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뵙는 분들이 많아서 더 반가운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러네요.
오늘 조별 과제 하나도 발표 끝내겠다, 이런저런 일의 기념으로 토끼썰 한 편 투척.
남준이가 시험이 끝난 후 몰려오는 과제들을 하나하나 하기 시작하면서 윤기와 다른 수면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항상 비슷한 시간에 같이 누워서,
비슷한 공간에서,
비슷하게 잠에 빠져들던 나날이 조금씩 어그러져 깨졌으면.
윤기는 남몰래 그게 불만이면서도, 피곤해하는 남준이를 보며 그저 조용히 퇴근할 때 커피 한 두잔을 가져오기만 했으면.
오늘은 모카네요. 달다.
싫어해?
아니요. 좋아해요.
항상 쓴 아메리카노만 피곤한 얼굴로 마시는 남준이를 보고 윤기는 나름 자신이 마셔보고 괜찮다고 생각했던 여러 종류의 커피를 매일 하루에 한 잔씩 챙겨왔으면.
그리고 남준이의 반응을 빤히 살펴보았다가 남준이의 얼굴이 살짝 풀어지며 긍정의 빛을 보이면
그제야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씻고, 침대에 늘어졌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남준이의 노트북 소리에 잠을 못 자서 귀만 쫑긋거리기도 했었으면.
조금 익숙해졌을때는 아예 무시가 될 정도여서 윤기는 토끼의 모습으로 종종 남준이의 허벅지에 배를 꾸욱 걸친 채 늘어져 자기도 했으면.
남준이 너는 과제를 하다가 문득 집중이 깨졌을 때, 손에 윤기의 부드러운 털이 닿았을 때, 깊게 고민에 빠졌을 때 등등
틈이 나면 그런 윤기를 조심히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간혹, 토끼가 잠에서 깨어 손바닥에 얼굴을 쿡 묻고 부비적 거리면 피로도 다 날라가는 기분에 조용히 키득여 웃었으면 좋겠다.
이른 아침.
윤기가 먼저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는 아마 또 새벽 늦게 잠에 들었는지 피곤한 얼굴로 누워있는 남준이를 내려보았으면.
얼굴이 퍼석거린다.
윤기는 예전에 어디서 읽었던 책의 구절을 떠올리며 그 퍼석거리는 얼굴이 지금 남준이의 얼굴일거라고 생각했으면.
그리고 평소보다 꼬리가 길어진 듯, 느릿한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으면 좋겠다.
다만, 문고리를 최대한 돌려 닫아서 소리가 덜 나도록 조심하면서.
카페 전체에 잔잔히 내려앉은 음악 사이에서 손님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적당히 가라앉았을 즈음,
한참 나른한 햇살이 들어와 졸음을 불러일으키는 적당한 따듯함과 서늘함 사이에서
윤기는 자신의 옆에 있는 중년의 여사장과 같이 기계와 재료들을 정리하면서 힐끔, 눈치를 봤으면 좋겠다.
할 말이라도 있니?
부드러운 여자의 말이 먼저 울리고 나서야 윤기가 잠깐의 고민 뒤에 천천히,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 했으면.
피곤해하는 사람에게, 힘을 어떻게 줘야 할까요.
친구? 아니면…애인?
질문을 던진 여사장이 그 뒤에 본 것은 잔뜩 붉어진 귀를 애써 모른 척하며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윤기였으면 좋겠다.
여사장은 속으로 애인이 지금 이 모습을 보았다면 충분히 힘이 날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윤기에게 자신이 남편에게 어떻게 힘을 주는지 소곤소곤 몰래 알려주었으면.
윤기는 잠시 고민했다가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손님이 들어오자마자 벌떡 일어나 카운터로 향했으면 좋겠다.
오늘도 김남준은 그 망할 과제라는 것을 하고 있을까.
남준이가 매일 망할 과제, 망할 과제라고 해서 어느새 따라 붙은 입버릇 그대로 속으로 중얼거리기도 했으면 좋겠다.
날이 추워질수록 밤이 일찍 찾아오는 법인지라, 어느새 윤기의 퇴근길에는 짙은 노을이 아니라 보랏빛의 밤이 내려왔으면.
윤기는 하얀 가로등 아래를 지나가다가 현관에서 남준이와 마주쳤으면 좋겠다.
왔어요? 오늘도 수고했어요.
아, 어…. 너도.
어제보다 얼굴이 퍼석, 아니 저건 쩍쩍 갈라지는 수준같은데. 윤기는 남준이의 얼굴을 보고는 조용히 그런 생각을 삼켰으면 좋겠다.
그냥 과제는 망할 과제라고 하더니 조별 과제는 그냥 욕도 못하고 허탈하게 앉아있던 모습을 조금이나마 이해했으면 좋겠다.
형 먼저 씻을래요?
아냐. 너 먼저 해.
응. 알았어요. 고마워요.
윤기가 오늘은 여사장이 또 따로 챙겨준 타르트를 커피와 함께 식탁에 올려놓으며 고개를 저었으면 좋겠다.
