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아저씨와 최고의 망상을
w.1억
인생에 재미 하나 찾지 못하다가 죽으러 인적 드문 산에 왔더니만, 웬 남자 비명 소리가 들리는 곳에 왔더니 조폭들이 판을 치고 있더라니까.
"……."
이런 광경을 또 언제 보겠어. 나보다 조금 더 큰 나무에 몸을 숨겨서 핸드폰을 켜 동영상을 찍으려는데 아뿔싸 동영상이 찍히는 소리와 함께 주변이 어두운 바람에 후레쉬가 터져버렸다.
내가 생각하기엔 재미없어서 죽는다니까 죽지 말라고 위에서 신인지 뭔지 하는 게 재미 하나 만들어준 것 같았다.
칼로 찌르고 피가 나오는 소리가 들리고 죽어가는 듯 피를 내뱉는 소리만 들리던 와중에 내 핸드폰 소리에 남은 몇명의 남자들이 나를 보았다.
그중에서도 눈 앞에서 마주친 남자가 다른 남자의 목에 깔끔하게 찍혀있던 칼을 뽑자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
"아니.."
"……."
"안녕하세요."
이때가 나랑 저 아저씨와의 첫 만남이다. 나보고 여기에 왜 있냐며 뭐라할 생각조차 없이 칼로 찌를 것만 같이 칼을 들고선 저벅 저벅 걸어오기에 급히 입을 열었었다.
"저는 죽으려고 이 산에 왔는데. 어쩌다 보니까.."
믿음이 전혀 없는 눈빛이었다. 결국 나는 보잘것없는 내 차 안에 있는 죽기 위해 갖고 온 뒷좌석에 아무렇게나 놓은 물건들을 보여주었다. 굵은 밧줄과 번개탄까지 확인을 한 남자는 어이가 없는 듯 물건들을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보세요. 진짜죠?"
"……."
"뭐 문제 있어요?"
"찍은 건 지우고."
"어차피 죽을 거라니까. 찍은 게 뭔 상관이야."
"그래."
"……."
"하던 거 마저 해."
"아, 죽으면 내 핸드폰 다 뒤져보려나? 그럼 뭐 지워줄게요."
기가 찬 듯했다. 난 원래 좀 그렇다. 싸가지도 없고, 겁도 없어서 사람 죽이고 피를 묻히고 있는 사람 앞에서 껄렁대고 있으니.
내 말에 멀뚱히 나를 내려다보던 남자는 옆에 있는 덩치 큰 남자들에게 가자는 듯 턱짓을 하고선 뒤를 돌았고, 나는 거기에 대고 어이없는 소리 나 지껄인다.
"저도 같이가면 안 돼요? 재밌어보이는데."
"……."
"갑자기 죽으려니까 무섭기도하고."
내 말에 남자가 걸음을 멈춰 섰고, 곧 뒤돌아 나를 보았다. 그 뒤에 있던 부하들은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거나 웃음을 참는 듯 보였다.
내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나를 무시한 채로 차를 타고 가는 남자들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고, 곧 저 멀리 멈춘 차는 곧 날 웃게 했다.
창문이 열리고 손이 나오더니 오라는 듯 까딱-하는데 이게 아저씨와 나의 끈질긴 인연의 시작이랄까.
" 나 괴롭히던 년놈들 때문에, 돈 들고 튄 아빠 때문에 자살하려고 했다니까. 근데 죽었으면 억울했을 뻔했어. 이렇게 아저씨도 만나고 말이야."
"그 얘기 지금 열 번은 넘게했어."
"그런데도 아저씨는 왜 그 새끼들 죽여준다고 안 해요? 한 번 죽여주면 안 되나. 일반인 하나 죽는다고 뉴스 나오고 그러지는 않잖아. 나 그 새끼들한테 성폭행도 당했다니까? 나 아빠한테는 맞고 자랐어."
"돈 있어?"
"진짜 매정해."
"돈 있어도 안 죽여줘."
"왜? 아저씨 못된 사람들 죽이고 다니잖아. 아닌가 착한 사람들도 죽이던가."
"그 성깔로 왕따는 왜 당한 거야."
"이 성깔이니까 왕따 당하지."
"패버리지 그랬어."
