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대형견 남준이와 윤기는 어디에서 첫눈을 볼까요?
그래도 같이 본다는 건 작년과 변함이 없겠네요.
가을의 끝자락, 겨울의 초입. 감기 안 걸리도록 조심하세요.
윤기가 길게 기지개를 키면서 일어나 환기를 위해 열어놨던 창문을 닫아놓았으면 좋겠다.
집이라고 얇은 긴팔과 긴 바지 차림을 하고서는 창을 닫는 사이에도 들어온 찬 바람에 몸을 떨었으면.
이제 가을이라고 하기에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바람은 코 끝을 시리게 하는 냉기를 품었으면 좋겠다.
날은 춥지 않아도 공기가 시린 나날.
그게 겨울이 먼저 보내오는 신호임을 윤기는 알고 있었으면.
남준이는 강아지의 모습으로 따뜻한 담요를 두른 채 이리저리 뒹굴면서 나른함을 잔뜩 안은 채로 낮잠을 자고 있었으면 좋겠다.
바닥, 차갑지도 않나.
윤기가 맨 발로 바닥을 꾹, 자근자근 밟으면서 난방을 틀었으면.
티비를 보기도 하고, 물을 마시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방 안은 훈훈한 공기로 가득 채워졌으면 좋겠다.
입이 심심하다는 걸 느낀 윤기는 아직 속이 차가운 것 같아 부엌으로 가 손 끝으로 구스또를 매만지다가 힐끔, 거실을 돌아봤으면.
어느새 또 뒹굴었는지 큰 몸을 쭉 핀 채, 다리 끝에만 겨우 담요를 두르고 곤히 자는 남준이를 보고 윤기는 전원을 꽂았던 구스또에서 손을 떼어내었으면.
대신에 구스또 옆에 있던 믹스 커피를 꺼내고 뜨거운 물을 끓였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마음에 들어해서 샀었던 하얀색의 머그잔을 내려놓고,
믹스커피 한 개를 토도독 뜯은 뒤 머그잔 안에 곱게 갈린 가루를 쏟아내었으면.
잠시 기다렸다가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잔 안으로 뜨거운 물을 적당히 부어냈으면 좋겠다.
그 일련의 행동은 윤기를 닮아 유독 조용하게, 익숙하게 이루어졌으면.
다만 작은 소리 소리 하나가 남준이의 귓가를 간지럽게 톡톡 두드렸으면 좋겠다.
윤기가 한껏 묵직해진 머그잔을 들어올리고 다시 거실의 소파로 돌아왔으면.
자리에 앉기 전에 소파에 앉아 남준이를 내려보다가 손을 뻗어서 부드러운 털을 한껏 쓰다듬은 뒤에 가만히 자는 남준이의 얼굴을 구경했으면.
곤히 자던 큰 강아지는 처음에는 나른한 표정으로 자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갑자기 흠칫, 몸을 떨더니 두 앞 발을 쭉 내밀었으면.
그리고 마치 무언가 위를 걸어다니듯, 물 안에서 헤엄을 치듯 발을 슥슥 움직이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좋은 꿈을 꾸는지, 어느새 표정은 헤벌쭉 풀어져서는.
윤기는 그 모습을 턱을 괴고 어이가 없다는 듯 바라봤다가 이내 짧게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뭐 먹는 꿈이라도 꿔? 입은 왜 쩝쩝거려.
요란하다면 요란한, 천진하다면 천진한 그 잠꼬대에 윤기는 소리를 죽여 한참 웃었으면 좋겠다.
머그잔 안의 뜨거운 커피가 조금 식어갈 즈음이 되어서야 남준이가 잠에 퍼득 깨어났으면.
크게 하품을 하고는 주위를 돌아보다가 금방 바로 옆의 소파에 앉아있는 윤기를 발견하고는 사람으로 변해 담요를 몸에 두른 그대로 소파에 올라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윤기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서 얇은 허리를 꽉 끌어안았으면.
더 자려고?
아니.
그럼.
잠 깨는거야.
