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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도 끝에 맺힌 간절함이 들린다면
바로 와줘 내 꿈 속에서






Pray

* 노래를 들으면서 글을 썼기 때문에 틀기를 추천하지만 
집중에 방해가 된다면 끄셔도 무관합니다.







"말하십시오. 그 놈, 지금 어디있습니까."

아미의 표정은 아무것도 담고 있지 않았다. 말할 수 없다. 이름 한 자라도 흘리지 않을 것이다.

"놈이 없으면 당신이 죽게될겁니다. 질질 끌어봤자 어차피 대신관께서 다 알아내실테니 기회를 줄 때 말하십시오."

자신의 처분에 관한 말이 나오자 그제서야 아미의 표정에 변화가 나타났다. 하지만 남자가 예상한 변화는 아니었다.

"…그래, 그럼 죽여."

아미는 홀가분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제 생명에 대해 한 치의 미련도 없는 대답. 그게 아미가 구금된지 12시간만에 뱉은 첫마디였다.

이전까지는 목석같은 표정으로 어떤 질문에도 입을 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던 아미의 첫 대답에 남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신을 배반한 신녀에게는 그 사실만으로도 즉결처분이 내려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을 버리고 그녀가 택한 악마의 행방만 뱉으면 살려주기로 판결이 내려졌는데 돌아온 아미의 답은 어처구니 없는 정도를 넘어섰다.

"너희들은 죽어도 그를 찾지 못할거야. 그러니까 이렇게 질질 끌지말고 날 죽여."

도대체 신은 아미의 무엇을 보고 그런 큰 힘을 내려주었을까. 누군가는 힘이 없어서 죽는데, 모든 걸 가지고도 이 여자는…….

남자의 매서운 눈길이 저를 뚫어져라 보고있음에도 아미는 움츠러들지 않았다. 당장에라도 왼손에 쥔 칼집에서 칼을 뽑을 듯한 눈길이긴 했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다른 감정을 읽어내는 건 아미에게 쉬운 일이었다. 이 남자의 위협은 죽이기 위한 위협이 아니라 살리기 위한 발악이었다. 아미를 향한 배신감을 못이겨 정말 죽이고자 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지금은 아니다.

"신을 배반한 이유가 뭡니까."

아미의 입이 다시 닫겼다. 그녀는 굳이 대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 같았다. 

"모두가 부러워하고 존경하는 힘을 가지고서 신을 버린 이유가 뭐냐고!"

끝내 격해진 남자가 소리를 지르는데도 아미는 변함이 없었다. 기억도 나지 않을 어린 시절부터 대단한 신성력을 타고났다고 떠받들여지며 자란 사람치고는 대단한 평점심이었다. 보통 곱게 자란 신녀들은 평생을 살아온 곳과 천지차이인 이 감옥부터 견디지 못하니 이곳에 갇히고도 아무렇지 않았을 때부터 알아보긴 했지만 남자가 생각한 것보다 그녀는 더 대담했다.

"너에게나 신이겠지. 네가 믿는다고 나까지 그 신을 따라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어."

꽤나 냉랭한 답이 돌아왔다. 그녀가 가진 힘의 근원. 그가 유일신인 이 나라에서 남자 정도의 신앙심을 가진 사람은 차고 넘쳤다. 그게 가장 보편적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희귀한 경우라고 칭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남자는 자신이 그 희귀한 경우를 맞닥뜨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것도 하필 그 사람이 아미일거라고는 더더욱 더.

"도대체 왜……."


* * *


남자가 처음 아미를 봤을 때 그녀는 지금과 정반대였다. 일탈같은 것은 생각도 못해봤을 선한 사람. 그게 남자가 가진 아미의 첫인상이었다.

"처음뵙는 분이네요."

[방탄소년단/?] Pray | 인스티즈



"아…… 저는 새로 신녀님을……."
"아, 새로 오신다던 기사시구나. 안녕하세요 신녀 아미입니다."

신의 상징색으로 칭해지는 하얀색. 그 무채색이 지독하게 어울리는 사람. 정국은 한 때 그녀가 가진 힘이 그렇게 막강한 이유가 어쩌면 그녀 자신이 신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비단 그녀의 외모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평등히 선하고, 그렇게 강한 힘을 가지고서도 오로지 선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것 등. 많은 것들이 이유가 될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 빛. 같은 옷감으로 만든 옷일텐데 그녀가 입은 흰 신녀복은 유독 눈에 띄었다. 옷 자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은 착각과 함께 한 순간 하늘세계의 사람으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누구보다도 그 옷이 잘 어울리던 사람…이었다. 이 일이 있기 전까지는.

"대신녀 김아미. 신을 배반하고 악마와 사통한 죄를 일컫어 즉결처분을 받아 마땅하나 위대하신 우리 신의 힘을 가장 크게 이어받은 자임을 감안하여 임시 구금에 처한다. 기한은 사통한 악마의 이름을 실토할 때까지로 무기하다."

