고 느껴졌는데 이젠 내가 멍청하다고 느껴졌다. 속에서 올라오는 뜨거운화는 결국 눈물로 바꼈다.
표지훈 나는 너를 사랑하고있었다.
한참을 소리죽여 울던나는 고개를 들어 꼭 닫힌 문을 바라봤다. 당장이라도 문을열고 니가 왜우냐고 달래줄것같은느낌에
다시한번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다.
"미안....미안해 지훈아....."
나도 너를 사랑하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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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속편이 있숨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선인장도 속편을 쓰고싶었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제가 진짜 소설을 즉흥적으로 쓰는편이라
도저히 속편이 떠오르지 않더라구요 :) ...
이번편은 생각보다 스토리가 길어져서 속편이 하나 정도 나올 예정입니다.
제가 끈기가 없고 계획성이 부족하여 소설 자체에도 부족함이 참 많은데 신알신도 해주고 댓글도 꼬박꼬박 달아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
이번 소설도 그냥 킬링타임용으로 가볍게 읽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