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다각] 사인 온(Sign on) 번외, 호원 동우
w.규닝
"…귀가!"
…….
"…얼어버릴 것…"
…….
"같다…."
시간은 벌써 새벽 즈음. 도롯가에 호원과 나란히 섰던 동우가 난데없이 귀가! 하며 큰 소리를 낸 탓에 인상을 찡그린 호원이 옆에 선 동우를 돌아다보았다. 저가 말해놓고도, 째려보는 호원의 시선에 겁을 집어먹었는지 흠칫 놀란 동우가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한참 후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꺼낸 말은 그것이었다. …얼어버릴 것 같다. 동우가 고개를 푹 숙이고선 운동화 코로 맨 바닥을 툭툭 찼다.
화 풀어주겠다고 해놓고선. 아까부터 갖고 있던 불만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하고 입을 삐죽 내민 동우가 이번에는 좀 더 소리나게 발을 동동 굴렀다. 치사하다, 치사해. 아까 분명 웃어줬음에도 불구하고 호원이 일부러 무게를 잡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터였다.
녹화가 끝나자마자, 짐을 챙기라는 호원의 말에 빠르게 짐을 싼 동우가 킥킥거리며 웃었다. 성규랑 우현이가 했던 신청곡이 진짜 효과가 있나봐! 자신이 마지막으로 신청했던 곡이 뒤늦게 마음에 든 동우가 종종거리는 발걸음으로 스튜디오 문을 나섰다. 그도 그럴 것이, 공개 녹화가 끝나고 나면 당연히 가기로 했던 회식이 물거품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2부 내내 감쪽같이 모습을 감추었던 피디님이 뒤늦게서야 나타나서는 아무 말 없이 쌩하니 집으로 돌아가버린 탓이다. …그,그럼 회식은 내일 하는 걸로 할까요? 리더 스태프의 말에 따라 흩어진 스태프들이 하나 둘 퇴근 절차를 밟아 스튜디오를 떠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를 잡으려 도롯가에 나란히 선 호원과 동우가 평소답지 않은 침묵으로 멀뚱히 서 있었다. 그렇게 슬금슬금, 호원의 눈치만 보던 동우가 이 모든 것은 호원이 저를 놀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아직도 삐진건가. 아닌 척 힐끔, 호원의 얼굴을 살펴보던 동우가 슬그머니 올라가 있는 호원의 입꼬리를 눈으로 포착했다.
"호야."
입을 쭉 내민 동우가 틱틱거리는 투로 호원을 불렀다. 자꾸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가까스로 굳힌 호원이 난데없이 저의 애칭을 불러오는 동우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순간적으로 굳어버렸다. 그냥 놀란 것도 아니고 몸을 들썩이면서 놀라버려, 이윽고 찾아오는 뻘쭘함에 호원이 마음 속으로 욕을 남발했다. 미친, 쪽팔리게. 그렇게 놀라버리면 어쩌자는거야. 민망함에 어금니를 꽉 깨문 호원이 부러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왜? 왜부르는데 장동우?
"너…화 푼거야? 아닌거야?"
"아직 안 풀렸어."
"그러면 왜 웃었어?"
아까.
동우가 호원의 얼굴을 멀뚱멀뚱히 쳐다보면서, 제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가 호선을 그려보였다. 이렇~게 웃었잖아? 제법 야무진 목소리로 호원의 행동을 지적한 동우가 호원의 팔을 툭 쳤다.
"그냥 풀어줘."
"…택시나 타."
저의 팔을 가볍게 터치해오는 동우의 시선을 무시한 호원이 동우 뒤 쪽에서 오고 있던 택시에 손을 뻗었다. 일단 말 돌리기는 성공. 장동우는 놀려먹어야 제맛인데 벌써 화를 풀어주면 재미가 없지. 동우가 저에게 쩔쩔매는 모습을 좀 더 보고싶은 호원이 일부러 표정을 굳히면서 멈춰 선 택시에 먼저 올라 탔다. 치. 입을 삐죽이며 자리에 섰던 동우가 호원의 뒤를 따라서 뒷자석에 올라 탔다.
"강남역 1번 출구요ㅡ"
"아까, 화 풀어준다고 했었잖아!"
택시에 올라 문을 닫자마자 소리친 동우가 계속해서 제 쪽은 쳐다보지도 않는 호원의 팔을 짤짤짤 흔들었다. 어? 어? 왜 거짓말 해 이호원. 라디오 끝나고 화 풀어준다면서! 이제는 거의 울상이었다. 찡그린 표정으로 호원의 옷소매를 마구 흔들던 동우가 징징거리는 소리를 냈다. 나 불편하단 말이야…. 호원의 옷깃을 잡아당기던 손을 뚝 멈춘 동우가 기가 죽어 가죽시트에 몸을 기대었다.
일부러 동우의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린 채 창 밖으로 시선을 던지던 호원이 힐끔거리며 동우를 살폈다. 어지간히도 애가 타는 모양이다. 더 이상은 감출 수 없는 웃음을 터뜨린 호원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동우의 머리를 툭 밀었다. 야, 장동우.
"너는 곧 죽어도 사랑하네 어쩌네, 이런 말은 못 하냐?"
"너 그런 거 싫어하잖아. 유치하다고 할 거면서."
"어. 존나 유치해. 초딩같아 그런 말."
"…거봐, 그럴 거면서…나보고 어쩌라는거야."
"그래도 가끔은 필요해."
"……."
"항상 나만 안달하는 것 같아서."
너를 좋아하는 게 너무 힘들었으니까.
