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 겨 울 0 4
小星 ; 소성
모바일에서 불편하게 나와서 수정했습니다! 이제 지나간 편들도 편하게 보실수 있을꺼에요 :D
* 여 주인공은 당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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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렁치렁하게 긴 후드티의 팔을 한번 접은후 물을 틀었다.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물이 폭포같다. 손으로 물을 받아 얼굴에 끼얹었다. 차가운 물 때문에 몸이 움찔 하고 떨렸다. 일부러 찬물을 틀었다. 정신이 깨도록…. 더 이상 못난 모습 보이기 싫어서. 얼굴이 얼얼하다. 거울을 보니 얼굴이 살짝 빨갛다. 수건으로 얼굴을 살짝 닦은 뒤 밖으로 나왔다. 설거지를 다 한건지 부얶은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그는 쇼파에 앉아 정적을 즐기고 있는 듯 했다.
"아저씨?"
"밖에 나갈래? 바람 좀 쐐러."
"…네."
그가 쇼파에 비스듬이 걸쳐져 있던 남색의 자켓을 들었다. 접었던 후드티의 팔 부분이 언제부터인가 풀려있었다. 거치적거렸다. 나도 방안으로 들어가 곱게 접어져 있었던 갈색 코트를 집어 들고는 팔을 끼워넣었다. 그동안 그와 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문을 열었다. 얼마만의 바깥공기인가…. 깊은 산속이라 더 맑게 느껴졌다. 바람에 소나무가 흔들렸다. 마치 마법처럼… 혹은 환상처럼. 찬 공기가 내 얼굴을 까칠하게 쓰다듬었다. 꼭 고된일을 하고 들어와 거친 손으로 나의 얼굴을 쓰다듬는 아버지의 손길처럼. 물론 난 그런 손길을 받아본적이 없지만서도 왠지 그럴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춥다."
"내 자켓 입을래?"
내가 부르르 떨며 말하자 그가 걱정스래 물었다. 난 그저 고갤 저었고 그는 갑자기 나의 허리를 팔로 두르더니 꼭 안았다. "뭐하는거에요?" 내가 당황하며 말하자 그가 "춥다며." 하고는 더욱 껴안았다. 그가 따뜻하게 안아준 덕에 꽤 따뜻해졌다. 하릴없이 걷던 그와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 괜찮아요."
내가 그의 팔을 밀어내며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더욱 단단히 껴안았다. "뭐하는 거에요? 이제 따뜻해요." 그가 정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좋아서 하는거야." 그 말에 난 입을 꾹 다물었다. 무엇인가 울렁이는 감정을 억누르며, 슬픈 파도가 아닌 행복에 겨운 파도였다. 장맛날 곧 터질것만 같은 둑처럼… 그러나 억지로 그 둑 앞에서 막았다. 나는.
"아저씨는 여자 안만나요?"
"어…?"
내가 대뜸 물었다. 그는 당황해 하는 빛이 역력했으나 겉으로 티내지 않았다. 얼굴도 꽤나 괜찮은데, 왜 여자친구가 없을까? 하는 순수한 궁금함에서 물은말이었다. 정말로. 그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냥, 사랑이라는 감정을 잘 모르겠어."
"…그렇게 나이 먹고도요?"
"쓰읍! 원래 삶은 복잡한거야."
"아 예…."
'사랑' 이라는 감정을 모르겠다니, 참 신기한일이다. 요즘은 유치원 애들도 사랑한다 뭐다 이러던데, 20대 중반의 남성이 그렇다니, 참 세상살다 신기한 일도 본다.
"어떻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몰라요?"
"…음."
그가 수면에 잠긴 표정으로 잠깐의 침묵을 유지했다. 그리고 대답했다.
"글쌔, 아직 인연을 못 만났나보지."
"참 여유로우시다."
"원래 여유롭게 사는거야."
