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이름은 방탄산. 내 얘기 좀 들어봐. 걍 들어..들어줘!
나는 93년생. 방탄소년단의 슈가(개싸가지)라는 얘랑 동갑이야. 구슬프네...
내 아래로는 시커먼 남동생들만 줄줄히 셋이 있단다. 어쩜 네명을 낳아도 이렇게 달린거 있는 놈들만 낳았는지..집안이 아주 개판이야.
그 중에서도 맏형을 맡고 있는 내 상황을 좀 봐. 심지어 막내랑은 10살차이야 염병! 부부금슬은 너무 좋아도 문제라고!
아무튼, 어렸을때부터 나는 만화를 졸라게 좋아했어. 세명의 개망나니들한테 치이는 내 인생의 희망이고 빛이고 소금이고 호흡이였어!
눈만 떼면 뭐하나 부셔놓는 개베이베들을 보다가 이누야샤의 가영이를 보면 얼마나 숨통이 트이던지.
아무튼 그렇게 만화에서 애니로 취미생활을 확대해가면서 일본 문화를 점점 점령해나갔고 중학교 시절 나의 마음을 강타한 노래가 있었지.
지금 잘 듣고 있지? 들어오자마자 왠 우렁찬 일본어가 들려서 조낸 당황탔겠지만 진정해.
지금 너네 영업중이야(흐뭇)
이건 내가 '우타이테'에 한방에 입덕당한 노래야.
우타이테 : 일본말로 '노래부르는 사람'
주로 일본 노래, 그중에서도 '보컬로이드'라고 자기 목소리를 기계음과 결합해 노래를 부르는 건데 그런 사람들 곡을 커버해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부르는 사람들을 말해.
지금 뭔 얘기를 하고 있냐고?
꿈 없이 우리집 강아지들한테 치여 방황하던 시절, 내 꿈이 생긴 순간을 말해주는 거야.
음악에 빠진 순간. 음악을 해야 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이 순간을 기점으로 피아노를 배우고, 드럼을 배우고, 작곡을 배우고, 작사를 배우고, 음악을 만들고,
처음엔 우리집 망나니들을 잠재우기 위해 피아노 앞에서 몇구절 똥땅거리며 불러주었던 노래 실력이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얼굴없는 가수'들 중에서도 떠오르는 신인이 되고 그 신인이 이젠 믿고 듣는 우타이테가 되고,
그리고 방탄소년단이 됬...고....(또륵)
여기까진 음악을 하게 된 계기.
고딩이 되자 엄청 고민이 많아졌어. 어떤 길로 갈 것인지.
그냥 얼굴 없는 가수로 남아있곤 싶지 않아. 무언갈 해야한다고.
그렇게 한참을 또 방황하고 시도하다가 두번째로 인생의 터닝포인트.
학교 축제때 우리 반이 한 뮤지컬에 배우로 출연하게된거지. 난 가위바위보를 겁나게 못하거든(흐뭇)
고1들이 선정은 또 무슨 '레미제라블'...나도 그땐 좀 무식하고 용감했지...
근데 하다보니 재미있더라고, 애들끼리 머리 맞대어서 '레미제라블'의 배경이였던 프랑스 혁명을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로 바꿔서 다시 역활을 나누고, 다시 시나리오를 쓰고, 그 배경에 따른 편곡은 내가 다하고..ㅎ
원작에서는 남자주인공 '마리우스'에게 버림받은 '에포닌' 역이 우리가 다시 만든 레미제라블에서는 일본군에게 나라와 가족을 빼았겨 복수를 다짐하는 역이 되었고 저는 그 역활을 맡았습니다...고음 샊히ㅎㅎㅎ
결과는 대성공이었지.
아직도 그 눈알 빠지게 비추던 조명과 귀 터질뻔 했던 함성소리와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눈동자를 잊지 못해.
온 얼굴과 몸에 피분장을 하고 멍해진 기분으로 박수갈채를 받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해서, 음악실력 하나만 믿고 서울상경. 뮤지컬판으로 뛰어들었지.
개굴렀지. 인맥하나 없이 맨몸으로 쳐들어갔는데, 연기 실력 쥐뿔도 없는게
그래도 무대에 선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너무 황홀해서, 20초도 안되는, 대사 한 줄있는 단역이라도 좋다고 뛰어들어갔다. 그땐 그랬다?
미친듯이 대본봤다가 노래불렀다가 삘받으면 그자리에서 연필로 끄적끄적.
어느새 스무살이 되고, 어느새 어느 정도 알음알음은 된 배우가 되고,
그리고 어느날. 2013년 스물한살이 된 겨울.
스물한살을 자축하며 술떡되었다가 눈떠보니 낯선 방이 된 그날.
심지어 침대도 아닌 소파에서 일어나 현실과 잠의 경계에서 멍때리는데 왠 남자애가 들어오더라.
완전 해맑해맑 웃으면서
"....."
(당황잼)
"안녕하세요. 형"
(해맑해맑)
".....누구..? 제가..형인가여?"
