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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503l

   

검은 새- 남혜승 및 박상희

본 글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조선을 배경으로 나아갑니다.




경성블루스 


“ 준비한다고 했는데, 장관께서 성에 차실지 모르겠습니다. ”
“ 자네와 나 사이에 그런 말이 어디있나. ”

야마다 장관이 느릿한 걸음으로 거실을 둘러 보았다. 야마구치는 그가 걸어다니는 바닥이며 그의 눈빛이 닿은 물건 하나하나를 시선으로 쫓았다. 이번 일이 잘 된다면 승진은 따놓은 당상이었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라면 그의 심기를 거스를 만한 티끌 하나조차 용납할 수 없었다. 장관이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푹신한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자, 접객용 차를 두 잔 올린 쟁반을 들고 하녀가 다가왔다.

“ 야마구치 상은 미적 감각이 좋군. ”

야마다는 테이블 위에 찻잔을 내려 놓는 하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달그락 소리가 두어 번 난 뒤 하녀는 쟁반을 안고 자리를 떠나갔다. 야마구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를 따라 의자에 앉은 야마구치는 헛기침을 하고 그를 쳐다보았다.

“ 혹시 제가 저번에 말씀 드린 것은 기억하시는지요. ”
“ 참, 안 그래도 그 얘기를 하려고 했네. 야마구치 상, 정말 수완이 뛰어난사람이야.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를 낸 건지 신기하더군. “
” 아, 그렇다면 장관께서… ”
“ 그런데 말이야. 씁, 이게 위험 부담이 좀 큰 게 아니지 않나. ”

야마다 장관이 다리를 꼬고 턱을 매만졌다. 그의 말 한마디, 손짓 한 번에 마른 침이 꼴깍 넘어갔다.

“ 아무리 조선인이라고 해도 그렇지. 나중에 팔아 넘긴 여인의 식솔들이 나타나거나 하면 어쩌려고. 아무래도 역시 골치 아파질 것 같아서 말이네. ”
“ 그건… ”
“ 하지만 우리 쪽에서 그 위험 부담을 안고서라도 한다면 할 수야 있겠지. 가령… 장사의 수익을 이쪽에서 가져간다든가. “

그 순간, 야마구치는 그에게 처음 다가갔을 때를 후회했다. 어리고 어여쁜 조선 여인들을 팔아 입지를 다지고 돈을 모으자. 그 생각 하나로 장사를 시작하려던 야마구치는 자신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찾아간 것이 고위 계층의 야마다 장관이었다. 그는 늘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었는데, 조선인 투자자들에게도 호의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그를 믿었던 것이 패인()이었다. 이렇게 되면 돈을 버는 것은 고사하고, 거절했다간 시작도 못하게 될 터였다. 그가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입술은 바짝 말라 침을 내두르기 바쁘고, 무릎에 올린 손은 땀이 나는 듯했다.

“ 맨입으로 달라는 건 아니네. 그럴 수야 없지. 물건들을 모으고 데려오는 것은 자네의 역할이니까. 그에 따라 당연히 내가 자네 자리를 지금보다 훨씬 더 올려다 줌이야. 지금 자네한테는 중요한 게 돈이 아니지 않나. 명예지. ”

거절하면 돈과 명예를 한 번에 잃게 될 터. 야마구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에 수긍하자 야마다 장관은 늘 그렇듯 사람 좋은 미소를 비췄다. 저 미소가 언제까지 여유로울지 훗날을 기약하겠노라 다짐하던 그때, 계단에서 누군가 내려왔다. 발소리에 놀란 야마구치는 뒤를 돌아보았다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정국이었다. 들었나? 헛기침을 내었다. 남준도 아닌 정국이 아까의 대화를 들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꽤 신경이 쓰일 법했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무표정의 정국은 야마구치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 아니, 자네 아들이 아닌가. 집에 있었나보군.
“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장관님. ”
“ 나에 대해 아는가? ”
“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이 바닥에 야마다 장관 님을 모르는 분이 있겠습니까. “

야마다 장관이 호탕하게 웃었다. 야마구치가 정국을 흘기며 따라 웃었다. 이리 능청스러울 줄도 알았던가. 제 앞에서는 늘 벌벌 떠는 새끼 강아지 같던 놈이, 꽤나 그럴 듯한 미소와 어투로 장관을 대하다니. 장관이 일어나선 정국의 곁으로 가 어깨를 쥐었다.