그랬다가 남준이의 얼굴을 한 번, 타르트가 담긴 상자를 한 번. 천천히 하얀 귀를 퐁, 나타내어 아래로 축.
어쩌지.
윤기가 하얗고 긴 토끼 귀를 손으로 잡아 얼굴에 부볐다가 슥, 손톱없는 손가락으로 천천히 긁어내렸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씻고 나와서는 윤기의 옆에 바짝 붙어서 자연스럽게 윤기의 어깨를 감싸고, 한 손은 식탁을 짚고 허리를 숙여 윤기가 가져온 타르트를 확인했으면.
윤기는 갑자기 훅 끼쳐오는 남준이의 온기 그리고 목욕을 막 하고 나온 사람 특유의 체향에 잠깐 어깨를 움츠렸으면.
그리고 느릿하게, 딸기 타르트를 가져왔고 커피는 라떼라고 말했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가 윤기의 허리를 온전하게 두 손으로 감싸고는, 그대로 뒤에서 윤기를 꼭 끌어안았으면 좋겠다.
잠깐만요. 나 오늘 너무 멘탈이 털려서.
힘들었어?
조금?
힘없이 웃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린 남준이가 윤기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는 길게 숨을 내쉬었으면 좋겠다.
옅게 배여있는 커피 향, 달달한 향이 씁쓸하면서도 달큰함을 가져다주어서 절로 익숙한 윤기의 체향까지 찾으면서 남준이는 느리하게 눈을 깜박였으면.
그 때 연신 무언가 초조해하던 윤기가 결심한 듯 고개를 돌렸으면 좋겠다.
한 손을 올려 남준이의 뺨을 감쌌으면.
남준이가 왜 그러냐는 듯 윤기의 손에 뺨을 가만히 댄 채로 고개를 살짝 돌려 윤기와 시선을 마주했으면.
시선이 서로 위로, 아래로 향하면서 금방 맞물렸으면 좋겠다.
윤기가 잠시 입술을 벌렸다가, 꾹 닫아다가 눈을 감고 천천히 다가갔으면.
조금 마른 입술이, 남준이의 입술에 꾸욱 맞닿았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잠깐 놀랐다가 똑같이 눈을 내려감았으면 좋겠다.
잠깐의 온기를 나눈 뒤에 두 입술이 천천히 떨어졌으면 좋겠다.
느릿하게 남준이와 윤기의 눈이 동시에 떠져서는, 설렘인지 긴장인지 모를 감정을 잔뜩 끌어안은 얼굴을 마주보았으면.
힘, 내. 남준, 어. 그, 자기야….
네?
사장님이, 이러면 애인이 힘이 날 거라고 했는데.
아니야? 잔뜩 붉어진 얼굴을 했으면서, 눈은 한없이 순진함을 담아 고개를 갸웃거리는 윤기를 보고 남준이는 목덜미까지 후끈하게 열이 퍼지는 기분이 들었으면 좋겠다.
잠시 아무 말도 못했다가 크게 웃음을 터뜨리면서 윤기를 꼭 끌어안고 한참을 웃었으면.
이게 아니냐면서 윤기가 버둥거리면서 그만 웃으라고 또 남준이를 툭툭 손으로 두드렸으면.
나 씻을거니까 좀 놔라.
알았어요. 알았어. 그런데 한 번만 더 불러주면 안 돼요?
어. 안 돼.
남준이가 윤기의 볼을 톡, 두드렸으면 좋겠다.
마치 윤기 볼을 물들인 분홍빛이 자신의 손 끝을 타고 퍼지는 기분이 들어 환하게 웃어버렸으면.
남준이는 윤기를 그제야 천천히 품에서 놔주었으면 좋겠다.
윤기가 파드득, 빠른 몸놀림으로 욕실로 도망치듯 향했으면.
그 뒷모습을 모두 지켜본 남준이가 결국 다시 크게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아, 진짜
귀여워.
키득이면서 식탁에 앉아 윤기가 나오기를 기다렸으면 좋겠다.
그러다 윤기가 씻고 나오자마자 치솟은 장난끼를 담아 자기야, 라고 불렀다가 윤기가 토끼로 변해버려서 잠시 당황했으면.
옷 안에서도 나올 생각을 못하고 가만히 있는 윤기를 보고 너무 부끄러워도 토끼로 변했나, 싶어 조심히 하얀 토끼를 안아들었으면.
오물오물 거리는 작은 입술에 또 짧게 입을 맞춘 남준이가 윤기를 살살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진짜 힘난다. 고마워요. 이번 주면 과제 얼추 끝나니까 같이 놀러나 갈까요?
남준이의 물음에 쫑긋, 세워지는 하얀 토끼귀를 보고 남준이는 그날 또 한참을 웃었으면 좋겠다.
딸기 타르트의 달달한 향이 방 안을 가득 채운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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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귀여운 민트토끼 윤기 그림 감사합니다. ♥
초콜릿 좋아하는 귀여운 민트토끼 윤기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귀엽고 아기자기한 글귀 감사합니다. ♥
귀여운 윤기 그림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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