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w.1억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하는데 얼마 걸리지는 않았다. 그래.. 염정아 선배님한테 번호를 받고 나한테 연락을 했다는 거지.
"그러니까 왜."
왜?하고 집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로 또 생각을 했다. 나한테 관심이 있어서? 에이~ 나한테 바라는 게 있어서? 그게 더 이상해.
답장은 뭐라고하지.. 아직도 못 믿는 눈을 하고선 집에 들어가서 불도 안 키고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나다.
[선배님~ 서울에는 잘 도착했습니다. 먼저 연락주셔서 감사해요!]
"아우 깜짝이야!!언니!!!!!!!! 왜 불도 안 키고 문 앞에서 이러고있어????????"
알바 다녀온 우연이가 날 보고 놀란 듯한 표정을 하고선 나를 보았다. 내가 문 앞에서 너무 털썩 앉아서 핸드폰만 봤..
"아.. 보내버렸네.."
나도 우연이가 놀라는 모습에 똑같이 놀라버렸다..그래서.. 저걸 그대로 보내버렸지.. 문자는 삭제도 안 되고 참..
뒤에 이모티콘이라도 넣어서 보낼 걸.. 너무 딱딱해보이는데. 에잇 이미 보낸 거 어쩌겠어.
기쁘면서도 안 믿기고.. 변우석에게 온 문자를 한참 들여다보다가도 내껄 보면 후회되고...
[감사하긴요! 나로 씨만 괜찮다면 카톡으로 연락해도 될까요?]
1분도 안 돼서 또 답장이 왔다. 아니 이렇게 빠르다고? 방에 들어가기 전에 또 호다닥 핸드폰을 보고 서있으면 우연이가 불을 키며 내게 말한다.
"왜 그래?"
"어? 아니.. 아니아니."
"아닌 게 아닌데?"
"나.. 오늘 촬영 다녀왔는데 변우석도 있었거든?"
"좋겠다. 엄청 잘생겼지??"
"어. 근데.."
"엉."
"문자가 왔어."
문자가 왔다며 문자 내용을 보여주니 우연이 표정이 갑자기 흥미로운 듯 변하더니 웃으며 말한다.
"관심 있네. 솔직히 언니도 알잖아. 이렇게 연락이 괜히 오겠냐구."
"그게 변우석이니까 믿을 수가 없는 거지."
"변우석이 뭐! 언니는 양나로잖아."
잊고있었다. 뜬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도 아직도 내가 무명 아이돌인 것 같고.. 누가 팬이라고 그러면 안 믿겨서 또 묻고 또 묻기 바쁜 내가...
이 상황을 제대로 믿을 수나 있겠냐구요.
"언니는 좋겠다~~~"
하고 휘파람을 불며 씻으러 가는 우연이에 나는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렇..겠지?
좋아하는 것도 잠시였다. 요란스럽게 등장하는 건 민애밖에 없다. 우당탕탕 소리와 함께 등장한 민애가 우리 앞에 서더니 곧 크게 외쳤다.
"우리 mama 무대 오를 수 있대!!!!!! 방금 대표님한테 연락왔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래 낼 수 있대."
민애와 나의 활약에 mama출연 제의가 들어온 것 이다. 재계약은 힘들지만.. 마지막을 위해 우리는 노래도 낼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무대에 서고싶어했던 애들은 2주 뒤에 있을 mama에 출연할 수 있다는 말에 울기도 했다.
[뭐하고 있었어요?]
- 이제 막 씻구 나왔어요. 스케줄 끝내고 집에 온지 얼마 안 됐거든요!
[요즘 스케줄 되게 많죠? 오늘 엄청 피곤하겠다 ㅠ]
-하나도 안 피곤해요!!!! 아.. 참 선배님 전화번호 받을 수 있을까요?!
방에서 나가지않고 카톡을 하고있었는데.. 갑자기 멈춘 변우석에... 순간 너무 갑자기 물어봤나 싶다가도..
"아니 자기도 내 번호 갖고있는데 뭘 갑자기야!"
하면서도 흐음..하고 방을 나가지않고 있다가 알바하고 돌아온 예은이에 모두가 또 신나서 얘기를 나눈다.
그럼 예은이와 우연이는 울면서 우리에게 고맙다고했다.
"언니들 덕분에 우리가 마지막으로 노래도 내고.. 무대에 설 수 있게 됐어. 고마워."
오늘 야식을 먹는다 안 먹는다부터 해서 무대에 서려면 살 빼야된다며 안 먹는다까지 결국에는 피자를 시켰다.