"어제 우리 자기소개 했는데..ㅎ 기억못할 것 같았으니까 다시 자기소개 해요. 전 김남준이에요"
(악수)
"아...전 방탄산입니다...(악수) 근데 어제 저희가 만났나요?"
"네ㅎ 형이 술에 떡되서요ㅎ"
"...아...ㅎ....ㅎㅎㅎ...."
(이새낀뭐지뭐하는새끼지난왜여깄지)
"ㅎㅎㅎ"
"ㅎㅎㅎ...손 좀 놔주실래여?"
"안놔줄래요ㅎㅎㅎ"
"...ㅎ?"
"놓으면 형 도망갈 것 같아서요ㅎㅎㅎ"
"....예?"
그리고 김남준(프로히흫러. 당시 20)은 계약서를 눈 앞에 들이밀었다.
멀뚱히 계약서를 훓자 결론=
"...아이돌?"
"네ㅎㅎㅎ"
"제가여?"
"여기 형 이름이랑 싸인이랑 지문까지 있네요?ㅎㅎㅎ"
"ㅎ?"
여러분 함부러 술쳐마시고 빨빨빨 돌아댕기지 마세요. 큰일나요.
여기까지 읽느라 졸라 지루했을것같아서 스피디하게 진행할게요
김남준이 술떡상태에서 찍은 아이돌계약서를 들이밀었다. 방탄산은 말로 해결하려다 결국 '꺼져시키야' 책상엎기를 시도하고 도망쳤다.
그곳은 아이돌 회사였다. 이름도 그지같은 빅힛!이었다. 길을 잃었다. 싸가지(민설탕.당시 스물하나)를 만났다.
"...누구세요"
"...그러게요"
"...."
"...."
"...외부인 출입금진데요"
"...오..정말 다행이게도 전 외부인이고, 마땅히 출입금지 당해야 하므로! ..나가는 길 좀 알려주세요"
"......따라오세요"
(뭐지이건)
싸가지는 불퉁한 목소리에 잠덜깨 퉁퉁 불어터진 얼굴이었다만 친절히 나를 출입문까지 인도하였다.
"윤기형, 안돼요!!"
그 과정에 김남준에게 발각되었지만,
"누군데"
"엏...어..ㅎ..제, 제 친구요!"
"?? "
(졸지에 스무살과 친구먹은 스물하나)
"ㅎㅎㅎ"
"...어 그래"
(탐탁치않지만 일단 김남준이니 믿고 보낸다)
방탄산(졸지에족보브레이커)는 김남준(미래에 이분은 파괴몬스터가 됩니다)에 끌려 다시 그 방으로 들어왔다.
슬슬 설명이 귀찮아지니 생략을 적당히 넣어보자면, 나의 무한 철벽과 김남준의 무한 들이댐이 끝없이 맞붙었고, 들이댐에 끈질김. 집착까지 결합되어 김남준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너무생략했네)
회사와 재계약을 하면서 김남준을 집어던지고 사장실 책상을 엎고 사장님과 치열한 랩배틀 끝에 뮤지컬에 대한 부분을 쟁취할 수 있었다.(그후 김남준은 개처맞)
* * * 김남준 side * * *
(설마 아직까지도 노래 틀어져있으면 끄는게 좋을듯, 위로 올라가기 귀찮다면 소리를 줄이면 됩니다)
그 날은 새벽 1시가 넘어갔고, 엄청나게 추운 날이었고, 작업이 잘 되지않아 서러움이 폭발하던 날이었다. 이대로 집엔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편의점이라도 갈까,하며 나와놓곤 밤거리를 정처없이 떠돌던 날이었다. 지민이가 완벽히 방탄의 멤버로 들어오고, 이젠 정말 데뷔를 코앞으로 남겨둔 시점이었다. 갑작스럽게 닥친 슬럼프와 현타에 멘붕와서 코끝이 빨개질 정도로 거리를 헤맨 날이었다. 인생의 무게와 리더로서 책임감, 앞으로의 미래, 여러가지 것에 짓눌려 바닥만 보고 걷다가 하나씩 떨어지는 눈발에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개미새끼 한마리도 없는 공원이었다. 눈도 오고, 공원에는 아무도 없고, 소리마저 삼켜버린 고요함에 그동안 꾹 눌러왔던 눈물이 터질랑말랑 출렁거렸다. 아 씨, 안 울려고 했는데. 어깨가 무거웠다. 머리는 띵 했고, 그냥. 힘들었다. 출렁거리던 것이 결국 넘쳐흘렀다. 감각을 잃은 불거진 볼 위로 따뜻한 것이 흘러내렸다. 그렇지만 참아왔던 걸 터트리면서도 가슴이 답답했다. 울어봤자 무슨 소용일까, 오히려 울고있는 자신이 심약해보여서 더욱 기분이 바닥을 쳤다. 그렇게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하고 흘려보내며 멍하니 눈 내리는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데, 혼자만의 공원으로 불청객이 들어왔다.