동우의 투정에 가볍게 내비친 속마음이었다. 물론 먼저 좋아한 것도, 더 많이 좋아한 것도, 무작정 고백해놓고 멋대로 기다리고 있는 것도 제 쪽이었음에도 그동안 쭉 힘들었던 건 사실이었으니까. 힘들었다고 말을 꺼낸 호원이 웃음을 터뜨렸던 아까와는 반대로 입을 꾹 다물었다. 말하고 나니까 더욱 서운함이 북받치는 느낌이었다. 물론, 그 말을 듣고나서도 동우에게서는 어떠한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팔짱을 낀 채 정면만을 응시하던 호원이 다시금 반대편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역시나 동우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고 언제나 당황할 때면 그러하듯, 손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걸 보아하니 딴짓을 하는 척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장동우는 어떤 말을 해도 변하지가 않는다. 답답한 한숨을 내쉰 호원이 지나가는 풍경에 시선을 던지며 차라리 자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려는 순간이었다.
"뭐야."
"들어봐."
순간적으로 오른쪽 귓가에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에 끼고 있던 팔짱을 푼 호원이 인상을 찡그리며 동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표정을 하고서는 호원의 귀에 이어폰을 꽂아준 동우가 옆머리를 긁적였다. 조금만 기다려.
동우는 다시 제 손을 만지작거렸다. 아닌 척 하며 동우가 하는 양을 훔쳐보던 호원은, 그것이 단순히 손을 만지작거리는 게 아니라 동우가 항상 가지고 다니던 작은 MP3를 조작하고 있는 것이란 걸 알아차렸다. 어쭈, 장동우. 동우가 하려는 짓이 얼핏 짐작이 간 호원의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가 번지려던 찰나, 한쪽 귀에 꽂아진 이어폰에서 가벼운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듣기만 해도 온몸이 오그라들 정도로 간지러운 목소리가 호원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원체 가벼운 노래는 듣질 않던 호원이 저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동우가 선곡해 준 곡이라 해도 간지러운 건 간지러운거다. 장동우, 이게 뭔데? 툭 던지듯이 묻는 호원에 움찔한 동우가 대답을 버벅거렸다. 어…이게. 동우가 호원의 찡그린 얼굴을 살피다가 소심한 말투와 함께 히 웃어보였다.
"넌 내 애인이고 사랑이고 운명이야."
ㅡ가 노래 제목이야.
표정이 좋지 않은 걸 보아하니 호원이 노래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라고 생각해 자신 없는 투로 한 말이었다.
"성규랑 우현이처럼 사랑…어쩌고 하는 거 해달라면서."
그,그래서 나도 해…본건데.
제목 안에 애인도 들어가고, 사랑도 들어가고 운명도 들어가는데, …마음에 안 들어? MP3를 잡은 손을 계속해서 만지작거리던 동우가 배시시 웃으면서 호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호원아. 이제 그만 화도 풀고, 너는 내 애인이고, 사,
…랑…이고,
운명이야. 라고 말하려던 동우의 말이 입 속으로 삼켜졌다. 의외로 반응이 없는 호원의 안색을 살피려 옆으로 돌렸던 고개가 순간적으로 뒷쪽으로 꺾여짐과 동시에 놀란 눈을 크게 뜬 동우가 멀쩡하게 내쉬던 숨을 멈췄다. 애인이고 사랑이야ㅡ하려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들이밀어진 호원의 얼굴에 너무나도 놀라버렸기 때문에.
만지작거리던 MP3가 시트 밑의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호원과 제 귀에 한 쪽씩 꽂혀져 있던 이어폰이 떨어져나가며 간지럽게 귓가에 울리던 음악이 사라졌다. 잠깐만! 입술이 막힌 탓에 잠깐이라고 소리칠 수도 없는 동우가 저를 압박해오는 호원의 어깨를 두 손으로 툭툭 쳐 신호를 주었다. 하지만 그런 동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깊게 입술을 몰아붙여오는 호원이 시트 끝에 앉아있던 동우의 몸을 미끄러트렸다.
매끈한 가죽 시트에서 손을 헛짚은 동우의 몸이 등받이 아래로 눕혀졌다. 갑작스러운 입맞춤이라 공기가 부족한 동우가 도리질을 치며 호원의 어깨를 밀던 손에 힘을 가했다. 하지만 절대 밀려나지 않는 호원의 어깨에 두 눈을 질끈 감은 동우가 힘을 줬던 손을 늘어뜨렸다. 이러면 나는 진짜 죽을지도 모르는데. 역시 호원은 막무가내다. 진짜 나빠. 자기밖에 몰라. 맨날 맨날 자기가 하고싶은대로만 하잖아. 그런데,
지금은 그래도, 내가 착하니까 봐주는거야. 좀 더 숨을 참아보려 있던 숨을 들이킨 동우가 나중에는, 호원의 어깨를 때리던 손을 풀어 목 언저리에 팔을 감았다.
이호원, 네가 많이 힘들었고, 내가 많이 잘못했으니까.
넘어진 저의 얼굴 위로 호원의 감은 눈이 보이자 살짝 웃은 동우가, 다시금 조용하게 눈을 따라 감았다.
히.. |
기사아저씨 많이 놀라셨죠..뎨동.. 이해해줘요
넌 내애인이고 사랑이고 운명이야 - 블루베리
p.s 현성은 내일 업로드 할게요!^ㅠ^ 아..한꺼번에 세개 따다닥!하려고했는데, 그대들한테 얼른 보여주고 싶어서 두개 먼저 가져왔지요 ㅎ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