"아저씨가 뭘 모르네. 이런 조폭들보다 무서운 게 중고딩이야. 사실 안 해본 건 아니야. 내 성깔대로 개겼다가 강제 전학은 내가 당했어. 내가 가진 게 없어서."
내 말에 아저씨는 피우던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끄고선 날 지나치며 웃으며 말했다.
"지금이라도 가서 패. 왜 같이가줘?"
"응!"
"말을 아예 까네."
그런 아저씨의 뒤를 졸졸 따라가며 방에서 나오면, 아저씨는 볼 일이 있는지 저 멀리갔고 나는 곧 멈춰서서는 다시 방에 들어가려고한다.
그럼 유독 마음에 안 드는 부하 한놈이 내게 말하길.
"너 그러다 형님 한 번 잘못 건드리면 뒤진다. 명줄도 참 길어."
"뭐 어떻게 건드려야 뒤지는데?"
"형님한테 반말이나 찍찍하고 말이야. 싸가지가 없어."
"너도 해."
두손을 들고선 가운데 손가락을 쌍으로 날려주고선 방으로 들어가면, 뒤에서 '저 년이'하며 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와 일주일 동안 같이 지내고있다. 물론 나는 아저씨 사무실에 소파에서 잠들고, 사무실 안에 있는 욕실에서 씻고.
아저씨는 출근했다가 갑자기 또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마도 사라질 때는 또 사람 죽이러가는 게 아닐까?
근데 이상하게도 아저씨는 내가 이렇게 얹혀살고 싸가지없게 굴어도 별말이 없다. 내가 옆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도 들어주거나 콧방귀 뀌는 게 끝이다. 가끔씩 문 앞에서 떠들어대는 부하들의 대화를 듣는 재미도 있다.
'형님은 왜 쟤를 내쫓지도 않고, 계속 옆에 두는 거야?'
'씨발 둘이 잔 거 아니야?'
'그랬을 수도 있지. 형님도 여자 만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저 정도면 반반하게 생겼지 형님도 좋은 거야. 좀 싸가지없기는 해도.'
'아, 나도 한 번 저년이랑 해봤으면.'
그들의 대화를 떠올리다가도 아저씨랑 안 어울리게 사이좋게 앉아서 얼마 남지않은 육회 덩어리를 젓가락으로 들어올리며 말했다.
"아저씨 이거 안 먹으면 내가 먹는다."
아저씨는 늘 그렇다. 내가 무슨 말을하면 어처구니 없다는 듯 작게 웃거나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이거나. 오늘은 담배를 피며 무심히 나를 보기만했다.
"아, 근데 아저씨 왜 나 안 내쫓아? 요 앞에 서있던 돼지 둘이서 아저씨가 나랑 섹스한다고 좋아서 안 내쫓는다고 난리던데. 설마 아저씨 나랑 해보고싶어서 옆에 두는 건가?"
"……."
"맞다. 지들도 나랑 한 번 해보고싶대. 아~ 나도 저년이랑 한 번 해봤으면~~ 이러던데."
"너랑?"
"응."
밥 먹다말고 담배를 피지를않나. 담배를 피다말고 밖으로 나가지를않나. 사람 참 재미없다는 생각에 들 때 밖에서 맞는 듯 둔탁한 소리와 함께 쓰러져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뭐람 급히 입 안에 고기를 밀어넣고선 문을 열고 빼꼼히 고갤 내밀어보면 아저씨는 이미 저 멀리 갔고, 복도에는 돼지 둘이 쓰러져 배를 잡고있다.
"어이쿠."
"……."
"아저씨! 나도 같이가요. 가는 길에 나 좀 집에 데려다주지."
본인이 집적 운전을 한다고하자 부하들은 어쩔 줄 몰라하는 듯하면서도 허리를 숙였다. 아저씨는 운전대를 잡고, 나는 조수석에 앉아서 비싼 차 안을 구경하며 입을 연다.
"걱정 마요. 아저씨랑 있었던 일은 절대 말 안 할게."
"갑자기 집에는 왜."
"그냥 뭐 이제 재미 다 봤으니까요."
"재미?"
"아, 여기서 멈춰줘요."
"여기살아?"
"아저씨 카드 좀 줘봐요."
