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별 생각도 없이 그러자고 얘기는 했는데, 생각해보니 알파 자취방에 오메가가 가는 건 나 잡아드셔, 하는 거와 다를 바가 없었다. 물론 찬열이가 그럴 애는 아니지만… 그래도 혹시나. 냄새 나나? 하고 팔에 코를 묻고 킁킁댔지만 오메가인 제가 오메가 냄샐 맡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주기를 확인해보니 일 주일이 남긴 했는데. 좋아! 가장 정확한 척척박사 인터넷에게로. 남자친구가 자취를 하는데요 놀러오라고 하네요 알파구요… 별 일 없겠죠? 질문을 올리자 마자 웅웅 울려대는 알림을 확인해보니, Re. 즐섹. Re. 남자친구 자취방이라면 빼박이네 잘 하고 와 Re. 응 커플 꺼져~ … 전혀 도움이 되지를 않았다. 어느새 약속한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으악! 침대 위에서 베게에 얼굴을 묻고 버둥대다가 결국 몸을 일으켰다. …뭐 별 일 없겠지? 없을거야. 없어야만 해… 으헝헝. - 찬열이의 자취방 앞에 도착해 설렘 반 긴장 반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얼마 있지 않아 편한 사복 차림인 찬열이가 나와 문을 열어주었다. - 왔어? - 응응. 뭐 하는 중이었어? - 경수 생각? 실없는 농담을 던지며 웃는 게 이렇게 심쿵할 일인가요. 어쩜, 누구 건지 이렇게 멋있대. 327번째 반함을 체험한 후 소파에 앉으니 솔솔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났다. - 음식해? - 너 먹이려고. 나 요리 진짜 잘 하니까 걱정 마시고 공주는 티비나 보고 계세요. 말도 예쁘게 하지. 찬열이가 만든 음식을 먹을 생각에 들떠서 티비를 틀었다. 틀자마자, - 으흥, 아, 오빠아… 화면을 가득 메운 살색과 거친 숨소리가 나를 당황시켰다. 허허 무슨 같이 열심히 수영이라도 하셨나. 당황해 있는데 찬열이가 갑자기 리모콘을 낚아채서 채널을 인강 채널로 돌려버렸다. - 뭐야 방금. 너… 혹시 밤에, - 하하, 저게 왜 나오지… 예능 할 시간인데 예능 봐, 예능. 우리 찬열이도 남자구나… 생각하며 빨개진 얼굴을 바라보다가 귀여워서 그냥 넘어가주기로 했다. 그럼. 대한민국의 건아가 밤에 야한 거 좀 볼 수도 있고 그런 거지. 그럼 그럼. 애써 합리화 하며 다른 채널을 전전했지만 내 얼굴도 찬열이만큼이나 빨갰다. - 밥은 성공적이었다. 자취 경력이 있어서인가. 혼자서도 잘 챙겨먹겠거니 하는 생각에 안도감이 밀려왔다. 뭔가 아들 키우는 느낌인데. - 내일 토요일인데, 자고 갈래? - …어? 많은 위험한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지만 이상하게 싫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찬열이는 그런 생각도 안 하는데 나만 이상한 걱정하는 건지도 의심스러워졌다. 결국 자고 가기로 했는데… 스읍. 나 내일 집에는 잘 갈 수 있나. - 찬열이는 나더러 먼저 씻으라 했다. 찬열이 옷을 하루만 빌려 입기로 했고. 씻으면서도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묘하게 들떴다. 찬열이랑 같이 자는 거… 아아아. 너무 이른 건 아닐까. - - 뭘 그렇게 떨어. 내가 잡아먹어? 둘이 눕기에도 좁지 않은 사이즈의 침대를 원망하며 먼저 누워있었는데 샤워를 끝내고 머리까지 말린 찬열이 제 옆으로 와 저를 끌어안았다. 아닐거야, 라는 말을 몇 백번이나 속으로 외쳤는데도 긴장이 되었다. - 경수야. - 응. - 내가 많이 좋아해. - … - 대답은. - 나도. 나도 찬열이 많이 좋아. - 나는 경수가 손 대면 사라질 거 같고, 안으면 바스라질 거 같아서 조심스러워. 네가 부담스러워할까, 싫어할까 계속 신경 쓰고 있고. - … - … 그러니까, 그만 떨라고. 내가 짐승 새끼도 아니고, 경수가 싫다는 데 손 안 대. 응? - … 멍청이. 멍청했다. 내 상상 속에서 추악하게 그려졌던 찬열이에게 미안해 견딜 수 없었다. 배려 따위 없이 제 마음대로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녹아내리고 왈칵 눈물이 났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서럽게 끄윽끄윽 우니 찬열이가 나를 당황해 끌어안고 달랬다. - 무서웠어? 많이 겁 났구나. 미안해. 내가 미안해. - 끄윽, 니가, 왜애... 흐끅. - 경수 눈에 눈물 나게 해서 미안해. 무서워하게 해서 미안하고. 나는 내려가서 잘까? - 아니이. 아니야. - 그럼 좀 떨어져서 자? - 싫, 어어. 옆에 붙어서. 안겨서 잘래. 품에 얼굴을 부비적대자 얇은 잠옷 티셔츠 아래 단단한 몸이 느껴졌다. 악착같이 다리까지 허리에 감은 후 딱 붙어버리자 찬열이가 많이 당황스러워했다. … 싫은가. - 가지 마. 싫어. 안구 잘래… - 나도 나름대로 너 지키겠다고 노력하는데, 너도 나 미치지 않게 지켜줘야지. 머리를 쓰다듬다 볼에 쪽 뽀뽀하더니 내 다리를 떼어내고 그냥 품에 안기게끔만 했다. 너른 품에 안겨 있으니 좋아 죽을 거 같았다. 그게 찬열이라는 게 더더욱.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처음 꼭 끌어안고 잤다. - - 스읍, 너 손 떼라. - 아, 경수야. 우리 일주일 째인 거 알아? 뽀뽀도 못하게 하면 나 어떻게 살라고. - 누가 나 아프게 하래. 앞으로 일주일 더 남았거든. - 아아, 너무 매정한 거 아니야? 애인이 이렇게 힘들어하는데도? - 나도 힘들, 야, 야! - - 몰라. 너 미워. 진짜, 진짜 미워. - 내가 잘 할게,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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