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마크 없으면 시러하는 나쁜 독자
미운 독자
...흡
옆_집_어린_아저씨_-2.txt |
뻐근한 어깰 돌렸다. 짐을 풀어 옮긴지 벌써 3시간이 다 됐는데도 이놈의 일이 끝날 생각을 않는다. 사실 책장 정리를 하는데 반 이상을 쏟은 것 같다. 이것 저것 막 집어넣다 하는 김에 깔끔하게 새로 다 정리하자 싶어 다시 다 빼고 새로 차근차근 정리 해 넣으니 시간이 꽤나 오래걸렸다. 덥지도 않은 이 날씨에 땀이 난다, 땀이 나. 도저히 설 힘도 없고 해서 막 놓여진 침대에 몸을 던졌다. 푹신한 스프링이 기분좋게 튀었다. 퉁 소리가 났다. 아 피곤해... 절로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며 덜 치워진 내 방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확실히 아빠랑 있던 집보단 좁네. 침대와 더 가까워진 책상과 책장, 옷걸이가 눈에 띄였다. 그리고 저 벽 너머 거실. 그리고 그 너머 복도. 그리고... 아저씨.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순간 머릿속에 아저씨가 떠올라 당황했다. 혼자 손을 공중에 허우적거리며 생각을 지웠다. 뭐야, 아저씨 생각을 왜 해. 하긴 첫인상이 좀 강렬하긴했지.. 지저분 그 자체. 아저씨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다 다시 웃음이 났다. 바보같은 아저씨의 모습이 다시 눈 앞에 생생히 그려지는 듯 했다. 그래도 옆 집에 험상궂은 아저씨 안사는게 얼마나 다행이야- 히히 웃으며 아저씨와 투닥거리던 걸 떠올리다 문득 잠이 들었다.
일어나보니 저녁이였다. 것도 좀 늦은. 방 문 너머가 조용한 걸 보아 엄마도 쿨쿨 자는 모양이다. 아 빨리 정리해야하는데... 아직도 쌓여있는 박스들이 괜히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분명 내가 귀찮다-내일해야지 하면 엄마가 얼굴이 빨개져선 머리에 뿔이 날거다. 야이것아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이나겠지? 오싹 소름이 돋아 얼른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아직도 뻐근한 몸이 움직일 때 마다 뚜둑뚜둑 소리가 났다. 다 늙은 할아버지도 아니고... 하나 둘 짐을 치워가니 점차 날이 밝아지는게 느껴졌다. 내가 원래 이리 짐이 많았나.. 싶을정도. 옷걸이에 옷도 하나하나 손수 걸고 책도 다 꽂고 책상 위도 다 정리하고나니 진짜 몸이 피곤하다. 그래도 아직 학교는 안가니까. 물론 내일부턴 가겠지만.
"유권아"
"응?"
"너 바닥에 누워 잤어?"
"...아니"
"그럼 떨어졌어?"
"..엄마 아들 그렇게 바보 아니거든?"
엄마가 작게 웃으며 다크써클이 무릎까지 내려왔다고 박수를 치신다. 아들 다크써클 무릎까지 내려온게 저리도 좋을까. 나도 같이 하하... 힘 빠지게 웃으며 뒷머릴 긁적였다. 새벽에 노동을 좀 했더니... 다시 밀려오는 졸음에 침대로 기어올라갔다. 밥먹으라는 어마의 부름에도 귀찮아- 대충 대답해주곤 다시 잠에 빠졌다. 오늘까지만 놀고 내일부턴 친구도 없는 학교에 가서 적응해야지.. 공고니까 야자는 안하겠지. 낮잠은 진짜 꿀 맛이다. 내 또래의 아이들은 다들 지금쯤 학교에서 눈 빠져라 공부 중 일텐데 나는 이렇게 느긋하게 침대에서 눈을 꿈뻑이고 있다니. 심지어 엄마는 어딜 갔는지 조용하고. 좋다,좋아.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폰을 만지작거렸다. 이사오기 전 친구 들 몇 명이 아련한 카톡을 몇 개 보내놨길래 술 마셨냐 하고 답장을 보내주었다. 갑자기 닭살돋게 니가 없으니 허전하다;; 이런 개수작을 부리고있어. 머리 맡에 폰을 두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귀찮아 죽겠네... 어슬렁 거실로 걸어나가 인터폰을 받으니 그릇배달이랜다. 딱 보니 아저씨네, 푸흐흐 웃으며 인터폰을 내려놓고 현관물을 열었다. 오늘은 참 말끔하다. 오 나름 멋지네요, 칭찬하니 뭐가 좋다고 얼굴에 웃음꽃이 잔뜩 피어선 내가 좀 잘생겼지 하하 거린다.
"근데 아저씨 일 안가요?"
"오늘은 안가지"
"왜요,땡땡이 깠어요?"
"..내가 넌 줄 아냐..몸 안 좋아서 그런다"
정말 멀쩡 해 보이는 얼굴로 그런 소리하면 전혀 신뢰가 안가는데... 계속 보고있으니 아픈사람 같기도하고. 그릇을 받아 든 채 유심히 쳐다만 보자 뭘 그렇게 뚫어져라 보냐며 성질이다. 어디 아픈데요?
"몸살"
"몸살 걸린 사람이 그릇도 배달하나"
"늦게 주면 민폐일거같아서 그런거거든"
"아,예-"
"넌 학교안가냐?"
"전 내일부터 가는데요?"
"..엄마는?"