시키고 한참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왜 연락이 안 오지 싶어서 핸드폰을 보았을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기에 아무렇지않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나로 씨
"…에?"
- ㅎㅎㅎ
"…누구세요?"
-변우석이에요
너무 건성건성 받았다가 변우석이라는 말에 갑자기 자세를 바꿔 앉아서는 '안녕하세요?'하면 전화기 너머로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 ㅎㅎ 전화 할 수 있어요?
"네! 그럼요!!"
- 번호 알려주려고 전화했어요.
"네?"
- 번호 저장해요.
"네. 저장할게요.. 근데 어쩜.. 번호가 스윗해요."
- 네? 번호가 스윗한 건 뭐예요 ㅋㅋㅋㅋㅋ
아니 번호가 간단하고 쉬워.. 번호도 이렇게 스윗할 일이냐고. 좀 어이없게 말하기는 했다.. 번호가 스윗하긴 뭘 스윗해..!
전화를 받으려고 방에 들어가 민애에게 나가라는 듯 손짓을 하면, 민애가 '왜'하고 인상을 썼고..
"번호가 외우고 쉬운 느낌이라서..ㅎㅎㅎ!"
- 그쵸? 그런 말 많이 들어요.
핸드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놀리고싶은지 개구쟁이같은 표정을 하고선 방에서 나간다.
-어.. 혹시 뭐하고 있었어요? 제가 뭐 하고있는데 방해한 거 아니죠?
"아니요! 저 그냥.. 어.. 책 읽고있었어요."
- 책도 읽어요?
"네!"
- 책 안 읽은 지 오래 된 것 같은데. 어떤 거 읽고있어요? 추천해줄래요?
"네? 어.."
- 나도 나로 씨가 읽는 책 읽어볼래요.
물론 책 읽고있는 건 뻥이기 때문에 작년에 사놓고 읽어보지도 못한 책을 말해버렸다.
"인간실격이요! 이 책 아세요?"
- 아, 그... 책 알아요. 읽어보지는 못했는데..
"나중에.. 제가 빌려드릴까요?"
- …….
"……."
- 저는 너무 좋죠.
나도 모르게 빌려준다는 말을 해버렸다. 그냥 정말 이상한 감정같은 건 넣지않고..! 내 성격대로 말한 거야. 정말.
"아, 참.. 선배님은 뭐하고 계셨어요?"
- 저는 이제 서울 도착해서 집에 왔어요. 근데 그.. 선배님이라고 안 하면 안 돼요?
"엇.."
- 너무 멀어보이잖아요~
"그럼.. 선배님도 말 편하게 해주세요!"
- 알았어.
"…ㅎㅎ."
- 왜왜.
"ㅋㅋㅋㅎㅎㅎ.ㅋㅎㅋㅎ"
둘다 빵터져버렸다. 쿨하게 알았다고 말을 까는 변우석에 난 빵터지고, 변우석은 자기도 너무 쿨하게 깠다는 생각에 빵터진 것 같다.
너무 꿈만 같았다. 솔직히 내가 평소에 변우석 이 사람을 보고 사람으로서 좋아한다는 감정을 느꼈던 적이 없었는데..
아까 촬영을 하면서 계속 눈이 마주쳤던 게, 설거지하면서 단둘이 붙어있었던 게.. 내 감정을 헷갈리게 하기 시작했던 순간이었고..
나한테 연락이 온 순간부터 나를 마구 잡고 흔들기 시작하면서 나는 이미 넘어가버렸다.
변우석 이 사람이 혹여나 나한테 나와 같은 감정을 갖고있지 않더라도, 나는 이미 변우석을 짝사랑하기로 다짐할 정도로 마음이 이상해졌다.
- 아, 그럼 나로는 운동 따로 안 해?
"네. 운동을 제일 싫어하거든요.. 오빠는 몸 되게 좋으시던데. 운동 꾸준히 하시겠다. 그쵸?"
- 아니야. 몸 좋지는 않아. 운동 꾸준히 하려고 노력중이야 ㅎㅎ
"진짜.. 제가 드라마에서 다 봤는데.. 왜 거짓말하세요.."
- 뭐어? ㅋㅋㅋㅋㅋ
"저 최근에 선재업고튀어 드라마 몰아서 봐서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거든요! 저희 숙소에서 드라마 틀고 멤버들이랑 다같이 봤거든요!"
- 어이구야. 너무.. 부끄러운데 갑자기.