내 말에 아저씨는 한참 나를 바라보다 곧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내게 건네주었고, 나는 카드를 받아 내리며 말한다.
"옷 몇벌 살게요. 똑같은 옷만 입었더니 찝찝해. 쇼핑 좀 하고올테니까 기다려줄 수 있죠? 심심하면 따라나오던가."
"집 크네."
어 맞다! 다시금 문을 열고선 아저씨에게 말을 건넸다.
"얼마 긁어도 돼요?"
"……."
"맘껏?"
아저씨는 내 말에 대답도 않고서 벙쪄서 바라보았고, 나는 오케이- 하고선 문을 닫았다.
쇼핑 한가득 해가지고는 돌아오는 인서를 차 안에서 바라보던 무열은 어이없다는 듯 작게 웃었고, 곧 어떤 무리들과 마주친 인서가 멈춰서있으면 무열이 담배를 입에 물고선 바라본다.
남자 여자 섞인 무리들이 인서를 향해 웃으며 겁을주듯 다가갔고, 인서는 곧 도망가듯 차에 올라탔다.
"…잘 썼어요! 일단 출발하죠?"
인서의 표정은 평소와 같았지만 손은 떨리고있었고, 무열은 그 손을 한참 바라보다 말했다.
"5만원 쓰겠다고 여기왔냐."
"아저씨 기다리고 있을 거 생각하니까 쇼핑을 더 할 수가 있어야지."
밤이 되면 나 혼자 아저씨 사무실에 있다. 키득키득 웃으며 sns를 보다가도 똑똑- 노크소리에 웃다가도 멈춰서 문쪽을 바라보았다. 한 번도 누군가가 노크한 적이 없었는데.
설마 그 돼지들이 나 죽이려고 찾아온 건 아니겠지?
- 문 열어봐.
아저씨다! 이상하리만큼 해맑게 웃으며 문을 열면, 아저씨가 담배를 피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어! 마침 잘왔다. 오늘 잠도 안 오고 그랬는데."
"잠이 왜 안 오는데."
"그냥..뭐.."
"가자."
"…어딜?"
"아까 낮에 만난 년놈들 보러."
내가 부르자 날 괴롭히던 놈들은 신이나서 나를 만나보겠다고 다같이 나왔다. 벌써 10년이나 지나서 스물아홉살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어울리는 것도 신기했고, 아직도 일진놀이 하는 게 한심했다.
갑자기 이 자식들을 패준다는 아저씨에 나도 모르게 아니라고했지만, 아저씨가 '불러'하며 화낼 것 같은 얼굴을 하기에 처음으로 아저씨에게 무서움을 느끼고 이들을 부른 건데.
내가 먼저 차에서 내리고, 아저씨가 차에서 내리자 저 자식들은 또 10년 전 광기 가득한 얼굴을 그대로한 채로 말했다.
"……."
"오~ 한인서 남자친구야~ 잘나가~"
저말을 한 자식은 매일 나를 만져대던 놈이었다. 잘나간다며 까불던 녀석은 곧 아저씨가 가까워지자 생각보다 덩치가 크고, 무섭게 생기자 당황한 듯 입을 닫았다.
맞아 이 새끼들은 자기들보다 무섭다 느껴지면 바로 사렸어.
"너 성폭행 했다던 놈 누구야."
"네?"
"말해. 시간 없어."
"…앞에 있는 두명."
"제일 심하게 괴롭힌 새끼는."
"…흰옷 입은 애."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저씨는 담배를 계속 피우며 저벅 저벅 걸어가 흰옷 입은 녀석의 뺨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모두가 얼어붙었다.
겨우 한대 맞아놓고 바닥에 엎어져서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끙끙 앓는 녀석을 그대로 발로 짓밟아버리는 아저씨에 뒤에 있던 녀석이 씨발을 외치며 아저씨에게 달려들었고 아저씨는 바로 그 녀석의 얼굴과 배를 사정없이 때렸고, 녀석이 정신을 잃으려고하자 그대로 머리채를 잡으며 말했다.
"괴롭히는데 심하고 말고가 어딨어."
"……."
"씨발 그냥 다 똑같이 쳐맞아야지."
그치- 하며 뒤돌아 나를 보는데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속이야 시원한데.
"뒤에 애들은."