"지금 없고"
왜요? 우리 엄마 보러 오셨어요? 슬쩍 떠 보니 그릇주려고 왔다고! 버럭 소리친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고 아저씨의 옆구릴 쿡쿡 찌르며 에이 거리니 자기는 아직 에이핑크에 손나은이 좋단다. 아저씨 딸 뻘이네요. 내 한 마디에 삼촌으로 바꾸라며 또 성질이다. 저렇게 성질만 부리니 여자가 안생기지. 대충 그래요 삼촌. 삼촌하세요. 하니 코를 훌쩍거리며 그래 난 삼촌이야 아직. 고갤 끄덕인다.
"나 이제 간다,추워죽겠다"
"아저씨 집 가도돼요? 나 심심"
"나 환자다"
"..예-"
"시중 들어줄거면 와"
휙 등을 돌려 집으로 돌아가는 아저씨의 뒤를 쫓아갔다. 해봤자 바로 옆이지만. 언제봐도 아저씨 집 참 지저분하다. 시중 들어주기 전에 이 집 부터 치워야겠다. 이러니 몸살걸리지. 집안 꼴 봐라. 엄마마냥 아저씨 등에다 대고 잔소리를 따박따박 해댔다. 우리 엄마도 안하는 말을 니가 왜 해? 고갤 돌려 날 보고는 투덜투덜. 방에 들어가더니 침대에누워 이불을 어깨까지 끌어올려 덮는다. 환자긴 환잔가 보네요.
"환자맞다고.."
"아저씨 밥 먹었어요? 죽 해줄까?"
"반말한걸까?"
"...죽 드..실래요?"
"오냐"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린다. 그 꼴이 불쌍해 죽이라도 해주자싶어 주방으로 갔다. 주방도 거실 못지않게 엉망이다. 저 아저씨는 청소부를 따로 고용해야겠다. 내가 하고 알바비 받아도 좋고- 싱크대를 대충 아무렇게나 치워 공간을 확보해둔 뒤 소매를 걷었다. 사실 요리 잘 못하는데.. 아픈 사람이 굳이 맛있는 걸 먹어야겠어? 대충 엄마의 어깨너머 배운 실력으로 이것저것 손대기 시작했다. 역시나 중간중간이 기억이 안나 간단한 건데도 우물쭈물거렸다. 간간히 방에서 앓는 소리와 함께 멀었냐고 묻길래 다해간다는 말만 무한 반복했다. 마치 고장난 라디오처럼. 결국 나중엔 아저씨도 기다리다 지친 듯 조용해졌지만 말이다.
"끝!!!"
다 만들고 나니 괜시리 뿌듯해졌다. 여친한테도 한번도 안해준 걸 내가 저 빼빼마르고 오늘따라 멀쩡해보이지만 환자인 아저씨한테 해주다니. 좀 웃기긴하다. 앗 뜨거를 연신 외치며 방으로 들어가니 아저씨가 곤히 잠에 빠져있다. 책상 위에 그릇을 얹어두고 아저씨를 깨우려 다가가는데 아저씨의 팔에 내 손이 닿자마자 날 확 끌어안는다. 아니 이 사람이 지금? 어정쩡한 자세로 안겨있는데 아저씨가 알 수 없는 언어로 뭐라 웅얼거린다. 잠꼬대도 참 요란하다. 이대로 있다간 나한테도 감기가 옮을 것 같아 귀에다 대고 아저씨 크게 외치자 우왁!! 괴상한 비명과 함께 일어났다. 물론 난 얼른 떨어져나가고.
"깨울려면 좀 다정하게 깨워주지 귀에다 대고 뭐하는 짓이야..!"
"..안 일어나니까 그랬죠"
"깨우긴 했어?"
"엠창 찍고 깨움"
"..귀 터지는 줄 알았네"
귀를 손바닥으로 툭툭 치고는 인상을 마구 찌푸린다. 짠, 하고 이불 위에 그릇을 떡 하니 얹어두니 생각외로 겉은 괜찮네 호평한다. 먹어봐요! 당당하게 말했지만 사실 나도 만들면서 안먹어봤다. 오로지 육감 하나로 만든 죽. 줄여서 육감죽. 느리게 한 입 떠먹은 아저씨가 날 쳐다본다. 표정을 보아하니 나름 호평 할 것 같다. 역시 나란 남자 요리를 육감으로 해도 잘 하는 남자. 쾌재를 부르며 아저씰 보았다. 맛있어요? 하는 내 말에 아저씨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뭘..넣은거야...약 탔냐?"
"..."
"너 먹어봐,"
숟가락에 잔뜩 떠 내 입에 억지로 쑤셔넣는다. 숟가락이 이에 부딪혀 아파 죽겠다. 거기다 이 알 수 없는 무언의 맛이란.. 아저씨에게 죄송하다고 고갤 숙여 사과한 후 그릇을 들었다. 차라리 사줄걸..
"요리도 못하는게 뭘 만들어"
"그럴수도 있지!"
"넌 절대 요리하지마, 결혼 해서도."
어떻게 나보다 못하냐? 아저씨가 저와 나를 비교하는 바람에 기분이 확 상했다. 그래도 나름 아저씨 챙긴건데 너무하네 이거. 째려보고 있으니 아휴 무서워라- 비아냥거리며 이불을 머리 끝까지 눌러 덮는다. 아오 빡쳐,열 받아 씩씩거리며 이불 위를 손바닥으로 퍽퍽 내리쳤다. 환자를 때리냐며 꿈틀거리다 어린게!! 버럭 소리쳤다.
"작은 고추가 맵다 몰라요?"
"니 손이 더 맵다"
"...주무세요"
"....그래"
그런 고차원 드립 치지맙시다. 급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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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졸려 잘장여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