솔직히 내 자신이 웃겼다. 아까 촬영할 때는 눈 마주치면 피하기 바쁘고, 대화도 길게 해보지도 못한 우리가, 내가.
몇시간 지나고나니 전화로 재잘재잘 떠들고 있다니.
"야 양나로 피자 먹어!"
우연이의 목소리에 곧 변우석이 말했다.
- 부르는 거 아니야?
"어.. 네 맞아요! 야식 시켰는데 와가지구요 ㅎㅎ"
- 그럼 끊고 먹으러 가자. 맛있게 먹구.
"네엡!..."
- 카톡해도 되지?
"그럼요??????????????????????????"
- 어이구.
"죄송해요. 제가 너무......."
- 아냐 아냐 ㅋㅋㅋㅋ맛있게 먹어 나로야. 카톡할게.
"네!"
전화를 끊고서 핸드폰만 바라보며 방에서 나오자, 애들 표정이 하나같이 다 똑같았다. 왜 저래?
글쎄? 내가 미친 거 아닐까???????????????????나 왜 이렇게 들뜨니.
다음날 우리는 계속 연락을 했다. 자연스럽게 자기 전에 잔다는 말을 끝으로 일어나서는 반갑다고 인사하기까지!
핸드폰만 붙들고 있으니 멤버들도 옆에서 궁금한지 계속 묻기 바빴다.
오늘은 영화 홍보차 인터뷰도 있어서 지창욱과 같이 촬영장에 도착했다.
지창욱_"일주일만에 뵙네요. 양나로 씨~"
"그르게용~ 간만에 뵙네요 창욱 씌~~"
"근데 너."
"에?"
"살 쪘어?"
"살 찐 것 같아??????"
"어. 일주일만에 벌크업했네."
"아 헐."
"지금 진짜 보기 좋은데?"
"느에에에??"
"느에에에??"
"아쒸 어제 피자 먹고 자서.. 더 부었어..."
"나 그 말을 4개월 동안 들었어."
"아잇 내가 언제!!!!!"
"어우 귀아파라."
"귀가 아파...? 나는 마음이 아파.."
"ㅋㅋㅋㅋ미안해 미안해. 예뻐 예뻐."
미안하다며 내 머리를 무심하게 내 등을 토닥여준다.
영화에서는 내가 지창욱을 짝사랑했다. 그래서 그런지 같이 찍는 씬이 많았고, 우리는 꽤나 친해졌다.
10살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대해주고, 자주 붙어있다보니 영화 촬영을 끝내고도 가끔 연락하고 만난 적도 있다.
아, 물론! 막 서로 무슨 감정이 있는 건 아니고.. 내가 고민이 생기면 전화해서 물어보고.. 연기 조언도 해주고 그런 느낌!
우선은 사람이 삼십대 후반인데 너무 동안이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지도 모르겠어.
리포터_"재밌는데 비하인드 썰 있나요~?"
"촬영 끝나고 회식을 했는데. 나로가 노래를 잘한다~그룹에서 메인보컬이다~라는 말이 나오면서 감독님이 노래를 불러달라고 한 거예요.
염정아 선배님이 또 나로를 너무 아끼세요. 진짜 딸처럼.. 촬영장에서 하루종일 옆에 데리고 있을 정도로 엄청 아끼시거든요? ##염정아 선배님이 나로가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
리포터_"네네."
" 나로 불편하겠다 이런 거 시키지 마라~라고 하셔서 대충 노래를 안 해도 되는 상황이 됐어요. 근데 갑자기 나로가 벌떡! 일어나더니 자기 노래도 아니고 트로트를 부르는 거예요.
그때 염정아 선배님이 엄청 충격 받으신 것 같았어요. 어.. 우리 애가..이런 애가 아닌데.. 이런."
나_"아이 진짜 그 정도는 아니었죠..."
아니 그 얘기를 왜 여기서 해. 충격 먹은 표정으로 지창욱을 보니, 지창욱이 날 보고 빵터졌다.
인터뷰가 끝나고 핸드폰을 먼저 확인했다.
- 스케줄 끝내고 왔어요! 뭐하고 있어요?
너무 들떠서 보냈나..? 아니야.. 들뜬 거 맞는데 뭐.
그리고 항상 변우석은 답장이 빨랐다. 마음을 의심할 틈 따위는 주지않았다.
[운동하고 이제 집 들어왔어ㅎㅎ 피곤하지? 잠도 많이 못잤잖아.]
