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당신의 행복은 안녕하십니까?
Written by - 쏭쏭이
콩가루 집 안인 우리 집을 좀 소개하자면 복잡하다. 허구한날 아내와 아이를 때리는 남편과 그런 남편으로 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푸는 아내.
그리고 삐뚤어질대로 삐뚤어져 나쁜짓이란 나쁜짓은 모두 골라 아는 아이. 남편과 아내는 우리 아빠 엄마고 못된 아이는 바로 나다.
끼리끼리 어울려다니며 말썽도 많이 피우고 밤 늦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던 내가 집에 일찍 일찍 다니고 학교도 빠짐 없이 나간건 언제부터일까?
아마 아저씨가 우리 옆 집으로 이사오고 나서부터인듯 싶다. 엘리베이터에서 복도에서 한 번, 두 번 마주치면서 친해진 우리.
어느덧 아저씨의 집 까지 들락날락 하는 사이까지 되었다. 엄마는 어디 모르는 사람 집을 함부로 드나드냐며 엄청 뭐라고 하지만. 내가 언제부터 엄마 말을 들었다고-
어려서 부터 못 받은 사랑을 요즘 아저씨에게 받고 있는 기분이 든다. 교복을 꽉 줄여 입으며 눈 꼴 시렵다는듯 바라보는게 아니라 단정한게 예쁘다고 달래주고
밥 안먹고 라면이며 빵이며 갖은 군것질거리로 배를 채울 때면 누굴 닮아서 저러냐는 말 대신 말 없이 따뜻한 밥에 반찬 몇 가지 내어주는.. 날 행복하게 하는 사랑말이다.
덕분에 우리 집 보다 아저씨의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내가 학교에 가는 오전에 아저씨는 훈련을 다녀오고 내가 올 때 쯤 해서 아저씨는 집에 돌아와 청소를 하고 있다.
그럼 학교에서 돌아와 아저씨와 함께 청소하고 밥 먹고 TV보고.. 어울려 다니던 친구들과 멀어져도 좋고 쟤가 왠일로 학교에 다 왔냐며 놀라는 선생님들의 반응도 좋다.
내 곁에 아저씨만 있다면. 늦은 밤, 또 어딜 나간건지 보이는 않는 아빠와 잠에 취에 있는 엄마. 어두컴컴한 거실을 확인하고 살금살금 방에 들어와 아저씨에게 전화를 건다.
[또 잠 안자고 왜-]
"아저씨는 내가 전화하는게 그렇게 싫어요?"
[내일 학교 지각할까봐 그렇지]
"치- 이제 지각 안하거든요- 아저씨나 훈련에 지각하지 마요"
[OO아]
나긋하게 내 이름을 부르는 아저씨. 낮고 깊은 목소리에 절로 잠이 오는것 같다. 눈을 살짝 감았다.
"왜요-"
[좋아해, 많이]
그리고 아저씨의 고백을 마지막으로 잠이 든것 같다. 깜깜하던 방에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감돌고 해가 떠서 따뜻한 햇살에 내 방을 비추면 알람시계가 울린다.
전에는 상상 조차 하지 못할 개운한 기분으로 기지개를 펴고 학교갈 준비를 한다. 아저씨는 지금쯤 새벽 운동하고 집에 들어오겠지? 아저씨 생각에 빙긋 웃어본다.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미소. 마지막으로 언제 지어봤더라-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칫솔에 치약을 묻히고 벅벅 이를 닦는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생길지 기대하면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엄마를 한 번 보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딸래미가 맘 잡고 학교도 꼬박꼬박 나가는데 관심이 없어요 관심이. 서운하기도 하고...
거울을 보고 옷 매무새를 다듬고는 싱긋 웃어보았다. 웃는 모습이 예쁘다던 아저씨의 말이 떠올라 쿡- 하고 웃었다. 엄마가 깰까봐 애써 웃음을 참으며 집을 나선다.
어젯밤 내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편지를 아저씨네 집 우유 봉지에 넣었다. 내용이라고는 전부 좋아해요, 사랑해요 뭐 이런 말들 밖에 없지만.
하굣길에 교복점에 들러 교복을 새로 맞췄다. 이 정도면 예쁘다고 해주겠지? 교복이 든 종이팩을 꼭 쥐고 우리 집이 아닌 아저씨 집으로 향한다.
대문을 열어주는 아저씨는 날 반기면서도 얼굴은 굳어 있다. 왜 이러지? 아저씨의 눈치를 살피며 아저씨의 팔을 살짝 잡았다.
"아저씨 나 교복 샀어요! 단정한게 예쁘데서 이제 진짜 단정하게 입고 다닐거예요-"
예쁜 미소를 지어준 아저씨는 배고프진 않냐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내가 어제 부터 먹고 싶다던 토스트가 접시에 담겨져 식탁 위에 우유와 함께 놓여져 있었다.
"오늘 국어 선생님이 왠일로 안자냐고 막 그러는거 있죠? 이제 부터는 진짜 공부도 열심히 할거예요- 아아, 그리고 저번에 아저씨랑 길 가다가 만났던 나쁜 친구들이랑도
이제 잘 안지내려구요. 공부하려면 실장이랑 친해져야죠-"
식탁 의자에 앉아 우유 한 모금, 토스트 한 입, 우유 한 모금, 토스트 한 입 느릿하게 먹으며 할 말은 다 하는 날 보며 아저씨는 말 없이 웃었다.
"그리고 또 저 수능 쳐서 대학도 갈거예요. 아직 1년이나 남았잖아요! 그리고 또 뭐가 있지? 아아, 나 이제 요리도 배울래요. 아저씨한테 밥 해주고 싶어"
순간, 내 입술에 갑작스레 와 닿는 아저씨 입술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저씨를 바라보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 미소로 날 보고 있다.
"진짜 예뻐 죽겠어"
잘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올려볼게요ㅋㅋㅋㅋㅋㅋ 아니 이런 근자감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