아 예. 내가 짧게 대답했다. 그가 추운듯 내 몸을 깊게 껴안았다. 허리가 살짝 아파왔다. 아마 많이 차이나는 키 때문일것이다. "아파요, 허리." 내 말에 그가 살짝 놀라며 허리에서 손을 떼었다. 아픔은 가셧지만 휑한 허리로 바람이 멤돌았다. 떠나니까 춥네.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아마 사랑도 그럴테지.
"그러는 너는 사랑이라는 감정 알겠니?"
"…네?!"
그가 나에게 역으로 질문했다. 글쌔. 나 역시 생각에 잠겼다. 갈색코트의 주머니에 양손을 찔렀다. 오른쪽 손에서 휴대폰과 배터리의 차가운 감촉이 느껴져 닭살이 오소소 돋았다. 그리고 왠지 가슴이 아파왔다.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
"사랑을 하면 가슴이 따뜻해져요. 울렁거려요. 그 사람의 모든것이 예뻐보여요. 그 사람의 단점을 내가 안아주게되요."
"…그래."
"사실 저도 사랑 한번 못해봤지만요."
의외라는 듯 내 머리에 손을 얹었다. 머리의 중심에서 느껴지는 그 무게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제 머리에서 아저씨랑 똑같은 냄새 나요."
"그렇겠지."
"좋아요."
"나도."
"정확히 무슨 냄새인지는 모르지만, 좋다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응."
그는 다 이해한것처럼 대답했다. 그의 표정은 알수가 없었다. "이제 돌아갈까?" 그가 다정한 연인에게 말하는 것처럼 대답했다. "네." 나 역시 그것에 맞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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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너는 안궁금하냐?"
집에 돌아온 그가 나에게 물었다. 갈색 코트를 벗으며 그에게 말했다. "뭐가요?" 그는 정말 신기하다는 듯 쳐다봤다. 뭐길래 저래. 갈색코트를 그가 곱게 접었던 것처럼 나 역시 곱게 접어 방의 한구석에 나두었다. 방에서 나오자 그가 쇼파에 앉아 리모콘을 들며 티비를 키고 있었다. 시선은 티비에 고정하면서도 입은 나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딘지, 안 궁금해?"
"…궁금하죠."
당연한 듯 그의 옆에 앉았다. 티비가 팟 하고 켜지더니 한 예능프로의 모습이 보였다. 시끄럽게 떠들면서도 재밌는 상황을 연출했다. 난 그 모습이 왠지 안쓰러웠다. 먹고 살려고 하는 모습이, 그리고 그것이 모두의 인간상이라는것이. "그럼 왜 안물어봐?" 그가 채널을 바꾸며 말했다. 한 채널에서 멈추었다. 거기에선 많은 오케스트라가 나오더니 연주를 시작했다. 지휘자의 봉에 맞춰 피아노,바이올린,첼로 순서로 연주를 시작했다. 지휘자에 맞춰 움직이는 하모니가 아름다웠다.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겨왔다.
"그냥, 모르는 채 사는게 오히려 득이 되는때가 있죠."
"…."
나의 말에 그는 아무 대답없이 리모콘을 자신의 옆에 내려놓았다. 점점 웅장해지는 첼로의 음이 가슴을 울렸다. 북을 치는것처럼. 바이올린과 바이올린 사이의 화음이 내 몸을 감쌋다. 회오리처럼. 그의 어깨에 비스듬이 기대였다. 그의 몸이 살짝 굳어지는게 느껴졌지만 이내 원래대로 돌아왔다.
"'모르는 채 사는게 오히려 득이 된다.' 라…."
"…."
그가 내가 말했던 문장을 더듬거리며 말했다. 바이올린과 첼로의 하모니가 잔잔해지며 피아노의 소리가 커졌다. 쓸쓸한 가을을 표현하는 듯한 하모니가 내 뇌를 휘감았다. 내 고막도 휘감았다. 점점 잠의 세계로 깊어질수록 음악이 내 몸에서 멀어져갔다. 그러나 그의 따뜻한 체온만은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의 듬직한 어깨도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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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른 아침부터 소성입니다. X^D 졸리네요... 크함... 저녁때 한번 더 올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