정국의 동생은 힘이 없어서 죽었다. 자국민이라면 가지고 태어나는 최소한의 성력도 없었던 존재. 그게 정국의 동생이었다. 이 나라에서 성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존재들은 오로지 하나밖에 없었다. 남쪽에 위치한 이름모를 옛 나라의 백성들. 이제는 노예로 전락한 그들뿐이었다. 아주 어릴 적에는 꽁꽁 숨겨서 어떻게 동생을 지켜냈지만 그녀가 커가면서 그것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고, 정국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녀를 집어삼켰다.

추악하고 끔찍한 죄로 덮인 동생을 시신을 목격했던 그 날의 절망감은 본래 죽을 때까지 잊혀지지 않을 것이었다. 그런데 아미를 만나면서 희석되어 정국의 안 어딘가에서 부유하고 있었는데…… 그랬는데…… 아미가 빛을 버렸다.

신의 적으로 꼽히는 악마와 사통했다는 죄목이 읊어지던 순간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니라고 부정할 줄 알았다. 아니라고, 어떻게 감히 나에게 그런 죄목을 들이미느냐 화를 낼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은 그저 담담했다. 늘 자리하던 미소가 지워지고 그저 '무'였던 그 낯설디 낯선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모두가 탐을 내는 힘을 가지고서, 내 동생은 그 힘의 미세한 먼지만큼도 가지지 못해 가장 비참하게 죽었는데 어떻게 그런 힘을 가지고서 당신이 그럴 수 있는가.

이는 모든 힘 없는 자를 능멸하는 행태요, 진정 악마같은 놈들이나 할 잔혹한 짓이다. 

무엇보다 당신으로 인해 위로받던 나를, 당신으로 인해 힘을 얻던 나를 짓밟는 끔찍한 저주. 

왜 그대는… 나를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나.


* * *


온통 먹먹한 빛으로 들어찬 세상에서 방황하는 빛이 보였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의 부정이자 죄악인 사람. 그런데 왜 나에게는 네가 그토록 찬란했을까.

"거래할래?"
"…당신의 무엇을 믿고요?"

답하지 않았어야 했다.

"어, 조금 우스울 거 아는데……."
"……."
"그… 해볼래? 연애라는 거."

받아들이지 않았어야 했다.

아니, 우리는 닿지 말았어야했다. 적어도 이 땅 안에서, 가장 신성했던 빛과 모두에게 외면받는 빛이었던 우리는. 서로를 끝까지 몰랐어야 했다.

"비켜."
"가지마."

처음 너에게 버림받던 순간을 기억한다. 한 순간에 달라져서 싸늘하게 나를 내려다보던 너의 눈을 기억한다. 나에게는 우주였고 신보다 더 따스했던 나의 태양. 명확하지는 않았어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너에게 선택이 찾아왔었다는 건. 세상은 모두 악마가 가장 끔찍하다 하지만 나는 안다. 가장 끔찍한 것은 '선택'이다. 그는 진정한 선택이란 더 나은 것이 아니라, 가장 나쁜 것을 버리는 것이라고 속삭이며 다가와 하나의 길을 비춰준다. 너의 색으로 가득했던 두 개의 갈림길 중 하나의 길에 빛을 밝히며 끔찍한 세상을 보여주곤 말했겠지. 

[방탄소년단/?] Pray | 인스티즈



"그녀를 버려. 그녀는 최악이야."

네가 그것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었을까. 이해한다. 나 역시도 그랬을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다시 돌아온 너 또한 이해할 수 있었다.

"오랜만이야."

잠깐의 공백이 있었더라도 넌 여전한 나의 빛이었다. 또 한 번 너와 내가 떨어지는 일이 생기더라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을 후회하지 않는다.

미안해.

"내 생일에…… 떠나자."

미안해.

"행복해지자 우리."

미안해.

"아이도 낳고, 이 세상에 있는 여느 평범한 부부처럼."

미안해.

"…사형에 처한다. ……."

미안해 지민아.


*


처음은 호기심이었다. 신이 가장 사랑한다는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시작부터 사랑이라고는 받아보지 못했던 삶이었고, 오랜 시간을 혼자 보냈기 때문에 호기심 반, 심심함을 달래고자 하는 마음 반이었다. …….분명 처음은 그랬다.

[방탄소년단/?] Pray | 인스티즈



"좋겠네. 신의 사랑을 받아서."
"…글쎄요."

인간들이 떠들던 너의 완벽한 모습과는 다른 그 허점을 발견했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은 기쁨이 아니었다. 신이 가장 사랑한다는 인간의 무력함을 보고도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이유는 나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신의 미움을 받는 나와는 달리 신의 사랑을 받고, 가장 그늘진 곳에 발을 딛고 있는 나와는 달리 가장 빛나는 세상에 발을 딛고 있던 너에게서. 나와는 닮은 점 하나 없던 너에게서, 외로운 나를 보았기 때문에.

