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대형 소속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 나의 삼촌은 어릴 적 나에게 이런말을 많이 하셨다.
"탄소야, 진짜 삼촌이 팍팍 밀어줄 수 있으니까 관심이 생기면 꼭 삼촌한테 말해줘야해~
눈에 넣어도 안아플 내조카니까!"
하나밖에 없는 조카라 그런지 노총각 삼촌은 나를 자식처럼 대해주셨다.
하지만 노래나 춤추는 데는 영 젬병이라,
언제나 삼촌의 말에 고개만 갸우뚱 하던 내가
먼저 전화를 걸게 된 계기는 저번 주말의 일이다.
-
-
-
-
어릴 적 부터 꿈없이 살아온 나는 무난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도무지 가고 싶은 학교도 학과도 없었기 떄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다들 새학기, 새친구, 술에 쩔어있을 때 낮부터 저녁까지 밖에 나가서 카페에 앉아있거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지나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제각각의 인생을 살아가느라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은 다 목적이 있어보이는데
나만 아무 목적없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껏 지내온 시간까지 모두다가 의미없는 시간이 되어버리니까,
괜히 너무도 쓸쓸해지는 기분에 오늘은 혼자 맥주라도 한 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깊어져 해가 져버린지 오래인지도 몰랐다.
그렇게 터덜터덜 걸어가는 중에 지하에 있는 재즈바에서 울리는 악기소리가 귀를 때렸다.
가만히 서서 그곳을 바라보던 나는 홀린듯 계단을 내려갔다.
작고 좁은 재즈바였지만 사람은 거의 차 있었다.
병맥주 하나를 시키고 빈 의자에 앉아서 버릇처럼 주위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친구들, 연인들, 회사 동료들 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좁은곳에 모여 있으니 신기할 따름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사람들보다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음악이였다.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의 배경음악이 되어주는 것 같으면서, 거기에 집중 하게 되는 것이.
-
-
-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발걸음이 왜 그렇게 가벼운 지 모를 일이다.
아니 사실은 안다.
아무것도 아닌 내 인생도 특별한 것처럼 배경음악을 깔아주는 것 같은 순간이였다.
내일아침에는 삼촌에게 전화왔을 때, 할말이 있을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