- 하나도 안 피곤해요!
집가서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으면 됩니다 ㅎㅎ!
[오늘은 스케줄 더 없는 거야??(이모티콘)]
- 네! 없어요! 오빠도 없어요?
[응! 없지. 좀이따 잠깐 볼래?]
- 이따요!? 언제요..!?
[나로가 나올 수 있을 때. 내가 나로 있는 곳으로 갈게!]
이게 뭐람? 뭐람???????????????????????????????????????????
나를 보러 온다고? 먼저 보자고 했어.. 먼저!!!!!!!
집 오자마자 아무도 없는 집에 불을 켜놓고서 옷을 갈아입었다.
그래 화장은 지우지 말자.. 이 비싼 메이크업을 어떻게 지우겠어!
그리고.. 그리고... 책도 챙겨! 책 빌려주기로 했잖아.
보기로한 건 2시간 후인데도 나는 벌써부터 옷을 갈아입고 난리났다. 패션쇼야 뭐야 ㅋㅋㅋㅋ
시간은 왜 이렇게 안 가는지.. 시간을 확인하면 할 수록 더 느리게 가는 것 같았다.
"왔다!!"
숙소 앞에 도착했다는 말에 헐레벌떡 일어나 문을 열면, 스케줄을 마친 민애와 알바를 끝내고 들어온 우연이가 와아악!하고 놀라서는 멈춰섰다.
어우 깜짝이야!
"어디 가 나로 언니!"
"나 잠깐 앞에!!"
결국...
"안녕하세요!"
탔다.
"안녕."
또 안녕하세요-하고 눈이 마주쳤는데 웃고있는 변우석이랑 눈이 마주치니까 어찌나 긴장이 되는지..
눈을 휙 피해버리고선 말했다.
"우와 차에서 좋은 냄새 나요..!"
좋은 냄새 난다면서 킁킁 소리를 내다가 갑자기 창피해져서 눈치를 보니 변우석이 날 보고 웃었다.
"집 앞이라도 따뜻하게 입고 나오지. 춥지?"
"이렇게 추울 줄 몰랐어요!.."
"감기 걸리겠다.."
히터를 틀어주는 변우석을 힐끔 보았다. 촬영할 때도 이렇게 힐끔 보고는 했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네. 저녁 시간때라 어두워서 잘 안 보이기는 한데..
"응?"
에? 내가 너무 뚫어져라 보고있었나????????????
내가 너무 쳐다보니까 당황한 듯 나를 보고 응? 이러는데 나도 모르게 에? 하고 바보같은 소리를 냈다.
"왜?"
"네?? 뭐가요..?"
"왜 그렇게 봐?"
"그냥.. 구경 좀 했어요."
"실컷 해도 되는데."
"…아잇 보라니까 또 .."
"응?"
"못보겠어서.."
결국 둘다 또 웃어버렸다.
"밥은 먹었어?"
"밥 아직 안 먹었어요. 오빠는 먹었어요?"
"밥은 먹고 다니지.. 나는 먹고 운동 다녀온 거야 ㅎㅎ."
"운동.. 저는 돈 줘도 못해요.. 제 운동은 런닝 30분이 최대예요."
"런닝 30분 좋지. 엄청 오래했는데?"
"ㅋㅋㅋㅋ엨ㅋㅋㅋ?"
"ㅋㅋㅋㅋ."
"아, 참! 이거 책이에요."
책이 든 종이가방을 건네면 변우석이 '고마워~ 읽고 돌려줄게'하고 웃는데 또 눈이 마주쳤다.
왜 이렇게 눈을 못 맞추겠냐. 근데 문제는 나만 피하는 게 아니라 변우석도 같이 눈을 피하는 느낌이 들었다.
"차기작 드라마 확정 됐다고 기사 봤어요! 나오기 전에."
"아, 응. 맞아. 내년에 촬영 들어가."
"우와우 엄청 바빠지시겠다.. 안 그래도 지금도 엄청 바쁘실 텐데!"
"그렇게 안 바빠 ㅎㅎㅎ 나로가 더 바쁠 것 같은데."
"아, 참!! 이번에 노래 하나 내요. 그리고 mama에도 참석해요."
"mama? 어.. 나도 가는데."
"진짜요!?!?!"
"응. 너무 창피한데.. 무대에 오르게 됐어."
"무대요!?!? 노래 불러요!?! 설마 소나기!?!"