“ 자네 아버지가 내게 아들 얘기를 참 많이 했네. 이름이… 나오키 군? “

정국이 애써 미소를 지었다.

” 타카히로입니다. 야마구치 타카히로. “
” 아, 미안하네. 나오키 군은 형인가? 형의 뒤를 쫓으려면 부지런해야겠어. “
” 노력하고 있습니다. “

미소가 지어진 얼굴과 다르게 정국이 쥐고 있는 주먹에는 힘이 실렸다. 야마다 장관은 손목에 두른 시계를 확인하는 듯하더니 야마구치에게 눈짓을 건냈다. 그의 눈빛을 확인한 야마구치가 하녀를 불렀고, 하녀는 장관의 코트를 챙겨 다가왔다.

“ 참, 이번 연회장에는 나오키 군과 타카히로 군도 꼭 데려오게. 둘에게 좋은 경험이 되기도 하겠지만, 자네에게 약속한 것을 지키려면 나도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

야마구치는 그의 말에 일백 번 수긍한다는 듯 재빨리 예, 대답을 했다. 타카히로는 그런 아버지를 흘깃 쳐다보았다. 무슨 기분이랄지, 정의 내리기 힘든 감정이었다. 분명한 건 그런 아버지가 꺼려졌다는 것이었다. 현관으로 안내 받은 야마다 장관이 뒤를 돌아보곤 정국에게 재차 강조했다.

“ 꼭 오게. 타카히로 군 인생에 다시 없을 화려한 연회가 될테니. ”

정국은 그의 말에 미소로 답했다. 그가 나선 문이 기어코 닫혔을 때, 야마구치는 바로 뒤로 돌아 거실로 향했다. 이런 죽일 놈, 상놈, 맘에 안 드는 놈. 갖은 욕을 해 가며 쿵쾅거렸다. 정국은 그런 아버지가 익숙하다는 듯 뒤늦게, 느릿느릿 그의 방향을 따라 걸어갔다.

“ 아까 그 놈 이름은 어떻게 안 게냐. “
” 저번에 대화하시는 걸 들었습니다. “
” 언제, 무엇을 들었냔 말이다. “

일전에 장관과 일을 도모하는 대화를 엿들었나. 그렇다면 혹시 아까 나눈 대화까지도 들켰나. 야마구치의 의심과 불안으로 가득차 게슴츠레해진 눈빛은 정국의 마음을 더 공허하게 만들었다. 정국은 바닥으로 시선을 거뒀다.

” 보름 전, 야마다 장관님과 함께 참석하시는 연회가 있다는 것이요. ”
“ 그것뿐이냐. ”
“ … 제가 들어야 할 것이 더 남아 있었습니까. “

정국이 야마구치와 눈을 마주했다. 그 눈을 먼저 피한 건 야마구치였다.

” 됐다. 이야기는 들었으니 알겠지만 당장 내일이 연회다. 무려 조선 은행 창립 20주년 연회야. 다른 것도 아니고 조선 은행이라니, 총독부 장관을 포함해 얼마나 많은 고위 인사들이 모일지 알겠느냐. “
“ … ”
“ 네 형이 알아서 다 하겠다만, 그렇다고 해서 퍼질러져 있지 말거라. 그게 네 할일이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한테 쉬이 보이지 말고. “

아버지의 입 모양을 따라 귀로 타고 들어오는 말들은 정국의 숨을 턱 막히게 만들었다. 속을 갈기갈기 찢어 불태워도 유분수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를 시험하려는 걸까, 아니면 그의 진심인가. 어느 쪽이든 괴로운 마음은 똑같았다. 정국이 깨문 입술에서 피가 새어나왔다.



“ 모두 다 모였나? ”
“ 예, 대장. ”

의열단원들 사이, 그 중에서도 가장 구석에 자리를 잡은 나를 모두가 힐끔거렸다. 아무래도 개중 어린 나이이기도 할 테고, 나를 제외한 여성 단원도 한 명뿐이었다. 그나마 아는 얼굴인 호석은 대장이라고 불리는 자의 옆에 서 있었고, 민윤기 그 역시도 내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편할 수 없는 사람, 편할 수 없는 공간인 것은 맞으나 누가 보면 당장 연회장에 떨궈진 사람처럼 긴장이 됐다.