아저씨의 말에 곧 뒤에 있던 여자 세명은 무릎을 꿇고선 내게 싹싹 빌었다.
"인서야 미안해..! 우리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미안해.. 우리가 철이 없어서 봐줘.. 응? 미안해.."
아저씨는 참 이상했다. 정말로 나같이 싸가지없는 애가 갑자기 나타나서 까부는데 내쫓아도, 때려도 모자른데 말이지.
오히려 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다 그러려니해주고, 밥도 먹어주고, 사무실도 자라고 내주는데다가.. 나 괴롭힌 애들까지 찾아가서 패주고.
"이게 다야?"
"네."
내 돈 들고 튄 아빠같지도 않은 아빠한테 찾아가 내 돈 600만원도 받아주고.
"미안하다 인서야.. 아빠가 잘못했다.. 내가 그러면 안 됐었는데..."
아저씨 덕분에 인간말종 아빠한테 사과도 받아보고 말이야.
"그냥 이 돈 안 받을래요."
내 앞에 무릎꿇고 울면서 비는 아빠를 보고 하는 말에 아저씨는 여전히 무심하게 담배를 피우며 나를 바라보았다.
"오죽하면 지 딸 돈 들고 튀었겠어. 난 어차피 죽을 사람이라 필요없어."
"받아."
"……."
"죽긴 뭘 죽어."
아저씨가 돈이 든 봉투를 나에게 밀어넣고선 곧 뒤돌아 걸으며 말한다.
"짜장면 짬뽕."
"초밥 먹고싶은데."
"그래."
"아니다! 햄버거도 먹고싶은데."
"둘다 먹어."
말도 안 되게 나한테 너무 잘해주고 관대한 아저씨에 당황도 했고, 고맙기도하고, 정도 들었다만...
이런 일이 한 번쯤은 일어날 거라 생각했다.
"오우.."
"……."
"안녕하세요? 근데 누구세요?"
오 마이 갓. 누구인지 알려주지도 않아놓고 바로 내 머리에 검은 천을 씌운 채로 나는 어디론가 끌려가야했다.
아니 근데 요즘 조폭들은 싸움, 살인 이런 거 안 한다면서 아저씨 보면 또 그건 아닌가봐. 심지어 납치까지 해. 나는 왜? 난 뭘 잘못했는데.
"……."
"시키지도않은 짓들을 왜 이렇게 하고다니는지. 하라는 건 하지도않고 말이야. 여자 하나랑 붙어서 지내고있었냐."
"…쟤는 보내."
"너랑 같이 보내려고. 너도 이제 필요가 없어져서.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는 알아?"
"그래. 나는 네가 원하는대로 죽어줄 테니까. 쟤는 보내라고."
나 오늘 죽나보다. 아저씨도 잡혀왔는지 이미 상처가 많이 나있었고, 힘을 쓸 수가 없어보였다. 그러다 아저씨를 잡고있던 사람들이 딴청을 부릴 때 아저씨가 힘을 쓰기 시작했다.
"……."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친 아저씨는 눈짓으로 다른 곳으로 가라는 듯했고, 나는 내 팔을 잡고있는 남자의 팔을 세게 깨물고서는 도망쳤다. 그렇게 하염없이 도망쳤을까.
정신을 차렸을 때는 뜨거운 불 속에 있었다.
"……."
어.. 아저씨.
"아저씨."
"……."
"아저씨! 정신 좀 차려봐."
아마도 교통사고를 위장한 살인이 아닐까. 아저씨는 정신을 잃은 건지 죽은 건지 미동도 하지않았고, 나는 아저씨를 질질끌고 차에서 나와야하는데 힘이 너무 모자랐다.
"씨발! 좀! 아저씨!!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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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망상을 좀 해봤어요
엄청 오랜만에 온 것 같은데 맞져.................
요즘 너무 바빴어요ㅠㅠㅠ이사까지 하게돼서ㅠㅠㅠㅠ
일이 겹치고 겹치다보니 아예 글을 쓸 수가 없었자나요.. 어제 몇달만에 노트북 켰자나... 후우.. 잘 지냈오 다들...?
준혁 씨로 오려다가.. 시간도 많이 흘렀고 내용도 기억이 안 나 버려서 그냥 대충 낼 거 단편으로 가꼬와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