헐 헐 헐!!하고 입을 틀어막고 변우석을 빤히보면 부끄러운 듯 어색하게 웃었다. 부끄러워하는 거 왜 저렇게 귀여움?????????
심지어 같은 날에 시상식에 참석할 것 같았다. 이게 또 어떻게 이러지? 겉으로는 표현 안 했지만 너무 좋았다.
"제가 그 노래 부르는 걸 라이브로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해요.."
"행복해?"
"네! 엄청 행복하죠! 그 노래 엄청 좋아했거든요. 한국 사람들 다 좋아했겠지만!"
"고마워. 뭔가 부끄러운데 좋다.. 나로가 좋아한다고 해주니까."
"사실은 아직도 제 옆에 류선재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좀 이상하거든요."
정말? 하고 날 보는데 또 눈이 마주쳤다. 이번엔 내가 아니라 변우석이 피했다. 그럼 우리는 또 이상하게 둘다 웃어버린다.
"헐 눈이다!"
"눈?"
"첫눈이에요! 첫눈!"
와아! 하고 창문을 열어보려다가도 혹시라도 누군가가 볼 수 있으니 빼꼼히 열고 손을 내밀었다.
눈이다... 난 눈이 왜 이렇게 좋지?? 넋 놓고 눈 오는 걸 보고있다가 손 위에 조그만 눈을 변우석에게 보여준다.
"이거 봐요! 엇!!"
"……."
"아놔.. 사라졌다 ㄱ-.. 잠시만요!"
또 손을 내밀어 겨우 큰 눈을 건지고서야 또 변우석에게 보여줬다.
"짠! 이거 봐요!"
"예쁘다."
"예쁘죠!"
"응 엄청 예뻐."
"오빠가 더 예뻐요."
"ㅋㅋㅋㅋ되게 나로 첫인상이랑 엄청 다른 것 같아 ㅋㅋㅋ."
"허얼? 어떤데요 지금은!?"
"처음에는 말도 잘 안 하고 차가운 느낌이었는데. 엄청 밝고 좀 능글 맞은 것 같기도하구."
"저 근데 능글 맞다는 소리 진짜 자주 들어요."
"아 정말??"
"네. 제가 그 말을 거의... 초등학생 때부터 들었어요. 아저씨 같다고.."
"아저씨??"
"네."
"오.."
"뭐예요.. 왜 아니라고 안 해줘요!"
"아저씨는 아니지않나..."
"늦었어요!"
"ㅎㅎㅋㅋㅋㅋ."
"오빠도 제가 생각했던 거랑 다른 것 같아요."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흠..메이킹이나 인터뷰 하시는 거 몇 번 본 적 있는데.. 그때랑 다르게 지금은 엄청 차분하셔서..!"
"그러게.."
"……."
"내가 원래 이러지는 않는데.."
"……."
"그.. 고장이 좀 났어."
그러다 또 눈이 마주쳤다. 이번에도 변우석이 바로 눈을 피했다.
"왜요..!"
아까는 서로 피해놓고 왜냐고 묻는 나도 참 이상하다. 왜 눈을 피하냐는 내 말에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변우석이 자세를 고쳐 앉아 나를 보며 말했다.
"말 편하게 해도 돼."
"어.. 편해지면 놓을게요!"
"지금 안 편해?"
"편해."
"바로 놓네."
별 것도 아닌 거 가지고 우리 둘은 계속 웃기 바빴다. 눈이다.. 눈이 참.. 변우석 이 사람이랑 잘 어울린다니까. 말도 안 돼..
제대로 된 첫만남에 첫눈이라니.. 이게 드라마지 뭐야.
"내일부터는 더 바빠지려나?"
"응? 아아 노래 녹음은 은근 빨리 끝나요! 다들 잘하는 애들이라.. mama 무대 연습하느라 조금 바쁠 것 같아요..! 급하게 섭외된 거라.."
"아 정말?.. 근데 나로 노래 잘 부르더라."
"어! 저희 노래 들어보셨어..요?가 아니라 들어봤어?"
"ㅋㅋㅋㅋㅋㅋㅋ응. 스타즈 노래도 들어봤고, 나로가 커버 올린 것도 들었어."
"으아아악 창피하다 뭔가."
"왜? 노래 엄청 잘 부르던데. 사실 어제 커버곡 들으면서 잠들었어."
"느에에? 하지 마요 으어어어어!"
"왜~ 그럼 직접 불러줘."
"으아니! 그건 더 안 돼요! 그럼 오빠도 소나기 불러줘요. 그럼 저도 불러줄게요."