"....우와, 울어요?"
정신차려보니 제 눈앞에서 얼굴을 내밀곤 감탄사를 뱉은 사람은, 저처럼 빨개진 양 볼에, 저보다 좀 더 낮은 눈높이. 그리고 감탄인지 걱정인지 모를 첫 말. 눈이 마주치자 끔벅, 하더니 우와...우와아...운다아...하며 제 주위를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남준은 어이가 터져 헛웃음만 짓고 있다가 그제야 반쯤 풀린 두 눈을 보았다. 그제서야 훅-, 풍겨온 술냄새도.
"왜 울어요?"
주정뱅이는 상대하는 거 아니라고 윤기형이 그랬는데, 벗어나려 해도 제 주위를 뱅글뱅글. 걸음걸이도 몹시 위태로워 보이는게 제가 살짝만 쳐도 엎어져서 그대로 숙면을 취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날씨면 얼어죽겠지..?
"아, 알겠다. 그대...인생에 힘듬이 가득하구먼!"
갑자기 점술사톤으로 바뀌었다. 제 말이 맞았다는 듯 고개를 마구 끄덕이더니 이번엔 아하하하하, 방정맞은 웃음을 터트렸다. 위태롭던 걸음걸이가 더욱 위태로워 보이는 점프로 바뀌더니 폴짝,폴짝, 그리곤 제 앞에서 멈추곤 또 얼굴을 들이밀었다.
"노래불러줄까?"
느닷없이 솔로 콘서트를 시작하였다. 남준은 슬슬 웃음이 터졌다. 물론 어이가 없어서 터진 웃음이었지만, 지나가는 주정뱅이 치곤 목소리톤이 좋았다. 제 웃음소리에 아까처럼 하하하하, 공기가 반쯤 담긴 웃음소리를 뱉었다. 남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르를 선택하여 주십시오"
"그런것도 선택해야되요? 까다롭네.."
"자작곡이 가능합니까?
아, 주정뱅이 전매특허 나왔네. 그래도 남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밤은 공기를 타고 들이마쉰 술냄새 덕분이든, 밤하늘을 수놓은 눈 덕분이든, 정신줄을 좀 놓고 싶었다.
큼,큼! 두어번 목을 가다듬더니 진지한 허밍이 시작되었다. 허밍을 노래로 칠 수 있나? 웃음이 터졌다. 그리곤, 울음이 터졌다. 웃음기 가득한 입술을 깨물고 울음을 터트렸다. 저렇게 기분좋다는 웃음하나 걸치고 나오는 콧노래가 잠시 잊어버렸던 것들을 건드렸다. 주체할 수 없이 쏟아져 내렸다.
"...자작곡이 너무 슬프잖아요. 즐거운 노래 불러줘요"
"...."
"...너무 슬프다고요..부르지마, 부르지마요. 그만 불러요"
"...."
리듬도 잘 안맞는 콧노래주제에, 감정 조절이 힘들만큼 무겁고 슬픈 가락을 흥얼거렸다. 결국 남준이 아이처럼 주저앉아 엉엉 울때까지, 정체불명의 콧노래가 계속 되었다. 끝에가서는 둘다 길바닥에 주저앉아, 한명은 눈물콧물 가리지않고 소리를 꺼억꺼억 뱉어가며 울고있고, 다른 한명은 눈을 감은채 자애로운 미소하나 걸치곤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었다. 남준이 울음을 그치고 현타에 멘붕올때까지
"...저기요, 그만 불러요. 정신 차렸으니까"
"..."
"....아 좀!"
"다 즐기셨습니까?"
"예? 즐기기는...즐거웠나?"
"오늘 하루는, 여러분 인생에서 아주 작은 시간일껍니다"
"네?"
"그렇지만, 여러분 인생에서 아주 특별한 순간이길 바랍니다"
"...."
"여러분의 힘든 시간에, 이런 즐거운 순간도 있었지,하고 잠시 쉬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
"여러분만이 즐거웠던 순간이 아닌, 여러분덕분에 제가 즐거울 수 있었던 순간을 만들어 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
"힘든 순간도, 특별한 순간도 즐기길 바라는, 여러분의 즐거운 인생을 응원합니다"
"...."
그리고 남준이 여러분 잘가요 뿅뿅!하며 흔드는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은건 한참 뒤의 일이었다.
오...내가 지금 뭘...오오...오오오...!!!!! 술은 내가 마신듯!!!!
우타이테랑 방탄 동시에 영업하려다 말아먹었네!! 술처럼 말아먹었네!!!
여러분 우타이테 파세요. 노래 좋아요. 가사도 좋아요.
구루타밍 - 호시아이
구루땅 짱짱맨~예아~~~유투브 쳐보면 자막과 함께 시청가능합니다. 입덕하세요!
으악 오글거려! 남준이 오글거려! 내가 쓴 남준이 옥!글!옥!글! 자야겠다. 내일 일어나서 지워버릴지도(아니, 이건 지워야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