“ 드디어 내일입니다.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해 온 나날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합시다. 전에 이야기했던 작전을 마지막으로 정리하겠습니다. ” 

한쪽 벽면에 붙여진 큰 종이엔 거사가 치뤄질 연회장의 구조가 그려져 있었다. 복잡하게 이어진 크고 작은 네모들은 연회장의 크기가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려 주는 듯했다. 아직 보지도 못한 그 공간이 벌써부터 긴장감을 주었다.

“ 연회가 시작되기 전, 각자 자리로 가서 준비를 합니다. 정호석 동지는 연회장 2층 구석 발코니에 자리를 잡고, 민 동지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 창고에 있을 겁니다. 경계가 까다롭기때문에 입구가 아닌 창문 또는 이른 새벽에 출발하는 것이 나을 거고요. “

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연회장 안은 큰 홀과 함께 거대한 강당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2층에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각 네 개, 총 여덟 개의 발코니가 그려져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방법은 신식 엘레베이터와 계단이 있었는데, 고위 인사가 아니라면 엘레베이터는 탈 수 없다는 말에 윤기가 입을 열었다.

“ 놈들을 처단하기엔 엘레베이터 근방이 나을텐데, 굳이 창고로 정해 주신 이유는 뭡니까. ”
“ 계단은 도주 경로가 확보되어 있지만, 반대쪽은 도망칠 길이 없습니다. 놈들이 모여 있는 곳은 경계가 더 강할 수밖에 없고. ”

그때 앞줄에 앉아 있던 한 청년이 손을 들었다.

“ 근데 저… 뒤에 앉아 있는 여인은 누구래요. 처음 보는 것 같은데…. “

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 또한 일제히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일순간 주목된 시선에 침을 꿀꺽 삼켰다. 눈을 도르륵 굴리자 대장과 눈이 마주쳤다. 석진은 옅게 웃음을 내비쳤다가 금방 표정을 굳혔다.

“ 이틀 전부터 우리와 함께 하게 됐습니다. 이번 거사에도 도움을 주실 겁니다. ”

석진의 말에 장내가 웅성거렸다. 자기가 보아도 믿음이 갈 만한 외관은 아니었다. 어리고 작은 체구의 여인이 어디에 도움이 될까, 그런 눈빛.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라도 해야 하는 걸까. 어색함에 쭈뼛거리고, 사람들은 힐끔 쳐다보며 제각기 수군거리던 그때였다. 질문을 던진 남자가 입을 열었다.

“ 아무렴 대장께서 잘하시겠지요. 대장께서 그리하기로 결정하신 일이니 믿겠습니다. 헌데, 이번 거사에서는 어떤 일을 맡으시렵니까? “

청년이 석진을 쳐다보자 석진은 내게 눈을 맞췄다.

” 이번 연회장에 초대된 척, 변장하고 침입할 겁니다. 그리고 야마구치에게 다가가 그가 우리를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붙들고 있어 주면 됩니다. 요 근래, 야마구치가 뒷장사를 시작했다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관련된 주제이고, 그러니 다가오는 여성에 대한 경계심이 더딜 겁니다. ”

석진의 말에 수군거리던 사람들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일전에 전해 들은 작전의 내용이지만 그의 입에서 전해 듣는 것은 느낌이 또 달랐다. 그래도 대장인 걸까, 그의 말에 동조하는 단원들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석진에 대한 경외심이 들었다.

“ 시계의 큰 바늘과 작은 바늘이 동시에 정각을 가리키는 그때입니다. 정호석 동지는 야마구치를 저격하고, 민윤기 동지는 수류탄과 연막탄으로 놈들의 판단력을 흐트려놓을 겁니다. 이번 거사의 목표는 야마구치입니다. 놈들을 더 많이 처단할 수 있다면 그 역시도 좋지만 무리한 침투로 무고한 죽음과 동지들의 위험을 일으킬 필요는 없어요. 
또한 이번 거사에 동참할 김 동지, 손 동지, 문 동지도 포함입니다. 그들은 연회장 곳곳에 숨어 상황을 보고하고, 도주 경로를 뚫어 놓을 겁니다. 장내가 혼란스러워지고 사람들이 혼비백산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할 때, 같이 빠져나가면 됩니다. “

석진의 쳐다보는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마치, 무조건 그렇게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게끔 하는 눈빛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돌렸다. 저와 같이 앉아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멀끔한 상태이지 못했다. 불에 쓸린 듯 피부가 타 있거나, 귀가 한쪽이 말려 들어가 있거나 등.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곳을 지키고 있는가, 더 나아가 어떤 것을 바라고 있는가가 느껴졌다. 그때 손 씨가 입을 열었다.