"알았어."
"아 진짜 불러준다구요?"
"장난이야 ㅋㅋㅋㅋ."
"진짜.."
조금씩 조금씩 서로가 편해져가고 있는 것 같았다.
편해져도 부끄럽고 눈 마주치기는 부끄럽기는 하다만..
"오빠 손 진짜 예쁘다!.."
"손?"
손? 하며 손을 펼쳐서 보이는데 진짜.. 드라마 볼 때도 느낀 건데 손이 진짜 길고 크다..
"나로도 손 예쁘잖아."
"제 손이요?"
나도 손은 예쁜 편이긴 한데.. 나보다 더 예쁜 것 같았다. 자신의 손 옆에 손을 펼쳐보라는 듯 손을 흔들길래 변우석 손 옆에 펼쳐보였다.
내가 또 손이 긴 편인데.. 엄청 크다 진짜...와..하고 감탄하면 변우석이 옆에서 또 막 웃는다.
"제 손 언제 보셨대요..!"
"어제 촬영할 때?"
"와...아...플러팅이다 이거!!"
"플러팅이야? ㅋㅋㅋㅋ 맞아."
"헐!! 맞아요??"
또 웃는다 또.. 오늘 웃다가 살 빠지겠다 아주.
차에 앉아서 거의 1시간을 넘게 떠들었던 것 같다. 사실 얘기한 건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냥 같이 있는 게 안 믿기기도하고.. 좋기도하고.. 시간이 순삭 되어버렸달까.
같이 밥 먹자는 듯 멤버에게서 전화가 왔고, 전화를 받으라는 듯 손짓을 하는 변우석에 전화를 받았다.
- 언니 언제 들어와? 밥 같이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어.. 나 조금 있다가 들어갈게. 먼저 먹어."
- 엄마가 고기 해주셨단 말이야. 기다릴게 같이 먹어~
"흠.. 알았어 일단."
- 어어~
전화를 끊고선 변우석을 보니, 변우석이 다정한 얼굴을 하고선 말한다.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네. 들어가서 밥 먹어."
"…오래 아니었어요!"
"ㅎㅎ 아, 참.."
"네?"
"이거 가져가."
뒷좌석에서 케이크랑 웬 작은 꽃송이를 건네주길래 에에???하고 당황한 듯한 표정을 하고선 받지도 않고 있자, 변우석이 웃으며 말한다.
"데뷔 4주년 축하해."
"네에..!?!??!"
"어제 스타즈 검색 해봤었거든. 마침 오늘이 데뷔일이길래.."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 하고 너무 감동을 받았다. 왜냐면...
우리를 알아주는 사람도 없었고, 멤버들 마저도 애증으로 우리 그룹을 안고 가고있었기 때문에 데뷔일 따위는 챙기지도 않았고 기억도 못했는데..
"…뭐예요 진짜."
평소에 눈물이 없는 나는 오늘 울 것만 같아서 겨우 눈물을 꾹 참았다.
"고마워요... 챙겨주시고..."
"고맙긴. 얼른 들어가서 멤버들이랑 밥 먹고 케이크도 먹어. 아, 내 정신 좀 봐.. 이거 이것도 가져가."
"네에???"
종이가방도 건네주길래 보니까 여러가지 간식들이 들어있다. 아니 이 사람 진짜 뭐야???????
차에서 내리며 손을 흔들면, 변우석도 연락할게- 하고 손을 흔들었다.
집에 들어오면 예은이와 우연이가 뭐하고 왔냐며 의심하는 듯 눈을 하고선 내 손에 들린 케이크와 꽃, 그리고 과자를 보고 달려들었다.
나는 잠깐만-하고 문자를 보낸다.
-조심히 잘 가요 오빠! 다음에는 꼭 말 놓을게요!!!!
"언니 이거 뭐야?? 웬 케이크? 으에? 마카롱! 헐! 스콘!!!!!!!!!!!!!!!"
"얘들아."
"어?? 뭐야 꽃이잖아."
"데뷔 4주년이라고 줬어."
"누가."
"……."
"변우석이?????????????????????"
헐 미쳤다하고 설레하는 우연이와
그와중에 '우리 오늘 4주년이야?'하고 어이없는 듯 웃는 예은이..
내가 입을 틀어막고 부끄러워하면 둘이서 벌써 사귀냐며 막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너무 스윗하시잖아 뭐야. 언니 진짜 많이 좋아하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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뿅
상황추천 화녕해.