이게?
응.
짤막한 단어들로 이루어지는 대화들 안에는 아마 웃음기나, 졸음기나, 애정 같은 것들이 한 가득 담겨있었으면.
윤기가 손을 들어 이제 막 잠에서 깬터라 뜨끈한 남준이의 뺨이나 이마를 손으로 천천히 쓰다듬으면 남준이는 윤기의 손목을 그러쥐었으면 좋겠다.
그러쥐었다가, 당연하다는 듯 손바닥을 손 끝으로 살살 간질인 뒤에 윤기의 손을 잡아 깍지를 꼈으면.
손에 힘을 풀고 있던 터라 하얀 손 끝이 남준이의 뺨과 코 끝을 톡톡 건들였으면 좋겠다.
남준이 너는 고개를 들어올려 윤기의 손 끝에 입을 맞추었다가 입술을 꾹 누른 채로 윤기를 올려봤으면 좋겠다.
커피 향이 나.
마시는 중이니까.
응. 주인의 손 끝에서도 향이 나. 주인 향이랑, 커피 향.
윤기는 남준이가 입술을 움직여 말을 할 때마다 손 끝이 간지러워져서 짧게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그러는 너는, 네 체향과 담요의 섬유유연제 향을 가득 끌어안고 나에게 가져왔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윤기는 고개를 내려 남준이를 바라봤으면.
장난끼가 돌아 손 끝에 힘을 줘 남준이의 입술을 꾹 누른 채 도톰한 입술을 매만졌으면 좋겠다.
한 손에는 남준이의 입술을 쓰다듬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머그 잔을 들어 커피를 마시는 윤기가 보고 싶다.
자신의 입술을 주무르고, 문질렀다가 뺨을 매만지고, 그 다음에는 깍지 낀 손을 살짝 풀어낸 뒤에 자신의 목덜미를 쓸어내리는 하얀 손 끝을 남준이는 나른히 즐겼으면 좋겠다.
이렇게 새하얀 손 끝이 냉기가 아닌 온기를,
와중에 애정으로 인한 조심스러움을 담은 것이 너무나 기분이 좋아서 입꼬리를 가득 올려 웃었으면.
아, 맞다. 주인아. 오늘 산책 간다며.
그랬나.
간다고 했어. 약속했어. 지금 가자.
오늘 추워.
추우면 내가 안아줄게. 나는 따뜻하니까 주인도 따뜻하게 해줄 수 있어.
산책을 조르면서 이런 말은 너무 반칙이지 않나. 윤기가 물끄러미 남준이를 내려보며 그런 생각을 할 때, 남준이는 눈이 마주치자 배싯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돌리는 행동이 허락임을 알아 바로 몸을 일으켜서는
윤기의 뺨에 짧게 입을 맞추고는 씻고 오겠다며 부랴부랴 욕실로 향했으면 좋겠다.
커피 괜히 마셨네.
윤기는 이제 빈 머그잔을 바라보다가 싱크대에 머그잔을 내려놓고 물을 채워놓았으면.
아마 가슴이 쿵쿵 거리는 이유도 커피의 카페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기분좋게 웃으며 남준이와 자신의 옷을 꺼내왔으면.
몸에 열이 많아서 두툼한 외투 차림의 남준이와 달리 추위를 많이 타는터라 목도리까지 칭칭 감싸맨 윤기가 나란히 걸음을 맞춘 채 걸어나왔으면.
남준이는 신이 나서 걸어가다가 힐끔 윤기를 보고 씩 웃었으면.
왜.
귀여워. 펭귄같아, 주인아.
코 바로 아래까지 길다란 목도리로 칭칭 감싸매고, 몸을 조금 움츠린 채로 주머니에는 두 손을 꽂고 있는 윤기를 보며 남준이는 펭귄같다면서 아이마냥 웃었으면.
윤기 너는 그 얼굴이 얄미워서 손을 들어 남준이 코 끝을 톡 두드린 뒤에 먼저 걸음을 옮겼으면.