” 그래도 동료가 생겨 좋네요. 어떤 연유로 왔는지 몰라도, 잘해봅시다. “
” 손 씨 원래 그런 말 하는 사람 아닌디, 오늘은 와 그런디요. “
” 아이, 거 사람 머쓱하게. “

김 동지와 손 동지에 투닥거림에 단원들이 피식피식 웃었다. 그들이 나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와 준 것에 대한 고마움, 동료로써 함께 할 수 있도록 내밀어 준 것에 대한 기쁨에 입술만 달싹였다. 그러다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났고, 하나 둘씩 나에게 시선을 꽂았다.

” 이름은… 연입니다. 쉽지 않은 마음으로 이 곳에 왔습니다. 조선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여러분께 도움이 되게 앞으로 노력하겠습니다! ”

그러자 모두 크고 작게 하하 웃음을 터트리며 나를 바라보았고, 좋다며 의지를 다지는 사람도 있었다. 호석이 어깨를 까딱이며 석진을 바라보았고, 석진은 그런 연에게서 종철의 그림자를 봤다. 네 딸이 확실하구나, 종철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민윤기, 그를 살짝 쳐다보자 물끄러미 나를 줄곧 쳐다보던 것 같은 시선이 맞춰지고 그가 피식 웃었다. 따뜻한 사람, 따뜻한 분위기가 나를 감쌌다.



“ 안 데려다 주셔도 되는데…. ”
“ 어두우니까. “

집으로 돌아가는 길, 모자를 푹 눌러쓴 그와 함께 걸었다. 다정한 듯 무심한 말투를 더 이상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흙에 발이 쓸리는 발자국 소리가 불규칙적으로 섞였고, 그 사이에서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어차피 반나절도 되지 않아 집에서 나와야 할 거고, 그 역시도 나를 데려다 주고는 바로 아지트로 돌아가 준비를 해야 할 터였다.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다, 조용히 물었다.

“ 팔은 괜찮아요? ”
“ … 뭐, 덕분에. ”
“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 ”

윤기는 연의 말에 움찔했다. 그래서 별 의미 없는 말인 걸 알면서도, 그냥 제멋대로 움찔한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이 꺼진 잡화점 앞을 지나던 둘, 윤기가 되물었다.

“ … 가족들한테는 얘기할 거야? ”
“ 안 하려고요. 그래서… 내일도, 그냥 늦는다고만 했어요. 학교는… 모르겠어요. 나갈 수 있는 데까지는 나가야겠죠. 의심 안 사려면. “
” 그렇겠네. “

또 다시 정적. 윤기는 아침까지도 연이 마음을 바꾸었으면, 그런 생각을 했다. 입 밖으로는 그녀를 처음 아지트에 데려왔을 적 설득하던 말을 그대로 다시 뱉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그런다고 수긍할 그녀가 아닌 걸 알았고, 단원들 앞에서의 모습은 이미 윤기를 받아들이게 했다. 그저 마음을 다잡았다. 이 거사는 무조건 성공해야만 한다고.
집 앞의 담벼락에 도착했을 쯤, 윤기가 걸음을 멈췄다. 연이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가서는 뒤돌아 그를 바라봤다.

” 해가 뜰 때쯤, 아지트로 돌아와. 핑계는 적당히 둘러대고. 도착하면 같이 출발할 동지들과 네가 환복 할 옷이 있을 거야. “

무덤덤한 표정의 그를 올려다 보며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 그럼 우린… 연회장에서 만나겠네요. ”
“ … 그래야지. “

둘 사이에 미묘한 적막이 흘렀다. 연은 윤기에게 힘이 될 법한 말을 해 주고 싶었고, 윤기는 연에게 불안해하지 않을 법한 말을 고르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애매하게 지나버리자 결국 윤기가 먼저 코트를 여몄다.

“ 그럼 간다. ”

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멀어져가는 윤기의 뒷모습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발걸음 한 발자국마다 어떤 말을 했으면 좋았을까, 무사히 내일이 올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연이 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고, 싸늘한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자 사사삭 하는 자연의 소리가 강물 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그때, 누군가 담벼락의 끝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둘의 이야기를 들은 듯,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리는 남자.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七 | 인스티즈

 ” 아지트… 동지… 연회장…? “


지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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