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옆에서 들리는 기분 나쁜 웃음 소리에 인상이 팍 씌여진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어떻게든 꼬시려고 발악하는 모습이 제 눈에는 뻔히 보이는데 멍청한 이석민 놈은 아는지 모르는지 좋다고 실실거리기 바쁘다. 석민아 네 전화번호 뭐야? 입꼬리를 예쁘게 말아 올리며 한 녀석이 말을 걸어온다. 아마 거기서 이석민의 속목을 붙잡고 밖으로 나간 것 같다. 실은 거기부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2 아아, 순영아. 오빠 아파. 되도 않는 오빠 소리를 하며 이석민이 애교를 부린다. 고개를 살짝 올려 녀석을 쳐다 보는데 같은 남자가 봐도 헉 소리 나올 정도로 잘생겼다. 이러니 여자들이 사족을 못 쓰지. 다시금 찌푸려지는 인상에 이석민이 내 미간을 꾹꾹 누른다. 그 무심한 듯 다정한 손길에 나도 모르게 인상을 풀고 헤 하고 웃을 뻔한 건 비밀이다. " 너는 나보다 쟤들이 더 좋지? " " 뭐? "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곤 손을 내어 내 손을 잡으려 든다. 이석민의 짧은 의문 뒤로 대화라곤 존재하지 않지만 나는 이석민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석민도 알았는지 그 잘생긴 얼굴로 씨익 웃으며, 그 녹아내릴 듯 달달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른다. 순영아. " 나는 너밖에 없어. 너도 알잖아. " 그 애정어린 목소리에 나는 바보 같이 화가 사르르 풀리고 말았다. 바보 같은 자식. 난 오늘도 맘 속으로 바보 같은 나를 자책한다. 이석민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실실 웃고 있을 뿐이었다. 3 어릴 적부터 이석민의 곁에는 사람이 많았다. 원체 잘 웃기도 하고 밝은 성격에 잘생긴 외모 탓인지 주위에 사람이 끊이는 법이 없었다. 그런 이석민의 모습에 불안한 건 그 놈의 애인인 저밖에 없을 것이다. 석민은 항상 저에게 좋아해, 사랑해 따위의 낯 간지러운 말들을 자주 하고는 하지만 그래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 제 애인이 좀 잘생겨야지. 안 그래? " 석민아, 네 코 나한테 주면 안 돼? " "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 " 하지만 너무 잘생겼는 걸... " 문득 석민과 비교되는 내 얼굴이 떠올라 시무룩해진 목소리로 대답하자 내 볼을 부드럽게 움켜 쥐었다. 그러고는 내 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너는 여기도 귀엽고. 다음은 코에 입을 맞추었다. 코도 예쁘고. 왼쪽 손을 살짝 치워내 뺨에도 입을 맞추며 말했다. 볼도 귀엽고. 마지막으로 입술에 가볍게 뽀뽀하며 말했다. 여기도 예쁘네. 안 예쁜 곳이 어디야? 이석민은 어이없음에 푸스스 웃는 날 따라 웃더니 다시 한 번 입을 맞추었다. 이번엔 아까와 달리 조금 깊게. 이런 낯간지러운 말에도 좋다고 헤실대는 걸 보아하니 나도 참 중증임이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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