남준이는 윤기의 그 행동이 가벼운 꾸중이 아닌 부끄러움의 표현인걸 알고는 그저 웃으며 얼른 윤기의 옆에 따라가 걸음을 다시 맞췄으면 좋겠다.
오늘은 평소 다니던 길과 조금 다른 길로 향했으면.
평소 잘 가지 않던 길이라 처음 보는 가게들을 보면서 나중에 저기 가보자, 저기도 가보자, 같은 말을 나누면서 새로 발견한 상가를 크게 한 바퀴 돌았으면 좋겠다.
길을 가다가 인형뽑기에서 멈춰서 몇 번 시도도 해보고,
길거리 음식 중에 닭꼬치를 먹었다가 남준이가 맵다고 울상을 지어서 급하게 편의점에서 물을 사오기도 하고,
큰 애견샵 밖에 강아지 간식이 잔뜩 걸려있어서 남준이가 거기에 홀린듯 다가갔다가 윤기에게 잡히기도 했으면.
한참 돌아다니다가 남준이와 윤기의 코 끝이 똑같이 발갛게 물들 즈음에 둘은 어느 빵집 카페에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
아래층에서 빵을 굽는지 달큰하면서 고소한 향이 잔뜩 올라오는 그 곳에서 가벼운 빵 한 두개와 커피, 핫초코를 앞에 두고 적당한 자리로 향했으면.
훈훈한 공기에 윤기가 먼저 자리에 앉자마자 남준이가 그 옆에 서서 손을 뻗어 윤기의 목도리를 풀어주었으면 좋겠다.
목도리가 풀리고 윤기의 입술과 턱이 모이자 남준이가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가 폈으면.
그 모습을 본 윤기가 왜 그러냐는 듯 눈짓으로 물으면 남준이가 허리를 숙여 윤기의 귀에 작게 속삭였으면 좋겠다.
순간 키스하고 싶었는데, 참았어.
나 잘했지, 주인아. 순한 얼굴로 건네는 말에 윤기는 손을 들어 남준이의 입술을 꾸욱 밀어내었으면 좋겠다.
남준이 너는 그 행동에 키득거리며 웃었다가 목도리를 온전하게 풀어낸 뒤 빈 의자에 올려두고 윤기와 마주 앉았으면.
여기에 이렇게 큰 상가가 있는 줄은 몰랐어.
응.
다음에 아까 봐뒀던 음식점도 가보자. 맛있어 보이는 거 많았어.
그래.
주인아.
?
내일도 우리 데이트 하자.
그 말에 윤기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로 그저 앞에 놓인 플라스틱 컵을 만지작거렸으면.
남준이는 턱을 괴고 그 모습을 보다가 작게 웃었으면 좋겠다.
대답은?
하지만 윤기의 행동을 그냥 넘어가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맨날 얼굴보고 같이 사는데 뭘 새삼스레 그래. 내일도 오던지.
데이트?
갑자기 왜 저 단어에 저렇게 집요하게 굴지. 윤기는 살짝 미간을 찡그린 채로 남준이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부드러운 눈에 장난끼가 가득한 걸 보고 살짝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으면.
똑같이 턱을 괸 윤기가 창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남준이에게만 들릴 정도로 나직히 중얼거렸으면 좋겠다.
어. 데이트 하자고.
윤기의 말에 남준이는 크게 입꼬리를 올려 씩 웃었으면 좋겠다.
귀 끝을 발갛게 물들인 채로 애꿎은 창 밖의 거리만 내려보는 윤기를 한참이나 바라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엇갈렸던 시선은 한참 뒤에야 맞물렸으면.
드디어 봐줬다.
남준이가 또 한 번 환하게 웃으면 윤기도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작게 웃어버리는
그런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남준이도, 윤기도
또 한 번의 따뜻한 겨울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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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귀여운 글씨와 그림 감사드립니다. ♥
예쁜 글씨 감사드립니다. ♥
귀여운 글씨와 그림 모두 감사합니다. ♥
귀여운 남준이 그림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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