[방탄소년단/?] Pray | 인스티즈



"어, 조금 우스울 거 아는데……."
"……."
"그… 해볼래? 연애라는 거."

처음부터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본래 인간들은 우리를 볼 수 없다. 우리가 하는 건 그저 귓가에 속삭임이나 저주를 흘려넣는 것. 신이 아닌 이상 우리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만나야만 했던 인연이었을지도 모른다고. 그렇지 않다면 네가 나를 볼 수 있었던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냐고. 나는 이 생각에 의존하고 자만에 빠져있었다. 그래서 그가 보여준 길을 보고, 너를 위해 떠나겠다고 다짐했으면서도 어쩌면 너와 내가 행복해질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선택을 되돌렸다.

"대신녀 김아미. 신을 배반하고 악마와 사통한 죄를 일컫어 즉결처분을 받아 마땅하나 위대하신 우리 신의 힘을 가장 크게 이어받은 자임을 감안하여 임시 구금에 처한다. 기한은 사통한 악마의 이름을 실토할 때까지로 무기하다."

그 놈들이 어떻게 알아차렸을까. 나는 보이지 않는 존재고 너는 늘 똑같은 가면을 쓰고 다녔는데. 

답은 하나였다. 선택을 번복한 내 탓. '선택'이 가장 끔찍한 이유가 그의 말이 옳기 때문임을 간과했던 내 탓이었다. 내가 너에게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그저 서로가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사실에 의존하며 살아갔을텐데.

너를 떠나있는 동안의 내 삶이 너무 피폐하고 추악해서, 너를 잃는 미래를 보고서도 기어코 너의 곁에 서고싶었던 내가 욕심을 부린 탓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너의 죄가 유보되던 순간부터 수일간 너의 곁을 맴돌면서 수도 없이 외쳤다.

"내 이름을 불러."

날 봐. 아미야 날 봐. 제발.

날 보지 못하는 것처럼 시선을 틀고 내 말을 듣지 못하는 것처럼 어떤 반응도 하지 않는다.

"제발 한 번이면 돼. 아미야."

신이시여. 당신의 정 반대에서 걷던 나지만 그래도 당신이 정말 신이라면 제발.  나의 존재를 뜯어고쳐서라도 당신을 섬길테니 제발 이번 한 번만…….

"전(前) 대신녀 김아미. 신을 배반한 죄를 유보하고 구휼의 기회를 주었으나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점을 참작하여 임시구금의 판결을 거두고 재판결을 내린다. 신의 위대한 힘을 이어받은 자로서 감히 악마와 사통한 죄로 법에 따라 사형에 처한다. 사형일은 금일 10월 12일 즉결집행한다."

안 돼, 안 돼 제발.

"김아미!!"







* * *







「…하여 즉결 사형에 처해졌다. 마지막까지 사통한 악마의 이름을 뱉지 않은 악독함을 보였던 -는 사형을 집행한 본인의 기사 정국의 칼이 닿기 전에 불현듯 고개를 들었는데 그 시선이 닿은 곳은 당시의 태양이 있던 방향이었다고 한다. 감정을 잃은 사람처럼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던 -가 그렇게 행동한 이유에 대해서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마지막으로 빛을 보고자 했음으로 짐작하며, 직후 보인 웃음에 대해서 당시의 지켜보고 있던 신관들은 신을 배반한 죄로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 웃는게 소름끼쳤다고 평한다. 」


* * *


"넌 이름이 뭐야?"

"여태껏 이름 없이도 잘 부르더니 갑자기 이름은 왜?"

"뭐… 그냥……."

"악마의 이름은 함부로 말해주면 안 돼."

"왜?"

"너 사실 신녀 아니지? 아! 아! 아파 때리지 마. 알았어 말해줄게. 악마의 이름은 곧 악마의 힘이야. 인간에 의해 이름이 불리면 악마는 그 자리에 실존할 수 있어. 지금처럼 너만 날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모두가 나를 볼 수 있게 되는거지."

"악마에게는 좋은 거 아냐?"

"아냐. 이름을 불린 악마는 이름을 부른 사람에게 종속되거든. 한 마디로 인간의 노예가 된다는 거야. 그런 수치를 참을 악마가 어디있겠어. 모습을 보이지 않고도 인간을 뒤흔드는 건 쉬우니까 그냥 이렇게 사는거지. 그래서 악마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거야."























-
죽기 직전 아미가 쳐다본 곳 = 지민이가 있던 곳
아미가 끝까지 이름을 부르지 않은 이유 = 신관과 신녀들이 널린 곳에서는 제아무리 지민이 날고 기는 악마여도 이길 수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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